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58
제64장 신무학관에 돌아오다 (2)
한차례 폭풍이 지나고, 재개된 교관 회의에서 장철심은 승진시험의 종료를 알렸다.
“다들 고생이 많았네.”
우려한 것과 달리, 승진시험에서는 큰 사건이 없었던 모양이다.
“뒤늦게나마 후원문파들에서 감사를 보내왔네. 모두 귀관들의 노고 덕분이야.”
무사히 돌아온 이들에게 가산점과 인사평가를 부여할 것이라 말하고는, 그가 말을 이었다.
“이로써 올해의 정규 업무도 거의 끝이 났군. 하지만, 너무 들뜨는 것은 좋지 않아. 최근 강호의 소식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
그 말에 한 젊은 교관이 손을 들었다.
“동정호에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고 들었습니다. 정말입니까?”
곁에서 능풍운과 금정의 기색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알아챈 사람은 없는 것 같지만.
“슬슬 이야기를 해줘도 되겠지.”
운을 뗀 장철심이 긍정했다.
“철사련의 일만 고수들과 장강수로채의 구강채가 맞붙은 일을 말하는 것이라면 사실이네.”
“헉! 그럼 정말로 구강채가 이긴 것도 사실입니까?”
“사실일세.”
교관들 사이에서 ‘허억!’ ‘말도 안 돼’ 등의 헛바람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놀랄 만한 일이겠지.’
무림맹과 함께 강호를 양분한다는 철사련이 일개 장강수로채의 수채 하나에 패한 꼴이니까.
소식을 듣고도 믿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부분인 듯했다.
“대체 어떻게 일개 수채 따위가 철사련의 맹공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겁니까?”
“망천회의 사도가 다시 나타났네!”
—.
조금 전이 소란스러운 경악이었다면, 이번에는 소리 없는 경악에 가까운 반응이 터져 나왔다.
“사, 사군마저 죽었다던데.”
“정말 두 사군이 이끄는 철혈야수대가 절멸한 것도 사실입니까?”
“소문에는 물을 거꾸로 흐르게 만드는 기적을 행했다던데.”
중구난방으로 터져 나오는 질문 속에서 장철심은 흔들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사실일세.”
—!
“확인한 것은 잔혹사군과 일백 철혈야수대의 절멸. 그리고, 수천 명의 사상자에 대한 내용이야.”
—.
침묵이 가득한 장내를 돌아보며 그가 말을 이었다.
“천잠살검은 건재한 것으로 확인이 되었네. 대답이 되었나?”
“…소문이 사실이라니.”
“확실히 광도와 독안신검께서 와주시지 않았으면 위급했지만.”
“사도가 그 정도였나?”
작금에 있어 망천회와 사도에 대해서는 꽤 알려진 상황이었다.
팔천사도의 등장 이후, 정사무림 모두를 향해 싸움을 걸어온 존재가 알려지지 않을 수가 없겠다.
하지만, 아직 위험에 대해서는 폄하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종의 진기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적에 대한 무서움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으니까.
그러나, 동정호의 대사건 이후, 강호 여기저기에서 망천회를 위협으로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
‘확실히 이전 삶과는 달라.’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세우다 각개격파 당한 무림맹은 더는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맹에서도 망천회와 사도의 위험등급을 몇 계단이나 높이려는 모양일세. 상황의 위중함을 알겠지?”
—.
“한동안 사도와는 얽히지 않는 것이 좋아. 이런 긴장된 상황에서는 작은 시비가 큰 싸움으로 번지는 법이거든.”
“명심하겠습니다!”
한가지로 목청껏 외치는 교관들의 대답에.
“그리고 또 하나.”
장철심이 재차 말을 이었다.
“그 괴물 같은 사도를 죽인 영웅이 사파에서 나타났다더군.”
딸꾹.
생각 없이 듣고 있던 초운휘가 딸꾹질을 했다.
“암존이라고 하던가?”
딸꾹. 딸꾹.
“철사련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고수라더군. 놀랍게도 입신경에 오른 것 같다는 소식일세.”
딸꾹. 딸꾹. 딸꾹.
“일설에 의하면 일검에 백여 명의 목을 따고도 꿈쩍 않는 지독할 살귀라고 하더군.”
딸꾹. 딸꾹. 딸꾹. 딸국.
“놀랍도록 잔인하고 무정한 자로, 당금 철사련에서 새로운 흐름을….”
딸꾹. 딸꾹.
딸꾹질을 멈추지 못하고 있자니, 장철심의 눈에 짜증이 어렸다.
“초운휘 임시 교관. 본관이 중요한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괜찮으세요?”
“괜찮은가?”
“여기 물 드세요.”
여매홍과 능풍운, 금정이 다가와 등을 두들겨 줬지만, 딸꾹질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층 더 차가워지는 장철심의 시선에 초운휘가 얼른 둘러댔다.
“아침에 돼지국밥을 너무 급하게 먹었더니.”
“쯧. 식사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즐기는 걸세. 돼지처럼 꾸역꾸역 입에 밀어 넣으니 탈이 나지.”
‘다행히 잘 넘어갔네.’
관심을 거둔 장철심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정체불명의 고수가 사파에 나타나 저들이 무척 고무된 모양이야. 괜히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들 하게.”
“네엡!”
일제히 대답하는 교관들을 향해 잔소리를 덧붙인 장철심이 이야기를 끝내려 하는데.
“저. 상급 교관.”
한구석에 있던 종남파의 야 교관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그럼 이번 송년절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쯧. 송년절 말인가?”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장철심의 입을 주시하는 사이, 그가 대답했다.
“비록 강호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하나, 유서 깊은 학관의 전통을 무시할 수도 없겠지.”
“와-아! 감사합니다!”
신나 하는 교관들을 마뜩잖게 바라보던 장철심이 기어코 몸을 돌렸다.
“그럼 마지막까지 고생하게.”
꼿꼿한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는 장철심을 보며 초운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송년절?’
그건 또 뭐야.
***
그날 저녁.
모처럼 팔미로에서 작은 회식이 열렸다. 참석한 것은 언제나와 같이 모용선야와 여매홍, 양대철 교두와 능풍운이었다.
‘이 사람은 왜 있는 거지?’
싶은 사람도 있었는데, 한쪽에서 새침한 얼굴로 곱창구이를 노려보는 금정이었다.
젓가락을 들고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슬쩍 꼬치를 들어 보이니.
“아, 손으로 집어 먹는 거군요.”
하는 양갓집 규수 같은 대꾸가 돌아왔다.
‘소림사 중들처럼 육식을 먹으면 안 된다고 울지 않아 다행이네.’
하긴 꽤 세상 경험에 익숙하긴 했지.
[감사해요, 광폭아장.]“쿨럭.”
장난기도 있을 줄은 몰랐네.
어쨌든 오랜만에 재개된 작은 술자리에서 송년절의 정체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송년절이요? 일종의 연말 종무식 같은 행사예요. 정규 수업의 마지막 날에 모두 고생했다고 작은 축제를 벌이는 거죠.”
“축제 말입니까?”
“교관과 관도들이 모여 노점도 열고 한답니다.”
여매홍에 따르면 교관과 학관의 관도들이 모여 해의 마지막을 즐기고 친분을 다지거나 하는 행사라는 모양이다.
“송년절이라….”
“능 교관님도 송년절을 알고 있나요?”
금정의 질문에 능풍운이 대꾸했다.
“물론입니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신천관에 들어간 이후, 성벽 너머 터지는 불꽃을 보며 무척 부러워했죠.”
“부러워해요?”
영문을 알 수 없는 대답에, 듣고 있던 모용선야가 호호 웃었다.
“확실히 감금 생활을 하는 신천관도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겠네요.”
“아, 그 뜻인가?”
다시 조현 교관과 잘되는 모양인지, 한결 얼굴이 좋아진 양대철 동천교두가 끼어들었다.
“송년절의 백미는 폭죽놀이거든.”
“폭죽… 놀이요?”
“한해의 삿된 것을 몰아내는 의미에서 폭죽을 터트리고 놀지. 하하, 신천관에서도 폭죽이 보였던가? 밖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희망고문이 따로 없었겠군.”
“그 말대로입니다.”
각자 허공에 아름답게 폭발하는 폭죽이 얼마나 예쁜지, 누가 만든 폭죽이 가장 멋있었는지를 화제로 한참 동안 이야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초운휘의 귀를 사로잡은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관도들이 남녀 할 것 없이 함께 즐기는 축제라고요?”
“네. 정규 업무가 끝났으니까요.”
“그렇단 말이죠.”
뭔가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아무나 축제에 참가해 즐길 수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니에요. 관도들과 함께 작은 노점이나 놀거리를 만드는 교관 분들을 제외하고는요.”
“엑! 다들 노는데 일을 한다고요?”
“한해의 마지막 행사라서 그런지, 다소 풀어지는 분위기거든요. 돌아다니며 품행을 단속하는 것은 교관의 일이죠.”
품행단속.
한 마디에 머릿속에서 환상이 스쳐 갔다.
– 호호. 오늘 마음껏 풀어져 볼까요?
– 내 품에 뛰어들어봐. 나의 작은 사슴.
교관과 관도의 불같은 사랑.
여매홍이 환상에 불을 지피는 한소리를 했다.
“송년절을 함께 보낸 인연과 맺어진다는 속설 때문에, 선을 넘는 관도들이 간혹 나오거든요.”
‘이거다.’
한 해가 가기 전 기록할 만한 관계의 진전을 이루어낼 기회가.
“좋구나. 송년절. 멋지구나. 송년절.”
“친구. 음침하게 침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뭔가 하면 안 되는 상상을 하는 것 아닌가?”
그럴 리가.
지고지순한 사랑의 꿈을 삿된 말로 매도하지 말아줘.
주장하고 싶었지만, 사방에서 경고가 날아들었다.
“초 교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하지 말게.”
“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간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안 될 일 같은데 가만있어요.”
“맞아요. 자칫하면 불나방처럼 화톳불에 타죽는다니까요?”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초운휘는 내장구이를 질겅거리며 주장했다.
“대체 축제에 참여할 방법이 뭡니까?”
지속된 주장을 펼치는 초운휘에, 결국 못 말리겠다는 듯 모용선야가 대꾸했다.
“모두가 생각지도 못한. 멋지고 근사한 노점을 여는 거예요.”
‘그렇단 말이지.’
앞으로 할 일이 정해졌다.
***
“송년절 말입니까?”
간만에 만난 독고율은 복건성에서의 일을 무척 부러워하면서도, 알고 있는 것을 설명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참여하려는 이가 많은 것에 비해, 허가가 나는 경우는 적다고 들었으니까요.”
“이대로 있다가 재수 없으면, 축제를 즐기기는커녕, 야근을 할 처지야. 방법이 없을까?”
“기본적으로 ‘모두가 생각하지 못한, 기발하고 신나는 놀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노점을 여는 조건이긴 합니다만.”
“신기하고 기발한 놀거리라….”
기억을 되살려 천하를 떠돌 때 보았던 즐거운 놀거리를 기억해냈다.
“무투시합.”
“무투시합 말입니까?”
“살아남을 때까지 치고받는 거야. 승자는 노예에서 해방해주는 거지.”
“…일단 노예를 구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만.”
“그럼 귀뚜라미 싸움은 어때? 사납기로 유명한 귀뚜라미를 상자에 넣고, 싸움을 벌이는 거야.”
“…귀뚜라미 전투는 황궁 학사들이 즐긴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긴 쪽에 돈을 걸 수도 있어.”
“도박이라면 당장에 기각당할 겁니다. 기발하지도 않고요.”
몇 번이고 제안을 해보았지만, 독고율의 표정은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우선 적을 알고 나면 뭔가 묘안이 떠오를 것도 같은데 다른 곳은 어때?”
“꽤 유서 깊은 놀거리라면, 물방개 뽑기 같은 것이 있습니다.”
“물방개 뽑기?”
“물방개를 넣어두고, 헤엄쳐 가는 곳에 적힌 경품을 타는 놀이입니다.”
“뭐야. 치열한 맛도 없고, 잔인한 맛도 없잖아?”
“치열하고 잔인한 것은 대체로 놀거리라고 부르지 않습니다만.”
독고율은 뒤이어 몇 가지 인기가 있었던 단검 던지기나, 두더지 잡기 같은 간단한 놀거리를 이야기해주었다.
“뭔가 기발한 맛이 없네.”
하지만, 도통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좀처럼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독고율이 중재안을 꺼냈다.
“노점에 대해서는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정실부인께 의향을 여쭙는 것은 어떻습니까?”
“응? 향이에게 말이야?”
“재미있는 놀거리로, 정실부인을 꼬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까? 부인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미처 생각 못 했던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색시의 의향이 우선되어야지.’
새삼스러운 눈으로 초운휘가 독고율을 바라보았다.
“제법인걸?”
“최근 ‘여심을 사로잡는 108가지 기예’라는 책을 구해 읽고 있습니다.”
“오.”
“어째서인지 책을 읽고 있으면, 추파를 던지는 여인들이 늘어나는 것 같지만, 주군께 도움이 된다면 보람이 되는군요.”
여인들이 추파를 던지는 이유 정도는 몇 가지나 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중요한 것이 따로 있지.
“색시의 동선을 좀 알 수 있어?”
“정실부인의 동선 정도는 매일같이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색시를 만나러 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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