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26
김준민은 이장권 대통령이 종전협정을 체결하고 남북정상회담을 한다고 하니 양해를 해주었는데 막상 북한을 방문하고 정상회담을 하는 시점이 되니 자신이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참, 지금에 와서 못하게 막을 수도 없고.”
당장 정상회담을 하면 뭔가 합의를 할 것이고 그것을 김준민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 따라야 했다. 현재 진행되는 남북회담은 사실상 무난한 내용이지만 그 자체로 문제가 많았다.
북한을 대등한 국가로 인정하고 협력하는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맘대로 북한을 요리하고 싶은데 그럴 여지는 없어 보였다. 이장권 대통령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고 있었다.
“뭔가 걸리는 게 있습니까?”
노준명 비서실장 내정자가 머뭇거리면서 물었다. 김준민의 심기가 불편한 것 같았다. 뭔지 알아야 해결이 가능했다.
“이렇게 해서는 결국 북한의 배후에 있는 자들이 모든 이권을 독식할 것 아닙니까? 남한에서 투자하려면 남북경협위를 거쳐야 하고 그 이후에 예산 집행에 대한 국회 동의절차를 밟아야 하고. 포괄위임은 불가능하다는 게 국회의 결정이고.”
북한에서 결정하여 통보한 내용이나 남북대화에서 정한 내용을 남북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었다. 결국 합의한다고 해도 남한에서 관여할 여지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 사이에 SI 그룹의 위장 계열사가 북한의 독식할 것 아니요? 싱가포르와 홍콩에 등록된 현지 법인이 북한과 거래를 하고 있다면서요?”
노준명 당선인 비서실장,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는 김준민 당선인의 심기가 불편한 것에 답답했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기에 상대를 해주어야 했다. 폭주하면 그걸 수습하는데 골치 아플 수밖에 없으니 미리 예방해야 했다.
“북한이 거래하는 외국 기업은 한두 개가 아닙니다. 그리고 홍콩과 싱가포르에 등록된 법인도 한두 개가 아니고요. 그들이 SI 그룹의 위장 계열사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김준민이 워낙 난리를 쳐서 최대한 조사했지만, 그런 사실을 밑받침할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조사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그저 몇 번 SI 인터내셔날과 거래한 것이 전부였다. 그걸로 그 회사들이 위장 계열사라고 하는 것은 억지 주장이었다.
“SI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도 했다면서요?”
“1 년 전쯤에 조사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회계처리기준이 문제였지만 보수적인 관점에서 이익을 적게 계산한 부분이 약간 걸렸지만, 실적의 반영 시점 문제이기에 그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김준민도 그런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미 김세인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자들이 많고 그들이 벼르는 상황이라 그런 것으로 약점을 남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문제는 한 번 밉상이라 뭐를 해도 좋게 보이지 않았다. 뭐든 가식이고 위선이면 오만한 행위라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잘하면 잘하는 것 자체가 싫었다. 오만방자하게 행동하기 위해 자신의 약점을 감추는 행위로 보였다.
“그놈아 한국에 언제 돌아옵니까?”
“그건 정확히 모르지만 듣기에는 설날 근처에 온다고 합니다.”
“설날이라면 앞으로도 한 열흘 이상 미국에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이번에 대학도 졸업하는 상황이라 미국 국적을 획득할 거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고모할머니의 재산이나 그가 가진 재산이 미국에 훨씬 많은 걸로 압니다. 한국에 있는 재산은 20%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노준명은 김세인의 재산 현황을 보여주었다. 서류를 받아서 읽은 김준민은 그 숫자를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개인이 보유한 재산 총액으로는 5대 그룹 오너 일가의 재산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군요. 550억 달러라니. 또한 한국에 있는 SI 그룹과 김세인의 자산총액이 무려 10조 가까이 되는데 부채는 1조 2천억 원도 되지 않고요. 그것도 이 인터내셔날과 SI 네트워크를 인수하면서 인수한 부채이고요.”
김준민은 서류를 대충 요약하면서 그렇게 감탄과 질시가 담긴 어조로 평을 했다.
“고모할머니의 재산이 250억 달러 정도였다고 하는데 김세인이 몇 번의 투자를 통해 400억 달러 가까이 불렸다고 합니다.”
“숨겨진 비자금은 없습니까?”
“그건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SI 그룹의 장부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증거는 없습니다. 개인의 자산도 워낙 투명하게 관리한 상황이라 비자금의 흔적은 없습니다. 김세인 개인이 쓴 비용은 생활비, 교통비 정도이고 특이한 점은 비용의 90% 이상이 경호원을 고용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한 달에 5억 가까이 들었군. 이런 것까지 신고를 하나?”
“세무조사를 하면서 횡령 여부를 따지는 과정에서 파악한 내용입니다. 사적인 곳에 회사의 자금을 사용하면 횡령으로 잡기 위해 확인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고 합니다.”
김세인의 지출 내역을 검토하면서 주로 재벌들이 횡령하는 방법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했다. 경호비용도 회사에서 일부 부담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은 개인이 부담해야 했다.
“차량도 개인 소유의 차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잘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어 세무조사를 한국세청 조사관들이 놀란 걸로 압니다. 지적할 사항이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파고들기도 했고요. 반면 직원들의 경 우 복지혜택을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부여해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임원의 경우에는 급여로 보상을 해주고 회사의 경비는 최소로 지출하게 만들었군요.”
모럴 헤저드니 횡령이니 하는 말로 공격받을 수 있기에 그런 부분도 일찌감치 예방하고 있었다.
“거기다 준법 경영 모니터라고 하여 내부감사를 하여 위법 사항이 없는지 살펴 조치합니다. 그렇기에 검찰을 이용한 압박도 어렵습니다. 세무나 법무 같은 분야에서 결벽증이라 할 정도로 철저히 정리합니다.”
노준명 비서실장 내정자는 그냥 두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문제가 없다고 재차 설명했다. 그럴수록 더 짜증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당장 어떻게 할 수는 없을지라도 취임 이후에 손을 보려고 하지만 그럴 여지가 별로 없어 보였다.
김세인은 라파예트 대통령을 만난 후에 LA로 돌아왔고 하루 더 업무를 보면서 정리했다. 그러다가 한국의 일을 너무나 방치한 것 같아 혼자만 따로 한국에 다녀오기로 했다.
혼자 한국에 돌아오면서 대통령 당선인인 김준민의 행태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잘 대응했다는 말을 들을까 고민했다.
그냥 지병인 신부전을 악화시켜 활동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기도 했고 아직 초기인 뇌혈관 질환을 급성으로 만들어 끝장을 볼까도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면도 있기에 주저하고 있었다. 조사만 하고 길길이 날뛰지만, 실제로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니라서 손을 쓰는 게 부담스러웠다.
이대로 그냥 방치하면 만만하게 생각하여 문제가 커질 수 있기에 어떻게든 조치가 필요했다. 적당한 방법이 없기에 수지와도 의논했지만, 후유증이 없이 적절한 방법은 딱히 없었다.
‘아직 대통령에 취임한 상황은 아니니 좀 더 지켜보자.’
‘차라리 취임 이전에 정리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취임 이후에 다시 선거하는 건 좋지 않아:
‘문제는 호승심이 강하고 남에게 지기를 싫어한다는 점인데. 그게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타락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니. 뭔가 나에게 패배감을 느끼는 것 같지?’
‘보면 알잖아? 세무, 법무 관련으로 조사하는 건 약점을 잡아 굴복시키려는 거야. 그래도 굴복하지 않으면 감옥에 보내겠다는 거잖아. 이미 살의를 가진 거라고. 저건 달리 해결하기 어려워:
‘손을 써야겠지? 대통령이 된 후에 나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손에 쥐고 맘대로 부리려고 할 것이니. 자기는 깨끗하다고 생각하면서 전부 범죄자로 볼 것이고.’
‘그럴 거야. 그러니 한국을 위해서도 정리가 필요해.’
김세인은 조만간 결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 방문을 앞둔 이장권 대통령이 만나기를 청했고 김세인은 대화에 응했다.
“굳이 북한에 가서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김세인 회장을 통해 의중을 전하면 되는데 말이요.”
이장권 대통령은 김세인을 떠보기 위해서 그런 말을 던졌다. 김세인은 그런 행동이 괘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재미가 있어 일단 장단을 맞춰 주기로 했다.
“전화로 용건만 말하면 되는데 굳이 사람이 만나서 식사하고 술 먹고 데이트할 필요는 없죠. 다 과정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나라와 나라 사이의 일인데 형식과 절차를 밟아야죠.”
김세인은 무난한 어조로 대답했다. 이면에 김세인의 의중대로 북한을 조종하는 건지 묻는 말에 적절하게 대답을 회피한 면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대화할 맛이 나는 사람이었다.
“알겠습니다. 혹시 북한에 갔을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최고 기밀이라고 할 수 있는 회담의 주제에 대해시 서슴지 않고 공개했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김세인은 그런 것에 구애되지 않고 살펴보았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누구보다 잘 아는 내용이었다.
“북한에서 독자적인 개혁개방에 딴죽을 걸지 않으면 됩니다. 핵사찰 문제라면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에 맡기면 되는 문제이고 대량살상무기도 국제사회의 결정에 따르면 됩니다. 그 외에 남북한 교류의 문제는 인도적, 평화적인 방법으로 진행하면 되는 일이고요. 너무 남한이 북한의 일에 나서지 않으면 됩니다.”
회담의 주제도 상당히 남한의 중심적인 내용이 많았다. 어떻게든 북한을 남한의 입맛대로 요리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그렇게 보였다.
“북한의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인가요? 그렇다면 굳이 남한한의 대화가 필요할까요? 서로 협력하여 통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하군요.”
“지금 북한에 남한의 자금이 들어가서 토지와 부동산을 매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직 토지분배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런 제도적인 것도 마련이 안된 상황인데 무조건 개방하라는 건 억지이죠? 공개입찰? 그게 가능한 상황입니까? 그걸 도입하라고요? 공사대금은 어떻게 수령할 겁니까?”
김세인은 남한의 기준으로, 남한의 편의를 위해, 남한이 북한의 경제를 선점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한 정책을 지적했다.
“이런 비유가 심할 수도 있지만 구한말에 열강이 문호를 개방하라면서 조선을 강압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인데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강요이죠.”
김세인의 말에 이장권 대통령은 나열된 정상회담의 주제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고 그런 관점에서 보니 시기상조인 게 대부분이었다. 그대로 된다면 나중에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내용이었다. 그만큼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 남한 중심의 태도였다.
“그저 지금은 북한을 지지한다. 길을 열고 개혁개방에 도움을 주겠다. 북한에서 도움을 요청한다면 최대한 협조하겠다. 그 정도가 최선입니다. 더 이상 뭘 바란다면 진전이 아닌 파탄을 초래할 겁니다. 그걸 유념하고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김세인은 이장권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먼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에 그저 상징적인 만남으로 그치라고 조언했다. 더 바라면 오히려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다음 정권이나 그다음 정권에서 할 일이었다.
김세인은 한국에 오자 바로 회사의 일을 살폈다. 계열사의 일도 살펴야 했고 유가 하락에 따른 투자 정책도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SI 그룹에 대한 다른 재벌의 공격도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KS 그룹을 주축으로 한 공격이 거셌다.
일종에 여론전인데 언론을 이용하여 북한의 재건사업에 남한이 참여해야 하고 북한이 맘대로 추진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여론을 조성하고 있었다.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군요.”
김세인은 이장우 사장의 보고를 받고 그렇게 총평했다. 회사 자금을 빼돌려 위험한 투자를 했고 그게 실패하여 손실이 나자 그걸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 그런 사실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오리발을 내밀고 있었다.
“외국의 헤지펀드들이 연합하여 주주총회를 소집했다고 하죠? 그런데도 우리를 공격하는데 열을 내다니 어이가 없군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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