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8)
028화
“수성의 이점을 이용해 진형을 갖춰···”
“······.”
급한 마음에 그만 한국말이 나와 버렸다.
그렇다고 레나페 언어로 자세히 설명할 수도 없었다.
그때, ‘용감한 늑대’와 눈이 마주치자 그를 포함해 내 제자인 전사들을 불러 직접 시범을 보여 줬다.
“방패. 일 열. 무조건. 막는다.”
“······.”
다섯 명의 전사가 방패와 창을 들고 일 열로 나란히 서게 했다.
“창. 이 열. 찌른다. 던진다.”
“······.”
세 명의 전사가 이 열에서 창을 들고 서 있었다.
“활. 삼 열. 쏜다. 많이. 쏜다.”
“······.”
두 명의 전사가 삼 열에서 활을 들고 서 있었다.
하지만, 내 설명은 그것으로 끝이 나지 않았다.
“총 셋. 중앙, 오른쪽, 왼쪽. 적. 상대한다.”
진형까지 빠르게 설명하자 ‘숲의 사냥꾼’을 비롯해 모든 전사가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RPG 게임이나 전략 게임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전술.
탱커는 막고, 딜러는 공격하고.
아쉽게도 힐러는 없었다.
하지만, 답답한 내 마음과 달리 멍하니 서 있는 그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뭐 해? 어서. 움직여.”
“······.”
그때, 가만히 지켜보던 ‘숲의 사냥꾼’이 앞으로 나서며 전사들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다들 봤지? 아주 큰 이천일의 말대로 해라.”
“네. 추장님!”
전사들이 내가 시범을 보인 대로 진형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적의 시선을 분산시켜야 한다.
난 ‘숲의 사냥꾼’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기습. 적. 뒤. 친다. 전사 필요.”
“적을 뒤에서 기습한다고?”
“네. 전사. 열.”
적의 후미를 친다는 것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무척 위험한 일이었다.
망설인 표정으로 ‘숲의 사냥꾼’이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를 믿어볼 수밖에.’
‘숲의 사냥꾼’이 허락이 떨어지자 나는 ‘용감한 늑대’와 내 제자였던 전사들을 호명했다.
“화살. 많이.”
‘용감한 늑대’가 내 말을 바로 이해했는지 나 대신 전사들에게 신속하게 지시를 내렸다.
“적의 뒤를 습격할 때니까, 화살 많이 챙겨.”
“걱정하지 마. 살고 싶어서라도 화살을 넉넉히 챙길 테니까.”
“우직한 곰! 많··이 가··져간다.”
‘발 빠른 사슴’과 ‘우직한 곰’을 필두로 전사들이 화살집에 최대한 화살을 집어넣었다.
꽈아아아아앙! 꽈아아아앙!
그 사이, 나는 들썩거리는 문을 가리키며 ‘숲의 사냥꾼’에게 몇 가지 더 부탁했다.
“······기습. 문. 최대한. 버틴다.”
“너희들이 기습할 때까지 문을 막고 무너지지 않게 버티라고?”
“네.”
“알겠다. 어떻게든 버텨볼 테니 서둘러라.”
“감사합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추장에게 가볍게 인사한 뒤 열 명의 전사들을 데리고 울타리 쪽으로 뛰어갔다.
맵 창을 확인한 뒤 적이 없는 곳을 찾았다.
‘망루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수성의 이점이 울타리만 빼고 전혀 없었다.
마침, 입구와 멀지 않은 곳에 적당한 장소를 발견했다.
“넘는다.”
‘용감한 늑대’와 전사들이 서로 몸을 받치며 울타리를 넘어갔다.
제일 먼저 울타리를 넘은 맵 창과 주위를 확인하며 경계를 섰다.
“아주 큰 이천일! 다 넘었다.”
전사들을 대표해 ‘용감한 늑대’가 보고하자, 간단하게 기습 작전을 설명했다.
“좋다. 공격. 도망간다. 공격. 도망간다.”
“이해했다.”
“지금. 시작한다.”
적의 동태를 제대로 살펴볼 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나에겐 게임 시스템인 맵 창이 있었다.
“가자!”
나를 선두로 전사들이 입구 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얼마 가지 않아, 수많은 피쿼트 전사가 울타리 문을 온몸으로 밀어붙이는 게 보였다.
나는 크게 소리쳤다.
“쏴!”
이미 화살을 장전하고 있던 전사들이 내 명령에 일제히 활을 쐈다.
슉! 슉! 슉! 슉! 슉! 슉!
문을 무너뜨리기 위해 집중하고 있던 피쿼트 전사들이 갑작스럽게 화살이 날아오자 당황했다.
푹! 푸욱! 푸우욱! 푸우욱! 푸욱! 푹!
으아악! 으악! 으악!
화살을 맞은 피쿼트 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픽픽 쓰러졌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전사들에게 계속 활을 쏘라고 소리쳤다.
“계속! 쏴!”
슉! 슉! 슉! 슉! 슉! 슉! 슉!
입구에 있던 피쿼트 전사들이 우왕좌왕하며 한쪽 진영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 * *
으아악! 으악!
전방에 있던 전사들이 공격을 받자, ‘용감한 뱀’은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뿔 두꺼비’에게 말했다.
“계획이 실패한 것 같군. 벌레들도 귀찮게 하고.”
조금 당황한 듯 ‘뿔 두꺼비’가 앞으로 나섰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레나페 부족이 대비를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저 벌레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용감한 뱀’이 차갑게 눈을 빛내며 말했다.
“좋은 분위기를 망치면 안 되잖아. 빨리 처리해.”
“알겠습니다. 추장!”
대전사인 ‘뿔 두꺼비’가 전사 스무 명을 데리고 뛰어가자 ‘용감한 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
“쉽게 끝날 줄 알았더니.”
* * *
슉! 슉! 슉! 슉! 슉!
‘큰 거북’ 전사들은 내가 후퇴 명령을 내릴 때까지 연사로 계속 활을 쐈다.
으악! 으악! 으아아악!
일단, 기습은 성공적이었다.
잠깐 사이, 울타리 입구에 피쿼트 전사가 스무 명 가까이 죽어 나갔다.
운이 좋은 것도 있고, 적이 방비를 못 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피쿼트 전사들이 한쪽에 너무 몰려있어서 우리가 집중적으로 쏜 화살에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남은 화살을 쏜 나는 고개를 들어 맵 창을 확인했다.
‘오는군.’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피쿼트 전사들이 우리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무사히 첫 번째 임무를 마친 나는 전사들에게 후퇴 명령을 내렸다.
“적. 온다. 후퇴.”
“알았다.”
내 제자라서 그런 건지 몰라도 손발이 꽤 잘 맞았다.
신속하게 활을 어깨에 걸친 뒤, 전사들이 나를 따라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적당한 장소로 적을 유인하기 위해 맵 창을 확인하면서 진형별로 각자 임무를 줬다.
“일 열. 방패와 창······.”
탱커는 우직한 곰과 힘이 좋아 보이는 전사 세 명.
딜러 임무를 맡게 된 전사는 나와 ‘용감한 늑대’를 포함해 세 명.
그리고 저격 임무를 맡을 ‘발 빠른 사슴’을 포함해 전사 세 명.
설마 했던 기습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용감한 늑대’와 전사들은 조금 상기된 채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마침, 적당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울타리 끝에 코너와 은폐할 나무들이 있었다.
“여기서. 싸운다. 진형. 갖춘다.”
“내··가 두 번째로 힘이 세··다. 내··가 다 막··는다.”
‘우직한 곰’이 눈을 부라리며 방패와 창을 들자 그를 중심으로 전사들이 자리를 잡았다.
‘용감한 늑대’와 ‘꺾이지 않는 산’, 그리고 나는 각자 손에 익은 돌창과 곤봉을 들고 백병전을 준비했다.
어느새 ‘발 빠른 사슴’은 전사 두 명을 데리고 나무 뒤에 숨어 저격할 준비를 끝마쳤다.
사각지대라 피쿼트 전사들은 우리가 숨어있는 줄도 모르고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다들 숨죽이며 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맵 창에 표시된 붉은 점들이 점점 가까워지며 내가 크게 소리쳤다.
“공격!”
퍽! 퍼퍼퍼퍽! 퍽!
방패를 든 우직한 곰과 전사들이 제일 먼저 피쿼트 전사들과 충돌했다.
그리고 곧바로 저격 임무를 맡은 ‘발 빠른 사슴’과 전사들이 매섭게 활을 쏘기 시작했다.
슉! 슉! 슉! 슉! 슉! 슉!
화살을 맞은 피쿼트 전사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나와 ‘용감한 늑대’, 그리고 ‘꺾이지 않은 산’은 적의 빈틈을 노려 창을 찌르거나 곤봉을 휘두르며 피쿼트 전사를 쓰러트렸다.
푸욱! 푹! 푸푹! 퍽! 퍼퍼퍼퍽!
우리의 기습에 열두 명의 피쿼트 전사들이 피를 흘리며 땅에 드러누워 있었다.
하지만, 자만은 금물.
진형이 무너지며 우리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무리하게. 싸우지 마. 뒤로.”
“뒤로.”
탱커 임무를 맡은 전사들이 뒤로 물러나자 저격 화살이 계속 날아오며 혼란에 빠진 피쿼트 전사들을 계속 괴롭혔다.
난 차갑게 눈을 빛내며 한 남자를 바라봤다.
‘저자가 대장이군.’
아까부터 당황하지 않고 뛰어난 전투 실력을 보이며 다른 피쿼트 전사를 진정시키려는 중년 남자.
적을 몰아칠 때를 노리던 나는 피쿼트 전사가 이젠 다섯 명밖에 남지 않자 크게 소리쳤다.
“포위. 총 공격.”
마침,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뒤로 물러나면서 적의 공격을 막기만 했던 ‘우직한 곰’이 포효하며 엄청난 괴력으로 적의 진형을 돌파했다.
와아아아아!
“다 덤벼!”
퍽! 퍼퍼퍽! 퍼퍽!
동시에 ‘용감한 늑대’와 눈이 마주친 나는 그와 함께 적의 대장 전사를 상대했다.
부웅!
내리치는 ‘용감한 늑대’의 곤봉을 피쿼트 대전사가 자신의 곤봉으로 막았다.
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창으로 그의 다리를 휘저으며 시선을 어지럽게 한 뒤,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피쿼트 대전사의 목을 강하게 찔렀다.
푸욱!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던 피쿼트 대전사의 머리를 ‘용감한 늑대’가 이어서 곤봉으로 강하게 내려쳤다.
퍼어억!
한쪽 머리가 처참하게 함몰되며 뼛조각과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한편, 어느새 저격 임무를 끝내고 돌아온 ‘발 빠른 사슴’과 전사 두 명이 합류해 나머지 피쿼트 전사들을 처리했다.
푸욱! 퍼어억! 퍼퍽!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쳐들어오지 말았어야지. 퉷!”
분노로 뒤덮인 ‘발 빠른 사슴’이 눈을 뜨고 죽은 피쿼트 전사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난 맵을 확인한 뒤 거친 숨을 내쉬는 전사들에게 물었다.
“다친. 사람?”
“없어.”
“조금 다치긴 했지만, 충분히 싸울 수 있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닥. 창. 다. 들어.”
“응.”
‘큰 거북’ 전사들이 피쿼트 전사가 떨어트린 창을 다 줍는 동안 때마침 울타리 문이 무너졌다.
꽈아아아아앙!
동시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피쿼트 전사 스무 명이 울타리 문을 무너뜨린 피쿼트 전사들에게 합류하기 위해 달려나가고 있었다.
맵으로 전장의 상황을 확인한 나는 ‘큰 거북’ 전사들에게 다급히 말했다.
“반드시. 막는다. 가자!”
* * *
아다다다다다닷!
울타리 문이 무너지자 피쿼트 전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물밀 듯이 들어왔다.
하지만, 전면전과 난전을 기대했던 피쿼트 전사들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병력은 삼십 대 삼십.
‘노란 나무’의 전사들 때문에 작은 문제가 있었지만, ‘숲의 사냥꾼은 ‘아주 큰 이천일’이 했던 조언을 잊지 않고, 진형을 구축했다.
“활을 쏴라! 창을 던져라!”
입구를 중심으로 중앙과 좌우에서 화살과 창이 날아왔다.
슉! 슉! 슉! 슉! 슉!
슈우욱! 슈우욱!
피쿼트 전사들이 레나페 부족의 전략적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바닥에 쓰러진 전사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으아악! 으악! 으아악!
그리고 또다시 ‘숲의 사냥꾼’이 전사들을 지휘하며 크게 소리쳤다.
“방패와 창은 든 전사들은 자리를 이탈하지 말고 적을 막아라!”
“계속 활을 쏴라!”
두 진영 사이에 화살과 창이 수없이 날아들었다.
피쿼트 전사들은 무식할 정도 저돌적이었다.
전략도 전술도 없었다.
주위에 레나페 전사들이 보이면 그 즉시 곤봉을 내리치거나 창을 던졌다.
아무래도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레나페 부족의 전사들은 구축했던 진형이 흐트러지면서 희생자가 조금씩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반에 피쿼트 전사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수적으로 많이 불리해진 피쿼트 전사들을 레나페 전사들이 몰아붙이면서 난전으로 점점 치닫고 있었다.
퍽! 푹! 푸푸푹! 퍼퍼퍼퍽!
으악! 으아아악! 으악!
* * *
슈우욱! 슈욱! 슈우욱!
입구로 진입하려는 스무 명의 피쿼트 전사들을 ‘큰 거북’ 전사들과 함께 창을 던지며 막아섰다.
피쿼트 부족의 추장으로 보이는 자는 ‘용감한 늑대’가 던진 창에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이제는 다섯 명밖에 없는 피쿼트 전사들을 포위하며 몰아붙였다.
푸욱!
그리고 마지막 남은 피쿼트 전사의 숨통을 끊어놓자 울타리 안에 있던 레나페 전사들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온몸이 피로 뒤덮인 나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맵 창에 붉은 점이 있는지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과 함께 웃을 수 있었다.
휴우! 휴우!
“이겼다!”
때마침, 내 머릿속으로 연달아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링!] [레벨업을 했습니다.] [띠링!] [레벨업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