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Empir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6)
순방을 떠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사실 순방은 엄청 쉬웠다.
미국의 랜드마크나 주요 도시에 찾아가서 ‘오우! 미국 대단해요우!’-라고 몇 번 하고 감탄해주면 끝이었으니까. 지금처럼 말이다.
“솔트레이크 시티라고 했던가? 아담과 이브가 살던 에덴동산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군요.”
“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정말 아름답군. 대한에서도 이만큼 아름다운 곳은 몇 곳 안 될 겁니다.”
내가 칭찬을 아끼지 않자 이런 풍경이 만들어지는데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았을 늙은 시장의 입꼬리가 자꾸만 씰룩거렸다.
주변에 있던 시장의 수행원들과 구경 온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작정하고 감탄하는 반응을 보이자 다들 좋아 죽으려고 했다.
다들 좋아하는 것을 보니 대한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이 심어졌겠지.
그렇다고 내 감탄이 거짓이란 건 아니다.
실제로 아름답기도 했고, 미국이란 나라는 대단한 나라가 맞았으니까.
이 세상의 대한제국은 나의 간섭이 있었기에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다.
내가 없었다면 원 역사의 그 골골대는 망국이 되었겠지. 그에 비해 미국은 아니었다.
미국은 나 같은 존재도 없이 자신들의 힘만으로 고작 수백 년 만에 이토록 빛나게 발전했다.
그 누구도 이뤄내기 힘든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지.
유럽의 기술을 가진 채로 시작하고, 가진 땅과 자원 치트에 가깝다는 점이 있지만. 그걸 잘 활용하는 것도 능력이었다.
그러니 이런 미국과 대한제국이 친해져야 하는 건 당연했다.
“오! 이게 전하께서 듀이 원수와 함께 만든 햄버거군요!”
“맛있지 않소? 이걸 파는 식당들이 생기면 시민들은 값싸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또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하지만 순방만 한 건 아니었다.
틈틈이 각 지역의 시장이나 주지사들과 함께 내가 만든 불고기 버거를 먹으며 준비 중인 듀이 월드를 홍보했다.
이 정도로 홍보했으니 나중에 듀이 월드가 만들어지면 궁금해서라도 찾아오겠지.
그렇게 시장과의 저녁 식사도 무사히 끝낸 후. 나는 마침 근처에 있던 존 브라우닝을 찾아갔다.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50km 떨어진 오그던(Ogden).
밤늦은 시간임에도 허름한 창고 안에서는 시끄러운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새로 만든 총을 조립 중이던 브라우닝이 날 보고 반가워했다.
“전하! 오셨군요!”
“연락받았소. 새로 만들던 권총이 완성되었다고 하셨소?”
저번 백악관의 만남 때 그가 M1911 권총을 만드는 중이란 걸 알게 된 후. 난 브라우닝에게 구매 의사를 밝혔다.
자신의 총이 군용으로 체택되길 바랬던 브라우닝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돌아가자마자 데저트 이글과 함께 M1911 권총 제작을 병행. 얼마 후 M1911이 완성되었다는 연락을 보냈다.
“여기 있습니다. 요청하신 대로 안전장치를 추가하고, 쇼트 리코일 구조로 개선하는 등 요청하신 개선 사항들은 다 고쳤습니다.”
“와아···.”
멋지네. 백 년이 지나도 통할 특유의 심플하면서도 택티컬한 멋에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
거기다 브라우닝이 직접 만든 한정판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니 더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한 번 쏴봐도 되겠소?”
“으음··· 추천해 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어째서요?”
뭐야? 혹시 너무 급하게 만드느라 뭐가 잘못되기라도 한 건가?
쏘다가 총이 폭발할 위험이라도 있나?
하지만 다행히 그런 큰 문제는 아니었다.
“전하께서 총의 반동을 견디기 힘드실 겁니다.”
“쩝. 하긴.”
맞다. 나 아직 11살이지.
아직 어린 몸으로 총을 쏘는 건 조금 무리였다.
뭐 미국에서 내 또래들은 다 총 쏘고 다니지만, 내 신분이 황자다 보니 조심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안 대위가 쏴보게.”
“예 전하.”
내가 총을 건네주자 안중근은 기다렸다는 듯이 권총을 받았다.
안중근 또한 새로운 권총의 성능이 궁금한가 보았다.
근처 사격장으로 온 안중근은 브라우닝의 설명을 들으며 총을 조준했다.
“탄창을 결합한 뒤에 이렇게 슬라이더를 당기면-”
“아, 이런 식으로 장전이 되는군요.”
철컥!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장전 소리와 함께 안중근이 한 손으로 권총을 든 채 표적을 향해 조준했다.
그건 그렇고 예술이네. 권총을 겨눈 안중근이라니.
표적으로 세워둔 양철 바구니 대신에 이토 히로부미가 서있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탕!
그리고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슬라이더가 뒤로 후진하며 시끄러운 격발음이 울려 퍼졌다.
팅!
명중이었다.
눈이 휘둥그레진 안중근이 이내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타타타탕! 탕!
순식간에 탄창에 남은 여섯 발이 모두 발사됐다.
그리고 여섯 발 모두 명중이었다.
철컥!
안중근은 귀신, 아니 총에 홀린 듯 빈 탄창을 빼고 45구경 탄알들이 채워져 있는 새로운 탄창을 장전했다.
타타타타타탕!
이번에는 탄환을 쏟아붓는다고 해야 할 정도로 빠른 사격이었다.
하지만 총은 아무런 이상 없이 총알을 날리며 표적에 모두 명중시켰다.
철컥! 타타타타타탕! 철컥! 타타탕!
한국판 존 윅이라 해야 할까.
안중근은 엄청난 속도로 격발과 장전을 반복하며 표적을 걸레로 만들었다.
그리고 거의 백 발 넘게 발사하면서 단 한 번도 탄 걸림 같은 기능 고장은 일어나지 않았다.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권총을 내려다보며 안중근이 중얼거렸다.
“···엄청나군요.”
짧지만, 모든 걸 담은 감상이었다.
“아쉽네.”
총기 시연을 지켜본 나는 짧게 혀를 찼다.
M1911은 확실히 뛰어난 권총이었다. 어떻게든 대한제국의 것으로 만들고 싶을 만큼.
하지만 아쉽게도 저 권총의 소유권은 콜트 사에게 있었다.
때문에 대한제국의 소유로 만드는 건 힘들었다.
“라이센스나 싼값에 달라고 해야지 뭐.”
다행히도 우리 쪽에는 협상을 유리하게 만들어줄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바로 데저트 이글.
우리 쪽에서 싼값에 데저트 이글의 라이센스를 주는 대신 그쪽에서도 싸게 해달라고 하면 될 거다. 그만큼 데저트 이글은 잘 팔릴 게 분명하거든.
“그리고 이게 이번에 만든 데저트 이글의 프로토타입입니다.”
“오오오!”
브라우닝이 사격장에 들고 온 케이스를 열었다.
무슨 케이스인가 했더니. 그 안에는 백금색을 띄는 데저트 이글이 들어 있었다.
“벌써 다 만든 것이요? 아직 약속한 두 달이 되려면 좀 남았는데?”
“허허. 너무 멋진 총이다 보니 쉬지도 않고 만들게 되더군요.”
역시 존 브라우닝.
대략적인 설계도만 있어도 그게 총이라면 만들 수 있다는 건가?
데저트 이글을 구경하는데 그 옆에 있는 총알들이 보였다.
아까 쏜 45구경 총알보다 탄두 하나 크기만큼 더 긴 총알을 꺼내 들었다.
“이게 새로 만든 44구경 총알인가?”
“예. 44 매그넘(Magnum)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매그넘. 보통 곰을 잡을 때 쓰는 총알이라고도 불리는 탄환이다.
이건 진짜 난 못 쏜다. 지금의 어린 몸으로 쐈다가는 어깨가 나갈 게 분명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안중근이 쏘기로 했다.
철컥!
브라우닝이 표적으로 벽돌을 세워놓고 돌아오자 안중근이 총을 장전했다.
그리고 잠시 조준을 하는 동안 정적이 흐른 후,
······투아아앙!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시끄러울 정도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미쳤군.”
사람 머리통만 한 벽돌이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진 우리에 브라우닝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이 올라갔다.
“곰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사냥을 좋아하는 대통령 각하께서 좋아하시겠군.”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브라우닝은 자신이 이렇게 멋진 총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즐거워 한다면,
난 이걸 팔아 벌게 될 돈 때문이었다.
원래의 데저트 이글은 그 인기에 비해 그리 잘 팔린 총은 아니었다.
M1911처럼 군대나 경찰에서 제식 권총으로 쓰이지 못한 이유가 컸지.
그래서 민수용으로 제작 판매되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를 잘 생각해보면 민수용으로도 많이 팔 수 있다.
야생 곰들이 아직 많은 시대. 아무리 총이 강하다지만 일반적인 총으로는 곰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
평범한 권총으로 쐈다가는 화만 돋울 뿐이다.
머리만 뽑혀 죽을 거, 사지가 뽑힌 다음 머리가 뽑혀 죽게 되겠지.
그런데 한 방에 곰을 잡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권총이 있다? 알 살 수가 없을 거다.
여기에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시어도어한테 선물로 주면 광고 효과도 제대로 되겠지.
사격을 마친 안중근이 총에서 탄창을 분리했다.
“성능만 따지자면 살짝 애매합니다. 하지만 멋과 위력만큼은 그 어떤 총보다 뛰어납니다.”
“흐흐. 군인도 인정할 정도라니 기분이 좋구만.”
하지만 아쉽게도 만든 총을 가져갈 수는 없었다.
아직 보완할 점이 많아 얼마 동안 더 브라우닝에게 맡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다 완성되면 연락하시오.”
“알겠습니다··· 전하. 혹시 그동안 다른 새로운 총을 만드신 건 없으십니까?”
데저트 이글을 거의 다 만들고 나니 또 다른 새로운 총을 만들고 싶어질 걸까.
돌아가려는 내게 브라우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있긴 하오.”
“오오! 이번에도 권총입니까? 아니면 소총? 아니면 산탄? 아니, 상관없습니다! 어떤 총이든 설계도만 있으면 제가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내 대답에 브라우닝의 눈빛이 확 변하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 양반 또 이러네. 숨을 헐떡이며 내게 매달리는 게 또 변태가 됐다.
내가 전 재산을 요구하면 진짜 줄 분위기였다.
천재와 변태는 한 끗 차이라더니. 총과 관련된 일이라면 브라우닝은 둘 다인 것 같았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난 이내 미안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 이상은 국가 기밀이라···.”
“아···.”
국가 기밀이란 말에 브라우닝의 어깨가 축 처졌다.
무슨 산책을 나가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못 나가게 된 강아지 같네.
‘사실 그런 국가 기밀은 없지만.’
그냥 군대에서 총기 분해결합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외운 총의 구조와,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을 통해 인터넷에서 본 영상들로 알게 된 총기 설계도들이 침대 밑에 보관되어 있을 뿐이었다.
난 속으로 씩 웃으며 크게 실망한 브라우닝에게 슬쩍 흘리듯이 말했다.
“대한제국으로 이민을 오면 다 보여줄 수 있을 텐데···.”
“그, 그런가요?”
“대한제국의 연구원이 되면 그런 기밀 정도 쉽게 볼 수 있을 텐데···.”
“으음···.”
“그럼 어떤 곳에서나 쓸 수 있는 최고의 자동소총 설계도도 볼 수 있을 텐데···.”
“······.”
이게 스카우트 제의란 걸 알아차린 브라우닝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얼마 전에 겨우 알게 된 바다 건너에 있는 나라다.
그것도 유럽도 아닌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문화도 다른 아시아의 나라.
그런 나라로 이민이라니. 당연히 바로 답하기 힘들겠지.
하지만 그게 거절을 뜻하진 않았다.
브라우닝은 갈등하고 있었다.
이번 데저트 이글로 브라우닝은 날 무슨 자신의 뮤즈로 여기고 있었다.
나와 함께라면 더 멋진 총도 만들 수 있을 거란 기대에 차있겠지.
그렇기에 갈등했다.
날 따라가서라도 더 멋지고 좋은 총들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쌓아온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더라도.
한참 동안 끙끙거리던 브라우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결정이 나면 연락해주시오.”
안 그러면 보쌈이라도 해서 데려갈 테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