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56)
특성 쌓는 김전사 256화
가르침 –4-
바로 정리와 폐기.
간단해 보이지만 만들기 쉽지 않다.
8레벨이 된 지금, 이 세상에 막 떨어졌을 때처럼 소소하게 청소나 하고 쓰레기나 버려서는 몇 달을 해도 안 되겠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구우웅.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내 개인실에서 함교까지는 코앞.
함교에 들어가자 앉아 있던 장교들이 버둥거리며 일어났다.
“검성님 오셨습니까! 충성!”
덩치는 산만하면서 가장 먼저 경례하는 거수곰.
“왔어요?”
조금 삐딱하지만 어쨌든 경례하는 해골뱀.
“충성!”
“충성!”
반면 각이 칼 같이 잡힌 물고기 인간들.
나는 가볍게 묵례를 하고는 사령관석에 앉았다.
거수곰의 함장석이 바닥으로 꽤 가라앉은 탓에 시야가 방해되지는 않았다.
해골뱀이 내게 슬쩍 다가와 물었다.
“검성 대장님. 호출한 사람들은요?”
“레벨 업 중이야.”
“레벨 업! 진짜요? 어, 잠깐만요. 일곱 명 들어갔잖아요.”
“그 일곱 명 다 승격하고 있어.”
“헙!”
거수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거 축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술 마시죠! 술!”
“술이 그렇게 먹고 싶어?”
“그럼요! 꿀꺽!”
거수곰이 내 골프백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진짜는 그 안의 화수분을 노리는 거지.
더 정확히 말하면 세계수 술을.
나는 한 번 실소하고는 골프백을 뒤적여 세계수 수액을 몇 병 꺼내 던졌다.
“먹고 싶으면 직접 담가 먹어.”
“감사함다!”
거수곰이 희희낙락해서 수액병을 감췄다.
괴물촌에서 무게 잡고 있을 땐 몰랐는데 푼수 덩어리네.
물고기 인간들도 짜게 식은 눈으로 거수곰을 보고 있었다.
해골뱀은 머리 아프다는 듯 이마에 손을 짚었고.
위이이잉.
사령관석 한쪽 단추를 꾹 눌렀다.
내 전면, 함선 통제 기기가 좌우로 갈라진다.
그 안에서 치솟는 조종간 세트.
원래는 조타수가 해야 하지만, 용기사 특성을 고려하여 설치된 기기였다.
조종간에 오른손을 올렸다.
왼쪽에 하늘강 입체 투영도가 떠오른다.
지금은 모두 녹색.
전투 상황에서 피격되거나 고장 나면 노란색 빨간색이 섞여 뜨겠지.
“검성 대장님? 움직이시게요? 적응 기간 갖는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직 아냐. 할 게 있어서.”
조종간을 쥔 채 눈을 감았다.
의식을 투영한다.
하늘강에.
내 육체에서 정신을 떼어 이 거대한 신화적 함선에 이식한다.
[용기사][일체][감응] [마법뇌][성찰][명상]하늘강이 내 몸처럼 느껴진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하늘강의 메인컴퓨터가 내 뇌가 된 듯하다.
컴퓨터 회로에서 잠자고 있던 강의 여신이 깨어 나를 쳐다볼 정도.
[재미있는 일을 하네.] [도와주지 마세요. 제가 직접 해야 합니다.] [핫핫. 그러지.]여신이 조용히 자리를 비켜 주었다.
내 정신이 메인컴퓨터에 이식되고, 온갖 수리적 계산이 빠르게 회로 사이를 오간다.
느껴진다.
하늘강 전체가. 하늘강 내부 전부가.
온갖 감지기를 통해서, 하늘강 구석을 기어가는 개미 한 마리도, 자기들끼리 떠드는 선원들의 목소리도.
“흐아암. 지루하네.”
“그러게. 원정 다닐 때가 좋았지.”
“지구는 언제 돌아간대?”
“몰라.”
“집에 가고 싶다…….”
그들을 살피다가 하늘강 자체에 집중했다.
원래는 황금색 대형 범선이었던 하늘강.
강의 여신이 둥지를 틀고, 세계수가 뿌리 내리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필연적으로 생긴 문제 하나.
‘비효율적이야.’
서우진이 개수했을 때만 해도 괜찮았다.
유명한 함선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설계하고, 설계도를 바탕으로 개수했으니까.
문제는 세계수.
기존 목재를 세계수 가지가 대체한 것까진 좋은데, 과성장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쉽게 말해서 가지치기가 필요했다.
쩌적. 으저적.
“으헉?”
“어어어?”
“뭐, 뭐야! 뭔 일이야!”
하늘강을 정리 정돈한다.
출렁이듯 자라 있는 복도 천장과 바닥을.
필요 이상으로 두꺼워진 격벽을.
외벽 곳곳에 뻗은 가지 뭉치를 꺾고 잘라 내서.
그렇게 가지 친 부분은 하늘강을 움직여 갑판으로 밀어냈다.
하늘강을 리모델링하는 것.
‘힘드네.’
머리가 으깨지는 느낌이다.
슈퍼컴퓨터도 내 뇌도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었다.
마법뇌, 성찰, 명상 중 하나라도 없었으면 불가능했겠지.
마찬가지로 용기사와 일체, 감응을 다 쓰지 않았으면 이렇게 부드러운 자가 개조는 힘들었을 거고.
[과연 전능자구나.]여신이 감탄한 듯이 말했다.
[나도 이렇게 정교하게는 못 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야죠.]최대한 하늘강을 매끄럽게 다듬었다.
한편으로는 압축에 들어간다.
세계수 목재, 분명히 단단하고 질겨서 선체로 쓰기엔 최고의 재룐데 대충 증식해 놓은 게 다 보였거든.
그래서 압축하고 또 압축했다.
대함 미사일을 몇 개나 처맞아도 견디도록.
핵미사일이나 8레벨 초인의 공격이 아닌 한 흠집 하나 나지 않게끔.
꽤 시간이 걸렸다.
골몰하다 정신을 차리니 거수곰이 함장석에서 술을 퍼마시는 게 보였다.
“캬아!”
해골뱀은 옆에서 샐러드를 오물거렸다.
물고기 인간들은 구운 고기를 뜯었고.
내가 함장석에서 망부석처럼 앉아 있어서 자리를 못 비운 모양.
잠깐 정신 연결을 끊고 머리를 뒤로 젖혔다.
“어엇? 검성님?”
거수곰이 급히 술병을 자기 배에 숨겼다.
“여기선 마시지 말고 식당 가서 마셔요. 취하지만 않으면 괜찮으니까.”
“넵! 죄송합니다!”
“다른 분들도 여기서 식사하시지 말고 식당 가서 드세요. 전 신경 쓰지 말고.”
“넵!”
“예엡!”
인간이되 인간이 아니라 그럴까?
평범한 상식은 부족하네.
잠깐 쉬면서 커피 한잔하고 다시 접속.
하늘강을 가지 치면서 얻은 새로운 특성을 적용했다.
[정리]더 쉬웠다.
감응 특성을 뺐는데도 하늘강이 민활하게 움직였다.
내가 지난 하루 동안 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한 것 같다.
거의 절반 이상을 덜어내어 갑판 위에 쌓은 것.
‘이제…….’
[용기사][일체][정리] [지고화][마법뇌][마력혼]불사른다.
갑판 위에서 선원들을 대피하게 하고 지고화를 방사한다.
정리된 세계수 목재 전체에서 황금빛 화염이 일어났다.
삽시간에 불타오르는 세계수 목재.
항공모함 한 척을 만들고도 남을 최고급 재료가 재가 되면서, 특성 획득 조건을 금세 완료했다.
[폐기]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세계수 잿가루를 처분한 다음 생활 계열 특성을 차례대로 장착했다.
그리고 조합.
마력 회로가 질주하듯이 달리다가 하나가 된다.
[우리 집]순간, 전신에 활력이 넘쳤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한다.
레벨 업 후 적응되지 않아 껄끄럽던 감각이 온전히 장착된다.
정신이 이토록 맑을 수가 없다.
꼬물꼬물 피어나는 마력이 육체와 정신을 비로소 일치시킨 것.
[우리 집][우리 집]2중첩하자 더욱 확실해진다.
최소한 며칠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레벨 적응.
셀프 훈련하고 어쩌고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완벽히 준비된 것.
“선생님!”
문이 열리면서 백소린이 들어왔다.
정갈한 마력이 수증기처럼 전신을 맴돌고 있다.
기질이 달라졌네?
예전에는 미친개, 미친 멧돼지를 연상시켰던 백소린이다.
그런데 지금은 평범한 검수로만 보였다.
“축하한다.”
“아하하! 감사해요. 다 선생님 덕분이죠!”
백소린이 아련한 얼굴로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초인탑에서 초인들한테 갑질 당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제가 7레벨 초인이 됐네요.”
“말했잖아. 넌 천재라고.”
“아하하, 천재가 아니라 천살성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도 속속 들어왔다.
쟈네트, 칼리, 서우진, 김철권, 김마법, 김사제.
예외 없이 모두 레벨이 올랐다.
이러면 이거 7레벨만 몇 명이지?
거수곰과 해골뱀, 물고기 인간 다섯까지 합치면 총 11명.
8레벨 1명에 7레벨 11명, 6레벨 수십 명에 5레벨 수백 명 세력이라…….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 세상에 떨어지고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제 1 매립지에서 박박 기던 기억이 이토록 선명한데.
4대 세력만큼은 못 되어도 그 바로 아래 단계쯤은 될 세력을 거느리게 되었다.
“오오, 축하합니다!”
“모두 축하해!”
“요즘 인간들은 성장이 빠르네요.”
“검성님 제자고 부하라 그런 거지.”
“괜히 우리 여신님께서 의탁하신 게 아니야.”
물고기 인간들도 축하한다며 아가미를 흔들었다.
강의 여신이 제어하는 하늘강 내부.
여기서만큼은 누구나 언어가 통했던 것.
나는 빙그레 웃으며 백소린에게 말했다.
“어때? 금의환향할 기분은.”
“금의환향이요?”
“다 깨어났으니 초인탑으로 가서 한꺼번에 인증받을 거다.”
“어…… 그래도 되나요?”
“그럼.”
성녀가 어떻게 나올까?
분명히 내가 8레벨이 되기만 기다렸을 거다.
막 레벨이 올라 레벨 적응하느라 본인보다 약했을 때를.
무력은 약할지라도 그릇으로서는 완성됐을 테니.
‘포기하면 좋겠지만…….’
그럴 리는 없지.
광신도잖아.
자기 몸과 영혼까지 던져 가며 세계를 구원하겠다고 떠드는 진성 광신도.
조금 어려움이 있다고 포기하면 광신도가 아니지.
앞으로 성녀가 둘 수를 추리하며, 제자들과 부하들을 보며 외쳤다.
“집에 가자!”
“와아!”
“집이다!”
“드디어 여기를 벗어난다!”
“으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여긴 진짜 사람 살 곳이 못 돼요!”
모두 환호했다.
인간도 돌연변이도 물고기 인간도.
바로 발진.
대균열을 빠져나와 대한민국 서울로 이동한다.
너무 느리지 않냐고?
그렇다.
내가 용기사를 써도, 강의 여신이 보조해도 하늘강은 느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늘강에는 강력한 장점이 있지.
접으면 된다는 것.
세계수 덕에 생명체도 수납하게 된 하늘강.
주머니에 넣고, 대탈출로 서울 저택에 돌아간 후 다시 꺼내면 그만이다.
내가 생각해도 하늘강은 진짜 사기라니까.
고오오오.
서울 하늘을 뒤덮으며 전진하는 하늘강.
초인탑 한쪽 벽면이 좌르륵 열린다.
옛날.
내가 초인탑에 처음 갔던 그날처럼.
성녀를 맞이하던 것과 똑같이 도개교처럼 내려가 수줍게 내부를 개방한다.
그리고 내가 8레벨 인증을 마친 즉시.
초인탑 전체가 꽃잎처럼 활짝 벌어졌다.
퍼엉! 펑펑!
하늘을 수놓는 마력 무늬.
모든 것이 똑같았다.
1층에 옹기종기 모여서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도.
비행차 위에 서서 날 주시하는 초인들도.
순간이동으로 급히 달려온 마법사들도.
일렁이는 공간 너머 날 주시하는 신들의 눈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 기억 속 장면과 일치했다.
“감축드립니다!”
“20대 초반에 8레벨이라니!”
“인간 승리다, 인간 승리!”
“진짜 다섯 번째 성좌 탄생하는 거 아냐?”
“검성님 만세!”
“아, 이젠 검성이라는 말로도 모자라지!”
“맞아! 미래의 성좌이시잖아!”
“천마 나와!”
몇 달 전 내 예감이 맞았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 별명이 탄생했다.
“검천님 만세!”
“만세!”
검천(劍天).
내 새로운 별명이었다.
* * *
“소란스럽네요.”
종로.
옛 아버지 대신전.
뾰족한 첨탑 가장 높은 곳.
옥좌에 앉아 있던 성녀가 문득 시선을 돌렸다.
세계가 어지럽다.
진리와 운명을 꿰뚫어 보는 심원한 눈에 혼란스럽게 흔들리는 선들이 잡힌다.
육안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비행차와 새들 말고는 조용해야 할 푸른 하늘.
점점이 뜬 구름 아래 성녀도 잘 아는 마력 무늬가 연거푸 새겨지고 있었다.
흑금 갑옷 입은 성기사가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새로운 초월경 초인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의외네요. 어째서 사전에 보고가 들어오지 않은 겁니까? 세상 모든 궁극경 초인은 우리 교단 감시국 눈 아래 있는 거 아니었어요?”
“송구합니다.”
허리가 더욱 굽혀진다.
“감시국 긴급 판단으로는 대균열 안에서 승격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새로운 초월경 초인은 바로 그분. 우리 교단과 이 추악하고 끔찍한 세상의 구원자이시고요.”
“예. 성녀님.”
“하하. 놀랍네요.”
역시 구원자시다.
억겁의 윤회를 거쳐 영혼을 단련하였으며, 지옥 같은 이 지구에서 마침내 신위를 얻고 나서도 승천하지 않고 윤회를 선택하신 그분.
성녀는 믿었다.
구원자께서 결국은 자기 진심을 알아주시라는 걸.
그래서 기꺼웠다.
구원자께서 마침내 8레벨을, 옛 아버지께서 강림하기에 최적의 레벨을 달성하신 것이.
“정말로 오래 기다렸습니다. 정말로 오래.”
몇 년 전이었더라?
은밀한 소식을 접하고 대의식을 진행했던 것이.
생명과 미래와 영혼을 대가로 치른 대의식.
아무 반응이 없어서 절망했었다.
대의식이 실패로 돌아간 줄 알고.
그러나 옛 아버지의 신탁을 받고 8레벨 인증을 받으러 간 자리.
성녀는 희망을 보았다.
혹시나 해서 강제 세례를 진행했다.
그 결과를 보고, 또 계속 주시하면서 확신을 얻었다.
최근 힘이 강해진 옛 아버지의 신탁이 힘을 더해 주었지.
저자가 그분이라고.
성녀가 목표로 삼았던 그분.
옛 아버지가 최고의 그릇이라 지목했던 그분.
세상의 구원자이자 빛이라고.
“준비는 끝났나요?”
“예. 성녀님.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 상황.
예측 못 했던 것은 아니다.
성녀가 아는 그분이라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비록 기억은 없겠지만.
자각조차 없겠지만.
그분은 전생처럼, 이 세상에 살았던 때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성녀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거대 전투 망치와 초대구경 산탄총이 갑옷에 부딪혀 철커덕, 쇳소리를 냈다.
“좋아요.”
전투 망치를 손에 들었다.
불길한 흑금 불꽃이 배고픈 포식자처럼 꿈틀거린다.
왕관처럼 번지는 흑금광을 짊어지고, 성녀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외쳤다.
“봉헌 계획을 시작하겠습니다.”
봉헌 계획.
게임에서는 3천만 인구의 메갈로폴리스, 서울을 통째로 바치는 게 목표였던 계획.
여기서는 달랐다.
김전사가 일으킨 나비 효과로, 봉헌 계획은 서울이 아닌 엉뚱한 곳을 겨누고 있었다.
바로 김전사를.
그리고 그 일보는…….
경기도 어느 한 도시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