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60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60화
“클로드 님?”
사라는 서둘러 클로드가 있는 곳으로 뛰듯이 다가갔다. 다른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대자로 누워 있는 클로드의 모습이 보였다.
“세상에, 클로드 님! 다치셨어요? 왜 시종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녀는 제 드레스가 구겨지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클로드를 번쩍 안아 올렸다.
“유모오…….”
그러자 클로드가 잔뜩 울음기가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사라의 목에 팔을 두르며 푹 안겨 들었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에요?”
“몰라, 몰라.”
클로드는 고개를 저으며 더욱더 팔에 힘을 주어 사라를 끌어안았다.
갑자기 어리광을 부리며 투정하는 클로드를 달래며 머릿속으로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어딘가가 아픈 것이 아닌가, 무언가 잘못 먹고 탈이 난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 파티장 한가운데서 드러누울 순 없지 않을까.
사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걱정으로 물들었다.
“사라, 무슨 일입니까?”
그때 저 멀리서 이쪽의 동태를 살피고 있던 에단이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다가왔다.
“……흐으.”
클로드는 사라의 품에 안겨서 제게 다가오는 에단을 보고 작게 울먹였다.
에단과 사라가 자신에게 와 주자 그동안 낯선 사람들 틈에서 혼자 있었던 서러움이 몰려든 것이다.
“으아아앙!”
클로드는 그래서 처음 계획과는 달리 서러움에 눈물을 와앙 터트리고야 말았다.
“이게 무슨 일일까. 세상에!”
사라가 놀라 클로드를 달래며 에단을 바라보았다.
에단 또한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는 클로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황실에서 암브로시아 전용으로 내어 준 휴게실이 있습니다.”
에단은 그보다 더 놀란 것 같은 사라를 위해 클로드를 넘겨받아 안았다.
그 순간 에단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기이한 빛으로 빛났다.
그것을 눈치챈 에단이 미간을 좁히며 서둘러 긴 다리로 성큼성큼 파티장을 빠져나갔다.
“하퍼 경, 의사를 불러.”
“네, 주군.”
그러면서도 제이드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머, 암브로시아 공자가 어디 아픈 모양이에요.”
“방금 전까지는 멀쩡해 보였는데?”
“아이답지 않게 어른스럽다더니……, 영락없는 여섯 살 어린 꼬마로군요.”
파티장에 남겨진 사람들은 클로드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웅성거렸다.
사라는 그런 사람들을 뒤로하고 에단을 황급히 따라가며 뒤따라오는 메이에게 물었다.
“내가 없는 동안 클로드 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니?”
“아뇨……. 다만 혼자 있기 싫어하셨어요.”
메이는 클로드가 사라에게 꼬리 치는 남자를 방해하라고 지시했다는 말은 쏙 빼놓고 전달했다.
사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빠르게 에단의 뒤를 쫓았다.
“흑, 흐윽.”
암브로시아의 휴게실로 들어온 클로드는 이제 진정이 좀 되었는지 코를 훌쩍거렸다.
에단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클로드에게 건네주었다.
클로드는 에단이 건네준 손수건을 가만히 손에 쥐고만 있었다.
“클로드 님, 무슨 일 있었어요? 어디 아프세요?”
사라가 그런 클로드의 손에서 손수건을 부드럽게 빼내 코에 가져다 대며 물었다.
흥, 하고 코를 시원하게 푼 클로드가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이…….”
“클로드 님, 말을 해 줘야 다른 사람이 내 맘을 알 수 있다고 했던 거 기억해요?”
“응.”
“말을 해 줘야 제가 클로드 님이 원하는 게 뭔지 알고 들어줄 수 있어요.”
“…….”
사라의 말에 클로드는 잠시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입을 연 것은 에단이었다.
“누가 혹시 괴롭혔다면 내게 말하렴.”
“……아버지.”
단단한 울림이 느껴지는 자상한 목소리에 클로드가 감동이라도 받은 것처럼 에단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클로드의 얼굴은 뻣뻣하게 굳었다.
“조용히 네 인생에서 지워 주마. 약속할 수 있다.”
“공작님!”
애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저렇게 자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클로드에게 하는 말은 아주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인생에서 지워 준다는 말을 벌써 클로드에게 알려 주고 싶지 않았던 사라는 경악하며 에단을 다그쳤다.
“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마시고 일단 클로드 님 얘기부터 들어요!”
“……알겠습니다.”
에단은 사라의 말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클로드를 보았다.
언제까지고 클로드가 먼저 말해 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 느껴지는 시선이었다.
그게 퍽 안심이 되어서, 클로드는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있잖아……, 혹시 유모 결혼해?”
“네?”
뜬금없는 클로드의 물음에 사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라는 자신도 모르게 에단을 올려다보았다. 에단 또한 클로드의 말에 놀랐는지 사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라, 결혼합니까?”
“제가요?”
졸지에 결혼하게 생긴 사라가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되물었다.
“제가 왜 결혼을 해요?”
“유모가……, 저기 저기 못생긴 아저씨랑 결혼하면 어떡해.”
“못생긴 아저씨가 누구…….”
사라의 기억 속에 벌써 흐릿해져 가는 귀족 남성의 얼굴이 몇 명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에단 암브로시아에 비하면 저 파티장에 있는 모든 남자들은 다 못생긴 아저씨에 불과했기에 누군가를 특정 지어서 떠올리기도 힘들었다.
“유모가 못생긴 아저씨랑 결혼하면 내 유모 못 하잖아.”
“그게 무슨 소리세요. 제가 왜 결혼을 해요, 저는 평생 클로드 님 곁에 있을 건데.”
“그런데 저기 사람들이 다들 유모랑 결혼하고 싶대.”
“네?”
“유모랑 결혼하면 작위도 받고, 또 재산도 받을 수 있대. 그리고 유모가 예뻐서 밤에도…….”
“클로드 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사라가 클로드의 입을 막았다. 경악한 시선이 갈 곳을 잃고 어지럽게 헤맸다.
“클로드, 그 말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 기억하고 있겠지?”
그때 에단이 스산함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물었다. 클로드는 그런 에단을 울먹이는 눈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에단은 잠시 말없이 클로드를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처리하마.”
“뭘 처리해요!”
사라는 진짜 환장할 것만 같은 기분에 애꿎은 드레스 자락만 꾹 움켜쥐었다.
‘저것들이 진짜 애들 다 듣는 곳에서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 거야……!’
다 큰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는 거지!
사라는 귀족들이 일부러 클로드의 옆에서 그런 말들을 흘렸을 거라고 확신했다.
재미 삼아서 아직 어린 아이의 반응을 살펴보려고 툭툭 던졌을 말 때문에 클로드가 이렇게 울음을 터트렸다고 생각하니 이가 다 갈렸다.
“걱정 마세요, 그거 다 헛소리니까.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은 입에 거짓을 올리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거든요.”
“흐으…….”
사라의 말에 클로드는 다시 한번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생각해 보면, 그는 단 한 번도 사라가 제게 와 준 것에 대한 의구심을 품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처음부터 내가 좋다고 했으니까, 나를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곁에 당연히 있어 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여기서 귀족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면서 클로드는 아주 작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밀런 소백작은 아직 젊고 아리따우니까, 얼마든지 부군을 만나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무슨 사정이 있어서 암브로시아 공자의 유모 노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소꿉장난 같은 놀이도 곧 끝이 나겠지요.’
‘친구의 아들이라고 잠깐 돌봐 주는 모양인데. 밀런 소백작의 나이도 이제 딱 결혼해서 자식을 보기 좋은 때잖아요.’
‘무려 밀런 백작가를 이끄실 분께서 이런 일에 많은 시간을 쓰진 않겠지요.’
그들의 말대로 사라는 젊고 예뻤다.
파티장에 들어오면서부터 사라에게 말 한마디 붙여 보고 싶은 청년들과 기사들이 줄을 섰다.
만약 그중에 사라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래서 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사라는 이제 더 이상 클로드만의 유모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내가 유모의 아가가 아니잖아. 유모의 진짜 아가가 생길 거니까.’
그 사실을 이렇게 말하면서 깨닫게 된 클로드는 이제야 자신이 왜 사라와 이야기하고 있던 남자가 거슬렸는지 알 수 있었다.
사라가, 나의 유모가 제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해서. 그래서 싫고 거슬렸던 거였다.
이제 남자만 보면 누구든지 다 유모를 빼앗아 갈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유모를 뺏기기 싫어…….”
다른 사람에게 유모를 빼앗기는 것 따위 정말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