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9
* * *
화르르륵, 화륵-.
뜨겁게 달궈진 화로.
불카로는 땀을 한 바가지씩 흘리고선 세공이 끝난 보석을 바라보았다.
“……아름답군.”
정말 많은 장비를 만들고, 정말 많은 보석을 세공해 왔지만 불카로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과연 진정 자신이 세공한 보석일까?
새까만 보석은 신비하게도 스스로 어둠과도 같은 빛을 뿜어냈다. 세공을 통해 손톱만 한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보석은 수천 개의 무수히 많은 면을 가지고 그 방향대로 빛을 뿜어냈다.
영롱하기 이를 데 없는 그 빛을 바라보는 불카로는 저도 모르게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이런 아름다운 빛을, 그는 언젠가 본 적이 있었다.
‘완성하고 싶군.’
욕심이 생겼다.
이 보석을 이용해 제대로 된 완성품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그저 원석을 세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 힘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그것은 대장장이로서 불카로의 욕심이었다.
‘하지만…….’
불카로는 두꺼운 천에 보석을 올려 고이 접어 넣었다.
“안 되겠지.”
덜, 덜덜-.
불카로는 고개를 들었다.
벽면에 걸어 둔 장비들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콱-.
불카로는 한쪽에 놓아두었던 망치를 손에 쥐었다.
장비를 만들기 위해 두들기던 때와는 다른 감각이 망치를 쥔 팔뚝을 통해 전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불카로는 다리를 절뚝이며 밖으로 나갔다.
“……하필 오늘이군.”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딱 하루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불카로는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 * *
철그럭-.
척-, 척-.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이 행열을 맞춰 움직였다.
빈민가는 혼란에 빠졌다. 다음 층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1층에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도태된 사람들은 그들을 피해 몸을 사렸다.
“이게 다 뭐야?”
“여기 뭔 일 있어?”
창칼로 무장한 플레이어들.
그들의 옷에는 하나같이 올림포스를 상징하는 높은 산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으로, 아가멤논과 함께 붉은 천을 몸에 두른 한 플레이어 가 걸어가고 있었다.
“이런 냄새나는 곳이라니…….”
아가멤논은 빈민가 골목 곳곳에서 풍기는 악취에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못 찾았을 만하군.”
불카로는 허름한 천으로 가려진 한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곳을 가리키며 손짓하자, 뒤따라오던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진영을 갖추기 시작했다.
건물을 에워싼 플레이어들.
그들은 미리부터 창칼과 방패를 꺼내 들고 있었다.
“정말 여기가 확실하냐?”
아가멤논은 의심이 되는지 수하에게 물었다.
그러자 가까이 다가온 수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파랗게 변한 눈을 빛냈다.
“네. 확실합니다.”
“……그래?”
의심의 눈초리.
절뚝, 절뚝-.
하지만 곧, 아가멤논은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맞는 것 같군.”
절뚝-.
입구를 가린 천막을 걷으며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남자가 밖으로 나왔다.
한 손에는 망치를 든 남자는 제대로 된 장비도 갖추지 않고 있었다. 그가 가진 아이템이라고는 대장장이들이나 쓸 법한 쇠망치 하나가 전부였다.
“동네 시끄럽게, 여기까지 무슨 볼일들이신가?”
“몰라서 묻는 건 아닐 텐데?”
척-.
아가멤논은 칼끝을 불카로의 목에 겨누었다.
“죄인, 헤파이스토스여.”
아가멤논의 말에 공방을 포위하고 있던 올림포스의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렸다.
“헤파이스토스?”
“그 올림포스의 대장장이?”
“분명 무기를 만들기를 거부하고, 올림포스의 재산을 가지고 도망쳤다고…….”
언뜻 소문은 돌고 있었다.
이번 임무가 헤파이스토스의 생포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아가멤논의 입으로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들의 표정은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래, 랭커를 우리가 어떻게 잡아?”
“아무리 숫자가 많다지만…….”
헤파이스토스.
올림포스를 대표하는, 아니 이 탑을 대표하는 최고의 대장장이.
그는 대장장이이기 이전에 탑의 정상에 오른 랭커이기도 했다.
반면, 아가멤논과 함께 온 사람들은 대부분 10층도 채 공략하지 못한 하층의 플레이어들.
숫자가 차이가 난다 해도, 전력의 격차가 너무 컸다.
“걱정하지 마라. 랭커는 1층에서 상당한 힘의 제약을 받으니까.”
“뭐라? 내가 그놈들 재산을 가지고 도망쳐?”
어이없다는 듯한 헛웃음.
쾅-!
웅, 웅웅웅-.
불카로, 아니 헤파이스토스의 망치가 빈 허공을 때렸다.
대기를 내려친 망치는 무식한 소리를 내며 몰려든 플레이어들의 고막을 흔들었다.
실로 무시무시한 굉음.
헤파이스토스.
그의 힘이 사방을 진동시켰다.
“웃기는 소리 말고 다 와라. 머리를 싹 다 터트려 줄 테니.”
그 위용에 공방을 둘러싼 플레이어들이 하나둘씩 뒷걸음질을 쳤다.
저 망치에 얻어맞으면 머리뿐만 아니라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가멤논은 그런 헤파이스토스의 행동에 오히려 비웃음을 지었다.
“하늘의 권좌께 벌을 받아, 한쪽 다리를 절게 된 랭커. 벌거벗은 듯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네까짓 게, 과연 랭커라고 말할 수나 있을까?”
아가멤논의 말에 수하들은 헤파이스토스의 다리를 살펴보았다.
확실히, 그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절음발이였다.
방금 전에 공방에서 밖으로 나올 때도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였다.
“게다가…….”
펄럭-.
아가멤논의 눈짓에 그의 옆에 있던 붉은 천을 몸에 두른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랭커라면 우리 쪽에도 있거든.”
주홍빛의 눈에 불처럼 붉은 머리카락.
그와 대조되는 새하얀 피부.
몸에 두른 붉은 천.
“……크리세스?”
남자를 알아본 헤파이스토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크리세스.
올림포스의 하이랭커, 아폴론의 스폰을 받으며 탑을 오른 플레이어.
그는 올림포스 내에서도 꽤 알려진 루키였다. 헤파이스토스 역시 그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랭커가 된 건가?”
“당신과 싸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화르르륵-.
크리세스는 손을 뻗어 붉은 창을 만들었다.
헤파이스토스는 침음을 흘렸다. 설마하니 자신을 잡겠다고 올림포스에서 랭커까지 데리고 왔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1층에서 랭커까지 개입해 난리를 친다면 ‘패널티’가 장난이 아닐 텐데?”
상위 층계의 플레이어들은 아래층에서 힘의 제약을 받는다. 또한, 그렇게 제약을 받은 힘마저도 아래층에서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패널티’가 가해졌다.
심할 경우 층의 관리자가 직접 나서 제제를 가할 정도.
“그건 상관없습니다. 저도 랭커이지만 헤파이스토스, 당신도 랭커 아닙니까?”
크리세스의 대답에 헤파이스토스의 미간이 좁혀졌다.
확실히 아무리 크리세스가 1층에서 힘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같은 랭커인 헤파이스토스에게 향한 것.
다른 건 몰라도 패널티에 대한 제약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건 없을 것이다.
“하여튼. 잔대가리 하나는 잘들 돌아가는군.”
치이이이-.
헤파이스토스의 몸이 붉게 달아오르고, 그의 안광이 시퍼런빛을 뿜어냈다.
막대한 마나가 뜨거운 열기로 변해 헤파이스토스의 주위에 이글거렸다.
꿀꺽-.
고조된 긴장감.
부웅-.
헤파이스토스는 망치를 허공에 휘저으며 입을 열었다.
“……와라.”
* * *
콰앙, 쾅-!
화르르륵, 퍼펑-!
망치가 허공을 때리고, 불길이 사방을 뒤덮었다.
플레이어들은 시체가 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헤파이스토스와 크리세스, 두 사람의 싸움으로 사방은 이미 온통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당신을 존경했습니다.”
콰앙-!
불길이 이글거리는 크리세스의 손이 헤파이스토스의 망치를 움켜잡았다.
“수천 년도 전에 랭커가 되었음에도 당신은 더 큰 힘을 바라는 대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칼 대신 망치를 쥐셨죠.”
“고작 그게 날 존경한 이유냐?”
치이이이-.
망치는 더욱 뜨겁게 달궈졌다.
불을 다루는 크리세스의 손조차 익을 만큼 뜨거운 열이었다. 크리세스는 결국 망치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손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촤라라락-.
떠엉-!
무수히 많은 화살과 투척용 창들이 날아왔다. 헤파이스토스는 망치를 휘둘러 날아온 무기들을 쳐 냈다.
퍽, 퍼퍼퍼퍽-!
튕겨진 창과 화살들이 크리세스의 몸에 박혀들었다.
“크으음…….”
크리세스는 비명을 입 안에 억누르며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이윽고.
부우웅-.
콰지직, 쩌어어-!
헤파이스토스의 망치가 반대편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있는 방향을 후려쳤다.
우지끈-!
퍼억, 퍽-!
대기를 후려친 충격파에 플레이어들의 머리가 터져 나가고, 갑옷이 우그러지며 몸이 짓이겨졌다.
“커억!”
“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플레이어들.
푸슉-!
그 여파로 헤파이스토스의 몸에서는 핏물이 뿜어져 튀어 올랐다.
탑의 패널티(penalty)였다.
제아무리 저들이 먼저 선공을 취하고 적대시 했다고는 하나, 그들은 헤파이스토스보다 훨씬 아래층의 플레이어들.
어쨌거나 그들을 공격한 이상, 많든 적든 헤파이스토스의 몸에는 탑의 패널티가 적용될 수밖에 없었다.
“크음…….”
헤파이스토스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한쪽 다리가 불편한데, 1층의 패널티까지 가해지니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워진 것이다.
크리세스는 몸에 박힌 화살과 창을 뽑아내고는 다시금 헤파이스토스를 향해 다가갔다.
“신념에 따라 힘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게, 랭커가 되었음에도 그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었다는 게 존경스러웠습니다.”
적대심이 없는 눈빛.
하지만 그의 손에는 어느새 다시금 붉은빛으로 이글거리는 불꽃의 창이 쥐어져 있었다.
“그래서 저는…….”
“집어치워라.”
웅, 웅웅-.
비틀거리던 헤파이스토스의 망치가 울음을 흘렸다.
대기가 흔들릴 정도의 진동이었다. 크리세스는 본능적으로 이번 일격이 이 싸움의 마지막 장임을 직감했다.
“……저는,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화르르륵-.
크리세스는 온몸에 불길을 둘렀다.
땅이 익어 녹아 버릴 정도의 열기.
이윽고 사방은 크리세스와 헤파이스토스의 마나로 가득 찼다. 절뚝이는 다리를 이끌고 헤파이스토스가 크리세스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그 순간.
팟-.
크리세스의 신형이 불길로 변해, 하나의 전차처럼 헤파이스토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찌이이잉-.
투화악-!
마나와 마나의 충돌.
“피, 피해라-!”
“말려든다!”
그로 인해 사방의 플레이어들의 몸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같은 화(火) 속성의 마나를 가진 두 사람의 충돌은 주위의 대기를 까맣게 태웠다.
꿀꺽-.
아가멤논은 침을 삼켰다.
‘결과는…….’
치이이이-.
불길은 점차 사라졌다.
불꽃의 이글거림과 연기가 서서히 걷히자, 충돌의 결과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가멤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쩍, 쩌적-.
헤파이스토스.
그의 팔이, 서서히 돌처럼 진흙 빛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 방…… 패…….”
“당신이 만든 거였지요.”
치치치-.
불길에 휩싸여져 있던 크리세스의 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메두사의 머리가 그려진 쇠방패.
“아이기스(Aegis)입니다. 레플리카(replica – 복제품)에 불과하나, 지친 당신을 속박하기엔 부족하지 않을 겁니다.”
쩌적, 쩌저저-.
헤파이스토스의 몸이 완전히 돌처럼 변했다.
올림포스 최강의 속박용 아이템.
아이기스는 최강의 방패이면서, 동시에 괴물 메두사의 힘이 깃든 아이템이었다. 그로 인해 지친 헤파이스토스는 방패의 힘에 의해 몸이 돌로 변해 굳어졌다.
쿵-.
한쪽 발을 절던 헤파이스토스는 몸이 돌로 굳어지자 금방 옆으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아가멤논은 희열에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끝…… 났군.”
백 명이 넘는 희생자.
그리고 중상을 입은 크리세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어쨌거나, 죄인 헤파이스토스를 사로잡았으니까.
“끌고 가.”
아가멤논의 명령에 물러나 있던 수하들이 대답과 함께 몸이 굳어진 헤파이스토스를 향해 다가갔다.
그때였다.
“그건 안 되겠는데.”
피잇-.
갑작스럽게 뛰어는 한 명의 플레이어에 의해, 헤파이스토스를 향해 다가가던 수하들의 발목이 잘려 나간 것은.
촤아악-!
“아아아악!”
두 명의 발목이 깔끔한 단면으로 잘려 나갔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른 수하들을 보며, 아가멤논이 눈을 부릅떴다.
“네놈…….”
두 명의 랭커와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이 싸우는 이 큰 전장에 홀로 뛰어든 겁 없는 한 명.
휙-.
“이 귀한 곳에 누추한 분들께서 무슨 일이시지?”
신규 플레이어.
유원이 그들의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