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한성태의 팬 사인회가 열리는 소극장의 입구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찰칵찰칵.
일반인만큼이나 많이 몰려온 기자들이 연신 셔터를 눌렀다.
PAN 엔터테인먼트에서 고용한 안전요원들이 아니었다면, 이미 수차례 사고가 났을 정도로 혼잡한 모습이었다.
“……진짜 많네.”
양 떼처럼 몰려든 사람들을 보며 운전석에 앉은 한성태는 탄성을 흘렸다.
이렇게까지 많이 모일 줄 몰랐는데.
100명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 뭐 한다고 저렇게까지 많은 사람이 찾아온 걸까.
이쯤 되니, 사인회 장소를 소극장으로 잡았다는 게 미안해졌다.
한성태가 사람들을 지나쳐 소극장의 뒤편으로 향하는데, 차량 전체가 벨 소리로 가득해졌다.
정두식에게 온 전화다.
“네, 형.”
―지금 어디야?
“저, 소극장 뒤요. 이제 지하로 들어가려고요.”
―용케 무사히 왔다? 지금 밖에 사람 장난 아니던데.
“그래서 따로 움직인 거잖아요. 벤 타고 왔어 봐요. 안에 들어가지도 못했을걸요?”
시야에 들어온 사람들만 백 명이 넘었다.
안전요원이 있다고 해도 그 많은 이원을 감당하기는 힘들 것이다.
―좋은 방법이기는 해. 설마 네가 일반 승용차를 타고 올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
사인회였다.
주인공이어야 하는 사람이기에 일반 차를 타고 올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적었다.
―바로 올라오면 돼. 옷은 갈아입어야 해?
“입고 왔어요.”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따로 받는 것도 아니라서 옷을 입고 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잘했네. 나머지는 올라와서 이야기하자.
“네, 지금 올라가요.”
전화를 끊은 한성태가 차에서 내렸다.
걸음을 옮겨 도착한 대기실에는 정두식과 메이크업 팀원들이 있었다.
한성태는 자연스럽게 화장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오늘 일정 말해줄게.”
그의 뒤에서 정두식이 빠르게 말했다.
한성태는 매니저의 말을 들으며 시선을 옮겼다.
화장대 옆에 모니터 한 대가 놓여 있었고, 화면에서는 소극장의 무대를 비추고 있었다.
“……노래를 부를 거고. 그다음에…….”
뒤에서는 정두식이, 앞에서는 화장품을 든 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째깍.
시간이 흘러, 무대에 한 사람이 올라갔다.
사인회의 진행을 맡은 사회자다.
‘유재혁이랑 친한 개그맨이라고 했지.’
국민 MC를 친구로 둔 사람답게, 그의 진행은 재치 있었고 능숙했다.
―하하하.
그의 진행에 팬들의 웃음이 TV 너머로 들려올 정도다.
한성태도 사회자의 진행을 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이제 그토록 고대하던 순간이 다가왔네요.
사회자의 목소리.
스태프 중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와 가야 한다고 말한다.
때마침 화장도 다 끝난 상황.
한성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잘하고 와.”
“갔다 올게요.”
정두식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한성태는 스태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뚜벅뚜벅.
구두 소리가 복도를 나지막하게 채운다.
무대와 가까워질수록 열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끼익.
문이 열렸다.
와아아아!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적으로 귀가 먹먹해졌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장관이라며 웃음을 흘립니다.] [‘천의 얼굴’이 당신의 표정이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어서 가자며, 당신의 등을 밉니다.]한성태는 팬들과 마주했다.
* * *
김민수는 한성태의 팬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무릎에 올려진 노트북의 two 로고는 그가 기자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한성태! 한성태!”
사방에서 사람들이 배우의 이름을 외쳤다.
그들을 돌아보며 김민수는 헛웃음을 흘렸다.
‘누가 보면 아이돌 사인회장인 줄 알겠어.’
이제 4년 차가 된 배우의 사인회라고 보기 힘든 모습이다.
김민수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슬쩍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본부장: 그 티켓 구한다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본부장: 제대로 특종 못 물어오면 각오해야 할 거야.
그는 스마트폰 전원을 끈 채,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한성태에게 온전히 집중할 때였다.
타닥, 타다닥.
타자를 치는 소리가 그의 주변을 서성거렸다.
와아아!
아까부터 들려오는 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키보드 소리가 묻혔다.
―자, 그럼 이제 배우님을 모실까요?
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무대에 한 사람이 올라왔다.
그의 등장과 동시에 사람들의 환호도 강해졌다.
―(툭툭) 안녕하세요. 한성태입니다.
마이크를 두드리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이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소극장 전체가 떨리는 것 같다.
―제가 준비한 건 별로 없지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사랑해요!
―고마워요. 저도 사랑합니다. 첫 번째로 준비한 건…….
“잘하네.”
김민수는 순순하게 감탄했다.
그가 알기로, 한성태는 사인회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람이라면 처음 하는 일에 당황하거나 실수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데, 한성태는 이 일에 익숙한 사람처럼 능숙하게 사인회를 이끌었다.
심지어, 사람들의 목소리 톤까지 조절하는 모습은 박수를 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건 제가 준비한 노래인데요.
노래까지 잘 부른다.
다재다능도 정도껏이지.
‘저런 애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팬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순간에 빠져들었다.
다 함께 웃어 보아요
이렇게 즐거운 세상
한성태의 목소리가 소극장을 가득 채운다.
타다닥.
노래가 끝나고 나서야 김민수는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었다.
[한성태의 팬 미팅…….]타닥.
[한성태의 팬…….]탁탁탁.
썼던 것을 지웠고.
[사람들의 뜨거운.]타다닥.
새롭게 제목을 써냈다.
사인회도 어느새 마무리되어갈 무렵.
김민수도 기사를 전부 다 썼을 때였다.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서 준비한 게 있어요.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무대 뒤에서 직원들이 상자 더미를 든 채 관객석으로 다가왔다.
상자 하나하나를 개개인에게 나눠주는 그들을 보며 김민수의 눈도 바빠졌다.
“감사합니다.”
그의 손에 올려진 박스 하나.
상당히 부피가 큰데도 불구하고 무게는 별로 나가지 않았다.
‘이게 뭐지?’
가만히 박스를 내려다보는 김민수의 표정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한성태가 준 거라면 평범한 게 아닐 텐데.
“와, 와. 미친! 이게 여기서 나온다고?”
“굿즈잖아! 퀄리티 미쳤네.”
사방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김민수가 황급히 박스의 포장을 풀었다.
그 안에는 최덕수 가면과 렌티큘러, 삽살개 버전 지연우 굿즈가 담겨 있었다.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엄청나다.
굿즈를 내려다보던 그가 키보드에 손을 뻗었다.
툭, 투투툭.
썼던 내용을 지우고.
타다닥.
새로운 내용을 썼다.
써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았다.
* * *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한성태…….] [한성태의 굿즈들을 받은 팬들의 목격담이…….] [완벽한 사인회를 선보인…….]한국 전체가 들썩였다.
한성태의 팬 사인회는 대중들에게 여러 의미로 강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데뷔 후 4년 만에 처음 한 사인회.
배우이면서 수준급의 노래를 불렀고 마지막에 팬들에게 선물해준 굿즈들까지.
하나하나가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기에는 충분했다.
[한성태, 그는 진짜인가?]내 여자 친구가 티켓팅 성공해서 한성태 사인회 갔단 말이지?
입구에서부터 살벌하더라.
백 명밖에 못 들어가는 곳에 수백 명이 모여 있더라.
솔직히 나는 그다지 한성태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거든?
그런데 직접 보니까 이유를 알겠더라.
한성태, 얘는 뭔데 매력이 넘치는 거야.
얼굴도 잘생겼고 멘트도 찰지고 선물도 장난 아님.
팬들은 얼마나 잘 챙기는지 내가 봐도 다 스윗하다가 느낄 정도임.
거기다 마지막에 선물 주는데. 이 선물이 미쳤음.
(사진 첨부)
이게 말이 되냐?
이걸 사비로 백 개나 준비했다는데, 이런 사람을 두고 어떻게 팬이 안 될 수가 있냐.
나 바로 입덕함.
작품 다 찾아봤는데, 미쳤더라.
요즘에는 내가 여자 친구보다 더 한성태를 좋아하는 거 같음.
―온준서: 와, 진짜 너무 부럽다. 한성태 직관한 것도 그렇고, 역조공까지. 굿즈 퀄리티는 뭔데 저렇게까지 좋냐고. 하……. 나도 갔어야 했는데.
―물티슈: 경쟁률이 5200 대 1이었대. 선택받은 사람들만 얻을 수 있다는 거지.
―조명빨리: 박예은이랑 로저스가 올린 게 저거였구나. 어디서 파나 했는데, 이걸 위한 빌드업이었어.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한성태로 시작한 이야기는, 그가 팬들에게 선물한 굿즈로 옮겨졌다.
[연예인한테 역조공 처음 받아 보는데.]우리 성태 오빠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티켓값 52,000원이던데.
이거 굿즈 준비한 거 보면 돈이 훨씬 많이 깨졌을 거 아니에요.
이렇게 역조공을 받게 될 줄 몰랐는데.
진짜 너무 감사하기도 미안하고.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보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 지연우 굿즈 너무 귀엽지 않아요?
(사진 첨부)
포인트를 너무 잘 살리기도 했고. 이 카드도 진짜 너무 멋있고요.
성태 오빠, 이렇게 스윗하기까지 하면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라고.
성태 오빠 팬 되기를 너무 잘한 거 같아요.
―성태맘: 진짜 부럽네요. 저도 티켓팅 했는데, 아쉽게 안 되더라고요. 우리 배우님을 직관했다니. 너무 좋으시겠어요.
―성태포에버: 굿즈가 너무 사랑스럽네요. 특히 저 카드가 너무 좋은 거 같아요.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카드라니……. 가지 못한 게 너무 아쉽네요. 회사에서 저걸 팔아주지는 않겠죠? 팔아주면 너무 좋을 텐데.
―한의침공: 우리 한번 건의해보는 거 어때요? 솔직히 저희가 나서서 말하면 안 만들지 않을 거 같은데. 성태 오빠가 이렇게 잘해줬으면, 회사에서도 일해야죠. 요즘 일 안 했잖아요.
굿즈의 판매를 외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한성태는 그 반응을 모두 살펴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
“하길 너무 잘했네요.”
[‘천의 얼굴’이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사람들의 관심은 마약과도 같다며, 아련한 얼굴로 중얼거립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당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신들이 그를 향해 축하의 말을 건넸다.
한성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돌려 대본을 살펴봤다.
사람들의 반응을 계속 살펴보고 싶지만, 그렇다고 촬영에 집중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사락.
그가 대본을 한 장 넘길 때였다.
우웅.
스마트폰이 울렸다.
―정두식: 성태야, 너 굿즈 팔 생각 있어?
문자를 살펴보는 한성태의 표정이 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