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기사 양반?”
그 한마디만으로 주점 내부가 싸늘하게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옆에 앉은 톰과 그 일행들 정도밖에 듣지 못했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으나.
발언의 무게감만은 전혀 작지 않았다.
“음?”
하지만 톰은 오히려 능청맞게 되물으며 바레타를 바라본다.
혹시 자신에게 말한 건지 확인하는 듯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하하.”
자신이 잘못 봤나 생각할 수도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으나 바레타는 고개를 저었다.
“이쪽 일을 하다 보면 이런 방면에 있어서 후각이 꽤나 민감하거든.”
코를 톡톡 두드리며 슬며시 웃어보이는 바레타.
“기사라는 놈들은 뻔한 특징들이 몇 개 있어. 손에 굳은살이 있다거나 덩치가 큰 거 같은 기본적인 거 말고.”
“…….”
“그래서 보통은 보면 알아. 직업상 살아남기 위해서 적이 누구인가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
바레타의 앞에 커다란 맥주잔이 하나 놓인다.
그녀는 그것에 손을 댈 생각도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근데 이런 와중에도 구분하기 힘든 부류가 딱 두 개 있어.”
내려가 있는 손은 언제라도 허리춤의 커틀러스를 뽑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나.
톰은 굳이 반응하지 않고 담담하니 맥주잔을 입에 댈 뿐이었다.
“기사가 된 지 얼마 안 된 신뺑이들. 이것들은 아직 기사 티를 내기엔 많이 부족하지.”
그리고 그 정도의 기사들을 해적여제라 불리는 바레타에게 위협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문제는 두 번째.
“다음은… 워낙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본인들의 분위기 자체를 조절할 수 있는…….”
후 하고 심호흡하며 톰의 덩치에 가려진 두 사람까지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너희 같은 것들.”
“…….”
도로시와 엘빈까지 자연스럽게 둘러싸는 해적들.
하지만 두 사람도 톰과 마찬가지로 별 반응 하지 않으며 맥주를 홀짝이거나 안주인 땅콩을 입에 털어 넣을 뿐이었다.
“그걸 안다면.”
묵직하게 다물고 있던 톰의 입이 열린다.
방금까지 보였던 순박한 남자의 느낌이 아닌 기백만으로 사람을 양단 낼 듯한 묵직함.
“이 거리까지 오면 안 됐을 텐데.”
톰은 자신 있었다.
지금 당장 바레타가 움직이더라도, 그것보다 먼저 제압할 자신이.
“이 정도 거리까지 왔으니까 알아차릴 정도라는 거겠지.”
쓰게 웃으며 바레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 그녀에게 물러남은 없었다. 적의보다도 호기심이 더 강해 보였다.
“그래서 나를 체포하러 오셨나?”
그 질문에는 톰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녀가 누구인지 자세히는 모르니까.
“이거 어떻게 할 거예요?”
슬며시 몸을 기울여 톰에게 속삭이는 도로시.
방금까지 안주로 나온 땅콩을 입에 털어 넣어서 그런지 입가에 부스러기가 한 가득 남아있었다.
“가만히 있어 봐.”
이제부터는 연기.
소위 말해서 뻥을 치며 정보를 뽑아내야 한다.
“겸사겸사.”
“겸사겸사?”
해적이라는 건 일단 확실했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선원들도 그렇고 해적들 특유의 특징들이 아주 잘 들어나고 있었다.
“찾고 있는 게 있다.”
“……흠.”
톰의 말에 바레타는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뭔가 묘한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나를 체포하러 온 게 아니라 나를 통해서 다른 누군가에 대해 알아내려 온 거구나?”
“그렇지.”
“잘못 찾아왔는데. 내가 원래 남들 얘기는 잘 안 하는 편이라.”
능글맞게 웃으며 이제야 앞에 놓인 김이 다 빠진 맥주를 한 모금 마시는 그녀.
그 말에 톰은 일말의 동요도 없이 답했다.
“상관없다. 그러면 그대로 다 같이 처형장에 올라가면 될 뿐이니.”
“크흐흥, 우리 기사님 터프하시네.”
뭐가 그리 재밌는지 헛웃음을 흘리며 바레타는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뭐가 궁금하신가?”
“저니라는 남자에 대해 알고 있나?”
이번만큼은 바레타도 능글맞던 분위기를 살짝 놓을 수밖에 없었다.
당황한 표정을 확인한 톰이 계속 압박해 갔다.
“알고 있군.”
드르륵!
의자를 밀며 그대로 일어선 톰.
거대한 그의 덩치에 포위하고 있던 해적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말해라.”
민간인처럼 보이기 위해 검을 가져오진 않았지만 주먹만으로 충분하다.
난처해진 바레타는 슬쩍 톰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놈은 왜 찾는데?”
“알 필요 없다.”
“흐으음.”
맥주잔을 슬며시 옆으로 밀며 천천히 일어난 바레타.
바레타도 장신이긴 했으나, 아무리 그래도 톰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죽였는데?”
“……?”
이번에는 톰 쪽에서 흐름을 살짝 놓쳐 버렸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 튀어 나온지라 당황한 것.
그 모습에 바레타는 씨익 웃으며 손으로 뭔가를 베는 시늉을 한다.
“뎅겅 목 베어서 죽였어. 그 새끼 때문에 우리 배에 잎담배라고 하는 이상한 물건이 나돌았거든.”
“후.”
예상치 못한 상황이지만 상관없다. 저니가 가지고 있던 정보를 앞에 있는 여인이 가지게 된 걸로 보였으니까.
“그래서 그 잎담배들은 전부 어떻게 했지.”
“폐기했지? 최근에 이 근방에서 화재 크게 났다는 소문 못 들었어?”
오늘 폴탄 해안에 도착했으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아하, 못 들었구나?”
한 차례 대답이 늦어진 걸로 바레타는 곧바로 그가 이 도시에 온지 얼마 안 되었다는 걸 깨달았고.
“이럼 얘기가 달라지지.”
부우웅!
고요하게 그리고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온 한 자루의 나이프.
다만, 그건 앞에 있는 여인이 휘두른 게 아니라 방금까지 맥주를 건네던 주인장의 손에서 벌어진 참극이었다.
“……!”
하지만 톰의 관자놀이를 꿰뚫으려던 나이프는 허공을 가를 뿐 그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흐읍!”
이미 잔뜩 긴장하고 있던 톰은 머리를 뒤로 젖힘과 동시에 눈앞에 나타난 나이프를 쥔 손을 그대로 낚아채며 당긴다.
부웅!
“으어어억!”
카운터에 서 있던 주인장이 뿌리 뽑히듯 쑥 떠오르며 그대로 바닥에 처박힌다.
쾅!
순식간에 기습을 피해내고 제압까지 해낸 성과는 분명 놀라웠으나.
상대는 톰과 싸울 생각 자체가 없었다.
“다음에는 보지 말자고, 수상한 기사들.”
폴탄에 파견 나온 지 얼마 안 됐다고 해도 며칠 전 일어난 사건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을 리가 없다.
정식 기사가 아니라는 것까지 파악을 끝낸 바레타.
그녀는 어느새 밖으로 나가는 문에 선 채로 손만 휘적거리며 빠져 나갔다.
그 외의 그녀의 다른 동료들 역시 창문을 깨며 밖으로 도망치는 상황.
그야말로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이 무슨 바퀴벌레라도 보는 듯했으나.
저런 유려한 움직임이 바로 저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엘빈은 여기서 이놈 구속해라. 도로시랑 내가 쫓는다.”
“알겠습니다.”
“먼저 갑니다!”
기사단에서도 발이 빠른 편인 도로시가 곧바로 바레타의 뒤를 쫓는다.
문을 박차고 나선 도로시.
어느새 주점에서 꽤나 멀찍이 도망간 바레타였으나 도로시의 입가에는 호전적인 미소가 흘러 나왔다.
“빠른데?”
생각보다 빠르긴 했다.
배에서 생활하는 해적이라 지상에서 달릴 일은 적어 보였음에도 저 정도 속도는 분명 놀라웠으나.
“후웁!”
땅을 박차고 치고 나선 도로시.
한 마리의 야생마처럼 달려들자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지기 시작했다.
“미친?!”
실제로 바레타조차 이렇게 빠르게 달라붙을 줄은 몰랐던지라 당혹스러운 탄성을 흘린다.
“밥을 먹었으면 좀 더 빨랐을 텐데!”
아쉬워하기에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
예전 아르가스를 얻었을 당시, 왜 이안이 굳이 그것을 도로시에게 맡기며 도망치라고 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부우우웅!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뒤에서부터 흉흉하니 쫓아들자 바레타는 결국 몸을 틀어 옆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간다.
직선 도로에서 도로시를 뿌리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안일한데?!”
방향을 돌린다고 해서 도로시가 못 따라잡는 건 아니었다.
저쪽이 도시의 지형을 잘 알고 있다고 해도, 도로시는 그것만으로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도로시 역시 몸을 비틀 듯이 그대로 골목 안으로 들어선다.
바레타는 양쪽 벽을 번갈아 가며 차서 옥상으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도로시 역시 마찬가지로 따라붙을 뿐이었다.
바레타가 하는 걸 도로시가 못할 리 없으니까.
오히려 훨씬 능숙하게 따라잡아 거리를 재빠르게 좁힌다.
옥상에 올라선 바레타와 거의 비슷하게 도달한 도로시.
이제 다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도망치는 걸로는 안 된다는 거 알겠어.”
철컥.
그것은 참으로 기묘한 울림을 지니고 있었다.
도로시 인생에 있어 생전 처음 듣는 소리였으나 감각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섬뜩함.
“음?”
“안일해.”
바레타의 손에 들린 건 도로시가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굉장히 희소한 물건으로 특정 장인만이 만들 수 있다는 무기.
화약이 타들어 가는 내음과 함께 폭발적으로 차오르는 마나.
여러 사선을 넘어온 도로시는 본능적으로 저것이 위험하다는 걸 직감했다.
창이나 갑옷이 없다 보니 맨몸으로 맞아야 하는 상황.
도로시는 센스를 발휘해서 지붕 위에 있던 기와를 뜯어내 틀어막았다.
타앙!
발포음이 길게 터져 나오며 탁한 가루와 연기가 퍼진다.
의기양양하게 들고 있는 기와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박살 났고 어느새 그녀의 가슴팍에서 격한 통증이 치고 올라왔다.
“어?”
예상치 못한 위력.
설마 저 조그마한 물건에서 활이나 석궁 이상의 충격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던 도로시.
그녀는 그대로 마나가 되어 사라졌다.
* * *
“음?”
당연하지만 단원들에게 뭔가 이상이 생긴다면 내가 바로 알 수 있다.
지금처럼 애들이 불러서 카드게임을 하는 와중에도 도로시가 역소환 되었다는 걸 바로 느끼는 것처럼.
‘뭐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
아무리 애들이 무기를 챙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역소환 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생각보다 상대가 강하다는 건가?’
도로시라면 톰과 엘빈 팀이다.
도로시의 기행은 예상하기 힘들긴 하지만 톰이라면 분명 잘 억제하고 있을 텐데.
“…….”
게다가 도로시가 평소 먹을 것에 집착하는 면이 있다고 해도.
그래도 은빛사자의 기사다.
임무 중에 먹을 거에 매달려서 이상한 짓을 하진 않았을 게 분명했다.
만약 여기서 추가로 톰과 엘빈까지 역소환된다면?
그건 정말 큰일이었다.
상대가 상당한 실력자라는 뜻이었으니까.
‘답답하네.’
역소환된 것만 알 수 있을 뿐. 지금 단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듣거나 볼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이런 부분도 소환사의 마법으로 해결할 수 없을까 싶었으나.
지금은 어찌할 수 없으니 그냥 잠자코 기다릴 뿐이었다.
“뭐 해, 카드 내놔.”
“아.”
내 옆에 있는 마리아가 카드를 가져오라고 손을 까딱거린다.
애들이 갑자기 나랑 베런의 방으로 몰려와서는 도둑잡기를 하는 중이었다.
귀찮아서 그냥 아무거나 가져가라고 내민 후, 내 옆인 샬롯에게 카드를 뽑으려 했으나.
“나 끝났는데?”
어느새 손에 패가 없는 샬롯.
슬쩍 훑어보니 나와 마리아 말고는 이미 다들 게임이 끝나 있었고.
“아싸아아아아!”
마리아도 방금 내가 카드를 뽑으면서 끝났는지 환호성을 지르며 벌떡 일어난다.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내 손에는 조커 한 장만 우두커니 남아 있었다.
“뭐야, 언제…….”
당황하며 내가 뭔가 말하려던 순간.
퍼억!
내 등을 밀어 차는 마리아.
그리곤 위에 덮어지는 이불.
“야! 지금이 기회야!”
“아싸아! 아싸아! 아싸아!”
“이런 날이 오는 걸 얼마나 기다렸는지!”
누구는 심각한데 이것들은 신이 나서는 나를 향해 발길질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