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65)
065화
마을의 전사들에겐 사기를, 적에겐 공포와 두려움을 선사해 주려고 일부러 크게 소리쳤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피쿼트 전사들을 힘겹게 막고 있는 ‘발 빠른 사슴’과 마을 전사들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추장이 왔다!”
“신의 전사인 추장이 왔다!”
“피쿼트 놈들아! 너희들은 끝났어!”
“다들 조금만 더 버텨!”
울타리에만 집중하던 피쿼트 전사들이 나로 인해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내가 가는 길은 그야말로 죽음의 길이었다.
스으윽! 휘이이익! 푹! 푸푸푹!
창을 거침없이 휘두를 때마다 피쿼트 전사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터진 머리에서 뇌수와 뼛조각이 바닥에 뿌려지고.
구멍 뚫린 가슴에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깊게 베인 배에서 내장이 쏟아져 나오고.
두 다리가 깔끔하게 잘려나간 피쿼트 전사들이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괴··괴물이다!”
“살··려줘!”
“안 돼!”
사다리에 올라가려고 대기하고 있던 서른 명의 피쿼트 전사들이 순식간에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공포와 두려움은 전염될 수밖에 없다.
사다리에 있던 피쿼트 전사들이 내 무시무시한 전투 실력에 경악의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내 허리춤에 있던 단검들을 빠르게 날렸다.
으악! 으아아악! 으악!
좌측 사다리에 있던 피쿼트 전사들이 단검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졌다.
내 앞에 있는 사다리를 밟아가며 피쿼트 전사들을 창으로 가슴을 찌르거나 다리를 후려쳐 함정으로 떨어트리게 했다.
그리고 이제 막 울타리를 넘은 피쿼트 전사를 향해 창을 힘껏 던졌다.
푸우욱!
등에 창이 박힌 피쿼트 전사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활!’
어느새 인벤토리에 보관되어 있던 활이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화살집에 있는 화살들이 빠르게 없어졌다.
슉! 슉! 슉! 슉!
수십 개의 화살이 날아가 우측 사다리에 있던 피쿼트 전사들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한 발에 하나씩.
이젠 맨 우측 사다리만 남았다.
거리는 20m.
‘순간이동!’
그동안 수없이 연습했던 순간이동이 진가를 발휘했다.
내 몸이 연기처럼 사라지듯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순간이동처럼 보이지만, 순간이동이 아니었다.
단지, 민첩이 극에 달해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동한 것뿐.
어느새 맨 우측 사다리에 모습을 드러낸 나는 도끼와 단검을 들고 장애물을 치우듯 피쿼트 전사들을 철저하게 부숴 버렸다.
스으윽! 퍽! 퍼퍼퍽!
도끼로 머리를 내려찍고.
단검으로 목을 베고.
이젠 울타리를 넘어 보조받침대에 있던 피쿼트 전사들의 숨통까지 끊어 놓았다.
얼굴과 온몸이 피로 뒤덮인 나는 전장을 빠르게 훑어봤다.
다행히 마을의 여자들은 나를 오인 사격하지 않고 좌측 보조받침대를 향해 무자비하게 쇠뇌를 쏘고 있었다.
슉! 슉! 슉! 슉! 슉! 슉!
마지막으로 남은 피쿼트 전사가 온몸에 화살을 맞고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으아아악!
대승.
서쪽에 울타리로 쳐들어온 피쿼트 전사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발 빠른 사슴’과 전사들이 나를 향해 다급히 뛰어왔다.
“추장! 동쪽 울타리에도 피쿼트 놈들이 있어.”
“응.”
맵 창으로 그 상황을 이미 알고 있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 빠른 사슴’과 전사들에게 서둘러 물었다.
“크게 다치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
“······.”
다행히도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경미한 부상만 있을 뿐.
“발 빠른 사슴! 쇠뇌 전술 알지?”
“당연히 알지. 추장! 여자들과 평상시에도 매일 훈련하는 거잖아.”
“정문으로 나가 적의 후미를 칠 거야. 너는 마을의 여자들을 이끌고 전술대로 후방에서 지원 사격해 줘.”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나는 마을의 전사들과 여자들에게 소리쳤다.
“시간이 별로 없어. 다들 재정비하고 정문으로 나간다.”
때마침, 나와 함께 전투를 치른 ‘세찬 눈보라’가 뛰어와 우리 쪽에 합류했다.
오 분 정도 흘렀을까?
수레에서 무기와 화살을 챙긴 전사들과 여자들을 데리고 정문 쪽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그리고 어둠이 물러가고 날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 * *
슉! 슉! 슉! 슉! 슉! 슉!
망루에서 화살이 끊임없이 날아왔다.
으아악! 으악! 으아악!
화살을 맞은 피쿼트 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보조받침대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울타리로 넘어온 피쿼트 전사들을 쓰러뜨리며 ‘용감한 늑대’가 전사들의 사기를 다시 한번 북돋웠다.
“신의 전사인 추장이 온다! 조금만 더 버텨!”
‘우직한 곰’이 도끼로 사다리로 올라오는 피쿼트 전사들을 무자비하게 내려찍었다.
퍽! 퍼퍽! 퍼퍼퍼퍽!
가끔 방패로 때리거나 밀치기도 했다.
“내··가 바로 ‘우직한 곰’이다. 나··한테 와라! 다 죽··여 주마.”
피쿼트 전사들이 울타리로 쉽게 넘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우측 보조받침대와 좌측 보조받침대도 대전사인 ‘차가운 나무’와 ‘우렁찬 천둥’이 크게 활약하며 전사들과 함께 피쿼트 전사들의 공격을 잘 막고 있었다.
“두려울 것 없어! 창으로 찔러 함정 밑으로 떨어트려!”
“사다리를 대충 만들었나? 사다리가 휘청거리네!”
“미친놈들! 네 발로 걸을 거면 사다리를 왜 가지고?”
“계속해서 활을 쏴!”
* * *
으아아악! 으악! 으아악!
동쪽 울타리를 공략하던 피쿼트 전사들이 끊임없이 죽어 나갔다.
사다리를 이용해 좋은 전략을 펼쳤지만, 오히려 레나페 놈들에게 손쉬운 먹잇감이 됐다.
시간이 갈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힘이 세다’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져 갔다.
‘계획은 완벽했는데, 어디서 정보가 샌 것도 아니고.’
마치 레나페 부족이 우리 계획을 눈치채고 미리 방비한 것처럼 보였다.
또다시 사다리가 기울어지며 전사들이 비명이 지르며 함정으로 떨어졌다.
으아아악! 으악!
“대전사님! 전사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습니다.”
“얼마나 죽었지?”
“확실하지 않지만, 사상자가 백 칠십 명이 넘어갑니다. 준비된 사다리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젠장!”
사다리 대부분은 함정으로 떨어져 다시 가져올 수도 없었다.
괜히 함정에 있는 사다리를 가져오다가 울타리 안에서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 레나페 놈들에게 화살로 집중사격 당할 수도 있었다.
전투의 상황은 피쿼트 부족에게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힘이 세다’는 아직 미련이 남아있었다.
아니,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곧 서쪽을 공략하던 전사들한테 좋은 소식을 들려올 것이다. 그때까지 더 버틴다!”
“···알겠습니다.”
‘힘이 세다’와 주요 전사들이 긴급회의를 하는 동안에도 피쿼트 전사들이 계속해서 죽어 나갔다.
푹! 푸푸푸푹! 푸욱!
으아악! 으악! 으아아아악!
그때, 뒤에 있던 피쿼트 전사들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적이다!”
“레나페 놈들이 후방에서 나타났다!”
* * *
“발사!”
일 열에 방패와 창을 든 전사들 사이로 이 열의 여자들이 거침없이 쇠뇌를 쐈다.
슉! 슉! 슉! 슉! 슉! 슉!
거의 직선으로 날아가는 화살들이 후미에 있던 피쿼트 전사들을 순식간에 덮쳤다.
으아악! 으악! 으아악!
온몸에 화살을 맞은 피쿼트 전사들이 픽픽 쓰러졌다.
“교대!”
이 열에 있던 여자들이 제일 뒤로 돌아가고, 삼 열이 있던 여자들이 장전한 쇠뇌를 들고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발사!”
수십 개의 화살이 또다시 피쿼트 전사들을 덮쳤다.
슉! 슉! 슉! 슉! 슉! 슉! 슉!
“교대!”
“발사!”
내 명령에 마을의 여자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쇠뇌를 발사했다.
푹! 푸푸푸푸푹! 푸푸푹!
“전진!
“정지!”
“발사!”
“교대!”
그때, 울타리에 전사들과 함께 있던 ‘용감한 늑대’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장이 왔다! 앞뒤로 포위된 적에게 화살 비를 퍼부어라!”
슉! 슉! 슉! 슉! 슉! 슉! 슉! 슉! 슉!
* * *
으악! 으아악! 으악!
앞뒤로 포위된 피쿼트 전사들이 집중사격을 당하며 끊임없이 죽어 나갔다.
대전사인 ‘힘이 세다’도 레나페 부족 전사들의 포위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가슴과 목에 여러 개의 화살을 맞고 바닥에 쓰러진 ‘힘이 세다’가 입가에 피를 흘리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이··게 아닌··데···”
‘힘이 세다’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대로 숨을 거뒀다.
“힘이 세다가 죽었다!”
“대전사가 죽었다!”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피쿼트 전사들이 하나둘 무기를 버리고 손을 들었다.
“죽이지 마라!”
“항복하겠다!”
* * *
와아아아아아!
‘아주 큰’ 마을 사람들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우리가 이겼다!”
“피쿼트 놈들이 항복했다!”
“피쿼트 놈들을 우리가 물리쳤어!”
이번 전투에서 살아남은 피쿼트 전사는 고작 서른두 명.
그야말로 대승이었다.
난 승리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정말 큰일 날 뻔했어.’
설마, 내가 없는 사이에 피쿼트 부족을 쳐들어올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
그때, 머릿속에 알림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띠링!]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띠링!] [레벨업을 했습니다.]레벨업을 했지만,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대승이라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쪽도 희생자가 나왔으니까.
때마침, ‘용감한 늑대’가 다가와 간단히 피해 상황을 보고했다.
“······아쉽게도 세 명이 전사했다.”
“그렇군. 일단, 이곳이 정리되는 대로 장례식을 바로 치를 수 있게 준비해.”
“알았다. 추장!”
지친 표정으로 돌아서는 ‘용감한 늑대’를 불러세웠다.
“용감한 늑대!”
“······.”
“나 대신 부족을 잘 이끌어 줘서 고맙다.”
내 진심이 전해졌을까?
평소 무뚝뚝한 ‘용감한 늑대’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가볍게 웃었다.
“고맙긴? 오히려 내가 고맙지. 그냥 추장이 내게 했던 조언을 되새기며 추장이 가르친 대로 훈련하고 싸웠을 뿐이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고. 그리고 딱 적당한 때에 추장이 나타나서 이길 수 있었다.”
“······.”
나에게 공을 넘기고 담담히 돌아서는 ‘용감한 늑대’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신뢰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하여튼 멋있는 놈이야.’
그때, ‘큰 거북’ 마을에서 ‘숲의 사냥꾼’이 서른 명의 전사들을 데리고 뛰어왔다.
“대추장! 도움을 주러 왔더니 벌써 다 끝난 건가?”
바닥에 널려있는 피쿼트 전사들의 처참한 시체를 보고 ‘숲의 사냥꾼’이 놀란 표정으로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이렇게 많이 왔어? 전투가 아니라 전쟁이었군.”
* * *
‘아주 큰’ 마을.
피쿼트 부족과 전투가 끝나고 며칠이 흘러갔다.
한동안 마을 전체가 울타리 주변의 시체들을 치우느라 꽤 고생했다.
그리고 오늘.
마을을 지키다가 희생한 전사들의 장례식도 끝이 났다.
밤이 되자, 포로로 잡힌 피쿼트 전사들이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왔습니까? 대추장님!”
“다들 수고했어.”
피쿼트 전사 세 명이 손발이 묶인 채 우리 마을 전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심하게 고문을 당했는지, 바닥이 피로 흥건히 젖어 있었고.
나는 차분하게 의자에 앉아 능숙한 피쿼트 말로 물었다.
“자, 아까 이 친구들에게 했던 얘기를 다시 들어볼까?”
심안으로 이들의 성향을 확인해 본 결과, 다른 피쿼트 전사들과 달리 아무리 교육해도 전향이 안 되는 한마디로 쓰레기들이었다.
“······.”
아니나 다를까, 얼굴이 탱탱 부은 피쿼트 전사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앞다투어 꺼내 놓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 새로운 무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추장이 새로운 무기에 큰 관심이 있어서 이 마을에 쳐들어온 겁니다.”
“···대전사는 새로운 무기를 만든 사람들을 죽이지 말고, 생포하라고 했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다 들은 나는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꺼내 보여 줬다.
“새로운 무기? 이걸 말하는 건가?”
피쿼트 전사들이 동그래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모르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잠시 후, 고문당한 세 명의 피쿼트 전사들을 마을 바깥으로 데리고 나왔다.
“풀어줘.”
“네, 대추장님!”
함께 온 마을 전사들이 재빠른 동작으로 피쿼트 전사들의 손에 묶여 있는 줄을 풀었다.
순간 성향이 쓰레기인 이들을 죽일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것보단 피쿼트 대추장에게 경고를 날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가서 너희 대추장한테 전해. 내가 곧 찾아갈 테니, 늙은 목숨줄 잘 붙들어 매고 있으라고.”
“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반드시 꼭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혹시나 자신들을 죽일까 봐 두려움에 떠는 그들을 향해 진한 살기를 날리며 말했다.
“꺼져. 내 마음이 바뀌게 전에.”
“가··감사합니다.”
포로로 잡힌 피쿼트 전사들이 뒤도 안 돌아보고 다리를 절뚝거리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 * *
며칠이 빠르게 지나갔다.
마을 회관으로 전사 한 명이 다급하게 뛰어왔다.
“대추장님! 다른 마을에서 전사들이 왔습니다.”
그들을 기다렸던 난 기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