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74
273화.
케일은 지붕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최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밤인데도 용병 길드 건물은 밝군요.”
오늘의 금고털이 장소는 활기찼다.
리브엔시 용병 길드 건물은 동쪽 유흥지대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그들의 상황을 여실히 대변하는 건물 위치였다.
건물은 밤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불빛을 뿜어내며 잠에 들지 않았다. 이유는 뻔했다.
“꽤 난감한 상태니까. 용병 길드 사람들도 일해야지.”
리브엔 용병 길드는 모스튜와 모종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뒷세계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펼칠 수 있었다.
리브엔시를 양분하는 세력인 상인 조합과 용병 길드. 그중 용병 길드는 상인 조합에 비해 무력은 강했으나 금력이 부족했다.
이를 만회할 창구가 모스튜 조직을 비호해 주며 그들을 통해 뒷세계의 검은 돈을 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암’이 나타나 뒷세계를 야금야금 파먹어갔다. 용병 길드는 이에 분노했지만 아주 천천히, 눈치를 봐가면서 움직이는 암에게 어떠한 행동을 보이기 힘들었다.
‘암’은 동대륙 뒷세계의 최강자였으니까. 그래서 용병 길드도 암은 조심했다.
하지만 이번에 암은 아주 대놓고 움직였다.
그렇게 되면 용병 길드는 자존심과 돈을 잃지 않기 위해 행동을 취할 명분을 얻는다.
때문에 분명 움직이기 시작했을 테지만, 사실 이제 하루가 지났을 뿐이었다.
“아직 용병 길드는 ‘암’에게 어떻게 행동을 보여야 할지 정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아.”
리브엔 뒷세계라는 작은 세계에 거대한 몬스터인 용병 길드가 끼어드는 꼴이니, 용병 길드는 움직이려고 마음먹어도 어느 정도까지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 덕에 ‘암’은 용병들의 이런 분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모스튜 패거리들은 분명 내부 스파이를 찾느라 정신이 없을 거야.”
“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케일은 저를 쳐다보는 최한을 보지 않고, 들고 있던 지도를 다시 품 안에 넣었다.
전 채주가 준 지도에 론이 모은 정보가 담겨 새로이 탄생한 지도였다.
그는 지도가 사라져 텅 빈 손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그곳은 용병 길드 건물 입구로, 아직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었다.
케일은 최한을 쳐다보며 지시했다.
“난장판으로 만들어.”
최한은 검을 뽑아 들고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숙였던 고개를 드는 최한의 눈동자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케일이 말한 바를 제대로 알아들은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케일은 두 팔을 살짝 벌렸다.
냐아아옹.
냐아옹.
그는 온과 홍이 품에 안기자 이어 말했다.
“라온.”
-알았다, 인간!
스스스스스-
케일의 모습이, 온과 홍이 서서히 투명하게 변해갔다. 최한은 더 이상 눈에 아무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바로 지붕 아래로 뛰어내렸다.
쏴아아아-
초봄의 바람이 그의 볼을 스쳐 지나갔다.
“어?”
“뭐야, 저, 저거?”
길드 건물 입구에 서 있는 경비들이 갑자기 떨어져 내리는 검은 인물을 보며 무기를 쥐었다. 심각한 얼굴로 입구를 오가던 이들도 멈칫하며 갑자기 나타난 괴한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 괴한, 최한은 주위를 살피고는 곧바로 검을 들어 올렸다.
“오, 오러!”
“그, 그놈들이다!”
‘암’과 모스튜의 일을 알고 있는 관계자가 ‘그놈들’을 외쳤다. 그 순간이었다.
잔잔한 밤과 달리 포악하게 치솟아 오른 검은 오러가 용병 길드 근처 마법 전등 아래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을 때.
콰아아앙!
검은 오러가 길드 건물을 감싼 담벼락을 내리그었다.
휘어진 부메랑을 닮은 궤적이 그대로 담벼락을 이등분시켜 버렸다.
“헉.”
“씨, 미친! 길드장님한테 가!”
“진짜 소, 소드 마스터였어. 모스튜 새끼들 말이 진실일 줄이야!”
저마다 다른 위치에서 용병들의 고함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탁. 탁. 탁.
닫혀 있던 용병 길드 건물의 창문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창 너머로 얼굴을 들이밀며 큰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던 이들은 길드 앞에 검을 축 늘어뜨린 검은 괴한이 보였다.
“여기가 어딘 줄 아나? 용병 길드를 공격하는 건 대륙의 모든 용병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다!”
한 용병이 어둠을 가로지르며 크게 외쳤다.
그가 시선을 둔 방향에도 검은 괴한, 최한이 서 있었다.
그런 최한의 머릿속에 어린 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한아, 우리 갔다 온다! 조금 이따가 보자!
이제 투명화한 케일과 아이들이 용병 길드 건물 안에 침투할 터.
다시금 용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검을 놓아라! 용병들의 무서움을 보고 싶은가?”
최한은 검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는 저를 보고 있는 용병들에게 말했다.
“딱히 무서운지 모르겠군.”
진심이었다.
최한이 겪은 세상에서 무서운 것은 적이 아니라, 그의 주위가 무너지는 일뿐이었다.
우우우웅-
검은 오러가 넘실거리고 최한은 가볍게 발을 굴렸다. 그의 몸이 용병 길드로 향했다.
살생 금지. 시간 벌기. 케일의 명령은 참 수행하기 편한 것들이었다.
검은 오러가 밤을 가로질렀다.
콰아아앙! 콰아앙!
길드를 감싸고 있던 담이 사라지고 정원의 땅이 뒤집혔다. 리브엔 뒷세계가 두려워하는 용병 길드 앞에 진짜 괴물이 나타났다.
케일은 그 와중에,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대해 생각했다.
‘최한이 제대로 하나 보네.’
어련히 알아서 잘할 놈이긴 했다.
-인간! 최한이 다 부수려나 보다! 최한은 건물 부수는 건 참 잘한다!
케일은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을 내뱉는 라온을 모른 척하며 빠르게 이동했다.
“암이 진짜로 쳐들어왔다고?”
“미친! 소드 마스터 홀로 왔어? 소드 마스터가 이런 데 왜 와?”
“빌어먹을, 나 죽는 거 아냐?”
길드 건물은 혼란 그 자체였다.
소드 마스터가 나타나 깽판을 치고 있다. 그 상황에 정신을 차릴 이가 몇 명이 있겠는가?
각각 분노와 두려움 등의 감정을 품은 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공통된 행동은 모두 아래로 향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케일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위로 향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그의 몸짓은 라온의 비행 마법과 바람의 소리가 한데 섞여 은밀했다.
-인간! 왼쪽이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라온이 내비게이션이 되어주었다.
케일은 빠른 시간 안에 한 층에 도달했고, 그곳에 있는 화려한 문이 보였다.
-인간! 여기에 용병 길드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 있다!
분명 길드장의 방일 것이다.
케일은 콧노래가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화려한 문을 향해 다가갔다.
콰앙!
그때 문이 열렸다.
‘아, 놀래라.’
케일이 놀라서 멈칫했을 때, 화려한 문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어! 가장 강한 인간이랑 그다음으로 강한 인간들이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용병 길드장이랑 그 밑의 수뇌부들일 것이다. 케일은 구석으로 피했고, 길드장과 수하들은 용이 투명하게 만든 케일을 당연히 알아차리지 못한 채 아래로 향했다.
“…모스튜 두목의 말이 진실이었어.”
“길드장님, 소드 마스터인데, 어쩌죠?”
“피할 수 없어. 위세의 문제야. 우리가 조금 손해를 입더라도 맞붙어야 한다. 사상자가 나와도 어쩔 수 없어.”
케일은 길드장과 수하들이 그를 지나치며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길드장님,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암이 정말로 미치지 않고서야 용병을 대놓고 죽이겠습니까?”
“맞아요. 길드장, 모스튜 말에 따르면 그놈들 옷도 조잡하다고 했잖습니까. 암 아닌 거 아닙니까?”
“보면 알겠지.”
그때, 건물이 울렸다.
쿠우우웅-
땅에서부터 건물이 거세게 진동했다.
“헉!”
“빨리, 빨리 내려간다!”
길드장과 수하들이 빠르게 아래로 향했다. 그들이 사라지고 텅 빈 복도에 남은 케일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최한이 어느 정도로 깽판을 부리는 거지?’
어째서 건물이 흔들리지?
케일은 의아했지만,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와 움직여야 했다.
-인간! 마법 금고가 있는 것 같다!
호오.
확실히 용병 길드장 정도 되니, 그냥 금고가 아니라 마법 금고다.
-인간! 마법 금고면 위대한 라온 미르가 그냥 부수지 않아도 열 수 있다!
역시, 용은 위대했다.
케일은 온과 홍을 바닥에 내려두고서 여유로운 걸음으로 길드장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내 라온이 말해주는 책장 앞에 섰다.
‘역시 꼭 이런 데 숨긴단 말이지.’
분명 이 책장을 밀면 벽이 있어야 할 자리에 금고가 하나 있을 것이다. 그걸 털면 될 터. 케일은 책장을 밀었다.
안 움직인다.
-에효, 약하다. 비켜봐라.
냐아옹.
냐아아옹.
케일은 평균 9세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안 비키고 두 손으로 힘껏 밀었다. 그제야 책장이 밀렸다.
-…그래, 약한 인간. 내가 이해한다.
케일은 라온의 말을 무시했다. 그리고 서서히 밀리는 책장을 보며 곧 등장할 금고를 기다렸다.
그리고 당황했다.
“허?”
문이 나타났다.
금고가 아니라 문이었다. 이 안에 금고가 있나?
그렇게 착각하려던 순간이었다.
-인간, 비켜라! 내가 잠금 마법 푼다! 그런데 금고가 엄청 크다! 용병들 부자다!
오.
케일의 입꼬리가 점점 더 올라갔다. 마침내 그가 함박웃음을 그렸을 때, 라온은 마법 금고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무거운 철문이 열렸다. 작은 여관 방 크기만큼의 공간이 나타났다.
그 안은 번쩍거리고 있었다. 금과 보석, 돈들이 방 크기의 금고를 가득 채웠다.
-…오… 영광스러운 광경이야. 내 평생에, 크흑, 아니, 죽어서 볼 줄이야! 크흡, 오, 아름다워!
불벼락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은 천천히 그 황금빛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포대를 꺼내 들었다.
“담자.”
냐아아옹.
냐아옹.
-신난다! 아니, 알겠다, 인간!
케일은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만 들어도 평균 9세들이 아주 신이 나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그는 입꼬리를 제어하면서 설렁설렁 감자 포대기에 금괴들을 쑤셔 넣었다.
‘즐겁군.’
지난 전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씻겨 내려갈 만큼 즐거웠다.
그때, 케일은 제 다리를 두드리는 손길을 느꼈다. 다들 투명화한 상황, 케일은 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거 중요한 거 같은데.”
온은 종이가 든 작은 유리 상자를 내밀었다.
케일은 온은 보이지 않았지만 제 쪽으로 옮겨진 유리 상자가 보이자 이를 들어 올렸다. 한참 동안 보던 유리 상자를 보던 그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금괴 하나를 온이 있을 쪽으로 내밀었다. 정적이 내려앉았다.
“너네 거다.”
숨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이번에는 나도 모르겠는데!”
“이상한데! 누나, 그거 받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인간, 괜찮나? 너무 행복해도 미치면 안 된다! 맛 간 클로페 못 봤나? 맛 가면 이상해진다!”
평균 9세들이 기겁했다.
하지만 케일은 유리 상자를 품에 안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가 금고 안에 울려 퍼졌다.
유리 상자 너머로 보이는 서류.
약 5년 전 작성된 문서로, 그 서류에 적힌 제목은 간단했다.
그리고 그 서명에 참여한 단체.
케일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것들이 아주 뒤에서 별별 짓을 다 했네.’
상인과 용병 길드가 뒷세계 업계에 대해서 협약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그것도 건달인 모스튜랑?
이것들이 아주 짜고 치며 더러운 돈들을 깡그리 긁어모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기나 거기나 길드들은 구린 놈들이 꼭 몇몇 있단 말이야.’
한국이나 이곳이나 꼭 부패한 것들은 닮아 있었다. 이러니 좋은 대다수 길드가 고생하는 거였다. 그리고 뒤가 구린 능력자 길드를 소리 소문 없이 정리하는 게 김록수의 일 중 하나였다. 그래야 혼란이 줄어드니까.
‘조용히 정리할 수 있겠네.’
케일은 두 달 뒤 있을 시장 선거보다 더 이후의 미래를 그렸다. 이건 그때 쓰일 물건이다.
어느새 금고는 텅 비었다.
케일이 내민 금괴에 놀란 라온이 케일이 또 그럴까 싶어 마법으로 후딱 포대 안에 넣어버렸기 때문이다.
케일은 평균 9세들이 일부러 모른 척하는 금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작은 아공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이건 여기다 둘 테니, 필요하면 말해. 줄 테니까.”
“안 필요한데!”
“누나랑 같은 생각인데!”
“나는 맛 안 갔다!”
많이 줘도 난리야.
케일은 평균 9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텅 빈 금고를 둘러보며 라온에게 말했다.
“위아래층에 사람 있나?”
“없다! 다 내려갔다!”
“그래?”
케일은 안심하고 금고 안을 가리키며 툭 던지듯 말했다.
“여기만 폭파시켜.”
진정한 혼돈의 장을 위한 폭죽이 지금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으아악!”
한 용병이 다리를 부여잡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길드장은 그 용병을 힐끗 보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뭉쳐! 떨어지지 말고! 일단 더 이상의 접근을 저지한다!”
용병들이 길드장의 명령 아래 똘똘 뭉쳐, 모든 칼날을 붉은 별을 새긴 검은 괴한에게로 겨눴다.
곳곳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거나 기절한 용병들이 널려 있었다. 실상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면 큰 부상이 아니었으나, 이는 정신없는 이들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오히려 최한은 시종일관 거침없이 움직이는 듯한 모션을 취했기에, 용병들은 무서운 미친놈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정녕 용병 길드와 척을 지고 싶다는 거냐!”
길드장의 눈동자는 분노로 물들었다.
상급 익스퍼트인 그는 소드 마스터에게 조금의 위해도 끼칠 수 없었다. 다른 용병들은 더 그러했다.
그런 이들에게 검은 괴한, 조잡한 암의 복장을 입은 남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약하군.”
으득.
길드장은 이를 갈았다. 덤빌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 자존심을 건드는 적에게 길드장은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뭐라-”
뭐라고?
그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할 수 없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굉음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길드장은 등을 돌렸다.
“…허어-”
자신의 사무실이 폭발했다. 화려한 불길이 치솟으며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그러나 누군가의 눈에는 재앙이었다.
금고가 있는 그의 사무실이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 불길 사이로 한 존재가 여유로이 내려섰다.
똑같이 검은 복장과 복면에, 가슴팍에는 붉은 별을 새긴 사람. 그가 소드 마스터의 옆에 섰다. 길드장은 모스튜의 보고를 떠올렸다.
‘소드 마스터가 따르는 주인이 있다더군요. 그자가 중심이었습니다. 암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상급 마법사로 추정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길드장의 입이 열렸다.
“…이, 이 개새끼들! 잡아! 잡으라고! 잡아!”
검은 복면 두 명이 재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사무실, 금고가 있는 장소.
길드장은 그 안에 있는 문서를 떠올렸다. 자신이 5년 전 길드장으로 자리하면서 만든 협약이었다. 그 덕에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지만, 어느 누구도 알아선 안 되는 비밀이었다.
그 장소에서 저놈들이 나왔다.
“반드시 잡아라! 용병의 자존심을 걸고 잡아!”
으아아아!
용병들이 괴성을 지르며 도망치는 두 복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한밤의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최한은 핏발 선 눈으로 따라오는 길드장과 용병들을 보며 속도를 조절했다.
두 사람은 빠르게 달렸지만, 그래도 남들이 따라올 수준에 맞춰서 달리고 있었다.
즉, 일부러 용병들을 데리고 도망 중이었다.
이는 케일의 명이었다.
최한은 케일을 바라봤고, 케일은 아까 지도에서 본 길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리브엔 암 기지.”
최한이 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멈칫했을 때, 케일은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어 용병들을 이끌고 한곳으로 향했다.
뒷세계와 연관된 이들에게만 알려진 유일한 암의 지부.
케일은 그곳으로 내달렸다.
뒷세계 입구에 위치한 용병 길드였기에 리브엔 지부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았다.
암의 지부는 평범한 5층 건물이었다.
케일은 용병 길드처럼 환하게 불을 밝힌 채 많은 이들이 건물 밖으로 튀어나오는 광경을 보며 더 열심히 그들에게로 달려갔다.
“뭐야? 왜 용병들이 쳐들어오냔 말이야!”
“저, 저자들은 누구야!”
암의 건물에서 나온 이들은 저희들에게로 달려오는 두 명과 그 뒤에 따라오는 분노에 찬 용병들을 마주해야 했다.
리브엔 지부를 맡은 암의 지부장은 그 둘을 보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설마 어제 모스튜를 습격한 자들이 저자들인가!”
어제 생긴 일을 암 지부장이 하나도 모를 리 없었다.
자세한 것은 몰라도 대략적으로 ‘누군가 모스튜 지부를 침입했고, 그 때문에 용병들이 움직였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왜냐면 모스튜 지부로 달려가던 용병들의 움직임을 포착했으니까.
그래서 뭔 일인가 싶어, 어제부터 용병 길드 눈치를 보며 숨죽인 채로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고심하고 있었다.
암 지부장은 혼돈에 빠졌다.
“그런데 왜 우릴 흉내 낸 옷을 입고 있어?!”
그런데 용병에게 쫓겨 달려오는 상대 옷차림이 자신과 비슷했다.
그것도 붉은 별을 매달고서 오고 있다.
스파이를 찾기 전까지 정보를 쉬쉬한 모스튜 조직.
자존심이 상해 조용히 움직였던 용병 길드.
그 까닭에 암 지부장이 알 수 있는 정보는 극히 드물었다.
암 지부장은 달려오는 암갈색 눈동자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조잡한 복장의 그는 지부장을 보며 두 팔을 활짝 펼쳤다.
“오! 마중을 나왔군! 고맙네!”
뭐? 고맙다고?
암 지부장이 당황해할 때.
으아아아아!
그는 용병들의 괴성을 들을 수 있었다. 더불어 암갈색 눈동자 남자의 호탕한 웃음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하하하하하! 반가워, 정말 반갑네!”
진심이었다.
용병을 꽁무니에 매단 채 달리던 케일은 진심으로 암 지부장이 반가웠다.
역시 뒤통수 칠 때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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