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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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탐색
“흐어억… 허억…”
아사드는 강제로 접속을 끊는 순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나 갑작스러운 만남이었기에 다른 걸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지금까지 파편의 힘을 지닌 자와 가까이서 마주친 일조차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 당황했는지도 몰랐다.
허공에 뜬 채 자신을 지켜보던 낯선 인물. 걸치고 있는 옷도, 인상착의 같은 것도 완전히 달랐지만, 뭉클거리는 검은 기운을 몸에 두른 그 존재감만으로도 아사드는 직감적으로 이 인물이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던 검은 날개의 천사 본인임을 이해했다.
맙소사. 왜 하필 이런 때에.
다른 걸 생각할 틈도 없이 강제로 로그아웃을 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수단을 사용해 회선을 강제 절단하는 식으로 로그아웃을 실행해 버린 것이다. 한번쯤 만나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눈이 마주치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그 아름다운 검은 날개에 매혹된 것도 사실이지만 말을 걸어볼 틈도 없이 죽어버리면 전부 의미 없는 일이고, 상대는 충분히 그 정도의 힘을 갖추고 있었다.
어느새 식은땀으로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아사드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얼마나 놀랐는지 침대에서 일어난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다.
욕실에서 들어가 한참이나 미지근한 물을 잔뜩 뒤집어 쓴 다음에야 비로소 놀란 가슴이 진정되었다. 아사드는 그렇게 좀 정신이 맑아진 다음에야 비로소 허세와 망상에게 연락을 넣어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알렸다.
[뭐라고? 숲의 주인을 잡다가 마주쳤어?] [네.] [젠장… 알았다. 접속 위치는 내가 재설정해두도록 하겠다. 예비 접속기는 있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군. 새로운 거처를 알아볼 테니,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대기하도록.] [알겠습니다.]역추적 당해서 위치가 드러날 만한 일은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허세와 망상은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한 것인지 바로 새 거처를 알아보겠다는 연락을 보내왔다. 잘난 척 하다 세상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죽임을 당한 그 미친놈처럼 아사드마저 허무하게 죽임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허세와 망상으로서는 매우 난감해진다. 아직 제대로 그 능력이 개화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손에 쥔 파편은 소중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허세와 망상은 아사드를 또다시 어느 조용한 교외의 별장으로 데리고 갔다.
“새로운 접속기는 여기 있다. 접속 장소 역시 임의의 장소로 변경해 뒀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기면 다른 생각 말고 바로 접속을 강제 종료하고 나에게 보고하도록.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좋아.”
허세와 망상은 마음에 든다는 듯이 아사드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다시 어디론가 이동했다. 하다만 일을 끝마치기 위해서다.
“와… 아저씨,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거에요. 순간이동? 아니면 워프? 그거 맞죠?”
“…”
주위의 풍경이 바뀌고, 어쩐지 좀 정신 사나운 느낌의 고등학생 여자애와 마주하자 허세와 망상은 다시금 지끈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알거 없고. 자, 손을 이리내.”
“자요.”
아까만 하더라도 시큰둥한 표정을 짓던 여자애는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지금은 비록 이렇지만 나도 예전에는 마법 소녀를 꿈꾼 적이 있죠. 아저씨랑 계약하면 마법도 막 쓰고 그렇게 되는 건가요?”
“글쎄. 그건 네 자질이 어떤 식으로 개화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시끄러우니 가만히 좀 있어.”
“넵!”
가만히 있으라는 데도 그 잠시를 못 참고 풍선껌으로 풍선을 만들어 보인다. 차라리 이런 점에서는 앞서 미친 짓 하다가 죽어버린 그 미친놈이 나을지도. 다짜고짜 자신에게 덤벼들긴 했어도 최소한 이렇게 정신 사납지는 않았으니까.
파편을 소유한 인물의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파편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태어났다가 죽는다. 지금 눈앞의 이 여고생도 그런 인물이다. 아마 엘리시온이라는 매개체가 없었다면, 이 여고생이 파편을 지니고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허세와 망상은 소녀에게 자신의 낙인을 남겼다. 그 일이 끝나자, 산만한 모습을 보이던 여고생도 자신의 손에 남겨진 낙인을 지켜보느라 입을 다물었다.
“따라와라. 거처를 정해 주겠다.”
“거처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여고생을 데리고 다짜고짜 시내에서 좀 떨어진 안가로 데리고 갔다.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면서 엘리시온에 접속해서 자신의 능력을 수련하면 된다. 딴 데 보지 말고 말하는 것좀 들어!”
“헤에…”
하지만 여고생은 허세와 망상이 그러거나 말거나 집안 곳곳을 뒤지기 시작한다. 집안 서랍장부터 시작해서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여고생은 이내 허세와 망상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전 이제부터 아저씨의 정부가 되는 건가요?”
“뭐라?”
“보통 이런 집을 주고 안에 들어앉히면 그런 거 되는 거잖아요. 곤란한데. 이 나이에 벌써 중년 아저씨 정부가 되어 버리는 건. 이러다가 아저씨 아이를 가지거나 하면 그거 완전히 인생 막장 아닌가요?”
“…”
허세와 망상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직접 발로 뛰어 가며 파편의 소유자를 찾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파편의 소유자는 다 이런 미친 것들만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쓸 데 없는 소리 말고, 하라는 거나 해.”
“네에. 뭐, 어차피 돌아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집은 감사히 쓸게요. 아저씨 아니였으면 저 잘해야 캬바쿠라고 자칫하면 소프란도 같은 데로 빠졌을지도 모르니까요.”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단 감사하다는 뜻인가 싶다.
“됐고. 하라는 거나 열심히 해.”
허세와 망상은 툴툴거리며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여고생은 다시금 눈앞에서 허세와 망상이 모습을 감추자, 어깨를 으쓱거리며 소파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몸이 목적은 아닌 건가. 뭐… 상관은 없지만.”
그녀는 탁자 위에 놓여진 접속기를 잠시 보다가, 이내 벌떡 일어나 침실로 들어간 뒤 도롱이벌레처럼 시트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잔뜩 몸을 웅크린 채, 그대로 잠을 청했다. 비록 허세와 망상 앞에서는 대범한 척 지껄이고 있었지만, 그렇게 되도 않는 말을 막 늘어놓은 것 자체가 긴장하고 있었다는 증명이나 다름없었다.
옷으로 가려 두었던, 몸 이곳 저곳에 나 있는 멍이 쿡쿡 쑤셔오기 시작했지만 꾹 눌러참고 잠을 청한다. 그녀의 이름은 아유무. 이지메를 견디다 못해 학교에서 도망친 가출소녀다. 아마도 허세와 망상이 발견하는 것이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그녀는 지니고 있던 파편의 힘을 폭주시키고 말았을 것이다. 이번 만큼은 허세와 망상이 좋은 일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구제하는 일 따위, 당사자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만.
그렇게 허세와 망상이 직접 움직이며 파편들을 모으고 있을 즈음, 왕성 라이언하트로 돌아간 형진은 아틀리에에 앉아 목각인형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안일했던 자신의 대처에 대해 반성의 시간을 가지다가 제랄딘의 방문을 받았다.
“요안나와 만나고 싶다고?”
“네.”
“…”
예상치 못한 제랄딘의 요청에 형진은 움찔한 표정을 지었다. 제대로 마눌들에게 얘기도 못하고 마치 현지처 같은 느낌으로 요안나를 받아들였다는 사실 때문에 제발 저린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제랄딘은 그런 형진의 모습에 살짝 눈을 흘기고는 다시 말했다.
“여자의 직감을 우습게 보지 말아요. 그녀가 이곳에서 모습을 감춘 시점에서, 이미 대충 무슨 일이 있는지 눈치 채고 있으니까.”
“그, 그런가. 아하하하…”
어색하게 웃어 보였지만, 딱히 질책하려는 느낌은 아닌지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기야 요안나를 메이드로 맞이할 때부터 이런 수순이 될 것이라는 것은 마눌들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으니 오히려 이렇게 제발 저린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이 우스운 일인지도 모른다.
“크흠. 그런데 왜 그녀를 만나보고 싶다는 거지?”
공연히 헛기침을 하며 묻는 형진의 말에, 제랄딘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녀는 저쪽 세계에서 당신의 일을 돕는 중이겠죠?”
“맞아.”
“그렇다면 이쪽 세계에서 당신의 일을 돕는 저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정확히는 요안나라는 분에게 이것 저것 배우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는 편이 맞겠지만요.”
“하긴.”
뭐라 해도 요안나는 백년전쟁 시기부터 지구 상에서 벌어진 수많은 일들을 모두 겪은 인물이다. 르네상스부터 시작해서, 시민혁명이나 세계대전, 냉전 시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격동의 역사를 살아온 산 증인이라고나 할까. 그것도 단순히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경험과 지식을 쌓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은 인물이기까지 하다. 어떤 면에서는, 설익은 지식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형진보다 현재의 엘 파르드에 더 필요한 인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제랄딘은 물론 거기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형진이 소개한 여러 가지 문물의 상당수가 지구라 불리는 곳으로부터 전해진 지식의 일부라는 것 정도는 알아차리고 있었다.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에서 각각 형진의 일을 돕는 입장에서, 제랄딘은 요안나와의 연계를 통해 보다 면밀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나서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겠다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기 위해 만나게 해달라는 것인데 그걸 하지 말라고 말릴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아무래도 요안나의 입장상 다른 마눌들과 서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식으로라도 연결 고리가 만들어지는 편이 좋다.
“알았어. 그럼… 회합장을 통해서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주면 되겠지?”
“네.”
형진은 제랄딘과 함께 그녀가 일하는 사무실로 향했다. 대부분의 업무는 사실 회합장에 위치한 장서관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사무실의 모습은 그녀가 좋아하는 책을 모아둔 서재 한 켠에 안락한 일인용의 침대를 들여 놓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잠시만 기다려. 요안나를 불러다 줄 테니.”
“그럴게요.”
제랄딘은 형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그리고 마치 딸을 낮잠 재우는 아버지처럼 그런 그녀의 옆에 앉아 있는 형진의 모습에 살짝 얼굴을 붉히고는 회합장으로 들어섰다.
곧바로 장서관으로 들어가서 잠시 기다리자, 공간을 넘어 금발의 아름다운 미녀 한 명이 저쪽 세계의 것으로 보이는 옷을 걸친 상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요안나는 조금 긴장한 모습으로 제랄딘에게 배꼽 인사를 했다. 나이야 자신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형진과 먼저 결혼한 쪽은 제랄딘이니 그녀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앉으세요.”
“네.”
서로 자리를 나누어 앉자, 제랄딘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전해 들으셨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요안나님을 모시게 된 건… 읏!”
“…”
하지만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제랄딘은 마치 딸꾹질하는 느낌으로 작은 신음소리를 흘리고 말았다. 물론 제랄딘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고, 요안나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의외로 이 금발머리의 미녀는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요안나님.”
“네.”
“이렇게 모셔놓고 죄송합니다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갑자기 급한 용무가 생겨서.”
“괜찮습니다. 기다릴게요.”
“죄송합니다.”
제랄딘은 급히 회합장의 접속을 끊고 현실로 돌아와 눈을 떴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어느 틈엔가 침대로 기어 들어와 자신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형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
“응?”
“이게 뭐하는 짓이죠?”
날선 제랄딘의 반응에 형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그게 말이지. 눈앞에 아리따운 마눌이 다소곳하게 누워 있으니 꼭 안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왜 제 옷이 벗겨져 있는 거죠?”
“옷을 다 입고 자면 갑갑할까봐 그랬지.”
“그런 거라면 차라리 다 벗겨야 하는데, 묘하게 특정 부위만 드러나 있는 것 같은데요.”
“기분 탓이야. 기분 탓.”
“…”
제랄딘은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철없는 자신의 남편을 향해 말했다.
“당신이라면 뭘 하든 딱히 상관은 없지만, 지금은 중요한 얘기를 하는 중이니까 좀 기다려 주세요.”
“크흠… 미안.”
“알면 됐어요.”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나서야 제랄딘은 다시 회합장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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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편.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저희 동네 마트에서 타임 세일을 했는데,
무려 돼지 고기 아무 부위나 무조건 1근에 천원;
일인당 2근 제한이라 전투를 치러야 했는데
아줌마들의 전투력에 밀려서 녹초가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저녁에 잠깐 눈을 붙인다는게 깨어 보니;;;
아줌마, 역시 무서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