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81
8일 목요일 점심 무렵. 강주혁이 5층 회의실을 찾았다. 회의실은 북적였다. 송이사 포함, 해외파트 팀과 김재욱 그리고 김재욱의 스텝들, 보이스가드와 박과장이 앉아 있었다.
“ 몇 시 출발이라고? ”
강주혁이 회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앉아서 ‘화이트 빅 마우스’ 시나리오를 읽고 있는 김재욱에게 묻자, 김재욱이 고개 올려 답했다.
“ 오후 4시 비행기요. ”
“ 4시라······ ”
곧, 손목에 시계를 보던 주혁이 김재욱에게 다시 말했다.
“ 잘하고 와. 헐리웃 배우들 있다고, 쫄지말고. ”
강주혁이 김재욱의 어깨를 툭 치며 미소짓자, 주혁을 올려보는 김재욱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 ······사장님. 딱 도착했는데, 못 움직이면 어떡하죠. ”
“ 최선을 다해서 움직여 봐야지. 별수 있나. 너 옛날에 연기시켜달라고 내 사무실 청소하던 깡 다 어디 갔냐? ”
“ 가서 청소부터 시작하면 좀 나아···질까요? ”
어느새 하얗게 질린 김재욱을 보며 강주혁이 한숨을 픽 쉬었고, 옆에서 해외파트 팀과 스케쥴 확인 중이던 송이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 이사님. ”
“ 어어. ”
“ LA 가서 얘 좀 잘 챙겨줘요. 상태가 영 메롱하네. ”
“ 하하하. 긴장하는 건 당연하지. 영화에서나 볼법한 헐리웃 배우들이랑 하는 미팅인데. 사장님이나 평온하게 돌아댕기겠지. 안 그래도 애가 나이도 어리잖아? 저 반응이 평범한 거야.”
김재욱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유.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 모두 몇 시간 뒤면 LA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기 때문.
무비마운틴 픽쳐스의 공식적인 초대가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송이사는 다른 미션도 수행해야 했다.
그 미션에 관해, 강주혁이 송이사에게 다시 물었다.
“ 며칠 스케쥴로 잡았어요? ”
“ 10일에서 15일 정도. 해외 지사로 쓸 건물을 바로 찾으면 10일 안에 끝나고, 안되면 15일. ”
“ 숙소는? ”
“ 이미 무비마운틴 주변으로 잡았고, 재욱이랑 첫날만 영화사 같이 들어가고, 다음부턴 난 따로 움직일까 한다. ”
“ 괜찮네요. 이사님도 혼자 다니지 말고, 꼭 가드들이랑 다니시고. ”
“ 어어. ”
이렇듯 김재욱과 그의 스텝, 송이사와 해외파트 팀, 박과장과 보이스가드 들은 각각 맡은 임무를 띠고 LA로 출발할 준비를 서둘렀다.
여기서 박과장의 멘탈이 가장 튼튼해 보였고.
“ 미국! 아메리카! LA! 미국은 처음 가보는데, 엄청 떨립니다! 하하하. 미국인은 뭐가 됐든 죄다 크다던데, 진짠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
덕분에 박과장에서 김재욱의 스텝들로 시선을 돌린 주혁이 김재욱의 스케쥴 매니저에게 물었다.
“ 길면 15일 정도 빠지는 건데. 스케쥴 조정은 어떻게 됐어요? ”
“ 옙! 예능 쪽은 이미 몇 주 전에 말해놔서, ‘레시피를 내놔’ 쪽은 사녹(사전녹화)으로 땡겼고, ‘먹방로드’는 게스트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
이어 스케쥴 매니저가 다이어리 한 장을 더 넘기며 말을 이었다.
“ ‘없어졌던 남자’쪽 분량은 이미 다 찍어서, 스케쥴 쪽나는 상황은 없을 것 같습니다! ”
당찬 스케쥴 매니저의 대답을 끝으로, 강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에 모인 모두에게 말을 전했다.
“ 보이스프로덕션에서 진행하는 첫 해외 일정입니다. 다들 잘 부탁드립니다. ”
강주혁이 판을 짠 해외 산업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그 무렵.
넷상에서는 어제 방영했던 시트콤 ‘누나 넷 3대 독자’의 이야기로 뜨거웠다.
『[이슈체크]버려졌던 시트콤 심폐소생술 성공한 MBS, ‘누나 넷 3대 독자’ 시청률 17.6%』
『[TV팩트]또 강주혁이 터트렸다! 대박 난 시트콤 ‘누나 넷 3대 독자’, 알고 보니 강주혁이 메인 투자』
『‘보이스프로덕션’에게 실패는 없다? 강주혁이 점찍은 작품이 계속 성공하는 이유』
-ㅋㅋㅋㅋㅋㅋㅋ나 어제 본방으로 봤는데, ㅅㅂ시트콤이 약빨았더랔ㅋㅋㅋㅋ개웃곀ㅋㅋㅋ
-ㅋㅋㅋㅋ왜지? 왜 난 시트콤 제목만 봤을 뿐인데, 웃음이 나지?
-와….이것도 강주혁이 투자한거임? 작품 보는 눈 진짜 대박이네?
-간만에 MBS가 일 좀 했더라. 순풍 뒤를 잇는 시트콤일 듯!
-궁예질 한번 해본다. 강주혁이 투자한 헐리웃 영화 폭삭 망해서, 주저앉는다. ㅇㅈ?
-여기 댓글 왜 이래? 나만 재미없었나?
-어 너만 재미없었어.
-ㄴㄴ나도 노잼이었음.
-강하영 인생캐릭 만난 듯ㅋㅋㅋㅋㅋ 평소에도 그렇게 방방 뛰는 캐릭터라던데.
-정혜인도 다시 봤음. 되게 냉소적인 마스크라 시트콤 같은 거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찰떡이더라.
이 같은 반응은 방송국 MBS가 죽었던 시트콤을 되살렸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확증이었고.
『10분 편성으로 이례적인 도전이 큰 성공으로, 첫방 시청률 17.6%! ‘누나 넷 3대 독자’ 핫하다!』
10분 편성과 같은 이례적인 도전은 비교적 자유로운 종편이나 케이블만이 아닌, 공중파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거기다가.
-누나 넷 3대 독자[1회]/EP01/ENG SUB
-인기 급상승 동영상 #1
-조회수 881,225회/ 2020. 10. 08
전날이었던 7일 첫 방을 끝내자마자, 제작진이 편집 없이 그대로 너튜브에 올린 ‘누나 넷 3대 독자’ 1회의 조회수가 반나절 만에 80만을 넘어섰다.
덕분에 시트콤 ‘누나 넷 3대 독자’의 성공은 연말이 코앞인 상황에서.
『또 터트렸다! ‘강주혁’의 실패 없는 작품 선택, 대중들 강주혁이 투자한 헐리웃 영화 관심↑』
강주혁의 파급력을 유지 시킬 수 있는 좋은 연료가 된 셈이었다.
같은 날, 몇 시간 뒤. 이른 오후.
MV e&m 본사 주변 고급 한식집. 커다란 VIP룸에 정장을 입은 중년 사내들이 모였다.
긴 나무 탁자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빅엔터테인먼트 진영, 왼쪽은 MV e&m의 매니지먼트 사업본부 진영이었다.
“ 예? ”
그중 흰머리와 검은 머리가 섞인 MV e&m의 매니지먼트 사업본부 이사가 박찬규 사장을 보며 크게 외쳤다.
“ 지금 뭐라고 하신 겁니까?! 그러니까, 배우 트레이드를 하자는. ”
반면, 흰 셔츠에 파란색 넥타이로 멋을 낸 빅엔터의 박찬규 사장은 꽤 담담했다.
“ 하하. 이사님. 트레이드는 너무 거창하고, 그냥 뜻이 맞으면 바꾸자 이겁니다. ”
“ 그게 그 말 아닙니까? ”
“ 뭐, 굳이 따지자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죠. ”
“ 허- 이 무슨 미친 소릴. ”
-스윽.
이어 박찬규 사장이 챙겨온, 아직까지는 빅엔터 소속인 국민 연하남 라이징스타 정태준의 프로필을 탁자 위에 올렸다.
“ 이사님. MV e&m에서도 우리 태준이한테 5년 계약 제안했다면서요? 태준이도 이번 계약 끝나면 들어온 제안 중에서 MV e&m으로 이적하겠다고 하고. 그런데 그렇게 놀라시는 이유가 뭡니까? ”
“ 아니, 그건 남은 계약 1년 반 그거 전부 털고, 오라고 한 거지. 지금 당장이 아니라. ”
“ 그러니까 제가 그 1년 반을 당겨주겠다는 거 아닙니까? ”
“ ······허. 이게 무슨. ”
곧, MV e&m의 매니지먼트 사업본부 이사가 이마를 짚었다. 더불어 따라 나온 직원들이 웅성거렸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이유는 당연했다.
“ 배우 트레이드라니. ”
지금 빅엔터의 사장 박찬규가 라이징스타 정태준과 MV e&m의 무명에 가까운 여배우 유재은을 맞바꾸자는 제안을 던졌기 때문.
곧, 흰머리 검은 머리가 섞인 이사가 의문을 던졌다.
왤까? 어째서 빅엔터의 박찬규 사장은 이렇게 밑지는 장사를 하려는 것인가? 곧, 이 의문들이 이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 좋습니다. 뭐, 트레이드는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군요. 왜 박찬규 사장님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진행하면서 밑지는 장사를 하시려고 하십니까? 혹시···정태준이 무슨 문제라도. ”
반면, 박찬규 사장은 탁자 위 정태준의 프로필을 찍으며 고개를 저었다.
“ 문제없어요. 애초에 대기업인 MV e&m의 매니지먼트 사업본부에서도 태준이를 철저하게 조사한 뒤에 제안했을 것 아닙니까? 제 이름을 걸고, 태준이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다만. ”
“ 다만? ”
“ 제가 곧 회사를. 빅엔터테인먼트를 정리할 예정입니다. ”
순간, 이사가 속으로 ‘옳다구나!’를 외쳤다. 소문으로만 돌던 빅엔터의 몰락이 기정사실이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
“ ······아예 정리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어디 파십니까? ”
“ 거기까진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여튼 회사를 정리하는 시기가 좀 촉박합니다. 류진주씨나 유지석씨는 이미 행선지가 정해졌고, 태준이가 남았습니다. 제가 키운 놈이라, 회사 정리 전에 좋게좋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죠. ”
여기서 박찬규 사장의 얼굴을 쳐다보는 이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 그렇다면 왜 우리 회사의 유재은을 원하시는지? ”
그런데 박찬규 사장의 대답이 의외로 심플했다.
“ 그냥 제2의 류진주를 키워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그 친구 꽤 다재다능하던데요. 영어도 잘하고, 뭣보다 가성비가 좋아요. ”
“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은 정태준을 줄 테니까, 유재은과 웃돈을 좀 얹어달라 이겁니까? ”
“ 하하하. 그렇게 되나요? ”
“ 저희가 거절하면? ”
“ 글쎄요. 거절할 이유가 없지만, 굳이 이사님이 거절하신다면 태준이에게 다른 곳을 제안할 수도 있죠. 그래요. 예를 들어 보이스프로덕션이라던가. ”
“ ······ ”
대뜸 던져진 보이스프로덕션. 덕분에 이사가 한쪽 눈썹을 살짝 추켜세웠다. 대충 흘러가는 얘기가 어떤 얘긴지는 그도 이해했다. 다만, 따라 나온 직원들이 많았다.
즉, 듣는 귀가 많다는 뜻.
‘ 거절이야 쉽지만, 괜히 여기서 배짱 튕겼다가 정태준이 보이스프로덕션에 가서 날아오르면······ ’
최근 대기업 MV e&m에 포함된 모든 사업본부는 보이스프로덕션을 철저하게 견제하는 중이었다. 주 사업인 컨텐츠 제작, 배급 그리고 부 사업인 매니지먼트와 투자 사업본부 등등.
전체 사업에 보이스프로덕션이 바짝 추격 중이었기에.
“ ······흠. ”
이 모든 사업본부가 보이스프로덕션을 견제하는 와중에 관심을 가졌던 라이징스타 정태준을 보이스프로덕션에 뺏긴다면 모든 책임은 이사가 질지도 모를 일.
이쯤 박찬규 사장의 입이 다시 열렸다.
“ 이사님. 모두가 동의한 사안입니다. 우리 태준이나 그리고 사실 유재은씨를 이미 만나, 동의를 구했습니다. 이제 저와 이사님만 남았어요. 모두 합의하면 아무 문제 없이 전부 웃을 수 있는 겁니다. ”
곧, 내내 팔짱을 꼈던 이사가 결심이 선 듯, 박찬규 사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 좋습니다. 긍정적으로 추진해 봅시다. ”
그리고 이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 간단하게 생각해서, 우리 매니지 사업본부가 전혀 밑질 게 없잖아? ’
이 장사에서 MV e&m의 매니지먼트 사업본부는 전혀 밑질 것이 없다고.
이틀 뒤, 10월 10일. 토요일.
보이스프로덕션 광주 사옥에 있는 영화 편집실. 편집실 안은 메케한 공기와 함께, 텁텁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타닥! 탁탁!
그런 와중에 전문 편집기사 3명과 독립영화팀 최철수, 류성원 감독이 수많은 모니터와 키보드들이 나열된 앞에 앉아, 영화 편집이 한창이었다.
“ ······ ”
5명이나 모여있음에도 이들은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마치, 한 곳을 향해 달려가는 경주마같이 자신들에게 맡겨진 일을 수행하기 바빴고.
-스윽.
와중에 살이 더 빠진 최철수 감독이 당장 봐선 무슨 버튼인지 모를, 동그란 버튼을 돌렸다. 그러자 작은 모니터들 뒤쪽에 비치된 커다란 대형 모니터에 영상이 빠르게 돌아갔다.
그쯤 다크서클이 자욱한 류성원 감독이 입을 열었다.
“ 싱크 잘 맞네. ”
“ 어어. ”
꼭 필요한 대화들만 이어가던 이들은 정확히 2시간 동안 말없이 편집 작업을 진행했고, 언뜻 봐선 주식의 주가 변동 그래프처럼 생긴, 컷 분할 표시가 끝을 표시하자, 류성원 감독이 최철수 감독을 불렀다.
“ 철수야. 끝났다. ”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편집기사들도 끼어들었고.
“ 저도. ”
“ 저도요. ”
마지막으로 최철수 감독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뼈가 앙상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표시했다.
“ 이제 잔가지만 남았어. 형. 사장님께 전화 드려. ”
이어 다시금 정면에 배치된 대형 모니터를 보며 최철수 감독이 전투적인 눈빛을 띠며 말을 이었다.
“ 베를린 국제 영화제 출품작. 완성됐다고.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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