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하늘의 태양’의 선전포고로 인한 긴급회의가 드디어 끝이 났다.
세네카 부족에서 제공된 긴집으로 들어온 ‘치솟는 불길’은 굳었던 표정을 풀며 상석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일단,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긴 했는데···.”
다른 부족의 대추장들은 여전히 자신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았다.
“휴우! 머리 아프군.”
‘치솟는 불길’은 그 자리에서 한동안 대책을 세우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때마침, 긴집 안으로 모호크 부족 대전사가 들어왔다.
그를 향해 ‘치솟는 불길’이 다급히 물었다.
“어떻게 되었지?”
모호크 부족 대전사가 자신이 알아온 정보를 얘기했다.
“하늘의 태양 측에서 그 어떤 증거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단지, 심증으로 대추장님을 지목한 것 같습니다.”
“확실해?”
“네.”
대전사의 대답에 그제야 ‘치솟는 불길’이 한숨을 돌리며 차갑게 눈을 빛냈다.
“앞으로가 무척 중요하겠어. 증거가 없는 이상 이로쿼이 연맹의 부족들이 우리를 매몰차게 버리지는 않을 거야?”
“네. 연맹 자체가 와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 뒤로도 대전사가 ‘치솟는 불길’의 명령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치솟는 불길’이 다시 한번 강하게 주의를 시켰다.
“입단속을 철저히 시켜.”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하늘의 태양 측과 계속 협상을 하겠지만, 아마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거야. 서둘러 다른 연맹과의 만남을 추진해야 할 것 같아. 자네가 최대한 빨리 자리를 주선해 봐.”
“네. 대추장님!”
대전사가 신속하게 물러나자 긴집에 혼자 남은 ‘치솟는 불길’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위기지만, 이 상황을 잘 이용하면 다시 전면에 나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긴 해.”
* * *
‘하늘의 태양’ 수도, ‘아주 큰’ 도시.
관청 집무실에서 몇 명의 행정기구 수장들에게 보고를 받았다.
“체로키 부족과 작은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체로키 부족이 먼저 우리 영토를 침범해서 전투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우리 쪽이 크게 잘못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정보감찰부 수장인 ‘발 빠른 사슴’의 말에 옆에 있던 외교부 수장 ‘드넓은 대지’도 한마디 더 거들었다.
“명분이 우리한테 있는 만큼 체로키 부족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를 읽은 내가 봐도 딱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없었다.
다만, 체로키 부족 전사들의 피해가 꽤 있었다.
아마, 그 문제를 두고 체로키 부족 측이 따질 게 뻔했다.
내가 ‘드넓은 대지’를 보며 물었다.
“체로키 부족에서 연락은 왔나?”
“네. 며칠 전에 포로를 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우리 영토를 침범한 문제로 따질 예정입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몇 가지 더 지시를 내렸다.
“아마 영토 문제는 계속 발생할 거야. 체로키 부족한테 양도한 땅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하고 이런 문제가 다시는 생기지 않게 확실하게 약속을 받아내.”
‘드넓은 대지’가 종이에 내가 지시한 내용을 적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고개를 돌려 수석 보좌관인 ‘찬란한 노을’에게 물었다.
“이로쿼이 연맹의 선전포고는 어떻게 됐지?”
“네, 외교부 사람들을 보내 정식적으로 선전포고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황제 폐하 암살 사건의 죄를 묻어 모호크 부족 대추장의 인계와 영토 및 보상에 대해 요구했습니다.”
“이로쿼이 연맹 측에서 강하게 반발했겠군.”
“네. 그렇지 않아도 자신들이 황제 폐하 암살을 시도한 증거를 가지오라며 따지더군요. 그리고 웬만하면 전쟁을 하지 않고, 대화로 해결하려고 그러는지 어떻게든 우리와 협상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자신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난 이번 기회에 이로쿼이 부족 연맹 전체를 정복하려고 일부러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증거는 이로쿼이 연맹을 정복한 뒤에도 늦지 않았으니까.
“치솟는 불길과 모호크 부족이 아주 난리가 났겠어.”
내 말에 ‘찬란한 노을’이 입가에 미소를 잔잔한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호크 부족 측이 다른 이로쿼이 연맹 부족들에게 자신들이 절대 하지 않았다고 끝까지 발뺌하며 설득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러나저러나 우리 하늘의 태양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겠지.”
대충 보고가 끝나자 다시 한번 집무실에 있는 행정기구 수장들에게 이번 전쟁을 철저하게 준비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전쟁에서 식량과 보급이 최우선이만큼 행정부에서 특별히 더 신경 써주고. 정보감찰부에선 이로쿼이 연맹이 우리 모르게 은밀히 수작을 부릴 수 있으니 인원을 더 투입해서라도 철저하게 감시해. 외교부는 이로쿼이 부족 연맹과의 협상에서 지금처럼 계속 시간을 끌어.”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 * *
기병 훈련장.
지난겨울, 대목장 근처에 건설한 기병 훈련장에서 천 명의 친위대가 들소 기병 훈련을 하고 있었다.
“돌진!”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나를 선두로 천명의 친위대 전사들이 일렬로 저 멀리 목표물을 향해 무섭게 달려 나갔다.
목표물은 통나무와 볏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들.
어느새 목표물이 활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친위대 전사들에게 소리쳤다.
“집중사격!”
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친위대 전사들이 고삐를 붙잡고 있던 양손을 풀고, 일제히 활과 화살을 들었다.
이어서 등자에 두 발을 고정한 채 친위대 전사들이 빠른 속도로 활시위를 당겼다.
슉! 슉! 슉! 슉! 슉! 슉! 슉!
순간 푸른 하늘이 화살 비로 까맣게 뒤덮였다.
그리고 맹렬한 속도로 날아간 천 개의 화살이 목표물인 수 백 개의 허수아비를 순식간에 덮쳤다.
푹! 푸푸푹! 푸푸푸푸욱!
하지만, 난 그 공격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연사!”
달려가는 것을 멈추지 않은 채 천 명의 친위대 전사들이 안정적인 자세로 연달아 활을 쐈다.
또다시 화살 비로 까맣게 뒤덮인 하늘, 어느새 고슴도치 가시처럼 허수아비들의 온몸에 화살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각자 무기를 들어라! 적을 단숨에 쓸어버린다!”
친위대 전사들이 신속한 동작으로 활집에 활을 꽂아놓고, 일제히 자신의 주 무기를 꺼내 들었다.
창, 도끼, 곤봉, 검 등등.
“돌격!”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기합이 잔뜩 들어간 친위대 전사들이 함성이 훈련장에 울려 퍼지며 동시에 거친 타격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퍼퍼퍼퍼퍼퍼퍽!
내려치는 곤봉에 허수아비 머리가 터지고, 직선으로 강하게 내지르는 창에 허수아비 가슴이 처참하게 뭉개졌다.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도끼에 허수아비의 머리와 팔뚝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전광석화처럼 내리치고, 휘두르는 검에 허수아비의 온몸이 손쉽게 잘려나갔다.
순식간에 허수아비 진영 중앙을 돌파한 나와 친위대 전사들은 고삐를 붙잡고 천천히 들소의 방향을 돌렸다.
“적의 진영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황제 폐하!”
보고하는 ‘세찬 눈보라’를 보며 흡족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아닙니다. 이게 다 황제 폐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오늘 기병 훈련도 대성공이었다.
이젠 모든 기병 전략과 전술을 배운 만큼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해야 한다.
난 ‘세찬 눈보라’와 친위대 전사들을 보며 계속해서 사기를 북돋웠다.
“이로쿼이 연맹을 정복하는데, 나와 함께 친위대가 선봉장을 맡을 것이다. 그때까지 훈련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잠시 후, 기병 훈련장을 나서며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친위대 전사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며 수다를 떨고 있는 ‘맑은 영혼’을 한번 쳐다봤다.
“기대 이상이군.”
나를 배웅하는 ‘세찬 눈보라’가 나와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훈련할 때마다 그저 감탄밖에 안 나옵니다. 오히려 들소를 타는 기병술은 저보다 더 뛰어납니다. 그리고 들소를 탄 채로 활을 쏘면 백 발 중에 한 발만 빼고 명중입니다.”
‘세찬 눈보라’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맑은 영혼’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를 중심으로 궁기병 부대를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궁기병뿐만이 아니었다.
들소가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면 중기경, 경기병 부대도 만들 예정이다.
* * *
‘하늘의 태양’ 수도, ‘아주 큰’ 도시.
파사헤만(Pahsaheman) 축구 경기장.
‘우직한 곰’과 이리 부족 대추장인 ‘붉은 열매’ 결혼식에 경기장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하객이 몰렸다.
각 부족의 대추장과 대의원들, 각 행정기구 수장들, 심지어 도시에 있는 일반 사람들까지 모였다.
“축제가 따로 없군.”
난 상석에 앉아 경기장을 내려다보며 차례대로 각 부족의 전사들이 추는 춤을 구경했다.
‘하늘의 태양’에 소속된 부족들.
레나페 부족, 서스쿼해녹 부족, 모히칸 부족, 모히간 부족, 왐파노아그 부족, 난티 코크 부족, 쇼니 부족, 야만 부족(포우하탄 부족), 떠돌이 부족(퀴리 피 부족).
마지막으로 신부 측인 이리 부족 전사들이 나와 전통춤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 열로 마주 본 이리 부족 전사들은 마치 전투라도 하듯 곤봉과 창을 들며 격렬하게 춤을 췄다.
“우리는 용감한 이리 부족 전사다!”
“죽기 싫으면 도망가라!”
“독화살에 맞고 싶은 거냐?”
창을 던지는 동작, 창을 찌르는 동작, 곤봉으로 내리치는 동작, 곤봉으로 때리는 동작 등등.
상대방을 위협하는 동작 하나하나가 전투를 치르는 모습이었다.
때마침, 우측에 자리 잡은 ‘찬란한 노을’이 이리 부족 춤을 보고 짧은 감상평을 내놓았다.
“호전적인 부족이라 역시나 춤도 무척 격렬하네요.”
“그러게.”
잠시 후, 모든 부족 춤 행사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결혼식이 시작됐다.
레나페 부족 대전사답게 가슴과 팔뚝에 화려한 문신을 새긴 ‘우직한 곰’.
이리 부족의 전통대로 온몸에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붉은 열매’.
어느새 그 둘이 나란히 경기장에 들어서자 관람석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와 축하를 보냈다.
“대전사 우직한 곰이다!”
“대추장님! 결혼 축하해요.”
“하늘의 태양을 위해 자식도 많이 낳아야 돼요.”
경기장의 관람석에 잠잠해지자 이어서 각 부족의 주술사들이 나와 축복의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늘의 태양 아래 그대들은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창조주와 정령들이 그대들을 오랜 삶으로 이끌 것입니다.”
“···이 부부에게 행복과 축복이 가득하길!”
새삼 그 모습을 보자 지난 결혼식이 생각났다.
그때, 이번 결혼식을 주최하는 ‘바람과 구름’이 나를 호명했다.
“마지막으로 신의 아들이자 전사인 황제 폐하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내가 경기장 중앙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도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
“황제 폐하다!”
* * *
나의 축사가 끝나고, 경기장 곳곳에 잔치가 벌어졌다.
결혼식 하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결혼식 축제를 즐겼다.
나 역시도 아내와 ‘달이 뜨다’와 최측근들과 함께 상석에서 음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었다.
“황제 폐하께서 축사할 때 우직한 곰 얼굴 봤어?”
“하하하! 너무 바보같이 웃던데.”
“부인이 그렇게 좋나? 그렇다고 그렇게 티 나게 웃으면 안 되지.”
“그나저나 지금쯤 땀을 뻘뻘 흘리며 하나가 됐겠지.”
가끔은 ‘우직한 곰과 신부인 ‘붉은 열매’를 안주 삼아 씹어대거나 진한 농담을 하기도 했다.
피식!
난 쌀로 만든 떡을 연신 입에 가져가며 그저 잠자코 웃기만 했다.
‘쌀국수도 한 번 만들어봐?’
그때, 내 옆에 있던 ‘달이 뜨다’가 갑자기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우에에엑!
“뭘 잘 못 먹은 거 아니야? 괜찮아?”
걱정 가득한 내 눈빛에 ‘달이 뜨다’가 괜찮다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근데, 어떡하지? 아무래도 나 임신 한 것 같은데?”
“임신?”
난 심안을 켠 채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뭐야? 하나가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