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struck a jackpot after a marriage RAW novel - Chapter 113
113 계속 되는 시험
“매제! 마침 잘 왔다!”
“형님이 갑자기 저를 매제라고 부르니까 엄청나게 불안한데요. 이제 슬슬 멕시코로 돌아가 주시면 안 될까요?”
“하하하! 녀석, 농담도!”
“······.”
강산은 오늘 아침에 벌어졌던 일을 전부 잊어버렸다는 듯이 어깨동무를 해왔다. 대충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나는 모든 걸 체념했다.
“그래서 이번엔 뭡니까?”
“혹시 너 라는 게임 아냐?”
“뭐, 대충은요.”
몇 번인가 공대원들의 부탁을 받아서 대리컨을 해줬으니까.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전형적인 P2W(Pay to Win)게임의 선두주자로, 각종 악랄한 방법으로 유저들의 돈을 빼먹기로 유명한 게임.
그럼에도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온갖 비지니스 모델을 채택한 덕에 인기가 상당하다.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십니까?”
“사실 내가 요즘 그 게임에 푹 빠졌거든.”
강산이 최민서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귓속말을 해왔다. 반응을 보니 생각보다 현질을 많이 한 모양인데.
‘···이 양반 재산이 1조 아니던가?’
하루에 나오는 이자만 해도 얼만데. 며칠만 투자해도 어지간한 게임의 랭커는 손쉽게 차지할 금액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최민서의 눈치를 살피는 것을 보니, 우리 형수님께서는 게임에 돈을 쓰는 일 자체를 싫어하시는 모양.
“그래서요?”
“오늘 서버의 운명을 가르는 아주아주 중요한 전투가 있는데 말이야. 혹시 네가 대리컨을 해줄 수 없을까 싶어서.”
“모르긴 몰라도 형님 캐릭터 정도면 일당백일 거 아닙니까? 어지간한 캐릭터는 길드 전체가 몰려들어도 못 잡을 텐데요.”
“···어지간한 놈들이 아니라서 그렇지.”
하아-
강산은 한숨을 내쉬며 설명을 시작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내가 예상했던 대로 그의 캐릭터는 이른바 ‘슈퍼 계정’이었다.
아바타나 소환수 등 유료 재화로 구매할 수 있는 모든 컬렉션을 갖춘 상태였고. 장비도 하나에 수천만 원짜리로 도배됐다.
“···이걸 들고도 못 이긴다고요?”
막말로 어택땅만 찍어놔도 어지간한 헤비유저까지 녹아내릴 전투력인데.
내 표정을 읽었는지 강산이 다급히 설명을 덧붙였다. 들어보니 서버 내 전투력은 자기가 제일 높지만, 길드 평균에서 밀린다고.
“적대 길드 놈들도 만만치 않거든. 나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초고스펙이 상당히 많아. 우리 길드원들로는 맞상대가 어려워.”
“그럼 설마 형님이 지금 ‘반왕’이라고요?”
“···뭐, 그렇지.”
보통 PVP 전투가 중심인 이런 종류의 게임은 3종류의 세력으로 갈리는데, 보통 ‘라인’과 ‘반왕’, 그리고 ‘중립’이라 칭한다.
통상 서버 내 1위 길드(라인)가 필드 전체를 통제하면서 효율 좋은 사냥터와 보스를 독식하고.
반왕은 라인에 반기를 들고 싸우며, 스스로가 라인이 되고자 하는 세력이며.
중립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채 비교적 평화롭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다.
‘···당연히 형님이 라인일 줄 알았는데.’
길드원들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강산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면 평균 이상은 분명할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인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상대 세력이 정말 엄청나다는 뜻인데.
“전체적인 평균치로 놓고 봤을 때는 서로 비등비등해. 아니, 오히려 우리 세력이 점점 상대를 앞지르는 느낌이었지. 그래서 당연히 저번 전투도 이길 줄 알았는데···.”
“그런데요?”
“저쪽에 엄청난 실력자가 나타났거든. 아이디 자체는 예전부터 있던 거지만. 길드의 지원이라도 받았는지 갑자기 스펙업을 빵빵하게 한 것도 모자라, 컨트롤이 어마무시해졌어.”
“흐음···. 용병이로군요.”
“그래.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으득-
강산은 지난 전투에서 진 것이 상당히 분했는지 이를 갈았다. 한때 비슷한 종류의 게임을 했었던 입장에서 이해 못 할 감정도 아니었다.
이쪽은 해당 전투를 위해 투자했던 모든 돈이 공중분해 되는 반면, 승자는 전투의 부산물을 습득하면서 점점 더 격차가 벌릴 테니까.
“형님도 똑같이 맞대응하시겠다는 거군요?”
“그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저쪽에서 용병을 쓴다면 굳이 우리도 정정당당하게 승부할 필요는 없겠지.”
“형님이 하실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시끄럽다.”
광겜 시절의 그를 생각하면 용병을 고용하는 것 정도는 비겁한 축에도 못 꼈다. 본인도 그걸 아는지 얼른 화제를 돌리는 강산.
“그래서 도와줄 거냐?”
“맨입으로요?”
“원하는 게 뭔데.”
“형님이 가진 재산의 절반.”
“이제 내가 아주 만만하지?”
싱긋-
나는 활짝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누가 이 인간을 보고 대한 그룹의 부회장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물론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는 모습과 가족에게 드러내는 모습은 전혀 다를 거다. 아니었다면 진즉 푼수라는 소문이 낫을 테니.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자면 꼭 기분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강산이 나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역으로 저한테 뭘 해주실 수 있습니까?”
“너희 결혼을 적극 찬성하마.”
“그건 당연한 거고요.”
“인마, 그게 왜 당연하냐?”
“20전 20패.”
“···끄응.”
철권의 전적을 언급하자 미간을 찌푸리며 앓는 소리를 내는 강산. 이후 전략을 바꿨는지 다시금 어깨동무를 해왔다.
“우리 사이에 그러기야?”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요?”
“인마, 우리가 어저께도 같이 밥 묵고! 어? 게임도 같이하고. 어? 다했잖아! 여기까지 와서 정말 모르는 척할 거냐?”
이 양반이 어울리지도 않게 10년도 더 된 영화 대사를 따라 하고 앉았네.
마음 같아서는 단칼에 거절하고 싶지만, 잠깐 사이에 미운 정이라도 들었는지 마냥 부탁을 거절하기도 영 그랬다.
“···이리 줘봐요.”
“역시 우리 매제밖에 없다니까!”
“나 참. 만나기 전에는 이런 인간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는데. 괜히 긴장했던 게 손해처럼 느껴질 정도네요.”
“친근해서 좋지?”
“예. 아주 좋아 죽겠습니다.”
크하하-!
비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통 크게 웃어버리는 강산. 이에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강산의 휴대폰을 넘겨받았다.
“그래서 뭘 해드리면 됩니까?”
“1시간 뒤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거야. 거기 참여해서 상대의 주요 캐릭터를 견제해주면 된다. 특히 그 용병 캐릭을.”
“···1시간 뒤요?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떡합니까! 이러면 컴퓨터 하고 캐릭터 세팅할 시간도 부족하잖아요!”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뒀다.”
“예?”
강산은 얼떨떨해하는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집 앞에 웬 거대한 트레일러 한 대가 서 있었다.
눈앞의 상황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는데, 강산의 신호를 받은 수행원들이 트레일러의 문을 열어젖혔다.
“···세상에. 이게 다 뭡니까?”
“뭐긴 뭐야. 남자들의 로망이지.”
강산이 뭔가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으나, 심대한 충격을 받은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겉모습만 봤을 때도 절대로 평범한 트레일러는 아닐 거라고 예상했지만, 내부는 정말 상상 그 이상이었다.
‘···돈 지랄도 정도가 있지.’
차마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는 못했으나. 속으로는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트레일러의 내부는 고급 호텔을 연상케 할 정도로 세련되고 안락한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문제는 그것이 컴퓨터를 비롯한 온갖 게임기가 준비된 일명 ‘게임방’이었다는 것이다.
“어때, 죽이지?”
“···죽이긴 하네요.”
만약 최민서가 이 광경을 보게 된다면 당장이라도 강산의 목을 조르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풍경이었다.
‘에이, 당연히 형수님도 알고 계시겠지.’
상식적으로 이런 공간을 하루아침에 준비할 수도 없을뿐더러, 비밀이었다면 이렇게 대놓고 가져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국내에 체류하는 시간이 비교적 적은 강산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허락해준 거겠지.
분명 그럴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차고 넘치죠.”
솔직히 현실적인 고민을 다 떼어놓고 보면 정말 멋지긴 했다. 남자라면 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 꿈꾼다는 비밀기지를 형상화한 기분이랄까.
트레일러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개조를 통해 최고급 환풍시설과 제습, 온도 조절까지 완벽하게 되어있는 공간.
심지어 한쪽 구석에 있는 냉장고에는 게이머들을 위한 각종 간식과 음료까지 풀세트로 준비되어 있다.
‘···병신같지만 멋있어.’
돈이 썩어 넘쳐나는 부자에게만 허락된 극도의 사치. 가능하다면 나도 한 대 구매하고 싶을 정도의 퀄리티라고나 할까.
강산이 자신 있게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말하는 것도 납득이 되는 대목이었다.
“네가 원한다면 빌려주지.”
“그래도 됩니까!?”
“어차피 나는 주로 해외에서 생활하니까 말이야. 일 년에 한 번이나 쓸까 말까 한 정도고. 같이 다닐 사람도···. 크흠!”
강산이 뒷말을 삼켰다.
적어도 4명은 넉넉하게 놀 수 있을 만한 초대형 트레일러이기 때문에, 한국에는 친구가 없는 그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겠지.
“아무튼 네가 원할 때 언제든 이 트레일러를 빌려준다는 조건이면 대가로 충분하겠지?”
“그 정도면 나쁘지 않네요.”
“좋아! 이제 너만 믿으마!”
사실 딱히 나도 이 트레일러를 사용할 곳은 마땅치 않다만, 그보다는 강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뭣하면 트레일러를 핑계 삼아 같이 놀러 가자고 제안한 다음, 분위기를 봐서 이런저런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원래 중요한 이야기는 쉴 때 나오는 법이지.’
담배 피우는 시간에 나누는 대화라든지, 회식 자리에서 무심코 흘러나오는 정보들이 생각보다 고급스러울 때가 많다.
강산이 굳이 내게 이 트레일러를 보여준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겠지. 겸사겸사 같이 게임 할 사람도 구하면 좋고.
“근데 혹시 남는 캐릭터 있습니까?”
“있기는 한데. 그것보다는 내 캐릭터를 직접 사용하는 게 가장 효율 높지 않겠어? 이래 봬도 전 서버 1위거든.”
“그래서 문제입니다.”
“음? 아···. 그런 건가.”
문제라는 말밖에 꺼내지 않았으나 강산은 당연하다는 듯이 내 말을 이해했다. 확실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대화가 편했다.
‘1위는 보는 눈이 너무 많지.’
대리 컨트롤은 원칙적으로 회사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다. 갑자기 1위의 실력이 오락가락하면 구설수에 오르기가 쉽다.
제일 좋은 방법은 저쪽처럼 적당한 용병 캐릭을 하나 만드는 건데. 그것도 꽤나 많은 투자금이 들어가니 쉬운 일은 아니고.
“게다가 필연적으로 보이스톡까지 하게 될 텐데, 형님이 직접 컨트롤을 안 하시면 아무래도 지휘가 꼬이지 않겠어요?”
“그렇지. 너는 우리 길드원의 성향은커녕 이름조차 모를 테니까. 시간이 촉박한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라는 거구나.”
“맞습니다.”
“흐음···.”
강산이 사뭇 진지해진 눈으로 나를 훑어봤다. 그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머릿속으로 ‘혹시 이것도 시험인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거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전 강산이 보여줬던 눈빛은 이전과는 확연히 느낌이 달랐다.
‘···이거 대충 하면 안 되겠는데?’
위기감지 센서가 발동했다. 오랜 세월 아르바이트와 군대 등을 전전하면서 쌓아온 눈치가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대로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하면 안 된다. 강산은 나에게 그 이상을 원하고 있다. 그런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럼 이대로···.”
“형님, 잠시만요.”
“음?”
“혹시 길드원들의 자료를 가지고 계십니까?”
“그게 무슨 말이지?”
강산이 태연하게 모르는 척 되물었으나,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확신했다. 이건 시험의 연장선이라고.
‘게임은 생각보다 많은 걸 보여주지.’
어떤 게임이든 플레이어가 선택한 직업이나 스킬 트리, 육성 방법 등에 따라 그 사람의 성향이 드러난다.
이는 광겜이나 제우스처럼 모두의 합동이 필요한 게임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특히 지휘자에 따라 공대 전체의 능력이 달라지기에, 공대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내 능력을 제대로 보고 싶다는 거군.’
돈은 충분히 벌었다.
최민서를 통해 나와 강바다의 관계가 단순한 불장난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한 상태. 허나 강산의 눈에는 아직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면.
“말 그대로입니다. 길드원들의 직업이나 스킬트리, 혹은 실제 나이나 성별 등. 제가 그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어떠한 정보라도 좋습니다.”
“분량이 꽤 많을 텐데?”
씨익-
나는 대답 대신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강산의 말은 미리 준비해둔 자료가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으니.
“전부 넘겨주세요.”
“진심이냐?”
“그럼요.”
원한다면 보여줘야지.
내가 누구인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퍼스트킬 공대 의 수장 로키. 백수에 불과했던 내가 어떻게 그 자리를 차지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