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문을 열고 바깥에 대기하고 있는 ‘우직한 곰’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행정부, 국방부, 정보감찰부, 자경단 수장들에게 회의장에서 보자고 전해.”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우직한 곰’이 다른 친위대 전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동안 난 곧장 회의장을 향해 걸어가며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삼켰다.
-초원 이리(코요테)가 아이를 사냥함.
겨울은 동물에게도 혹독한 계절이다.
특히, 초식 동물을 사냥하는 육식 동물은 먹잇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메리카 원주민들 사이에서도 얍삽하고 머리가 좋다고 소문난 초원 이리가 기어코 큰 사고를 쳤다.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사상을 존중해 먹잇감을 찾아 도시와 마을로 내려오는 초원 이리를 죽이지 않고, 쫓아내기만 했다.
하지만, 초원 이리는 내가 베푼 자비를 무시하고, 축사에서 키우는 칠면조를 야금야금 사냥해 갔다.
심지어 목장에 있는 들소 새끼까지 건들며 나의 화를 돋웠다.
“사람까지는 사냥하지 말았어야 하지.”
회의실의 문을 열고 자리에 앉은 나는 초원 이리를 토벌하기로 마음먹었다.
잠시 후, 내가 부른 행정기구 수장들이 속속 도착해 초원 이리 문제를 두고 논의를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 도시에 있는 자경단원을 동원해 아이를 찾았지만··· 찢어진 옷과 팔 하나만 발견했습니다.”
“······.”
그 얘기는 아이가 이미 초원 이리들한테 잡아먹혔다는 의미.
회의장 안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으며 국방부 수장인 ‘용감한 늑대’가 제일 먼저 의견을 냈다.
“황제 폐하! 이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날이 갈수록 코요테가 먹잇감을 찾아 도시로 내려오고 있었다. 이 주변에 있는 초원 이리들을 다 죽일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초원 이리 숫자를 줄일 필요는 있습니다.”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정보감찰부 수장 ‘발 빠른 사슴’이 지금까지 ‘하늘의 태양’ 각지에서 초원 이리 때문에 발생한 피해 상황을 간단히 보고했다.
“······지금 수치로 봤을 땐 주로 칠면조 축사와 들소 목장이 있는 마을들이 피해가 큽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아주 큰’ 도시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들도 전사들과 자경단원을 동원해 초원 이리들을 토벌해야 할 듯합니다.”
내 옆에 있던 ‘찬란한 노을’도 그 의견에 동의하며 초원 이리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했다.
“초원 이리 번식력을 생각하면 완전하게 토벌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년 정기적인 토벌 작전으로 초원 이리에 대한 피해는 줄일 수 있겠죠.”
의견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결론은 같았다.
“좋아. 며칠 내로 이 도시 주변에 있는 초원 이리를 토벌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마을도 이번 작전에 동참하기로 하고. 지금 결정된 사안을 정보감찰부가 책임지고 각 마을에 전달하도록.”
‘발 빠른 사슴’이 다급히 서류를 챙기며 힘차게 대답했다.
“오늘 하루는 정신이 하나도 없겠네요. 알겠습니다.”
* * *
‘아주 큰’ 도시, 남쪽 대농장 지대.
가을 곡식으로 풍요로웠던 대농지는 겨울이 되자 이제는 거의 허허벌판이었다.
대농지 곳곳에는 다음 해에 거름으로 사용할 퇴비들이 작은 언덕처럼 쌓인 채 첫눈을 맞이했다.
“아주 냄새가 지독해.”
“그래도 참아야지. 어떡해.”
퇴비가 쌓여 있는 곳에는 ‘하늘의 태양’ 전사들과 자경단원들이 조를 짜 대기하고 있었다.
“지금쯤 올 때가 됐는데, 왜 안 오지?”
“조금만 기다려 봐. 곧 초원 이리들을 몰고 올 테니까.”
“눈이 와서 그런가? 오늘은 유난히 춥네.”
두꺼운 털가죽으로 무장한 전사들과 자경단원들 사이에서 간간이 뜨거운 입김이 올라왔다.
그때, 저 멀리 거친 들소 발굽 소리와 함께 괴성이 들려왔다.
“온다!”
“다들 활에 화살을 장전해.”
* * *
“넓게 대농지로 몰아!”
“네, 황제 폐하!”
들소를 탄 전사들이 우거진 나무와 풀숲을 헤치며 초원 이리들을 몰이하기 시작했다.
가끔 시야에 보이는 초원 이리는 어김없이 화살이 날아갔다.
케애애애앵!
화살에 정확히 맞은 초원 이리가 눈을 뒤집으며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어떨 때는 초원 이리가 자신의 몸통에 박힌 화살을 날카로운 송곳니로 물어뜯으며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초원 이리처럼 얼마 가지 않아 혀를 쭉 내밀고 죽어 버렸다.
들소 기병대와 친위대를 이끌며 몰이하고 있는 나도 초원 이리 몇 마리를 활로 쏴 죽였다.
“대농지가 그리 멀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몰이하라!”
내 목소리가 숲 속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숲이 거의 끝에 다다르자 들소 기병대에 쫓겨 초원 이리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사방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이곳은 가을 수확이 끝난 대농지.
초원 이리들이 어디로 도망치는지 훤히 들여다보였다.
“초원 이리들이다!”
“지금부터 사냥의 시간이다.”
“한 명당 무조건 다섯 마리야.”
대농지에 퇴비가 쌓인 곳에 숨어 있던 전사들과 자경단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거침없이 활을 쏘기 시작했다.
슉! 슉! 슉! 슉! 슉!
그리고 숲에서 들소 기병대를 이끌고 나온 나는 대농지의 초원 이리 사냥에 동참했다.
“세찬 눈보라! 초원 이리가 또다시 숲으로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
“네, 황제 폐하!”
“한 마리도 남김없이 다 사살하라!”
한순간 대농지는 초원 이리의 울음소리와 피 냄새로 가득 찼다.
잠시 후, 한낮의 초원 이리 사냥이 끝이 났다.
난 내 앞에 일렬로 가지런히 놓여 있는 초원 이리들을 내려다봤다.
대략 서른 마리.
크기는 회색 늑대보다 작고, 여우보다는 컸다.
게다가 무리로 사냥할 때도 있어서 초원 이리의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이틀 전보다 확실히 줄어들긴 했군.’
초원 이리를 사냥한 지 오늘까지 더해 사흘째.
난 이번 초원 이리 토벌 작전에 참여한 전사들과 자경단원들에게 휴식 명령을 내렸다.
“지금까지 수고했다. 저녁때까지 푹 쉬고, 새벽 1시에 마지막 사냥을 한다.”
“네, 황제 폐하!”
하루에 두 번, 초원 이리를 사냥한다.
대농지에 남아있는 전사들과 자경단원들이 뒷정리하는 동안 난 친위대 전사들과 함께 대농지에 마련된 거처로 향했다.
* * *
‘아주 큰’ 도시, 도서관.
초원이리 대토벌 작전은 무사히 끝이 났다.
물론, ‘하늘의 태양’의 각지에 칠면조 축사나 들소 목장이 있는 마을들도 대대적으로 초원 이리 부족 사냥에 나서며 대토벌 작전에 동참했다.
“세찬 눈보라! 요즘 자경단에서 초원 이리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
휴가로 며칠간 쉬는 ‘우직한 곰’을 대신해 ‘세찬 눈보라’가 친위대 전사들과 함께 내 호위 임무를 맡고 있었다.
“확실히 초원이리 대토벌 작전이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경단원들이 축사나 목장 주위로 계속 순찰하는데 초원 이리를 거의 못 봤다고 합니다.”
확실히 초원 이리 때문에 자경단의 신고가 예전보다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초원 이리 번식력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해야겠지?”
“아무래도 그러는 게 낫지 않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은 매년 축제처럼 초원 이리 대토벌 작전을 시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축제라···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더구나 이번에 초원 이리 사냥을 하면서 고기뿐만 아니라 가죽도 꽤 많이 얻었다.
“아주 좋은 의견이야. 다음 대의원 정기회의 때 논의를 해 봐야겠군.”
한동안 ‘세찬 눈보라’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도서관 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잠시 후,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어진 도서관 앞에 섰다.
이 층 건물인 도서관은 지식의 요람답게 최대한 좋은 자재들만 사용해 지었다.
도서관 앞에는 작은 정원과 연못, 그리고 휴식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잔디밭도 있었다.
하지만, 겨울이라 추워서 그런지 바깥에서 책을 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들 도서관 안에서 책을 읽는 것 같습니다.”
‘세찬 눈보라’도 저번 여름과 달리 휑한 도서관을 당황한 듯했다.
“그러게. 안으로 들어가 보자.”
“네, 황제 폐하!”
도서관에 들어가서도 친위대 전사들의 호위 임무는 계속됐다.
사방에 깔린 친위대 전사들이 날이 선 눈빛으로 도서관 안을 쉴 새 없이 감시했다.
그렇게 안전이 확인한 뒤에야 난 도서관을 들어갈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황제 폐하!”
도서관 입구에 세 명의 사서가 동시에 일어나서 인사를 건네왔다.
“고생들 많으십니다.”
“아닙니다. 황제 폐하!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편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관리하면서 시간 날 때 책도 읽고, 너무 좋습니다.”
그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도서관 내부를 둘러봤다.
높은 천장, 역시나 대리석으로 깔린 바닥.
유리창으로 뒤덮인 한쪽 벽면은 햇빛이 그대로 투과되어 도서관을 환하게 비춰 주고 있었다.
1층은 중앙을 중심으로 크게 둘로 나뉘어 있었다.
오른쪽에는 책을 집어넣을 수 있는 책장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배치되어 있었고, 왼쪽에는 사람들이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제법 많네요.”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전보다 많이 늘었습니다.”
“그렇군요.”
나를 안내하는 도서관 사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 층 쪽을 한 번 쳐다봤다.
일 층과 계단으로 연결된 이 층은 전부 다 책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책장이 비치된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거의 텅텅 비어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도서관 사서가 눈치가 있는지 그 부분에 관해 얘기를 꺼냈다.
“인쇄기로 책을 편찬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황제 폐하께서 쓰신 책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각 지역에 파견된 교사들이 각 부족의 신화와 전설에 관해 쓰고 있으니 비어 있는 책장에 조금씩 책으로 가득 채워질 겁니다.”
도서관 사서의 위로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세 연맹과의 전쟁 때문에 책을 편찬하는 일을 중간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연구소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은 전부 다 의무적으로 책 한 권씩 편찬하라고 해야겠군.’
게다가 각 부족의 대원로들한테도 사람을 붙여서 부족에 관한 역사책을 편찬할 계획이다.
“보통 날이 지면 도서관을 닫게 됩니다. 촛불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야간에는 화재 위험이 있어서 도서관의 이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물론, 도서관에 배치된 책을 외부로 반출할 수도 없고요,”
도서관 사서의 설명을 들으며 어느새 책상 위에서 책을 집중하며 읽고 있는 딸 앞에 섰다.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딸의 독서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도서관 사서가 조용히 말하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신기한 별자리-
천문학에 관련된 책.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 이 책도 내가 쓴 거다.
피식!
아빠가 왔는데도 독서에 집중하고 있는 ‘하늘의 별’이 너무 기특하게 보였다.
‘그 사이 지혜랑 통찰이 또 올랐군.’
심안으로 본 딸의 상태 창을 끄고 헛기침을 했다.
‘하늘의 별’이 그 기침 소리에 책에서 눈을 떼더니 나를 보자마자 반가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빠!”
“조용히! 다른 사람들의 독서가 방해되잖아.”
“응. 근데 언제 왔어?”
“조금 전에.”
“왔으면 바로 얘기하지.”
“그러려고 했는데, 너무 책에 집중하고 있어서 말을 못했어.”
“그랬구나.”
“어쨌든 도서관이 곧 끝나니까, 집으로 가자.”
“잠깐만 기다려. 아빠! 책장에 책 좀 놓고 올게.”
“그래.”
나랏일도 하면서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육아에도 나름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그래서일까?
딸과 손을 잡고 도서관에서 나오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게 느껴졌다.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
“난 고기.”
“그래, 오늘도 고기 먹자.”
* * *
온타리오 호수 북쪽, 와이언도트 부족 마을.
‘하늘의 태양’ 상단 사람들이 울타리 문에서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왔다.
“우리 ‘하늘의 태양’과의 거래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다음에 또 방문하겠습니다.”
와이언도트 부족 사람들의 배웅을 받은 ‘물’ 상단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편, 와이언도트 부족 대추장과 원로들이 모여 있는 긴집 안에서 은밀한 계략이 오고 가고 있었다.
“치솟는 불길! 자네 말대로 ‘하늘의 태양’과 거래하기로 했네. 다음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