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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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손 장로가 정원으로 돌아왔다. 조금 전 장문과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옆에 있던 사형과 사제들이 그를 비웃었기 때문이었다.
손 장로는 화를 삭이기 힘들었지만 속으로 되뇌었다.
‘조롱박들을 손에 쥐기만 한다면 연단을 만들어 누구보다도 강해질 것이다. 그때도 날 그렇게 비웃을 수 있는지 두고 보자.’
정원으로 들어선 손 장로는 한제를 보자 화를 이기지 못하고 말했다.
“이한제, 오늘부터 너는 이 손대주의 제자이다. 내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열심히 수련해야 한다!”
그리고 곧바로 작은 자루를 하나 꺼내더니 말했다.
“이것은 정식 제자라는 증표이자 네 짐 주머니이다. 안에 옷과 선인 수련법이 있으니 직접 보도록 하여라.”
“네, 스승님!”
한제는 냉큼 짐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신이 난 한제는 기뻐하실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마침내 선인의 수련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 기쁨에 진심을 다해 큰 소리로 손대주를 스승이라 불렀다.
손대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이제 너는 뒤편에 있는 방에 머물게 될 것이다. 내 허락 없이는 절대 나가지 말거라.”
이야기를 마친 손대주는 바닥에서 돌을 하나 줍더니 뒤편에 있는 정원 문으로 던졌다. 그 순간 자줏빛 불꽃이 번쩍이더니 돌이 산산조각 났고 그 조각들은 다시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손대주가 한제를 힐끗 바라보고 방으로 들어가자 놀란 채 서 있던 한제는 짐 주머니를 꽉 지고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작은 침상밖에 없었으나 한제는 개의치 않고 침상에 앉아 손에 들고 있던 짐 주머니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회색의 작은 짐 주머니에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어보였다. 거꾸로 들고 털어보니 정식 제자들이 입는 붉은색 옷과 얇은 책자 하나가 나왔다.
한제는 기뻐하며 얇은 책자를 집어 들었다. 표지에는 이라는 책이었다.
한제는 늦은 밤까지 책을 읽었고 선인 수련에 대해 조금은 가닥이 잡히는 듯 했다. 은 3가지 단계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가장 기본적인 수련법에 속했다.
그리고 응기에는 총 15가지 단계가 있는데 수련을 통해 3단계까지 익혀야 그 뒤의 나머지 심법(心法)을 익힐 수 있다.
응기(凝氣)는 천지의 영기를 들이마시는 것, 즉 도가 호흡법을 통해 체내에 영기를 모아 사람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이는 나중에 있을 단계를 위해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또한 응기는 동시에 수련자들의 천부적인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수련자에게 타고난 영기가 충분하다면 천기의 영기를 매우 빠른 속도로 들이마실 수 있으며, 수련 과정도 당연히 빨라지게 된다.
하지만 자질이 평범해 영기가 부족한 자라면 평생을 노력해도 3단계 이상을 가지 못한다. 심지어 1단계도 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이 은 한제에게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한제는 곧바로 책에서 설명한 3단계 심법을 가슴 속에 새긴 채 책상다리를 하고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심법에서 이야기한 일장단삼(一長短三) 방법에 따라 호흡을 시작했다.
일장(一長)은 최대한 길게 숨을 들이쉬는 것, 단삼(短三)은 들이마신 숨을 3분의 1정도만 내뱉는 것이다. 이는 가장 빠른 속도로 천지의 영기를 체내로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책에 설명되어 있기를 수련자가 처음 이 호흡을 하게 되면 몸속에 개미가 기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영기가 체내에 들어왔다는 징조이니 심신을 편하게 이완시키고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며 천지와 하나라는 상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한제는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고 심지어 이 기이한 호흡법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다.
한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여기 있는 정식 제자들이 하나같이 영기가 충분한 자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보는 것이지 자신처럼 영기가 부족한 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제는 낙담하지 않고 몇 번 숨을 헐떡거리더니 계속 도가 호흡법을 이어갔다.
허나 밤새 호흡을 이어가도 다음 날 새벽까지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한숨도 못 잔 한제는 정신이 몽롱해 침상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산들 바람을 타고 약초 향이 퍼졌다.
몇 번 숨을 깊게 들이마시니 피곤함이 좀 가시는 듯 했다. 문득 조롱박이 생각났다. 지금 조롱박에 담긴 샘물을 마신다면 이 피로가 다 가셨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되는 시기였다. 한제는 석주와 조롱박을 확실히 숨겨놓았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 장소는 산속을 전부 뒤져보고 겨우 찾은 외진 곳이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누군가 그 근처를 지난다 해도 절대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한제는 발길 가는 대로 약초 정원을 거닐었다. 그리고 빈 자리 하나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책상다리를 한 채 도가 호흡법을 계속 이어갔다. 얼마 후 아주 미세하게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놀라긴 했지만 이내 기뻐하며 계속 호흡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사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한제! 거기서 무얼 하는 것이냐? 빨리 나오지 못하겠느냐? 내 허락 없이 약초 정원에 들어가지 마라!”
한제는 손대주를 쳐다보고는 조용히 일어나 약초 정원을 떠났다.
손대주는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이곳은 영기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약초 정원이다. 이곳 영기를 다 들이마셨다가 이 귀중한 약초들이 죽으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네 그 작은 목숨으로도 절대 되갚을 수 없을 것이다.”
한제는 손 장로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제자 몰랐습니다. 다음부터 절대 이곳에서 호흡법을 수련하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손대주는 갑자기 인상을 펴더니 한제에게 말했다.
“그런데 만약에 네가 나에게 조롱박을 하나 더 가져다준다면 약초 정원에서의 수련은 안 되지만 내 너에게 영석(靈石) 하나를 줄 수 있다. 그게 있다면 영기를 모으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한제는 고개를 아래로 떨구며 몰래 장로를 비웃었다.
“제자 다시 산속 샘물에 가서 찾아보겠습니다. 운이 좋으면 또 건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손대주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얼른 가서 찾아 보거라.”
한제는 고개를 들고 손 장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사부님, 제가 그 말을 정말 믿어도 되는 것인지요? 조롱박을 가져오면 정말 영석을 주시는 것인지요?”
손대주는 희색을 띠며 대답했다.
“그럼. 조롱박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만 하면 너에게 바로 영석을 줄 것이다.”
한제는 속으로 비웃었지만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대주가 팔을 한 번 휘두르자 정원의 문이 열렸다.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얼른 가거라. 빨리 갔다 와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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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는 그대로 정원을 나섰다. 한제가 입고 있던 정식 제자를 상징하는 붉은색 옷은 모든 수련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나같이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그가 한제라는 것을 안 순간 그들의 눈빛이 경악으로 돌변했다.
“어제 장문님이 새로 정식 제자가 들어온다고 하셨는데 그게 저놈이었군! 또 자살 소동이라도 일으켰나? 어떻게 벌써 정식 제자가 된 거지?”
“장로님께 아첨을 떨었겠지. 온갖 수치스러운 짓을 다 하고 겨우 장로님의 환심을 사서 제자가 된 것이 분명하네. 진짜 상스럽기 짝이 없군.”
“그러게. 저 멍청한 놈. 아무리 정직 제자라 해도 실력은 아주 보잘 것 없을 거야. 선인 수련이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쳇! 난 12년이나 여기 있었는데 저놈은… 나중에 정식 제자들끼리 경합할 때 저놈이 망신당하는 꼴을 꼭들 보자고!”
여기저기서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한제는 참았다. 대신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에 담아 두었다. 나중에 실력을 키워서 꼭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잠시 후 동쪽 문에 다다른 한제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다가 마침내 샘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는 샘물로 얼굴을 씻었다. 차가운 기운에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물을 몇 모금 마시고 샘물가에 앉아 도가 호흡법을 시작했다.
그때 손 장로는 근처 나무 위에서 한제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 새끼, 조롱박을 찾으라고 했더니, 진짜 조롱박이 떠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건가?”
손 장로는 한제가 조롱박을 찾으러 떠나자 바로 그의 뒤를 밟았다. 대체 어디서 그 조롱박을 구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이놈이 샘물가에 앉아서 수련을 할 줄이야.
이곳은 약초 정원만큼은 아니지만 방보다는 훨씬 많은 영기를 내뿜고 있었기에 응기 단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의 몸속에 영기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한제는 자신의 자질이 부족해 천지의 영기를 많이 모을 수 없었지만 시간이 이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제의 추측은 정확했다. 응기 단계란 바로 그런 것이다. 영기를 체내에 모아 체질을 바꾸는 것, 그리고 이는 나중에 있을 축기(筑基)단계를 위해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다.
도가 호흡법은 정오가 될 때까지 계속 되었다. 한제는 손과 발에 긴장을 풀고 기다렸지만 개미가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한제는 주변을 한 번 살피는 척했다. 그는 손 장로가 분명 자신의 뒤를 밟고 근처에서 감시하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얼마 뒤 한제는 배를 긁으며 아쉬운 듯 한 표정으로 설렁설렁 문파로 돌아갔다.
손대주는 오전 내내 한제를 지켜봤지만 아무 것도 건진 게 없자 화가 났다.
“저 새끼, 누가 이기나 해보자 이건가? 한 달이고 일 년이고 한번 해보자. 네 놈이 조롱박을 하나만 가지고 있다는 말을 믿을 것 같으냐!”
손대주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 얼른 그 자리를 떠 한제보다 먼저 약초 정원으로 돌아왔다.
조롱박
얼마 후 한제가 유유히 정원으로 들어왔다. 손 장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한제야, 조롱박은 찾았느냐?”
한제는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사부님, 제자 오전 내내 샘물가에서 기다렸지만 조롱박을 보지 못했습니다. 혹시 모르니 오후에 다시 가서 보고 오겠습니다.”
“그래, 일단 밥을 먹고 오후에 다시 한 번 가 보거라.”
한제는 대답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국과 야채, 심지어 고기반찬까지 놓여 있었다. 감격한 한제는 서둘러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배를 두드리며 침상에 누워 낮잠을 청했다.
손대주의 그림자가 유령처럼 나타났다. 그는 음흉한 표정으로 독기 가득한 눈빛을 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늙은이가 규율을 어기고 말았구나. 영기를 흡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물을 밥에다 넣어 놨지. 흥, 네놈은 타고난 영기도 부족한데 그 약물까지 먹었으니, 평생 노력해봐야 응기 3단계는 넘지 못할 것이다. 내 평생 너를 이용해주마.’
한 시진 후에야 잠에서 깬 한제는 옷을 추스르고 정원 문을 나서 샘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한 한제는 해가 질 때까지 도가 호흡법을 이어갔다.
해가 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샘 주변을 배회하던 한제는 조용히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무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손대주는 재빨리 그 뒤를 따라갔다.
산속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던 한제는 조롱박이 가득 열린 야생 덩굴을 발견하고 희색을 띠었다. 그리고 꽤 괜찮은 조롱박을 하나 골라잡아 손에 넣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한제가 그곳을 떠난 뒤 손대주는 나무에서 내려왔다. 허나 아무리 봐도 여기 열린 조롱박들은 너무나 평범했다. 한참 생각하며 조롱박 몇 개를 꺾어보다가 그 위치만 기억하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