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24
세상의 규칙과 기이한 신통력을 품은 듯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외침에 대지가 진동하고 구름이 떠밀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외침에 귀원종의 제자들은 분분히 경련을 일으켰다. 코와 입에서는 피가 흘렀고 두 귀가 왕왕 울렸다. 네 장로 역시 우뚝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언출법수(言出法隨)다!”
이향동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불쾌한 눈빛으로 귀원종 건물들을 하나하나 살피던 조우가 돌연 미간을 팩 찌푸리며 귀원종의 남원을 바라보았다.
그 무렵, 추해는 창백한 얼굴의 허윤을 바라보며 음산하게 말했다.
“네 몸에서 신선한 어성초(魚腥草) 냄새가 나는구나. 어성초는 6급 흉수의 소굴에서만 나는 것이건만 어디에서 그것을 얻었느냐?”
허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추해의 오른쪽 눈에서 번득이는 파란 빛에서 느껴지는 위엄에 숨도 쉴 수 없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스승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러자 추해는 음산하게 웃으며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여연비를 바라보았다.
“여 도우, 자네의 설명을 좀 듣고 싶군.”
“당신들 말대로 우리 수준으로는 6급 흉수의 소굴에서 그 약초를 가져올 수 없어. 하지만 우리 사숙조님은 다르지. 그 어성초는 사숙조님이 가져다주신 것이다!”
여연비가 침착하게 말했다.
“사숙조?”
추해는 경멸의 빛이 어리더니 신식으로 사방을 한 번 훑고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순식간에 귀원종 남원 쪽으로 향했다.
그는 순식간에 남원에 이르렀으나, 그 앞에서 우뚝 멈춰 섰다. 남원과 그 외부가 전혀 다른 세계처럼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견 평범해 보이는 약초밭으로부터 심신을 떨리게 만드는 기운이 맴돌고 있음이 느껴졌다. 마치 약초밭에 온몸의 피를 얼게 만들 만큼 강력한 흉수가 도사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남을 다치게 한 자는 영원히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법!”
감정이라고는 담기지 않은 음산한 목소리가 서늘한 바람처럼 다가왔다. 순간 추해는 강력한 위기감에 표정이 급변해 곧장 뒤로 물러났다. 당장이라도 이 끔찍한 남원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이 그의 가슴팍을 강타했다.
펑! 펑!
“큭!”
추해는 피를 토하며 뒤로 한참을 밀려났고 충격을 받은 가슴 부분의 옷이 해져 있었고 그 너머로 새카만 손자국이 드러났다.
조각난 옷의 가슴팍 부분이 피와 뒤섞여 새카만 손자국과 명확한 대비를 이루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생기가 그 손자국을 따라 체내에서 흘러나가기 시작하더니, 그는 눈 깜짝할 사이 마치 목내이(木乃伊, 미라)처럼 오그라들었다.
추해의 몸에서 빠져나온 생기는 그에게 공격당한 귀원종 원영기 제자에게로 흘러들었다. 귀원종 제자는 그 순간 몸을 바르르 떨더니 얼굴에서 파란 빛이 흩어져 사라지면서 원기를 회복했다.
쾅!
잠시 후,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 추해의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그는 끊임없이 경련했고 두 눈은 두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방은 두려움 짙은 적막에 휩싸였다.
마총도의 조우는 멍한 눈으로 남원을 바라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한낱 귀원종 같은 문파에 이토록 강력한 수련자가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좀 전에 자신이 여연비에게 내뱉은 경솔한 말을 떠올리고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사실 음탕한 마음 때문이 아니라 그저 그녀의 굴강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던 것뿐이었다. 지금껏 마주했던 5급 종파 수련자들은 하나같이 순종적이었기에 그런 그녀의 모습이 새로웠던 것이다.
풍패산 역시 바짝 졸아든 눈으로 신중하게 상황을 살폈다. 추해를 단숨에 저런 상태로 만든 자라면 결코 만만치 않을 터였다.
“누가 우리 귀원종 사람을 다치게 할 권리를 허락했더냐!”
냉랭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풍패산의 언출법수처럼 우렁차지도 않았고 하늘과 땅을 뒤흔들 정도로 요란하지도 않았지만 그 덤덤한 목소리는 수많은 검처럼 풍패산과 조우, 추해의 심신을 찔러 들었다.
사박, 사박…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한제는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걸어 나왔다.
바람 한 점 없건만 그의 검은 머리는 사방으로 나풀거렸고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는 두 눈은 해와 달, 별처럼 반짝였다.
그 눈을 마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진실과 거짓을 분간할 수 없는 허상에 원신을 흡수당할 것만 같았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의 생각대로 흩어지고 변하며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배회하다가 스스로 순환을 이룰 것 같은 느낌.
이는 아주 현묘한 느낌이었으나 그 느낌이 정확히 무엇인지 또렷하게 알아낸 사람은 없었다.
‘경지의 도!’
귀원종의 사숙조가 경지의 도를 발휘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6급 성역 최고 종파의 핵심 제자인 풍패산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갔다.
더구나 그를 더욱 두렵게 하는 것은 상대가 내뿜는 저 위력이 결코 일부러 뿜어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발휘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몸짓과 말에 따라 알아서 발휘되는 도는 언출법수보다 몇 단계는 수준 높은 것이었다.
그들 도법문에서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바로 도였다. 그럼에도 도법문의 가장 높은 대장로만이 몸짓에 따라 절로 도가 발현되게 하는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 선 그는 도 그 자체다!’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던 풍패산의 머릿속에 대장로가 이전에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너냐?”
몸부림을 치듯 몸을 일으킨 추해의 곁으로 느릿하게 걸어온 한제는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며 차게 물었다.
그리고 한제의 두 눈을 마주 본 순간, 추해는 더욱 심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한낱 미물에 불과한 듯한 느낌과 동시에 심장이 쿵쾅댔고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는 상대의 수준을 파악할 수 없었지만 오독문의 모든 장로들과 장문인이 달려든다 해도 이렇게 자신을 두려움에 질리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제는 마총도의 조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면 너냐?”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던 조우는 지면에서 꿈틀거리듯 발버둥치고 있는 추해를 힐끗 보고는 한제에게 공손하게 포권을 했다.
“마총도의 조우, 선배님을 뵙습니다.”
그는 애써 두려움을 숨겼지만 감히 한제의 눈을 쳐다보지는 못했다.
“그것도 아니면 너냐?”
한제의 시선은 도법문의 풍패산에게로 옮겨 갔다. 그러자 풍패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포권을 하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용서해주십시오.”
“좀 전에 귀원종 전체에게 책임을 묻겠다 했던가?”
한제가 냉랭한 눈으로 풍패산을 바라보았다.
풍패산은 감히 한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는 상대가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은 순식간에 소멸해버릴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말없이 식은땀만 흘리던 풍패산은 이내 이를 악물고는 자신의 가슴팍을 힘껏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바르르 떤 그는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이 정도로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입가로 흘러내린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풍패산이 씁쓸하게 물었다.
한제는 변함없는 표정으로 조우를 돌아보았다.
조우는 쓰게 웃었다. 풍패산조차 감히 대적하지 못하는 자에게 자신이 무엇을 어쩌겠는가? 이에 조우 역시 자신의 가슴팍을 세게 내리쳤고 피를 왈칵 토해내더니 공손하게 포권을 했다.
“용서해주십시오.”
한제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탐색을 마저 하도록.”
“아닙니다, 저희는 이제⋯⋯.”
풍패산이 얼른 대답했지만 한제는 단호하게 그 말을 잘랐다.
“최대한 신속히 탐색을 마치고 곧장 막라 대륙을 떠나라!”
“그리하겠습니다.”
풍패산은 쓰게 웃었다. 그는 자신들이 저 귀원종의 사숙조라는 수련자를 분노하게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들을 살려주는 것은 세 사람이 속한 종파와의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일 터였다.
‘내가 행동만으로 도를 발휘할 수 있는 강자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사실을 스승님이 알게 된다면 큰 벌을 내리실 것이다.’
그의 스승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강자가 매우 많다고 했다. 그들은 거취를 알 수가 없으므로 5급 성역에도 그런 사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더욱이 5급 종파는 모두 매우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온 곳이다.
일찍이 종파를 떠났던 수련자가 높은 수준을 이룩한 후 다시 돌아와 있을 수도 있으니 그런 자들을 맞닥뜨린다면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풍패산은 제자들을 지휘해 재빨리 막라 대륙을 탐색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파악하지 못하자 빠르게 막라 대륙을 빠져나갔다.
우주에 진입하고 나서야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추해는 단약을 복용한 후에야 약간 회복하긴 했지만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추 도우, 어떻게 공격당한 것인지 상세히 말해보게.”
풍패산의 말에 추해는 그때를 떠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분의 수준은 적어도 쇄열기 중기 이상은 되는 것 같네. 난 그분이 공격하는 것을 보지도 못했어. 그저 상상을 초월하는 원력이 모여들었고 내 가슴팍에 손바닥이 찍혔지.”
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손자국은 여전히 칠흑처럼 검었다.
“독공인가? 그렇다면 그 노파일지도…?”
조우의 물음에 추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독공의 흔적은 전혀 없었어. 게다가 그 노파의 수준이 그 정도로 높을 리가 없어. 그리고 귀원종 수련자들의 존경심과 자부심은 진심이었어. 그 선배님은 귀원종의 사숙조가 틀림없다는 뜻이지.”
“내가 봐도 그렇다.”
풍패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구나 우리가 찾으려는 단약 제조법과 옥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딘가에 숨어서 우리가 탐색을 끝내기를 기다렸겠지. 아니면 우리를 살려두지 않았거나.”
“한데 이곳에 오는 도중에 만났던 자도종 사람들, 귀원종에 뭔가 원한이 있어 보이던데… 자도종의 노운종도 크게 당하겠어! 크하하!”
조우가 가볍게 웃었다. 그에게 남의 불행은 자신의 기쁨이었다.
“노운종도 만만치 않은 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