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300)
EP.2300 2300. 신의 아틀란티스
기원 500년.
지구에 변화가 생겼다.
대륙의 북쪽, 페를로 산맥이 있던 죽은 땅에 검은색의 막대한 기운이 모여 스며들었다.
나는 달 옆에 있는 우주선에서 그 광경을 보며 아렐에게 물었다.
“저건 또 뭐야?”
“원인 불명의 현상입니다. 미지로군요. 과학자들이 좋아하겠습니다.”
“농담이냐?”
“반쯤은 그렇습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모니터로 현상을 지켜봤다.
지구에 남은 노예남들이 움직였다. 폭격기가 출격하여 검은 땅에 폭탄을 투하한 것이다. 속이 시원해지는 광경이었으나… 의미는 없었다. 막대한 기운은 계속해서 땅에 흡수되고 있었으니까.
결국 노예남들은 핵폭탄까지 사용했다. 예쁜 버섯구름이 피었다.
“소용 없군요. 땅은 멀쩡합니다.”
아렐이 담담히 말했다.
노예남들은 지켜보기로 했는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3시간이 지났을 때, 검은색 기운을 흡수한 검은 땅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그리고 검은 땅에서 그것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것은 용이었고, 뱀이었으며, 인간이며, 짐승이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생물을 합쳐 놓은 듯한 외형을 가졌다. 크기는 돌격만으로 작은 도시를 박살 낼 수 있을 정도로 컸다.
“높이는 약 4km, 길이는 꼬리까지 16km군요. 말도 안 되는 체격입니다.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지진이 일어나겠군요. 지구에서 벗어나는 건 정답이었습니다.”
동감한다. 아무리 그래도 저따위로 무식하게 클 줄은 몰랐다. 저것과 정면으로 싸우는 건 미친 짓이다.
「히든 보스, 만물의 어머니(僞)가 깨어납니다.」
「히든 보스를 쓰러뜨리면 히든 보상과 함께 기존의 보상이 강화됩니다.」
「히든 보스를 쓰러뜨리지 못할 경우, 7,500 구역의 공략은 실패합니다.」
「공략 실패 시 두 번 다시 도전할 수 없습니다.」
‘기회는 한 번 뿐이라는 건가.’
내가 시스템 메시지를 훑고 있을 때였다. 대륙 곳곳에서 핵미사일이 발사되어 티아마트에게 날아갔다. 핵폭발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번쩍이는 빛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어 빛이 줄어들었다.
“티아마트는 멀쩡하군. 핵무기로 처리할 수 없다니. 많이 곤란한데.”
“자세히 보면 멀쩡하지는 않습니다. 몸에 상처가 많습니다. 특히 몸을 떠는 것으로 보아 고통스러워하고 있군요.”
“수천 발의 핵미사일을 받고 몸을 떠는 게 전부라니. 어처구니가 없군.”
티아마트가 고개를 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악!”
승무원 중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티아마트는 마치 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니까. 나조차도 시선이 마주쳤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쩌면 착각이 아닐 수도 있었고.
“노예남들에게 전투 명령 내려. 싸우지 않고 도망치는 놈들은 머리에 박힌 칩으로 죽여버리고.”
“에. 각하.”
핵미사일이 떨어진 노예남들은 직접 싸울 수밖에 없었다. 전차와 전투기가 진격한다. 바다에 뜬 함선들이 북쪽으로 모였다. 보병들은 소총 하나를 쥐고 진격했다.
전투는 바로 시작되지 않았다. 이동까지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티아마트는 잠을 청하듯이 눈을 감았다.
“상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덩치만큼이나 경이로운 회복 속도군요.”
“중요한 건 핵미사일이 효과가 있다는 거지. 달기지에 준비된 핵미사일이 몇 개지?”
“2만 4170개 입니다.”
“티아마트를 죽이기엔 충분하군.”
“순수 파괴력만 따지면 반물질 미사일이 더 낫습니다. 방사능 문제도 없기에 반물질 미사일이 깔끔합니다.”
“아, 그런 것도 개발했었나. 그건 몇 개 있지?”
“이 우주선에 3개 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발사할 수 있습니다. 각하께선 명령만 내리시면 됩니다.”
“일단 지켜보지. 우리의 노예남들이 해줄지도 모르잖나.”
영화 감상하는 느낌으로 지켜봤다.
괴수 vs 현대 느낌이었다. 의외로 전투기와 전차의 화력이 통했다. 작은 칼로 공격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핵미사일 때문에 티아마트가 지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변이 일어났다. 티아마트의 몸에서 작은 괴물들이 튀어나온 것이다.
‘신화에서도 티아마트는 마수를 만들어 냈다고 하지.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군.’
티아마트에 비하면 크기가 작은 마수 수십 마리가 노예남 군대를 공격했다. 노예남 군대가 밀리기 시작한다.
티아마트가 마수를 소환한 뒤부터 전투는 일방적으로 티아마트에게 유리해졌다.
“지루해졌군. 반물질 미사일 하나 발사.”
“발사합니다.”
우주선에서 발사된 반물질 미사일은 정확히 티아마트의 등에 내려꽂혔다. 빛이 번쩍였고 티아마트는 대륙과 함께 소멸했다. 다소 시시한 최후이기도 했다.
「티아마트(僞)가 소멸했습니다.」
시스템이 티아마트의 죽음을 확인해 줬다.
“끝이군.”
“네. 각하.”
“나는 아마 여기서 사라질 거다. 너희는 어떻게 할 거지?”
“딱히 변하는 건 없습니다. 각하가 없이 살아가겠지요. 진정한 의미의 독립이겠군요. …우선 엉망이 된 지구부터 정리해야겠군요.”
“내가 없으면 너희 전부 죽는 거 아니냐?”
“이미 그럴 시기는 지났습니다. 유전자 조작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말대로 내 도움이 필요한 시기는 지났다. 초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인간 따위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
「현재 생존한 참가자는 3명입니다. 문명의 발전도에 따라 최종 승리자를 선별합니다.」
「가장 찬란한 문명은 초미국입니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다른 건 몰라도 너랑 헤어지는 건 아쉽군.”
“…그럼 남으시지요. 각하께선 누가 뭐라 해도 초미국의 아버지입니다. 초미국에 남아 잉여 인간처럼 지내도 누구 한 명 불만 갖지 않을 겁니다.”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다. 이후에 이 세계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다만, 제법 재미있었다.”
나는 아렐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아렐. 과로사로 죽지 마라. 과로사는 2번이면 족하잖냐.”
“…노력해 보겠습니다.”
“노력이 필요한 일이냐고.”
“…….”
아렐이 내 몸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내 몸은 빛이 되어 사라졌다.
「찬란한 문명의 위대한 지도자시여, 우주는 당신의 업적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칭호, ‘초미국의 지도자’가 주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2 상승합니다.」
「제 7,500 구역의 지배권을 얻었습니다.」
「5,000,000 AP를 획득합니다.」
「제 7,500 구역의 지배자로서 30일마다 1,000,000 AP를 획득합니다.」
「제 7,500 구역은 당신이 이룩한 찬란한 문명의 영향을 받습니다.」
「초미국의 무엇을 계승하시겠습니까?」
나는 메시지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AP 보상은 어마어마했다. 그동안 고생하며 쌓인 불만이 전부 사라질 정도다.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메시지를 보니 알겠군. 7,500 구역을 내가 정하는 건가. 아마 초미국과 관련되어야겠지.’
원래 제 7,500 구역의 이름을 떠올린다. ‘찬란한 문명의 도시’였다. 그 찬란한 문명을 이룩한 건 나고.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7,500 구역에는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초미국의 무엇을 계승할 수 있지?”
「초미국의 기술, 불가사의, 고대 유산을 계승할 수 있습니다.」
“초미국의 우주선도 계승할 수 있나?”
「가능합니다. 대신 아틀란티스에 맞게 조정됩니다.」
대놓고 너프를 먹이겠다는 뜻이었다.
달리 생각해 보자. 기술을 선택한다? 기술 하나만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차라리 해처리를 선택할까? 음. 해처리로 뭘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군.’
최대한 내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해 보자.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AP다. 공간 이동 주문서를 꾸준히 구매하려면 AP를 계속해서 얻어야 한다. 그 외에도 AP를 사용해 고급 포션을 구매할 수 있다.
“고블린 공장! 고블린을 꾸준히 번식시키고 죽인다! 아틀란티스에서 고블린은 몬스터지. 몬스터를 죽일 때마다 AP를 주고. 고블린 공장은 자동으로 고블린을 번식시키고 도살해서 AP를 버는 공장이다! 초미국에 비슷한 고블린 농장이 있었으니 가능하지?”
고블린 공장에서 중요한 건 고블린 번식이다. 근데 이건 초미국의 전문 분야다. 아주 오래전부터 고블린을 번식시켜 왔으니까.
「…가능합니다. 정말로 고블린 공장을 계승하시겠습니까?」
“해. 난 AP가 필요하다고.”
「제 7,500 구역이 고블린 공장으로 설정됩니다.」
눈앞에 회색의 공장이 나타났다. 공장에서는 기계 소리가 울린다. 나는 공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위이이이잉.
기계들이 돌아간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팔다리가 잘린 고블린이 줄지어 올려져 있었다. 고블린은 두려움에 떨며 눈물을 흘렸으나, 팔다리가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컨베이어 벨트의 끝에는 분쇄기가 끔찍한 소음을 내며 흘러가고 있었다.
고블린이 분쇄기에 떨어질 때마다 알림창이 떴다.
「고블린을 죽였습니다. 1AP를 획득합니다.」
「고블린을 죽였습니다. 1AP를 획득합니다.」
「고블린을 죽였습니다. 1AP를 획득합니다.」
“거슬리는군. 이 메시지는 띄우지 마.”
메시지는 안 보였다. 공장은 계속 돌아가며 소지 AP는 계속해서 증가했다.
나는 공장을 자세히 둘러보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아직 받아야 할 게 있었다.
“보상은 이게 끝이 아니지?”
「히든 보스, 만물의 어머니(僞)를 처리한 보상으로 태초의 심장(SS)을 획득합니다.」
「태초에 심장
시작의 생명.
랭크: SS」
겉모습은 인간의 심장과 흡사하게 생겼는데 내 손바닥 위에서 박동했다. 나는 정보를 확인하고 혀를 찼다. SS 랭크인데 지나치게 간략하다.
‘이건 재료템이군. 제대로 사용하려면 성가신 과정이 필요하겠지.’
내가 쓸건 아니었다. 이건 사무엘에게 던져주고 헬텐에 빚을 달아둘 것이다.
「문명의 승리자로서 3가지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유전자 조작 키트(S)」
「2. 회복 캡슐(S)」
「3. 핵 수류탄(S)」
「유전자 조작 키트
유전자 일부를 조작할 수 있다.
랭크: S」
「회복 캡슐
캡슐에 들어가면 회복할 수 있다.
손실된 신체 부위도 복구할 수 있다.
부상 정도에 따라 회복 시간이 정해진다.
랭크: S」
「핵 수류탄
20Kt 위력의 폭탄.
방사능은 제거되었다.
랭크: S」
이건 볼 것도 없었다.
지금 내 유전자는 완벽한데 뭐 하러 유전자 조작을 할까. 다른 사람의 유전자를 조작할 이유도 없었다.
회복 캡슐? 내가 누구? 완전 회복 오우너.
핵 수류탄은 다른 세상에 가져가서 사용할 수 있다.
‘화끈한 게 좋지.’
「핵 수류탄을 선택했습니다.」
허공에 나타난 핵 수류탄을 손에 쥐고 히죽 웃었다.
“기분 좋으신가 봅니다.”
고개를 돌린다. 알림창에 빠져 있느라 기척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상대 쪽에서 적의가 없던 것도 한몫했다.
그곳에는 익숙한 여인이 서 있었다. 긴 검은 머리에 동탄 미시룩을 한 쭉쭉빵빵한 미녀.
“아렐!”
“예. 각하. 이렇게 뵙게 되니 반갑군요.”
“네가 왜 여기에 있냐?”
“이 고블린 공장의 관리자가 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