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10
* * *
웅, 웅웅, 웅웅웅-.
아수라의 검이 공명을 만들었다.
네 자루의 검이 떨리며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두 얼굴에는 이미 광기에 찬 웃음이 가득해 있었다.
“아수라!”
그런 아수라의 반응에 사자왕이 놀라 소리쳤다.
지금 아수라가 사용하려는 스킬의 정체를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헤라클레스 역시 마찬가지.
“벌써 정신줄을 놨군.”
저런 상태의 아수라를 말릴 방법은 없었다.
휘말리지 않도록 막아 내는 수밖에.
스윽-.
헤라클레스가 앞으로 나섰다.
팀원들과 아수라의 사이.
몸으로 아수라의 스킬을 막아 낼 생각이었다.
[아수라파천검(阿修羅破天劍)]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
붉은 물결이 외신들을 휩쓸고, 나아가 던전의 모든 걸 베어 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쿵-!
헤라클레스가 아수라의 스킬의 앞을 막은 채, 몸을 활짝 폈다.
그렇게 붉은 물결이 헤라클레스를 덮쳐 오는 순간.
쏴아아-.
기분 좋은 시원한 감촉이 헤라클레스의 앞에서 느껴졌다.
콰우우우-!
푸른 물결과 붉은 칼바람이 부딪쳤다. 아수라의 검격은 헤라클레스의 앞에 나타난 파도를 베어 내며 위력이 사라져 갔다.
고개를 돌려 유원을 돌아보는 헤라클레스.
이 시원한 느낌은 역시 익숙했다.
‘이번엔 포세이돈 큰아버지인가.’
방어에 있어서만큼은 삼신 중 최고로 꼽혔던 이가 바로 포세이돈이었다.
쏴아아아-.
아수라의 검격을 막아 낸 파도가 아래로 가라앉았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물은 금세 증발되듯 흩어졌다.
팀원들의 시선이 유원에게 집중되고.
“잠시 쉬었다 가지.”
공략을 시작한 이후 처음, 유원이 의견을 제시했다.
“또?”
자신은 아직 팔팔하다는 듯한 사자왕의 반문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쉬었다 가야 한다.”
“……?”
유원은 멀쩡해 보였다.
아니, 멀쩡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대부분의 싸움은 헤라클레스와 사자왕, 그리고 아수라가 다 했으니까.
유원이 한 일이라고는 뒤쪽에서 몇 번 창을 던지고 방금 아수라의 검격으로부터 팀원들을 보호한 게 전부였다.
“그러자고, 그럼.”
턱-.
헤라클레스가 사자왕의 어깨를 짚었다.
“가자.”
“친한 척하지 마라.”
전면에 서 있던 헤라클레스와 사자왕이 돌아왔다.
칼리는 말없이 뒤돌았고, 지크프리트와 아수라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뭘 하려는 거지?”
옆을 지나치던 아수라의 말이었다.
그는 방금 전 싸움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아수라는 싸움에 미친 녀석이었다.
싸움을 즐기는 것만 놓고 보면 아마 손오공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켜봐라.”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려는 거라면…….”
“어차피 곧 질리도록 싸울 수 있을 거다.”
스윽-.
유원의 눈이 아수라를 노려보았다.
“그땐 아까처럼 미쳐 날뛰지 말고, 포지션 잘 지켜.”
“미쳐날 뛰었다고?”
“이번에도 또 그런 식으로 싸우면.”
콱-.
유원이 아수라의 어깨를 잡았다.
“그땐 전멸이다.”
“……?”
위협적인 유원의 반응에 아수라는 도리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체 뭣 때문에 유원이 이렇게 반응하나 싶어서였다.
의아함도 잠시.
아수라는 곧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뭔진 모르겠지만 이제 좀 몸이 풀렸는데 쓸데없는 이유로 방해한 거라면 그냥은 안 넘어갈 거다.”
“걱정하지 마라.”
저벅-.
유원은 한 자리에 모인 팀원들 가운데, 한 명을 향해 걸어갔다.
“곧 질리도록 싸울 수 있을 테니.”
“……?”
눈이 마주친 지크프리트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직 손에는 그람과 발뭉을 쥐고 있던 그는 유원의 눈에 떠오른 붉은 눈동자를 보며 물었다.
“화안금정…… 인가?”
화륵-.
화안금정이 몸을 관통해 지나쳐 간다. 몸이 발가벗겨져 모든 걸 꿰뚫리는 기분은 가히 좋지 않았다.
그 눈에 다른 일행들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
“화안금정?”
“뭐야, 김유원이 어떻게?”
“……뭔가 달라지긴 했더니만.”
아수라가 놀라고, 사자왕이 어리둥절해 했다.
다소 놀람이 적은 건 칼리였다.
둥지에 들어온 내내, 그녀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유원을 관찰하고 있었다. 아마도 팀원들 가운데서 유원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눈치챈 게 그녀일 것이다.
“김유원이 아니라 손오공이었군.”
무언가 깊은 고민 끝에 사자왕이 던진 말.
손오공은 화안금정 외에 타인으로 변신할 수 있는 스킬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잘 쓰지는 않았다. 변신한 대상의 신체에 적응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 데다 변신 직후 전투력이 급감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사자왕은 유원이 손오공일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탑에 화안금정을 지닌 건 손오공뿐이었으니 말이다.
“뭐냐? 그럼 포지션이 꼬이잖아? 그래서 부른…….”
“손오공이 아니라 김유원이다.”
헤라클레스의 설명에 사자왕이 고개를 돌렸다.
넌 뭐 아는 게 있냐는 듯한 표정.
“한 가지 방법은 있지.”
“방법?”
“시계태엽 말이다.”
아수라도 눈치챈 사실.
이상하게 느끼고 있던 건 헤라클레스만이 아니었다. 대놓고 물어보진 않았더라도 다른 일행들 역시 유원의 변화를 의식하고는 있었다.
그리고 지금.
화안금정을 통해 확신을 한 모양이었다.
“시, 시계태엽?”
그리고 그건, 사자왕 역시 마찬가지.
상대적으로 일행에 늦게 합류한 그는 시계태엽에 대해 어렴풋이 들은 게 전부였다.
시간을 역행해 돌아갈 수 있다는 아이템.
제아무리 크로노스가 있다 해도 사자왕은 그것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진짜 만들었다고?”
유원은 그런 팀원들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시계태엽이라…….”
꾸욱-.
그람과 발뭉을 쥔 지크프리트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결국 성공했나 보군. 그런데? 왜 그 눈으로 날 보고 있는 거지?”
“한 번에 알아보기는 어렵더라고.”
이곳에 있는 모두는 최상위 랭킹을 지닌 하이랭커들.
제아무리 화안금정이 있다지만 그들의 속을 꿰뚫어 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아직 이 눈에는 그 녀석만큼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말이지.”
현재 유원의 화안금정은 손오공의 것만큼 뛰어나지 않았다.
손오공의 화안금정은 오딘을 비롯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를 꿰뚫어 보았다.
오죽하면 손오공 앞에서 거짓을 말하면 열에 아홉은 들킬 정도니, 손오공은 일부러 친한 사람에게는 화안금정을 사용하지 않았다.
사람의 속을 꿰뚫어 보는 것만큼 재미없는 것도 없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유원은 이 자리에 손오공이 있었더라면 하고 생각했다.
“여기 있는 전부를 알아보는 건 어려웠다. 하지만 한두 명 정도는 이야기가 다르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지크프리트는 어디 있지?”
“뭐?”
놀란 사자왕이 지크프리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미 지크프리트가 없었다.
“어디 갔…….”
쩡-!
웅, 웅웅웅웅-.
둥지를 울리는 단단한 쇳소리.
사자왕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위협적인 살기를 느낀 그는 반사적으로 주먹을 들어 올리며 기다란 손톱을 뽑아 들었다.
그렇게 고개를 돌린 곳에는.
“지크프리트?”
유원을 향해 그람과 발뭉을 휘두른 지크프리트와, 그런 지크프리트의 검을 막아 낸 헤라클레스가 있었다.
카각, 가가각-.
쩡-!
힘으로 검과 함께 지크프리트를 밀어낸다. 동시에 헤라클레스는 크게 팔을 휘둘렀다.
부우웅-.
지크프리트가 뒤로 뛰어오르자 주륵, 아래로 핏방울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헤라클레스의 팔뚝에 작은 생채기가 생겨난 것이다.
그만큼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는 뜻이었다. 순식간에 팀원들이 지크프리트를 가운데 놓고 펼쳐졌다.
깡-.
거리를 벌린 지크프리트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어디서부터 알았지?”
“기억을 가졌다고 해서 성격까지 흉내 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유원의 시선이 지크프리트가 바닥에 떨어뜨린 두 자루의 검으로 향했다.
자신과 헤라클레스, 그리고 아수라까지 제외한 네 명 중.
유원은 가장 가능성 높은 한 명을 찾았다.
처음에는 사자왕을 생각했다. 그에게는 헤라클레스라는 명확한 원한 관계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중간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아는 지크프리트는 싸우기 전에 칼부터 꺼내드는 녀석이 아니거든.”
이상함을 느낀 건 조금 전 사자왕과 헤라클레스의 분쟁 때였다.
지크프리트.
그는 헤라클레스와 더불어 가장 선에 가까운 성격을 지닌 동료였다.
팀의 분열을 막는 건 분명 지크프리트다운 행동이었지만, 그 방식이 다소 과격했다.
특히나 먼저 칼을 뽑아드는 건.
어딘가 지크프리트답지 않고, 자칫 사자왕의 자존심을 더 건드려 싸움을 더 키울지도 모를 행동이었다.
만약 거기서 헤라클레스가 먼저 발을 빼지 않았다면 분명 그렇게 됐을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김유원, 자세히 설명해 봐라.”
“지크프리트가 우릴 배신이라도 했단 거냐?”
팀원들의 질문에 답한 건 옆에 있던 아수라였다.
“그건-.”
사아아아-.
지크프리트의 뒤에서 느껴지는 오싹한 기운.
웅웅웅웅-.
네 개의 팔과 검이 지크프리트의 뒤에 펼쳐졌다.
“베어 보면 알 수 있겠지.”
쫘아아아-!
아수라의 검이 지크프리트의 몸을 갈라냈다.
너무나도 손쉽게 베어진 몸.
아무리 상황이 급해도 그렇지, 너무 손을 빨리 쓴다 싶었다.
이럴지도 모른다 예상하고 있던 유원조차도 혀를 내두를 상황.
‘역시 아수라네.’
급한 성격은 여전했다. 아수라는 그 누구보다도 칼 같은 성격으로, 적이라 인식된 상대에게는 결코 손을 쓰는 걸 망설이지 않았다.
설령 그게 내부의 적이라 해도 마찬가지.
그리고 때로는 성질 급한 아수라의 손이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
꿈틀-.
잘려진 지크프리트의 모습이 흐릿하게 일렁거렸다.
형체 없이 흔들리는 지크프리트의 모습에 아수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뭐냐?”
손에 무언가 제대로 베이는 감각이 없었다. 마치 벨 수 없는 물이나 불 따위를 베어 낸 듯한 느낌이었다.
당연하게도 지크프리트에게 이런 종류의 스킬은 없었다.
아수라의 검에 베어진 지크프리트의 형태가 보랏빛의 액체로 바뀌었다.
마치 방금 전, 아수라의 검에 베어진 촉수들이 녹아내린 것과 같은 형태였다.
“우보 사틀라다.”
“우보 사틀라?”
“이 녀석이?”
유원의 설명에 흐릿한 아지랑이로 변한 지크프리트에 대한 팀원들의 경계가 심해졌다.
우보 사틀라.
최상위 등급의 아우터 갓 중 하나이자, 이번 팀원들의 목표.
그런데 눈앞에 있는 지크프리트가 그런 우보 사틀라라고 하니 경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확히는 지크프리트를 먹어치운 녀석의 여러 면 중 하나지만 말이지.”
“무슨 소리냐?”
“다이달로스가 가져온 정보에 의하면 우보 사틀라는…….”
말을 잇던 중.
헤라클레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상황을 눈치챈 건 헤라클레스까지 두 명이었다.
“그래.”
구구구구-.
둥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이달로스가 가져온 정보에 의하면 말이지.”
“나! 나! 나도 갈래!”
때는 팀을 정하기 전.
우보 사틀라를 잡기 위한 팀원을 정하던 가운데, 손오공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자신도 파티에 끼워 달라면서.
“손오공까지 끼면 든든하긴 하겠군. 사자왕과 같은 포지션을 서면 되고, 유사시 부족한 인원도 충당할 수 있고…….”
“그럼 사자왕과 칼리, 김유원, 아수라에 손오공까지인가.”
손오공의 참여는 거의 확정적이었다.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손오공보다는 헤라클레스가 나을 거다.”
다이달로스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헤라클레스?”
“그 녀석은 사자왕과 사이가 별로 안 좋을 텐데.”
“헤라클레스도 포지션은 같긴 하지. 힘이나 방어력은 그쪽이 더 뛰어나기도 하고.”
“그런데 굳이?”
사자왕과의 불화.
하지만 다이달로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오공 대신 헤라클레스를 추천했다.
“그래도 필요해. 그리고…….”
다이달로스의 의견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지크프리트로 하는 게 어때?”
유원은 흔들리는 둥지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딘가 모르게 느껴졌던 위화감의 정체.
“가짜가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대로라면 아마 거의 똑같을 거다. 디테일한 부분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말이지.”
다이달로스의 말은 틀렸다.
이 던전은 유원이 기억하는 우보 사틀라의 둥지와 똑같았다.
세세한 디테일까지 모두.
“여긴 진짜다.”
배신자는 한 명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