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26
6월 12일 금요일부터 보이스프로덕션이 삼성동 사옥으로 대규모 이사가 감행됐다. 앞으로 보이스프로덕션의 본진으로 사용될 삼성동 사옥 입구에 커다란 간판이 달렸다.
‘Voice production’
건물 지하주차장에는 수많은 벤과 승합차가 즐비했고, 삼성동 사옥 주변으로는 이미 소식을 들은 몇몇 기자들이 건물 전경을 찍어댔다.
『삼성동으로 이사한 ‘보이스프로덕션’, 대형 기획사 반열에 오르나?』
『강주혁의 ‘보이스프로덕션’, 드디어 서울 입성』
심지어 인터넷 방송 BJ들은 건물 주변에서 방송을 진행하거나, 홍보팀장 박기자에게 정식 초대받은 여러 너튜버들은 보이스프로덕션 삼성동 사옥 내부를 촬영해댔다.
“ 여기가 2층! 대충 보니까 녹음실이랑 작업실, 연습실이 있는데, 와- 겁나 넓네? ”
보이스프로덕션 삼성동 사옥 2층은 주로 아티스트들의 작업 공간으로 사용될 층이었고.
“ 이제 3층인데, 여러분 봐봐요. 여기 3층 엄청 넓은데, 3층 전체를 식당과 휴게실로 쓴답니다. 강주혁 사장님 통 큰 것 보소. ”
3층 전체는 직원들 및 소속 아티스트들의 식당과 휴게실로 사용됐다.
“ 4층은 대체로 사무실 느낌이 강하네요. ”
바로 위층인 4층은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제작팀 부서와 매니지먼트팀 부서 등등의 핵심 부서 사무실과 리딩실, 미팅룸 등이 배치됐고.
“ 대망의 5층! 여기가 사장실! 강주혁님 볼 수 있나? ”
5층은 사장실과 보안팀, 홍보팀 그리고 대회의실이 있었다. 이어 너튜버가 복도에 쭉 걸린 포스터들을 하나하나 검지로 찍으며 탄성을 질렀다.
“ 오오! 이거 ‘28주, 궁궐’이네. 이건 ‘척살’이고. 이 영화 진짜 존잼이었죠? 독립영화로 300만 이상 찍은 ‘내 어머니 박점례’도 있고, 아! ‘청순한 멜로’ 이 웹드라마도 여기서 했었구나. 이거 토탈 뷰 1억뷰 찍어서 난리 난 거였잖아요? ”
강주혁이 지낼 사장실부터 복도 끝까지. 보이스프로덕션이. 아니, 강주혁이 손댄 또는 손댈 작품들이 걸려있었다.
영화, 드라마, 예능.
어느새 5층 복도를 전부 장식할 정도였다. 물론, 앞으로 채워질 것이 더 많았다.
같은 날 이른 점심.
삼성동 사옥 5층에 있는 대회의실에 보이스프로덕션의 팀별 전 직원이 모였다. 대망의 첫 출근. 사옥이 삼성동으로 옮겨지고 전 직원이 처음으로 모이는 자리.
핵심인원만 모였음에도 그 수가 적지 않았다.
이미 익숙한 얼굴들도 있고, 뉴페이스도 있었다. 어쨌든 대회의실은 꽤 북적북적했다.
바로 그때.
-끼익.
풀 정장을 차려입은 강주혁이 대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덕분에 앉았던 직원들 전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주혁에게 깍듯한 인사를 던졌고.
“ 사장님. 안녕하세요. ”
“ 안녕하십니까! ”
“ 안녕하세요! ”
주혁은 여유로운 미소로 답했다.
“ 다들 오랜만입니다. 앉으세요. ”
-스윽.
이어 사장인 강주혁이 가장 상석에 앉자, 직원 모두가 엉덩이를 의자에 붙였다. 그 모습에 주혁이 물꼬를 텄다.
“ 다들, 이사한다고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보너스는 확실하게 들어갈 겁니다. ”
그러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졌다.
-짝짝짝!
‘오호!’나 ‘우호호!’ 같은 탄성도 나왔고, 피식한 주혁이 말을 이었다.
“ 오늘 모이라고 한 이유는. 삼성동에서의 첫 출발에 앞서, 내부 개편내용과 전달사항 공유 때문입니다. ”
내부 개편.
즉, 승진이나 부서 변경, 확정 등등. 이미 사내 메신저로 공유가 된 상태였지만, 새로 들어온 인원들이 있으니 주혁은 소개 겸 핵심 인물들을 모았다.
“ 다들 앞에 놓인 파일 펼치시고. ”
-팔락.
주혁의 지시에 모두가 앞에 놓인 투명파일을 펼쳤다. 파일에는 수정된 조직도나 앞으로의 계획 등이 적혀있었다.
“ 먼저, 제작 및 매니지 총괄로 제1부장 추민재 부장님, 제2부장 홍혜수 부장님. ”
-다락.
사장의 소개가 끝나자. 강주혁의 양옆에 앉았던 추민재 부장과 홍혜수 부장이 일어나 전체에게 인사했다.
“ 잘 부탁합니다! ”
“ 우리 잘 지내봐요. ”
둘 다 보기 드문 정장 차림이었다.
“ 두 분 다 제작 총괄이며 매니지로는 추민재 부장님은 배우 쪽, 홍혜수 부장님은 가수 및 방송인 위주로 팀이 나눠질 겁니다. ”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주혁이 개편내용을 계속 읊었다.
“ 매니지먼트 팀은 총 3팀으로 나눠집니다. 제1팀은 가수 및 방송인 전문으로 김수열 팀장님, 제2팀은 배우 전문 김준성 팀장님. 제3팀은 작가, 감독, 작곡가 등을 전문으로 관리하고 민지영 팀장님. ”
곧, 호명된 팀장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수열 팀장이야 뮤직톡스튜디오서부터 봐온 익숙한 인물이었지만, 뉴페이스도 있었다.
제2팀 김준성 팀장은 추민재 부장의 후배였고, 제3팀 민지영 팀장은 홍혜수 부장의 후배였다.
즉, 두 부장이 발굴해낸 인재였다.
“ 다음으로 경호 및 보안팀 황실장님, 박과장님. 그리고 홍보팀 박팀장님. ”
이들 역시, 일어나 인사했고.
“ 제작팀은 총 2팀으로 나눠집니다. 제작 1팀은 영화 및 독립, 애니메이션 등 스크린 전문으로 갈 것이고, 제2팀은 드라마 및 웹, 방송 등으로 진행합니다. 1팀 박건웅 팀장님, 2팀 서경수 팀장님. ”
박건웅 팀장은 강주혁이 흡수한 강필름의 사장이었고, 서경수 팀장은 무비트리의 제작부 실장이었다가, 스카웃 됐다.
이후로도 주혁은 개편된 사항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애초 강주혁이 계획했던 보이스프로덕션 세분화가 현실로 나타난 것.
뭣보다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제작팀이 급격히 늘었다.
최명훈 감독 사단과 김태우 PD 사단, 독립영화팀 사단, 그리고 백번 촬영팀까지. 거기다가 보이스가드가 더욱 탄탄해졌으며 비서팀부터 기본적인 부서가 추가됐고, 인재들이 대거 영입됐다.
“ 투자 부분은 저 혼자 진행합니다. ”
반면, 주혁은 투자부서를 따로 만들지는 않았다. 아직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물론, 전문 세무사나 변호사는 끼고 가야겠지만.
“ 자, 여기까지가 조직 개편 사항이고, 다음 각 부서가 현재 진행 중인. ”
어쨌든 강주혁의 한마디로 서울. 삼성동 사옥에서의 첫 회의가 시작됐다.
2시간 뒤.
전 직원 회의가 끝난 뒤, 이른 오후쯤부터 주혁의 스케쥴은 미팅의 연속이었다. 가장 첫 미팅은 큐애니스튜디오의 김진구와 고진아 작가였다.
-탁!!
방금 발표를 마친 김진구가 미팅룸의 불을 켰다. 그는 이번에도 PPT를 따로 정리하여 나타났다.
“ 여기까지가 제가 조사한 5명의 감독과 3곳의 제작사가 진행한 작품과 손익 표입니다!! ”
“ 흠. ”
나름 검은색 재킷을 차려입고, 발표를 마친 김진구는 꽤 자신 있는 표정이었지만, 주혁은 얼굴이 미묘했다.
물론, 그의 발표는 문제 될 건 없었다.
‘ 전부 좀 미묘한데. ’
미묘한 것은 조사표에 적힌 국내 애니메이션 감독들과 제작사들의 결과였다.
‘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인다만. ’
그렇다고 확 눈에 띄는 결과도 안보였다. 한마디로 뜨뜻미지근했다. 어쨌든 생각을 정리하던 주혁이 아쉬움을 표했다.
“ 뭐,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이 작으니, 인재는 죄다 외국에 나가 있겠군요. ”
“ 그렇습니다. 현실이 그래서,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
다부진 대답을 들은 주혁이 조사표의 감독들을 검지로 찍으며 되물었다.
“ 김진구 PD(프로듀서)님은 어때요? 이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고진아 작가님의 ‘폭풍전야’를 멋들어지게 연출 할 수 있다고 봅니까? ”
“ ······솔직히 아쉽다고 생각하지만, 그 정도 인선이 국내선 최선입니다. ”
최선. 주혁은 이 인선이 최선이라는 현실에 혀를 찼고.
“ 쯧. ”
결론을 던졌다.
“ 일단, 다들 한번 만나나 보죠. 김진구 PD님이 각 감독에 연락 돌려서, 같은 날로 전부 미팅 잡아보세요. ”
이어 늦은 밤.
아직은 새 사무실 냄새가 나는 강주혁의 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퍼졌다.
-똑, 똑, 똑.
“ 네. ”
주혁이 목소리를 내자, 사장실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제작 2팀 서경수 팀장이었다.
“ 아. 앉으세요. ”
팀장의 얼굴을 확인한 주혁이 사장실 내부 자신의 자리 바로 앞에 비치된, 10명은 거뜬히 앉을 수 있는 책상을 찍었고, 서경수 팀장이 어물어물 앉았다.
“ 예. 감사합니다. ”
제작 2팀 서경수 팀장의 표정은 약간 어색해 보였다.
당연했다.
그는 무비트리에서 이적 후, 오늘이 첫 출근이었기 때문.
“ 무비트리에 있을 때랑 비교해서 좀 어때요? 적응은 좀 되셨습니까? ”
“ 하하. 송사장님 표정이 아직도 아른거립니다. 마지막 표정이 좀 미묘했어요. 호통치실 줄 알았는데, 기분 나쁜 웃음 하며. ”
그의 답변에 주혁이 피식했고.
‘ 그 양반. 내 회사로 이적한다는 얘긴 아직 안 했나 보군. ’
제작 2팀 서경수 팀장이 얘기가 딴 길로 샜다고 느꼈는지, ‘아차차’ 정도의 말과 함께 들고 온 투명파일을 주혁에게 깍듯하게 내밀었다.
“ 이미 김앤미디어 측과 1차 협의는 끝난 위시리스트입니다. ”
-팔락.
이어 주혁이 약간은 무심히 투명파일을 펼치며 답했고.
“ 여기에 오른 배우들. 캐스팅 확률이 얼마나 됩니까? ”
의외로 서경수 팀장의 대답은 빨랐다.
“ 80%. 아니, 솔직히 지금 우리 회사상태면 던지면 일단 삼키고 보자는 식이라······ ”
잠시 말끝을 흐린 서경수 팀장이 제작 바닥에 들어와, 단 한 번도 뱉어본 적 없는 말을 던졌다.
“ 이런 대사가 처음이긴 합니다만, 솔직히. 누구든 배우 이름만 대면 캐스팅이 될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지금. ”
덕분에 주혁이 피식하며 서경수 팀장을 보던 시선을 투명파일로 내렸다.
“ 다행이네요. ”
어쨌든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의 1차 캐스팅보드가 완성됐다.
같은 시각. 고급 호텔, 로얄 스위트룸.
늦은 밤. 한눈에 봐도 웅장한 고급 호텔 룸. 침대에는 흰머리는 듬성듬성 보이지만, 대체로 주름은 적은 그럼에도 쉰 살은 넘어 보이는 남자가 누워 있다.
-달칵!
그때 한눈에 봐도 넓어 보이는 화장실에서 흰색 가운을 입은 여자가 머리를 털며 나왔다.
탑여배우 이민정이었다.
“ 오빠. 옷 안 입어? ”
“ ······오늘 자고 갈까. ”
“ 에잉. 오빠. 나나 내일 새벽에 삽 가야 돼. 아침부터 화보 있잖아. ”
“ 그건 잘하고 있냐? ”
“ 당욘하지! 오빠가 나 생일선물로 준건데! ”
-톡톡.
발랄하게 대답한 이민정이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시작했다. 반쯤 진행했을까?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는 중년 남자를 거울을 통해 곁눈질한 이민정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 근데. 오빠. ”
“ 왜. ”
“ 나 이번에 안숙희 작가 꺼 드라마 들어갈 것 같은데. 그쪽에서 좀 간을 보네? ”
“ ······밀어줘? ”
“ 아니. 아니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나 위로해달라구. ”
말과는 정반대인 표정을 짓던 이민정이 기초화장을 마치고, 눈썹을 그리며 말을 이었다.
“ 그런데. 그 드라마 투자가 잘 됐나 몰라. ”
“ ······ ”
누운 남자는 딱히 대답이 없었고, 이민정이 거울로 남자를 다시 곁눈질했다.
“ 아직 배우 캐스팅 단계라 그런가? 투자 얘기가 없어. 근데 오빠. 나아- 그 드라마 해서, 진짜 누구 좀 밟아주고 싶어. ”
“ 누군데? ”
“ 오빠. 강주혁이라고. 알아? ”
“ 알지. ”
-스윽.
그때 내내 누워 있던 중년의 남자가 팬티 바람으로 이민정에게 다가왔고, 곧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살짝 미소지었다.
“ 그러니까, 네가 밟아주고 싶은 놈이 있어. 그래서 그 드라마를 꼭 해야 한다. 그러니까 나더러 그 드라마에 돈을 좀 대라. 이거잖아. ”
“ 아이- 오빠. 그게 아니라~ ”
-사락.
거울을 보며 화장하던 이민정. 그녀의 어깨에 있던 남자의 손이 서서히 움직였다. 그 바람에 아양 떠는 이민정에게 남자가 말했다.
“ 투자는 해줄게. 대신 투자금액은 오늘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
30분 뒤, 보이스프로덕션 삼성동 사옥.
어느새 시간이 밤 10시를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사장실의 불은 여전히 밝게 켜져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 ······흠 ”
주혁이 아직 퇴근하지 않았기 때문.
심지어 그는 오늘 밤을 새울 작정으로 앉아있었다. 삼성동으로 사옥을 이전하며 처리할 일이 좀 늘어버린 탓이었다.
그때였다.
-끼익.
대뜸 사장실의 문이 열렸고.
“ 아아- 사장님 아직 있었네? ”
어느새 아까 입었던 정장 중 재킷과 넥타이가 사라진 채, 흰 셔츠 만 입은 추민재 부장이 문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의 손에는 검은색 다이어리가 끼워져있었다.
이어 긴 한숨을 내쉬며 사장실로 들어오던 추민재 부장이 의자를 끌었다.
“ 후- 회사가 커지면 뭐해. 일이 많아지는데. 분당에 있을 때가 좋았다. 말라 죽는다. 죽어. ”
추민재 부장의 푸념에 피식한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업그레이드된 커피머신기로 움직였다.
“ 안돼. 형. 지금은 말라 죽지도 마. 나중에 해. 나중에. 그래서. 뭐야. ”
-팔락.
주혁이 용건이 뭐냐고 묻자, 추민재 팀장이 다이어리를 펼치며 말을 툭 뱉었다.
“ MBS. 알아보라던 그 시트콤. 확인 끝났다. 이제 뭐, 더 나올 것도 없어. ”
그 순간.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강주혁의 책상 위, 핸드폰이 울렸고.
“ ······ ”
한 손에 커피를 쥔 주혁이 선 채로 핸드폰 액정을 확인했다. 액정에는 익숙한 번호가 표시돼 있었다.
*070-1004-1009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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