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01
소울 엔터테인먼트 사장실에 백상구 사장이 아침부터 핸드폰을 붙잡고 연신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있다.
“ 야야. 내가 너한테 투자한 게 얼만데. 이럴래 진짜? 그래. 임마. 그 노래 헤나 주지 말라니까. 어차피 노래 어려워서 걔 소화도 못 해. 어어. 아오- 걱정하지 마. 내가 책임진다. 그래. ”
사실 소울 엔터 사장 백상구의 시작은 가수였다. 현재도 간혹 음반을 내는 꽤 굵직한 가수 출신. 따라서 가수 쪽으로 발이 넓고, 입김이 안 닿는 곳이 없었다.
“ 어. 난데. 일전에 헤나한테 주기로 한 곡 말이다. 그거 딴 얘 줘. 뭘 왜야. 왜긴. 보이슨지 나발인지 가수 한번 키워 본 적 없는 곳이던데. 거기서 노래나 제대로 뽑아주겠냐? 어그러질 게 뻔해. 그냥 딴 가수 줘라. 그거. ”
거기다 연기 쪽이라면 강주혁의 이름값이 빛을 발하겠지만, 이쪽은 사정이 달랐다. 보이스프로덕션은 그저 최근 자주 거론되는 제작사일 뿐이었다.
“ 어. 종석아. 너 요즘 곡 돌린다며. 지금쯤 헤나 싱글 준비할 텐데, 걔한텐 주지 마라. 그냥 주지 마. 괜찮아. 절대 주지 마. ”
-툭!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던 소울 엔터 백상구 사장이 핸드폰을 냅다 책상 위에 던지면서 거칠게 혼잣말을 뱉었다.
“ 뭐? 싱글로 가수 활동을 시작해? 지랄. 헤나야. 어디 한번 보자. 니가 싱글로 성공할 수 있는가. ”
같은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주혁이 모두 3층 미팅룸에 모였다는 전화를 받고는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복도 벽면에 자랑스럽게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곤 걸음을 멈췄다.
벽면에는 사장실 정면으로 내 어머니 박점례,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척살 순으로 붙어있었다.
-스윽.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주혁이 잠시간 서서 벽면에 붙은 포스터를 감상하다 짧게 읊조렸다.
“ 이제 3개. ”
그리고 척살 옆 비어있는 액자들로 그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고.
“ 빨리 채워야지. ”
은근하게 미소지으며 3층으로 움직였다.
3층 미팅룸.
보이스프로덕션 3층 미팅룸에 전 직원이 모여있다. 이어서 약 10분 뒤 편한 복장에 헤나와 그녀의 스텝들이 미팅룸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스텝으로는 스케쥴 매니저, 로드매니저, 스타일리스트 2명 그리고 댄스팀 실장 정도였다.
이들 모두 헤나가 이적하면서 소울 엔터테인먼트에서 보이스프로덕션으로 넘어왔다.
주혁은 헤나가 이적하고 정신이 없어서, 직원들을 따로 만나보지 못했기에 사실상 처음 만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헤나와 그녀의 스텝들이 미팅룸으로 들어오자,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따라서 보이스프로덕션 전체 직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 반가워요. 다들 처음 보죠? ”
-스윽.
주혁은 스케쥴 매니저를 시작으로 끝에 서 있는 댄스팀 팀장까지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나눴다.
“ 바, 반갑습니다. ”
“ ······안녕하세요. ”
모두 강주혁을 신기한 듯 쳐다봤다. 충분히 그럴만했다. 강주혁을 실물로는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최근 헤나가 난데없이 보이스프로덕션으로 이적한다는 폭탄 발언을 듣고 더욱 강주혁의 궁금증이 커진 상태였다.
“ 이쪽은 우리 회사 식구들. ”
헤나의 스텝들과 모두 인사를 나눈 강주혁은 이어서 뒤쪽에 서 있는 보이스프로덕션 직원들을 소개 후 의자를 가리켰다.
“ 다들 앉으세요. ”
주혁의 요청에 스텝 포함 직원들 모두 자리에 앉았고, 특히나 헤나는 상석에 앉은 강주혁의 바로 옆자리 의자를 빼내어 살짝 짜증스럽게 앉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주혁이 여유롭게 다리를 꼬았고.
“ 그래서. ”
헤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훼방을 어떻게 놓는 건지 설명해봐요. ”
주혁의 물음에 헤나가 콧잔등을 찡그리면서 짧게 답했다.
“ 곡이 안 들어와요. ”
“ 곡이 안 들어 온다? ”
“ 네. 싱글 곡 주기로 했던 작곡가들이 모조리 연락이 안 돼요! 짜증 나! 이거 무조건 백상구 사장이 약 치고 있는 거예요. 아니고선 전부 이렇게 한 번에 등을 돌릴 수가 없어요. ”
머리를 감싸 쥔 헤나를 바라보던 주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 미안한데. 그쪽 생계를 내가 잘 몰라서. 세상에 작곡가들이 널렸을 텐데, 몇 명 등 돌렸다고 문제가 되는 건가요? ”
대답은 홍혜수 팀장 쪽에서 나왔다.
“ 으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작곡가는 널렸지만, 노래라는 건 결국 가수가 소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판가름 나거든. 왜 그런 거 있잖아. 유명 가수들 인터뷰 보면 ‘대박 터진 노래가 원랜 자기한테 먼저 들어왔지만, 곡이 어려워서 반려했었다’ 같은. ”
설명하던 홍혜수 팀장이 헤나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 즉, 노래가 아무리 좋아도 헤나가 소화하지 못하거나 음악 스타일이 다르면 싱글이 망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다음으로 가는 정규앨범에 막대한 지장이 갈 수 있어. 대중들의 기대감이 팍 떨어지거든. ”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그러니까. 헤나씨와 줄곧 작업하던 작곡가들을 그 백상구라는 전 소속사 사장이 원천봉쇄를 했다는 말이잖아? ”
그때 헤나가 씩씩거리며 끼어들었고.
“ 진짜 나빴죠? 제가 거기서 앨범만 낸 게 4집에다가 드라마까지 엄청 고생했는데! 완전 뒤통수 제대로 맞았어요. ”
팔짱 끼고 있던 추민재 팀장이 거들었다.
“ 옘병. 백상구 그 양반. 다른 쪽은 몰라도 꽤 잘 나가는 가수 출신이라 그 바닥에선 방귀깨나 뀌는 걸로 아는데. 귀찮게 됐네. 아주 죽도록 물고 늘어질 셈인가? ”
-툭툭툭.
추민재 팀장이 말이 끝나자, 주혁은 말없이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에 빠졌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 흘렀고.
“ 그러니까. ”
이윽고 그의 입이 열렸다.
“ 나를 방해하고 있는 거잖아. 백상구라는 양반이. ”
추민재 팀장이 웃었다.
“ 크크. 그렇지. 아주 제대로 물 먹이고 있는 거지. ”
그러자 주혁이 속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며 결론을 던졌다.
“ 그럼 치워야지. ”
강주혁이 중심이 되어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분위기에다 꽤 살벌한 대화가 오가는데도 보이스프로덕션 직원들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주혁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심지어 추민재 팀장이나 홍혜수 팀장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 뭐, 뭐야. 이 분위기. 저런 결정을 이렇게 쉽게. ’
그 모습에 헤나 포함 그녀와 함께 온 스텝들은 적응이 안 되는 듯 보였다.
-팔락, 팔락.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은 수첩을 꺼내 이미 예전에 해결한 미래정보가 적힌 쪽을 펼쳤다.
‘ 이 표절 관련 미래정보. 366일의 사랑부터 파볼까? ’
헤나를 28주, 궁궐에 합류시키기 전, 보이스피싱에서 들렸던 미래정보였다. 헤나가 받은 OST 곡이 외국 가수의 노래와 유사해 표절 가수 낙인이 찍힌다는 정보.
거기다 전 소속사 관계자가 헤나는 표절곡임을 알면서도 녹음에 참여했다는 유언비어로 그녀의 이미지가 바닥을 친다는 내용까지.
그때 당시만 해도 그저 이 OST 곡을 만들어낸 음악 감독과 음악팀이 잘못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상황이 이쯤 되니 여기에도 그 백상구라는 사장이 관여했지 않았을까 싶었다.
‘ 아니, 어쩌면 아예 백상구가 직접 핸들링했을지도. ’
가만히 수첩을 쳐다보며 생각하던 주혁이 헤나에게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 헤나씨. 일전에 OST 표절 사건 말인데. 상황이 어땠어요? ”
“ 아, 그건. OST 만든 음악 감독하고 프로듀서가 확인을 제대로 못 해서 벌어진. ”
헤나가 계속 말하고 있었지만, 주혁의 신경은 이미 수첩으로 옮겨졌다.
‘ 슬쩍 발 빼고 덮었다는 소리 같은데. ’
수첩을 뚫어져라 보던 주혁은 자신이 메모해놓은 미래정보를 한글자 한글자 파악했다.
‘ 어쨌거나 핵심은 표절 OST를 만든 그 음악 감독과 이 유언비어를 퍼트릴 예정이었던 소속사 관계자. 그리고 백상구. ’
대충 결론을 지은 주혁이 다시금 헤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 일단, 알겠어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 전까지는 좀 쉬고 있어요. ”
“ 네? 아, 네. ”
얼결에 대답한 헤나였고, 주혁은 자연스럽게 회의 분위기로 전환했다.
“ 그리고 헤나씨 스케쥴 매니저님 포함 스텝분들은 공식적으론 홍혜수 팀장님 산하로 들어갑니다. 앞으로 헤나씨 관련 문제나 이슈들은 곧장 홍혜수 팀장님한테 전달하세요. ”
“ 네. ”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스케쥴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고.
“ 그리고 직원 충원 말인데. 우리 소속 배우들 로드매니저는 모두 각각 있어야 할 것 같고, 스케쥴은 팀장님들이 정리해서 로드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하자. ”
“ 알았어. ”
“ 그리고 황실장님. ”
“ 예. 사장님. ”
“ 보안팀도 2~3명 정도 추가로 뽑으세요. 정예라기보다 회사 치안을 봐주는 가드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사설 가드 업체랑은 별개로. ”
“ 알겠습니다. ”
주혁이 커피 한 모금을 넘기면서 말을 이었다.
“ 이번 연도 보이스프로덕션에서 제작 들어가는 건 간 큰 여자들 빼고는 없다고 봐도 돼. 이번 달 안으로 직원들 추가로 뽑고, 안정시키는 것에만 치중해줘. ”
지시가 떨어지자 홍혜수 팀장이나 추민재 팀장이 서로 얘기를 나누며 다이어리를 펼쳤다. 그때 주혁이 그들을 쳐다봤다.
“ 그래서 말인데. 지금 좀 급한 스케쥴 있나? ”
“ 어머. 나 있는데. ”
“ 울림 영화사? ”
“ 응. 하영이 말숙이. 내일 도적패 배역 확정 관련으로 거기랑 2차 미팅 있어. ”
주혁이 간단하게 답했다.
“ 그거 내가 가지 뭐. 나한테 토스해줘. ”
“ 고마워~ 사장님. ”
“ 그리고 추민재 팀장님. ”
“ 응? ”
회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헤나를 가리키며 주혁이 입을 열었다.
“ 헤나씨 쪽에 법카 추가로 발급해서 지급해주고, 이번 참에 차도 좀 추가로 사놓자. 헤나씨 활동 전에 회사 차도 지급하고 여분으로 몇 개 더 사. ”
“ 예~예~ ”
“ 그리고 헤나씨. ”
“ 네?! ”
“ 녹음 스튜디오나 음악 작업 할 스튜디오 원하는 곳 있으면 올려요. 계약해 줄게. ”
그러자 헤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 우리 사옥에 안 만들어요? ”
주혁이 웃었다.
“ 만들어도 되는데. 곧 이사 갈지도 모르니까. ”
“ 뭐?! ”
“ 어?? ”
“ 예?! ”
모두가 놀라 자지러졌다.
잠시 뒤.
어느새 미팅룸에는 황실장과 박과장 그리고 강주혁만 남았다.
“ 황실장님. ”
“ 예. ”
“ 사설 가드 업체. 상호는? ”
“ 아, 그냥 보이스가드로 정리했습니다. ”
주혁이 피식했다.
“ 심플하네요. 태신 쪽은 어떻습니까. ”
본론이 나오자 황실장이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 외부나 내부적으로 태신식품이라는 기업은 꽤 괜찮은 기업입니다. 기부도 많이 하고, 기업 이미지 자체도 고객들 상대로는 꽤 좋습니다. ”
“ 그런데요? ”
“ 문제는 거의 박종주 쪽에서 터집니다. 과거 사건들 대부분이 박종주 스캔들에서 시작됩니다. ”
대답을 들은 주혁이 예전 김재황 사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망나니에다 개새끼지. 그래. 태신은 그 새끼가 옥에 티야.’
잠시 생각하던 주혁이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 현재 박종주. 상태는 어떻습니까? ”
“ 일전에 터진 사건 포함해서 법정 공방은 계속하고 있으나, 불구속 상태입니다. ”
“ 그걸로도 부족하다는 건가. ”
그때 박과장이 조용히 손을 들었고.
“ 네. 박과장님. ”
“ 이건 제 추측이긴 합니다만. 그 상주 할머님 작업하려던 사채업 조직 있잖습니까? ”
“ 아아. ”
평소 쾌활하던 박과장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 이래저래 조사를 해봤는데, 자금 흐름이. 아무래도 그 조직 물주가 박종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 ······역시나. 그랬습니까? ”
“ 어? 알고 계셨습니까?! ”
“ 아니. 뭐. 저도 대충 예상만. ”
강주혁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박종주가 눈치채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을 공격한 것 역시 강주혁이라고 판단했을 터였다.
그만큼 최근 강주혁의 행보는 눈에 띄었으니까.
즉, 박종주는 강주혁에게 툭툭 잽을 날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 이렇게 되면 전면전이라는 거지. ’
주혁이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박과장을 불렀다.
“ 박과장님. 일단, 박종주와 그 사채업 조직을 엮어서 확실하게 물증을 찾아보세요. 움직이실 땐 꼭 보이스가드 인원 차출해서 동행하시고. ”
“ 예. ”
“ 그리고 황실장님은 일단, 태진이나 박종주에 손을 떼시고, 다른 건을 먼저 확인해보세요. ”
“ 어떤? ”
이미 메모할 준비를 마친 황실장을 보며 주혁이 헤나와 백상구의 관계, OST를 작업한 음악 감독 등을 설명했고 추가로 헤나의 연락처도 전달했다.
“ 필요하면 헤나씨 연락해서 정보를 얻으세요. ”
“ 박종주 쪽은 괜찮겠습니까? ”
“ 괜찮습니다. 당장은 못 움직일 겁니다. 연말이라 바쁠 테고, 김점숙 할머니 건으로 뭔가 저를 의식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쉽게 못 움직일 거예요. ”
“ 알겠습니다. ”
같은 날 늦은 오후, 사장실.
주혁이 자리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발신자를 확인한 주혁이 짧게 읊조렸다.
“ 모르는 번혼데. ”
이어서 전화를 받는 강주혁.
“ 예. 강주혁입니다. ”
“ 아!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일전에 인사드렸던 송철구 CP입니다. ”
순간 주혁은 WTVM 예능국 CP를 떠올렸다.
“ 하하. CP님. 무슨 일이십니까? ”
“ 네. 다름이 아니라, 저희 오디션 예능 최종 기획안을 지금 사장님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
“ 아-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
“ 저······그리고. 죄송하지만, 미팅을 좀 빠르게 잡을 수 있겠습니까? 시간이 좀 빠듯해서. ”
“ 그렇습니까? 음. 그럼 내일 아침 일찍은 어떠십니까. ”
송철구 CP의 대답은 빨랐다.
“ 무, 물론입니다! 새벽도 가능합니다. ”
“ 아니, 뭐. 새벽은 아니고. 아침 9시 정도면 어떨까 싶어요. ”
“ 알겠습니다! 저희 쪽에서 사장님 회사로 찾아뵙겠습니다! ”
“ 네. 내일 뵙겠습니다. ”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고, 주혁은 곧장 메일에 첨부된 기획서를 확인했다.
-딸깍, 딸깍.
“ 만능엔터테이너? 제목은 좋은데? ”
천천히 기획서를 읽어보던 주혁이 중간쯤부터 얼굴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문구가 있는 모양이었다.
“ 하- 얘네는 안 끼는 곳이 없네. ”
짧게 읊조리며 가만히 노트북 화면을 쳐다보던 주혁이었고.
“ ······흠. ”
-스윽.
이어서 그가 다이어리를 꺼내,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늦은 밤.
WTVM 오디션 예능 건을 처리한 주혁은 다음으로 여기저기서 도착한 초청장을 정리했다.
종류도 제각각이었다.
VIP픽쳐스에서 주최하는 영화인의 밤, 무비트리에서 소소하게 진행하는 파티, WTVM을 포함하여 DBS나 각종 방송국의 초대, 광주시청 등등.
수많은 곳에서 강주혁과 보이스프로덕션을 초대했고, 심지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배우 모임이나 듣도 보도 못한 곳에서도 초청장을 보내왔다.
당연히 해창전자 연말 파티 초청장도 왔다.
주혁은 이 연말 파티야말로 걸러야 할 1순위라고 생각했다.
“ 귀찮은 늙은이들이 드글드글 하겠구만. ”
-툭.
곧장 해창전자 초청장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바닥에는 이미 걸러야 할 초청장들이 즐비했다.
대충 초청장을 바닥에 떨군 주혁이 다시금 다른 초청장을 들어 올리는 순간.
-멈칫.
“ 아니. 잠깐만. ”
무언가 번뜩 떠올랐는지, 그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어서 바닥에 떨어트린 해창전자 초청장을 다시 집어 들어 물끄러미 바라봤다.
“ ······ ”
말없이 초청장을 바라보던 주혁은 느닷없이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집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연결 신호는 길지 않았다.
“ 자네. 이 밤에 무슨 일인가? ”
전화를 받은 장본인은 김재황 사장이었다.
“ 통화 좀 가능하십니까? ”
“ 그래. 괜찮아. ”
“ 제가 해창전자 초청장을 받았는데. 혹시 여기에 태신식품이나 박종주가 옵니까? ”
그러자 김재황 사장이 너털웃음을 뱉었다.
“ 허허헛. 걱정말아. 안 불렀. ”
그때 강주혁이 김재황 사장의 말을 잘라먹었다.
“아니, 박종주를 좀 불러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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