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018)
〈 1018화 〉 101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물론 벨라가 저항하지 않은 건 아니다. 역병을 이용해 데미테라를 몇 번이나 감염시켰다. 그러나 데미테라의 곁에는 완전 회복을 사용한 엘레나가 있었다.
데티메라가 감염될 때마다 엘레나가 환술로 현실을 조작하여 데미테라가 역병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바꾸었다.
“흐으으으으, 흐으응…!”
오랫동안 클리토리스를 괴롭힘당한 벨라가 몸을 떨며 오줌을 지렸다. 꼴사나운 모습이었다.
나는 벨라의 치태를 보며 데미테라에게 물었다.
“때는 언제 오는 거지?”
“아직 멀었습니다. 벨라는 괴로워하고 있으나,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좀 더 강렬한 고문을 허락해주신다면… 더 빠르게 벨라를 굴복시킬 수 있습니다만.”
“그건 안 되지. 저 몸에 흉터가 생기면 큰일이잖나.”
“엘레나 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맞다. 엘레나의 환접술을 이용하면 흉터 정도는 흔적도 없이 지울 수 있다.
“정신이 멀쩡하지 않을 수 있지. 난 벨라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멀쩡하기를 원해.”
벨라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강아지를 쓰다듬듯이 그녀의 백금발을 쓰다듬었다. 내가 네 주인이다. 라고 노골적으로 알린다. 물론 통하지 않았다. 벨라는 두 눈에 살의를 담아 날 노려보고 있으니까.
벨라는 데미테라에게 맡겨두고 뒤로 물러났다. 숲 한쪽을 보며 멍하니 서 있는 유리아가 시선에 들어왔다. 평소의 유리아는 이렇게 멍 때리는 경우가 없었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유리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누군가가 이쪽을 본 듯한 감각이 들었어요. …착각일까요.”
유리아는 확신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고개를 돌려 엘노아와 엘레나에게도 물어봤다.
“너희는 뭔가 느꼈어?”
“아뇨.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어요.”
“나도 마찬가지다.”
둘의 대답은 같았다. 유리아가 착각한 걸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유리아는 다르다. 그녀의 감각이 얼마나 천재적인지는 내가 알고 있다. 그녀가 무언가를 느꼈다면… 실제로 무언가가 있었다는 뜻이다.
‘…짐작 가는 게 하나 있지. 벨리아크 마을에 있다고 알려진 고대 유물…. 베리카가 고대 유물을 사용한 거야.’
원작에서 나온 고대 유물의 이름은 땅의 보옥이다. 땅의 보옥을 이용해 우리 위치를 특정한 것이리라.
“적이 올지도 몰라. 대비해두는 게 좋겠어.”
나는 유리아를 힐끔거렸다. 유리아는 또 멍하니 서 있었다. 아까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기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고민하다가 그녀를 내버려두기로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유리아다.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
“…….”
유리아는 시선을 느꼈다. 먼 곳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베리카가 땅의 보옥으로 유리아를 본 것이다. 시선은 금방 사라졌다. 유리아는 그게 베리카가 고대 유물을 이용해 자신을 본 것임을 몰랐다. 단지 누군가가 자신을 보았다는 것만을 느꼈다.
그리고 그건 유리아에게 자극이 되었다. 땅의 보옥이라는 고대 유물 중에서도 격이 높은 고대 유물의 힘이 유리아에게 자극이 된 것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천재적인 오감과 육감을 모두 갖추고 있는 그녀에겐 커다란 자극으로서, 아주 작은 영감으로서 다가왔다.
목덜미가 근질거렸다. 작은 바람이 목 근처를 맴도는 것 같았다.
‘…….’
유리아는 그 영감에 대해 몰랐다. 무언가가 무언가라는 느낌을 받아도 그것을 말로서 풀이하기 힘들었다.
0.01%의 영감.
다른 사람이라면 느끼지도 못했을 영감을 유리아의 무의식은 포착해낸 것이다.
‘…틈이.’
틈이 벌어졌다. 그녀의 기억을 지우고, 육체의 능력을 끌어내린 고대 유물의 힘에 틈이 벌어진 것이다.
유리아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유진을 시작으로 누구도 그녀를 건들지 않았다. 덕분에 유리아는 여유롭게 자신의 안을 관조할 수 있었다.
“…….”
그녀의 앞에 벽이 있었다.
이 벽은 그녀의 기억을 막고 있는 벽이었다. 이 벽 너머에는 TV가 있었다.
처음에는 벽 너머에 있는 TV를 인지하지 못했다. 벽이 너무 두꺼웠으니까. 벽 너머에 뭔가가 있는지도 몰랐다. 유리아가 강해질수록 이 벽은 점점 얇아졌다. 이 벽은 고대 유물의 시련이었다.
익스퍼트 최상급이 되었을 때, 벽에서는 간헐적으로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노이즈가 끼고, 소리가 작아서 소리의 내용을 이해하진 못했다. 그런데 지금 이 벽에 틈이 생겼다.
벽에 가까이 다가간 유리아는 벽의 틈새로 눈을 가져다 댔다. 벽 너머에 있는 TV가 보였다.
지지지직.
TV 화면에는 노이즈가 끼더니 영상이 재생되었다. 작은 틈을 중심으로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화면 속에 나오는 영상은 그녀의 기억이었다.
첫 기억.
그녀의 어머니인 넬 린스의 품에 안겨 헬브리트 공작가를 도망치는 기억이었다. 도망친 넬 린스는 함부로 자신의 힘을 선보이지 않았다. 거지처럼 비루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집요한 헬브리트 공작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
유리아는 멍하니 기억을 받아들였다. 강제로 빠져나갔던 기억이 다시 그녀의 안에서부터 차곡차곡 차오르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그녀의 앞을 막고 있는 벽은 금이 가며 귀퉁이부터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했다. 새끼손가락보다 작았던 틈도 점점 커졌다.
몇 년이 지나자 헬브리트 공작가의 추적은 약해졌다. 넬과 유리아는 아르텔 마을에 자리 잡았다. 아르텔 마을은 약자들이 모여 만든 마을이었고, 넬과 유리아는 그들 중에서도 최약자인 나병 환자를 연기하며 살았다. 그러나 헬브리트 공작가의 추적은 끝나지 않았었다.
결국엔 들켰다.
가난하고, 비루하지만 평화로웠던 생활에 종말이 찾아왔다. 그녀의 어머니이자, 유일한 가족인 넬 린스가 죽었다.
도망치려고 했던 유리아에게 구원자가 나타났다. 아니, 처음에는 구원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거래자. 악마와 계약하듯 복수를 위해 그와 계약했다.
‘…주인님.’
유진은 계약대로 했다. 모든 것을 바치는 대신에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다. 유리아는 복수심을 불태우며 그의 아래에서 생활했다. 그가 자신의 몸을 희롱해도 아무 상관 없었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으니까.
콰직.
벽의 일부가 부서졌다. 화면 속에서 어린 유진이 어린 유리아를 껴안고 있었다. 둘 다 알몸이었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떠올렸다. ‘잘했어, 유리아.’ 별거 아닌 칭찬이었다.
‘주인님의 손길이….’
유리아는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그때의 감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저때의 유리아는 이틀에 한 번꼴로 유진에게 안겨서 잠이 들었다. 저 때의 유리아는 밤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복수에 이를 갈며 남들이 잘 때도 수련에 힘썼다. 유진은 자신의 침대에 그녀를 불러들이는 것으로 유리아에게 휴식을 준 것이다.
유리아는 그의 품에 안겼었다. 잠에 쉽게 들지 못했었다. 넬의 죽는 모습이 계속 떠올랐으니까. 그러다 보니 잠들지 않는 시간 동안 유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유진의 손길, 유진의 냄새, 유진의 체온. 그 모든 것들이 유리아를 위로했다.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유진의 품에서 눈물을 흘렸다. 왜 눈물을 흘렸는지는 본인도 몰랐다. 그저 눈물이 나왔다.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유진에 대한 생각이 점차 늘어났다. 어느 시점부터 죽은 넬이 아닌 유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복수심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다 자신의 감정을 깨달았다. 그 감정을 버리기에는 이미 그녀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유리아는 고민하다가 메이드로서 그 감정을 간직하기로 정했다. 그녀가 유진을 어떻게 하기에는, 유진은 너무 특별한 인간이었다.
유진에게 처음으로 안겼다. 처녀를 유진에게 바쳤다. 그에게 길들어진 몸이 드디어 그에게 보답한 것이다. 유리아는 그때 인정했다. 자신의 삶에서 복수보다 유진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을.
시간은 흐르고 흘렀다.
콰지직, 콰지직!
벽이 부서진다. 남아 있는 벽은 그녀의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넘을 수 있다. 그러나 유리아는 TV 화면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유진은 약속을 지켰다.
유리아는 헬브리트 공작가에 대한 복수를 완성했다.
그녀는 기뻤다.
헬브리트 공작가가 무너져서가 아니다. 유진과의 계약이 끝나고 자신의 마음 한 조각까지 그에게 바칠 수 있다는 것에 기뻤다.
투두둑, 툭.
남아 있던 벽마저 부서진다. TV에서는 여전히 기억이 흘러나왔다. 유진에게 안기는 영상, 유진과 사랑을 속삭이는 영상, 유진과 데이트하는 영상. 그 모든 것들이 유리아의 소중한 추억이었다.
벽이 사라졌다. 돌멩이 조각은 물론이고 먼지 하나 없이 사라졌다.
[너는 시련을 통과했다. 합당한 보상을 얻으리라.]유리아는 몸에 차오르는 힘을 느꼈다. 그 힘은 그녀를 더욱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녀가 원했던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약간 부족했다. 한 걸음. 아니, 반 걸음만 더 올라간다면 좋을 텐데.
아쉬움을 느끼면서 유리아는 TV를 바라봤다. 화면에는 과거가 아닌 현재가 보이고 있었다.
벨리아크 마을의 장로인 베리카와 악마 계약자 베인트 휴트리스가 수백 마리의 역병 시체를 조종하며 공격한다.
엘노아, 엘레나, 유진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벼락이 번쩍이고, 불의 상급 정령이 숲을 불태운다. 데미테라는 구속된 벨라를 지키고 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베리카가 너무 강했다. 특히나 베인트가 직접 조종하는 오러 마스터 제그너가 복병이었다. 제그너는 죽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 문제였다. 오러 마스터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으니까.
엘레나가 한계 돌파를 고민하는 것이 보였다. 유진은 유리아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유리아를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었다.
유리아는 눈을 감았다.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미 호사는 기억을 잃은 동안 충분히 누렸다. 이제 원래대로 돌아가야지. 그리고 가짜가 아닌 진짜로 그의 아내가 되어야지.
유리아가 눈을 떴다. 익숙한 그의 등이 보였다.
“아, 젠장. 핵으로 쓸어버릴까!”
유리아는 그의 짜증 섞인 투덜거림에 작게 미소 지었다.
“주인님.”
“…어, 유리아?”
유진이 돌아봤다. 그는 잠깐 당황했다. 유리아의 뭔가 달라진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곧 씨익 웃었다.
“시련을 통과하고 기억을 전부 되찾았구나?”
“네. 주인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좀 아쉬운데? 여보라고 불러도 돼.”
“…제겐 주인님이 더 편합니다. 그리고 그건 나중에….”
유리아가 빙긋 웃었다. 그녀는 유진의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입가에 그려졌던 미소는 이미 사라졌다.
유리아가 손을 들었다. 시커먼 그림자가 솟구치며 수백 명에 달하는 역병 시체를 삼켰다.
“…….”
사방이 조용해졌다.
소리 없는 경악이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로 퍼졌다. 유리아가 다시 손을 휘저었다. 삼켜졌던 역병 시체들이 다시 솟구쳤다. 그러나 그것들은 제 상태가 아니었다. 모두 잘게 토막 나고 압축된 상태였다.
유리아의 시선은 그림자를 피한 세 명에게 향했다. 베인트, 베리카, 제그너. 그들은 불가해의 괴물을 보는듯한 눈으로 유리아를 바라봤다. 유리아는 물론 아무렇지도 않았다. 저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든 흥미도 없었다.
“주인님. 저들은 어떻게 할까요?”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듯이 유진에게 물었다.
유진은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보며 씨익 웃었다.
“제그너. 저 망할 엘프 남자 새끼는 죽이고, 나머지는 제압해. 팔다리를 잘라버려.”
그리고 그렇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