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실종된 자경단원을 조사하고 있는 상급자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실종된 자경단원의 가족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확실하지?”
“네, 평상시처럼 출근했다고 하네요.”
“혹시 곰이나 늑대 같은 동물에 습격당한 것 아니야? 아니면 독사에 물렸거나?”
은근슬쩍 조사 방향을 제시하는 자경단 책임자의 말에 상급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런 방향으로 처음부터 조사해 보겠습니다.”
“그래. 딱 한 달 주지. 그때까지 실종된 자경단원을 찾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상부에 실종 처리라고 보고할 수밖에. 민원도 많은 상황에서 언제까지 그 문제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없고 말이야.”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실종된 동료를 찾겠습니다.”
“최선이 아니라 반드시?”
“네.”
잠시 후, 보고를 끝마친 자경단원이 나가자 집무실에 혼자 남은 자경단 책임자가 골치 아픈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단, 상부에 보고해야겠지.”
* * *
‘하늘의 태양’ 수도, ‘아주 큰’ 도시.
파사헤만(Pahsaheman) 축구 경기장.
가을 추수가 끝나고, ‘하늘의 태양’의 수도에서 사흘간의 가을 축제가 열렸다.
파사헤만 축구 경기장 안에는 부족을 대표해 각 지역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축제다!”
“올해도 대풍년이라던데.”
“어쩐지 요즘 들어 번화가에 식당이 늘어난 이유가 있었군.”
“엄마! 간이 식당에서 꿀 떡 좀 사줘.”
어른이나 아이 할 것이 없이 가을 축제에 다들 들떠 있었다.
게다가 가을 축제는 수도에서만 하지 않고, 각 지역의 중심 마을에서 소규모로 축제가 열렸다.
그때, 관객석에 있던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황제 폐하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자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황제 폐하다!”
“신이시여! 우리에게 신의 아들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기 봐! 황제 폐하께서 우리 쪽으로 손을 흔들고 있어!”
* * *
“그래. 달려!”
“막아야 돼!”
엊그제 나의 개회식을 시작으로 사흘간의 가을 축제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역시나 가을 축제의 마지막 장식은 파사헤만 축구 경기였다.
결승전은 레나페 부족 대 이로쿼이 연맹 부족.
공을 들고 전속력으로 달려가던 레나페 부족 전사를 향해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목이 터지라 응원했다.
“부족의 명예를 걸고 달려!”
“이대로 지면 안 돼!”
가족들과 함께 관객석 중앙에서 결승전을 보고 있던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동점이다!’
순간 경기장이 함성과 박수 소리로 들썩거렸다.
와아아아아아아!
“이번에는 레나페 부족이 우승해야지.”
“잘했어.”
“역전 가자!”
이번 결승전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그야말로 역대급 경기였다.
그때, 등 뒤에서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졌다.
“황제 폐하! 경기만 보지 말고, 애들도 좀 챙겨주세요.”
세쌍둥이를 돌보고 있는 ‘달이 뜨다’의 가시가 박혀 있는 말에 난 재빨리 자리에 앉아 큰딸과 아들에게 말했다.
“간이 상점에서 뭣 좀 먹을까?”
“괜찮아.”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았잖아. 경기 끝나고 먹을래.”
아이들도 나를 따라 파사헤만 축구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슬쩍 ‘달이 뜨다’의 눈치를 보며 경기에 다시 집중했다.
잠시 후, 올해 파사헤만 축구 경기 최종 우승팀이 결정 났다.
우승팀은 이로쿼이 연맹 부족.
개인적으론 레나페 부족을 응원했지만, 어쨌든 이로쿼이 연맹 부족들도 ‘하늘의 태양’의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축하를 건네고, 경기장에서 짧은 연설과 함께 가을 축제의 마지막을 알렸다.
“이로써 올해 가을 축제를 끝마치겠습니다.”
* * *
관청 집무실.
가을 축제도 무사히 끝이 났다.
그리고 연례행사가 된 초원 이리(코요테) 사냥도 며칠 전에 끝이 났다.
“각 지역에서도 치러지는 초원 이리 사냥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하네요.”
‘찬란한 노을’의 보고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가을에는 유난히 행사가 많았다.
그 행사들을 치르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어쨌든 가을 행사도 아무 문제 없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더구나 올해도 풍년.
작황 결과가 워낙 좋다 보니 엄청난 식량 생산량에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대의원들의 조사는?”
내 물음에 ‘찬란한 노을’이 정말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서류를 들춰봤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비리를 저지른 대의원들이 얼마 안 돼요. 지금도 계속 조사 중이지만, 대략 열 명 정도 대의원들이 부정 축재를 하고 있었어요.”
그녀가 나에게 부정 축재한 명단이 적혀 있는 서류를 건넸다.
그 서류를 훑어본 난 고민도 없이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아마 대의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면 썩은 부위를 과감히 도려내야지.”
“네. 그래서 대의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반발하지 못하게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어요.”
“잘했어. 그리고 한 명씩 잡아들이는 것보다 한꺼번에 터트리는 게 나을 거야.”
“네. 황제 폐하의 지시대로 겨울에 터트리려고 단단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라가 발전되고, 화폐가 통용되고, 개인재산이 인정되면서 부패나 비리가 어느 정도 일어날 거라 예상은 했다.
더구나 내년이면 목화와 감자의 생산으로 기본적인 의식주는 거의 해결됐다고 봐야 했다.
일단은 외부로 확장하기 전에 한 번쯤 내부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모히간 부족 마을은?”
“상단의 건설 지원을 통해 정보감찰부 소속 전사를 잠입시켜놨습니다. 조만간 증거를 찾아낼 겁니다.”
“반드시 찾아내야 돼.”
“알겠습니다.”
대의원에 관한 얘기가 끝나자 이번에는 북쪽의 부족들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생각보다 천둥새 신을 믿는 부족들이 많더군요. 다만, 와이언도트 부족 연회에 참석하지 못한 부족들은 아직도 긴가민가한 중이에요. 그래서 죄송하지만, 이번에도 황제 폐하께서 직접 나서줘야 할 것 같아요.”
“북쪽 부족들을 방문하면서 내가 천둥새 신이라는 걸 확실하게 각인시켜라?”
“네. 사실 황제 폐하께서 신의 아들이 맞잖아요.”
‘찬란한 노을’의 마지막 말에 그냥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피식!
위기가 벗어나니 아주 큰 기회가 왔다.
난 그 기회를 놓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전쟁 한 번 하지 않고, 북쪽 부족들을 복속할 수 기회인데.
“좋아. 멋지게 한번 자리를 만들어봐.”
‘찬란한 노을’이 연출한 영화에 또 한 번 주인공으로 연기하기로 마음먹었다.
* * *
‘하늘의 태양’, 일리노이 연맹 서쪽 대평원.
초원으로 뒤덮인 대평원에 ‘우렁찬 천둥’이 이끄는 개척부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상부에 지시에 따라 생포한 포로들을 다코타 부족에게 돌려주기 위해 세 시간째 기다리고 있던 ‘우렁찬 천둥’이 불만 가득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천인장님! 우리 ‘하늘의 태양’처럼 다코타 부족한테 정확한 시간 개념이 없잖아요. 조금만 더 기다리죠. 날이 저물고 있으니 곧 다코타 부족 사람들이 곧 올 거예요.”
‘맑은 영혼’은 이런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닌지 화가 난 ‘우렁찬 천둥’을 능숙하게 달랬다.
그렇게 삼십 분쯤 더 기다렸을까?
저 멀리 들소 가죽을 뒤집어쓴 채 완전무장한 다코타 부족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네요. 우선 저들과 안면이 있는 아이오웨이 부족 사람들을 데리고 제가 먼저 만나고 올게요.”
“조심해. 맑은 영혼!”
걱정이 담긴 ‘우렁찬 천둥’의 말에 ‘맑은 영혼’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맑은 영혼’이 다코타 부족 측과 얘기가 잘 됐는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와 ‘우렁찬 천둥’에게 보고했다.
“······다코타 부족이 저번에 기습하고 약탈하려 했던 것을 진심으로 사과하네요. 그리고 다음에는 저희 ‘하늘의 태양’과 잘 지내고 싶다고 합니다.”
“말길은 알아먹어서 다행이군. 협정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우렁찬 천둥’이 물었다.
“협정까지 맺기에는 다코타 부족이 좀 꺼리더군요. 일단, 구두로만 합의를 봤어요.”
“그럼, 나중에 다코타 부족이 합의를 깨고 뒤통수를 칠 가능성이 크겠네.”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있겠죠.”
‘우렁찬 천둥’도, ‘맑은 영혼’도 주변 부족들한테 듣는 얘기가 있어서 그런지 다코타 부족에 대해 썩 좋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천인장님! 다코타 부족이 은근히 길들인 들소로 거래하고 싶어 하는 눈치에요. 저번에 우리를 기습한 이유도 대충 얘기를 들어보니까 들소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맑은 영혼’이 계속된 보고에 ‘우렁찬 천둥’이 기분 나쁘다는 듯 다코타 부족 진영을 한 번 노려봤다.
“꿈도 야무지군. 전략 자산이나 마찬가지인 들소를 어떻게 팔아? 땅이면 모를까. 어쨌든 생포한 다코타 부족 전사들을 돌려주면서 일단은 상부에 얘기해 본다고 전해.”
“네, 천인장님!”
‘맑은 영혼’도 그의 결정에 옳다고 생각했는지 힘차게 대답했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흘러갔다.
해가 저물고,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쯤 다코타 부족 사람들이 그들 땅으로 돌아갔다.
“협정이 좀 깔끔하게 맺지 않아서 찝찝하긴 하는데, 어쩔 수 없지. 임시 주둔지로 돌아간다!”
‘우렁찬 천둥’의 지시에 ‘맑은 영혼’과 개척부대 전사들이 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
* * *
오타와 강 서쪽, 동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마을.
하늘에서 올해 처음으로 눈으로 내렸다.
큼지막한 함박눈이 세상을 집어삼키며 모든 걸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털가죽 옷으로 단단히 무장한 오지브웨 부족 어린아이들이 집 바깥으로 나와 신이 난 듯 뛰어다녔다.
“눈이다!”
“눈싸움하자.”
“우리는 눈사람 만들 거야.”
남자아이들은 눈싸움하며 놀았고, 여자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눈사람을 만들었다.
한편, 마을 중앙 광장에 자리 잡은 자작나무 껍질 움막집에 연기가 연신 피어 올라왔다.
“천둥새 신이라니? 아주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허무맹랑한 소문에 그저 웃음만 나오는군.”
“그래서 까마귀 발 대추장이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남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에서 온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동부 삼림 오지브웨 대추장과 원로들은 비웃음을 날렸다.
“천둥새 신을 모시는 게 오지브웨 부족으로서 당연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동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도 ‘하늘의 태양’에 함께 들어갔으면 한답니다.”
“······.”
또다시 움막 집안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때, 동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대추장이 말했다.
“하하! 무슨 말인지 잘 알겠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동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은 ‘하늘의 태양’에 들어갈 생각이 없네. 아마 다른 지역에 사는 오지브웨 부족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인 것 같은데, 아닌가?”
“······.”
남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 하자, 동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대추장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까마귀 발 대추장에게 전하게. 일단, ‘하늘의 태양’ 황제가 봄에 방문하기로 했으니 손님으로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대접할 거라고.”
“그, 그게··· 알겠습니다.”
남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사람들을 이끄는 자는 더는 이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직접 겪어볼 수밖에.’
* * *
‘하늘의 태양’, 모히간 부족 작은 마을.
어두컴컴한 밤.
마을 곡물 창고에 수상한 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 주변에 누가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봐.”
“네.”
수십 명의 건장한 젊은 남자들이 주변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확인했다.
“아무도 없습니다.”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후, 젊은 남자들이 창고에 있던 곡물들을 여러 대의 수레에 싣고 어딘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정보감찰부 소속 전사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어디로 가는 거지?
-방향이 다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