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신상 조사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계속 진행됐다.
‘새로운 하루’는 내 질문에 고분고분하게 있는 사실대로 얘기했다.
“동생들을 키우느라 많이 힘들었겠어.”
‘새로운 하루’가 잠시 머뭇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조금 힘들긴 했지만, 다행히도 주위 분들이 저희를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순간 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는 것을 난 놓치지 않았다.
‘뭔가 있군.’
이로쿼이 부족 연맹과 전쟁을 치른 상태에서 자신들의 살길도 바쁜데 과연 이웃 주민들이 그를 챙겨 줬을까?
당연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난 천천히 본론을 꺼내 들었다.
“내가 자네를 찾아온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거야.”
정보감찰부에서 조사한 결과 가장 의심이 된다는 ‘새로운 하루’.
심증이 있지만, 물증은 없다.
‘발 빠른 사슴’이 직접 그를 만나 유도 신문하며 자백을 받으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다 실패했다.
“…….”
벙어리가 된 것처럼 가만히 있는 ‘새로운 하루’에게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차분하게 말했다.
“안타깝게도 나를 암살하려 했던 이리 부족 수습 전사들을 조사해 본 결과 그들과 접촉한 자가 있더군. 그리고 그자가 그들 말고도 또 다른 자와 접촉했고?”
‘새로운 하루’가 순간 눈가가 잘게 떨리는 게 보였다.
난 그때를 놓치지 않고 일부러 허술한 자세를 취했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맵 창을 확인했다.
‘붉은색?’
내 앞에 있던 ‘새로운 하루’의 색이 푸른색이었다가 순간적으로 붉은색 점으로 변했다.
살기가 가득 한 눈빛.
내 뒤에 있던 ‘용감한 늑대’와 ‘발 빠른 사슴’이 당장에라도 ‘새로운 하루’를 덮칠 것 같았다.
하지만, 재빨리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난 자네가 잘못된 판단으로 평생 후회할 일을 안 만들었으면 해. 그자가 어떤 조건을 내밀었는지 모르지만, 난 그 이상을 자네에게 해줄 수 있어.”
“…….”
효과가 있었다.
어느새 맵 창에 표시된 붉은색 점이 깜빡거리며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순순히 나에게 자백해. 그자가 누구인지 어떤 조건을 걸었는지 자백한다면 자네에게 그 어떤 죄도 묻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신의 아들이자 전사인 내 이름을 걸고.”
“…….”
갈등의 눈빛으로 가득했던 ‘새로운 하루’가 결정을 내렸는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황제 폐하께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으니…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그래, 아주 잘 결정했어.”
난 다시 맵 창을 쳐다보며 푸른색 점으로 빛나고 있는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로쿼이 부족 연맹과 전쟁이 끝나고, 부족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어느 날 ‘쏟아지는 비’라는 사람이 이웃 마을에 살았다면 친근하게 말을 걸며 저에게 접근해 왔습니다. 같은 이리 부족 사람이라 해도 처음에는 그 사람을 잘 몰랐기에 경계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가끔 우리를 찾아와 음식을 나눠주며 동생들을 챙겨주니 저도 모르게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리 부족 사람이라고?
이로쿼이 부족 연맹 사람일 줄 알았던 내 예상과는 전혀 달라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난 다시 한번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재차 물었다.
“너에게 접근한 자가 이리 부족 사람이 확실해?”
“네. 우리 이리 부족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했고. 또, 제가 아는 지인 중에 그분을 아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하루’의 입에서 또다시 ‘그분’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이 소년 가장이 평소 그자를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
난 잠시 생각이 잠기며 물었다.
“그자를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 줄 수 있어?”
“네.”
‘새로운 하루’가 세 명의 사람을 차례대로 말하자 뒤에 있던 ‘발 빠른 사슴’이 재빨리 그자들의 이름을 종이에 적었다.
“계속 얘기해봐.”
“네. 황제 폐하!”
한동안 ‘새로운 하루’의 얘기가 계속됐다.
잠시 후, ‘새로운 하루’가 목이 마른지 탁자 위에 놓인 컵을 들고 물을 마신 뒤 다시금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뒤 그분께서 수습 전사로 훈련소에 입소하는 저를 찾아왔습니다.”
‘새로운 하루’가 슬쩍 내 눈치를 보며 망설인 표정을 지었다.
피식!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이 갔다.
“그자가 나를 암살하라고 은밀히 부탁했군.”
“네.”
‘새로운 하루’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짧게 대답하더니 변명하듯 말했다.
“처음에는 그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단번에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도 계속 찾아와 여러 가지 달콤한 제안을 하며 황제 폐하의 암살할 이유에 관해 설명하더군요. 그리고 어느새 그의 설득에 넘어간 전 큰 사명감을 안고 황제 폐하를 암살할 계획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새로운 하루’는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큰’ 도시를 직접 보고 느낀 그는 심경의 변화를 맞이했다고 했다.
* * *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
고개를 푹 숙인 채 ‘새로운 하루’가 진심을 담긴 사과를 건넸다.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군.”
“…….”
양쪽 뺨에 눈물을 흘리는 ‘새로운 하루’를 보며 다시금 말했다.
“약속대로 자백했으니 더는 이 문제를 가지고 죄를 묻지 않겠다. 그리고 너의 동생들은 내가 잘 챙겨줄 테니 지난 과거는 다 잊고 이제는 훈련에만 몰두하도록.”
“정‥말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어느새 ‘새로운 하루’가 몸을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었다.
잠시 후, ‘우렁찬 천둥’이 전사들과 함께 조금 진정된 ‘새로운 하루’를 바깥으로 데려가고 나갔다.
그의 집무실에서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곧바로 ‘용감한 늑대’와 ‘발 빠른 사슴’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무래도 이리 부족한테 부탁하기보단 우리끼리 조사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발 빠른 사슴’이 내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쏟아지는 비’라는 자와 그를 아는 사람들부터 수소문해보겠습니다.”
“그래야겠지. 혹시 그들이 잠적하지 않았다면 이리 부족 사람들이 모르게 조용히 데려와.”
“그렇다면 정보감찰부의 소속된 전사들을 더 투입하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는 ‘용감한 늑대’가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전 아직 ‘새로운 하루’를 믿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를 계속 예의주시하며 감시할 계획입니다.”
국방부 수장으로서 ‘하늘의 태양’과 나를 위한 충심을 알기에 그의 결정을 존중했다.
“그리고 암살자가 더 있을지 모르니 훈련소 수장인 ‘우렁찬 천둥’과 협의해 계속 조사하겠습니다.”
나 역시도 이번 암살 사건을 계기로 나름 깨달은 점이 있었다.
‘귀찮더라도 일일이 심안으로 검사해 봐야겠어.’
두 명의 수장들과 상의가 끝나자 길고 길었던 훈련소를 나섰다.
* * *
‘아주 큰’ 도시, 대농지.
지난봄에 심었던 대농지의 곡식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옥수수, 콩, 야생 벼, 호박 등등.
대풍년이었다.
도시 전체가 가을 곡식을 수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녀 상관없이 낫을 든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맞춰 가을 곡식들을 수확하고 있었다.
“낱알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히 베.”
“자, 여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야생 벼는 줄기부터 잘라 수레에 옮겨 담겼다.
커다란 바구니에 옥수수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심지어 일손이 부족해 훈련소에 있는 전사들까지 동원됐다.
“이 백인대는 여기.”
“오 백인대는 저쪽.”
작황 결과가 워낙 좋다 보니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어떤 사람들은 예부터 내려오는 부족의 노래를 다 같이 부르며 흥을 돋웠다.
나와 함께 대농지를 둘러보고 있던 ‘찬란한 노을’이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보고했다.
“작황 결과가 너무나도 좋아요. 거의 전 지역에서 대풍년이라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황제 폐하!”
나아가 그녀는 이번 대풍년에 대해 나름 분석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관계시설과 수로시설을 정비하고, 또 황제 폐하께서 만드신 퇴비로 땅의 지력을 살린 게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해준 거 같습니다.”
역시 천재다운 정확한 분석이었다.
물론, 날씨가 도와준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운이 계속되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주요 작물인 옥수수는 지력 소모가 심해서 땅이 금방 황폐화해진다.
‘퇴비로는 한계가 있어.’
곡물 생산량을 늘리려면 화학 비료를 서둘러 만들 필요가 있었다.
먼 미래의 미국이 세계적인 곡물 생산지로 떠오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화학 비료였다.
물론, 미시시피 강 일대의 드넓은 곡창지대를 가진 게 가장 큰 이유이긴 했다.
현재 화학 스킬은 초급.
아마 중급 정도 되어야 화학 비료를 만들 수 있을 듯했다.
‘지금부터 화학 숙련도를 집중적으로 올려야겠어.’
화학 비료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스킬이 된다면 아마도 화약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난 기대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찬란한 노을’의 보고를 계속 들었다.
“현재 곡물 수확량을 예상해 보면 ‘하늘의 태양’ 인구 전체가 내년 겨울까지 버틸 수 있는 양입니다.”
곡물 생산량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식량을 비축하고 보관하는 게 무척 중요했다.
“곡물 창고도 계속 짓고, 행정부에서 식량을 직접 관리하는 게 좋겠군.”
“또, 일이 하나 늘어났네요.”
종이에 내가 지시한 내용을 적으며 ‘찬란한 노을’이 힘차게 대답했다.
“앞으로 행정부에서 철저하게 식량을 관리하도록 할게요.”
* * *
죽음의 강(로어노크 강) 상류.
‘하늘의 태양’에서 운영하는 상단들이 각지로 흩어져 상행에 나섰다.
상공부 수장인 ‘노래하는 물’은 이번에는 ‘땅’ 상단과 함께하며 투텔로 부족 영토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상단의 규모는 대략 오백 명 정도.
아무래도 부족 간에 거래라 예전보다 인원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등에 큰 짐을 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완전무장한 상단의 호위 전사들이 진형을 유지한 채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상공부 수장님! 아마 오후쯤에 투텔로 부족 마을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마른 몸매에 뛰어난 전투 실력을 갖춘 ‘땅’ 상단의 책임자, ‘거북 등껍질’의 보고에 ‘노래하는 물’이 반기는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마을에서 편히 쉴 수 있겠어.”
“모두가 수장님과 같은 마음일 겁니다.”
‘거북 등껍질’은 다른 상단의 책임자들과 다르게 할 말만 하는 과묵한 성격이라 ‘노래하는 물’은 이번 상행에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또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노래하는 물’을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전방을 정찰하던 호위 전사들이 돌아와 보고했다.
“수장님! 전방에 투텔로 부족 사람 몇 명이 체로키 부족 전사들에게 쫓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체로키 부족이라는 말에 ‘노래하는 물’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체로키 부족이 노예사냥을 시작한 건가?’
의문도 잠시 ‘노래하는 물’은 바로 확인에 들어갔다.
“노예사냥인가?”
“나름 그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계속 이동한다면 투텔로 부족 사람들뿐만 아니라 체로키 부족 전사들과 맞닥뜨릴 가능성이 큽니다. 어떻게 할까요?”
“음….”
‘노래하는 물’이 깊은 고민에 잠기며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아무래도 투텔로 부족 사람들이 위험에 빠졌는데, 그냥 모른 척 지나칠 수는 없었다.
‘노래하는 물’이 상단의 책임자인 ‘거북 등껍질’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 전투 진형으로! 투텔로 부족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보호한다.”
“알겠습니다. 수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