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5
분신으로 절대무신 5화
장일이 첫 번째 스승인 오문에게서 배운 검은 십육전검(十六戰劍)이라는 것이었다.
이 십육전검은 특이하게도 시작은 같아도 결과가 저마다 달랐다.
이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전에 특화된 검이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살검을 얻기 위해 오직 실전에서만 성장을 이루는데, 그 과정에서 형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실(實)을 위한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천검문에서는 십육전검을 달리 십인십색(十人十色)의 검이라고도 부르기도 했다.
장일은 우연히 자신의 십육전검을 문강에게 들킨 바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반응이 기이했다.
“콜록콜록. 재미있구나. 오직 실전에서만 피어오르는 검이라.”
전혀 알지 못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 순간 장일은 자신이 혹시 동명의 다른 문파에 발을 들인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으나, 그것은 괜한 생각에 불과했다.
“누군지 몰라도 그 검을 만든 자는 나와 비슷한 길을 걸었던 모양이다. 다만, 실을 얻지 못한 것 같아 아쉽구나.”
“…….”
그 당시 장일은 혼란스러워 무어라 말을 하지도 못했으나, 그런 그의 태도에 문강은 말없이 쥐고 있던 목검을 들어 보였다.
목검은 오랜 병환으로 야윈 문강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애를 쓰다 보니 그 형태는 보잘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보잘것없던 검도 문강이 다루자 달라졌다.
-사아아악.
마치 안개가 퍼지 듯 검에서 이른 기세가 주변을 잡아먹었다.
-꿀꺽.
장일은 이 광경을 벌써 몇 번이나 보았지만, 그때마다 경이로움에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럴 법도 한 게 지금 문강은 달리 내공을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런 것이 가능한가 하는 물음에 문강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그저 검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연스레 일어지는 현상 따위에 불과하다. 결국, 이를 다룰 힘이 없다면 요란한 빈 수레에 불과한 것이니 너는 이런 것에 현혹될 것 없다.’
일천 개의 검을 꺾은, 실전의 대가다운 발언이었다.
그러나 도가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가 그 검을 보았다면 장일 이상으로 크게 놀라 할 것이다.
그 검은 물아일체(物我一體)라는 지고한 경지에 이른 자만이 펼칠 수 있는 검이기 때문이다.
물아일체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지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검가에서는 흔히 심검(心劍)이라 하기도 했다.
병환만 아니었다면 능히 검 하나로 천하를 오시(傲視)할 수 있었을 말이었다.
죽음을 통해 의식이 확장된 장일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그를 직감한 것이다.
그렇게 놀라 하는 장일을 뒤로한 채 문강은 장일이 펼쳤던 십육전검을 세 번을 풀어냈다. 놀랍게도 세 번 모두 장일이 펼쳤던 십육전검과는 달랐다.
본래 십육전검이 형을 버리고 실을 얻는 십인십색의 특성을 따르니 놀랄 것도 없다 생각할 수 있으나 실상은 달랐다.
바로 그 형이 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펼쳤을 때에는 그래도 비슷한 형을 갖추었다면 두 번째부터는 아예 초식이 두 배로 늘어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십육초식으로 돌아왔는데, 다만 그 형이 달라졌다.
변, 강, 유 등의 무리가 몇 배는 더 깊어졌던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일류였던 십육전검은 이 순간 절정의 검법서로 바뀐 셈이다.
아마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지 못했다면, 그 원형이 십육전검이라는 것을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
자신의 눈을 의심케 하는 십육전검의 변화에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리던 장일에 문강이 피로 어린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흥미롭다. 나의 무리가 이처럼 쉬이 녹아들 줄이야. 모르는 이가 본다면 마치 나를 본떠 만든 검인 줄 알겠구나.”
“!!”
문강은 그저 흥미로워 한 말에 불과했지만, 장일의 눈빛은 크게 흔들렸다.
그의 말에서 왜 문강이 이 십육전검을 모르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이 십육전검은 사형께서 만드신 거구나.’
장일의 추측대로였다.
문추는 대단한 아버지를 두었지만 그와 달리 그의 기질은 호전적이지 못했다. 아마 도가 쪽 가르침을 따랐다면 크게 성장할 수 있었겠으나, 실전을 따지는 살검은 그와 맞지 않았다.
문강의 사후 문추는 아버지를 추모하여 평생을 전진해 살아생전의 가르침을 담은 검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이 십육전검인 것이다.
문강이 처음 십육전검을 보고 실을 얻지 못했다고 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 십육전검이 다시 문강의 손에서 제대로 꽃을 피우게 된 것이었다.
장일은 이런 놀라운 사실이 자신만이 알게 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잠시 아들이 만들고 자신이 끌어 올린 새로운 십육전검에 문강은 기꺼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늘이 정말 돕기라도 하는 것인가? 이 십육전검은 너를 이끌 훌륭한 교본(敎本)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는 그리 말하며 기존의 대련을 통한 가르침에서 그 방향을 바꾸었다.
그의 검은 실검이니 대련을 통한 가르침이 가장 효율이 높았지만, 문제는 그의 몸 상태였다. 아무리 의욕이 육신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준다지만 그것이 만병통치가 될 수 없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무리하는 날이면 며칠을 다시 정양에 힘을 써야 하니, 오히려 효율이라는 말이 부질없게 되었다.
한데 이 십육전검이면 비록 효율은 다소 낮다고 해도, 그가 담은 실검의 오의를 엿보게 하기는 가능했다.
이제 그가 할 일은 그 오의를 좀 더 쉽게 엿보게 하기 위해 옆에서 지도하거나 또는 그 부족함을 대련으로 풀어주는 일이었다.
“네가 이 검을 완성하게 된다면, 그제야 너는 살검을 검에 담게 되겠지. 그렇게 된다면 너는 너의 검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장일에게서는 아득히 먼 일이다 보니 그는 그 말이 그리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장일이 이 바뀐 가르침을 따른 것은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뒤였다.
다름 아닌 문강이 좀 더 자신의 오의를 더 담기 위해 욕심을 부려 생긴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검은 매화이십사수라는 검법이었다.
난데없이 매화라는 이름이 검법에 담긴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문강은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를 좋아한 탓에 사문 안에는 매화 나무만 다섯 그루가 있었다.
때마침 긴 겨울이 지나 매화가 피어오르던 시기였고, 그 생명의 활발한 현상을 바라보던 문강은 문득 얻은 깨달음이 있었다.
“활검(活劍)의 묘리가 이런 거였군. 살검의 끝에서 이룬 것이 활검이라니 참 기이한 이치로다.”
그렇게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검법이 만들어졌지만, 문제는 그만큼 검이 어려워졌다는 것에 있었다.
그러나 아들이라면 모를까, 그 기질이 최상급이라 본 장일이라면 능히 이를 소화할 것이라 그는 여겼다.
“매화이십사수검법은 무초승유초(無招勝有招)를 지향(志向)한다.”
무초승유초. 즉, 역설적이게도 초식이 없는 것이 초식 있는 것을 이긴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상식을 벗어난 검이라, 이 매화이십사수검법의 수행도 기이했다.
“그렇기에 매화이십사수검법은 검의 초식을 지우는 데 오의를 둔다. 네가 매화이십사수검법을 십이초식으로 줄인다면 소성을 이른 것이겠지.”
소성, 즉 7성을 이루었음을 말했다.
이후 검식이 아홉식이 되면 8성을 삼식은 9성이 된 것이며, 종내에 이르러 하나의 초식만이 남는다면 매화이십사수검법은 그것으로 완성될 것이라 이야기했다.
문강은 이를 두고 매화십이검, 매화구검, 매화삼검이라는 또 다른 검법으로 보아도 될 수 있으리라 말했다.
“만약 네가…… 그 일초식마저도 뛰어넘는다면 내가 말년에 얻은 활검을 손에 넣겠지.”
하지만 문강은 아무리 높이 평가한 장일이라고 해도 활검을 손에 넣기 어려울 것이라 보았다.
그 또한 반 강제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뒤에야 얻은 것이었으니,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한 장일이 이에 도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장일은 본격적으로 문강으로부터 가르침을 배웠다.
그 수련의 과정은 옆에서 보는 이마저도 학을 뗄 만큼 지독했다.
그야말로 깨어날 때부터 잠이 들 때까지 검을 놓지를 못했는데, 문추와 그의 사질들이 그를 돕지 않았다면 장일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모진 고문과도 같은 가르침이었지만 장일은 묵묵히 이를 버텨냈다.
언제 문강이 쓰러질지 모르는 지금, 조금의 여유마저도 사치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봄이 지나 여름이 찾아왔고 다시 그가 이 세상에 떨어졌던 가을이 되어갈 때쯤.
장일은 꿈에서 깨어났다.
“……허억. 허억.”
잠에서 깨어난 장일은 스며드는 혼란을 잠재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마 부활 이전의 그였다면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장일은 그 혼란을 수습하는 데 그리 큰 힘이 들지 않았다.
이내 그의 거친 호흡은 잠재워졌고, 일각이 지났을 채 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받은 권능은 단순히 죽음에서 부활할 수 있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아마 죽음은 나를 둘로 나누었던 모양이고, 그중 하나가 과거에 떨어진 것이다.”
이외에도 그가 알아낸 것이 있다면 그 지난밤의 꿈이 그 또 다른 자신이 겪은 1년이라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또 다른 내가 죽기 전까지 이런 일이 계속 이루어질 것 같구나.’
그는 그리 추론하면서도 또한 자신이 가진 권능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권능이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상들이 이루어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죽은 뒤에야 발현된 시스템의 알림을 그가 알 리가 없었으니, 그는 얼마 가지 않아 그에 대한 추론을 포기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이 권능이 자신에게 큰 이득이 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탁.
장일은 혼란이 수습되자 바로 검을 잡고 일어섰다.
아직 아침 배급을 받기 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던 만큼 연무(演武)를 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장일은 그간 다루던 십육전검을 뒤로한 채 이십사수검법을 펼쳤다.
-스슥…… 슥!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펼친 이십사수검법은 장일 그 스스로가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물론 꿈에서 장일처럼 미친 듯 검을 펼친 것이 아니었기에 그 펼쳐지는 검의 기세는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검에 담긴 오의만큼은 같았으니, 이로 인해 장일의 무위는 크게 진보하였다.
삼류 취급도 힘들다 보았던 그가 하룻밤 만에 이류를 바라본 수준으로 올라간 것이다.
아마 꿈의 장일처럼 수련을 행한다면 얼마 가지 않아 완전히 이류에 올라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저도 모르게 욕심이 동한 장일은 시간이 가는 것도 모른 채 연무에 빠져들었고,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어느새 해가 다시 저물어가고 있었다.
배급을 받기 위해 막사를 나선 그에게 장패가 참 징글징글맞다는 얼굴로 다가왔다.
“거참. 젊은 게 좋기 좋은 모양이여.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건만.”
“……식사 하셨습니까?”
“아니, 이제 하러 가는 거지. 어휴. 오늘도 맛없으면 항의를 해야겠어. 아무리 그래도 간은 맞춰줘야 할 것 아녀. 안 그려?”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 장일은 음식의 맛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워낙 없이 살았다 보니 달리 그저 배만 부르면 되는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