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206
205화 더 강하게!
대무장을 열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도전자를 꺾는 모습을 보이며 마교 내에 영향력을 넓힌다.
천마가 천마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반천파에 자리하고 있는 이들을 거두고, 진정한 천마로서 순천파를 흡수한다.
입천신마존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단계적으로 수순을 밟아가다 보면 방법이 생길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또다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혈교가 개입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느긋하게 갈 수는 없겠어.”
혈교는 암 덩어리 같은 존재다. 빨리 떼어낼수록 좋다.
더구나 자칫 혈교를 통해 내 신분이 드러날 수가 있다.
언젠가는 밝혀질 일이겠지만, 지금 단계에선 좋을 것이 없다.
결국, 좀 더 적극적으로 순천파를 무너트릴 필요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순천파의 기득권인 천마혈족을 무너트려야 한다.
지금 이상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누구나 알 만한 것. 상징적인 존재들.”
상황에 딱 알맞은 이들이 있긴 하다.
***
밤새 천산산맥을 돌아다니며 수급해 온 영약을 먹어 치운 뒤 나는 천마수신위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어떤 명이라도 내려주십시오.”
꼭두새벽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달려온 천마수신위들이 맹목적인 의지를 담은 눈으로 내 명령을 기다렸다.
‘사람 눈이 이렇게 반짝일 수 있구나…….’
부담스럽다.
나는 기억에 있는 천마수신위를 불렀다.
“일현.”
“예! 소마 일현, 이곳에 있습니다!”
이름을 불린 것뿐인데, 감격하며 부복을 한다.
좀 과한 반응이 아닌가 싶었는데, 다른 천마수신위들은 그런 일현을 무척이나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다른 천마수신위들과 접촉이 가능할까?”
“다른 천마수신위라 하심은, 혹여…….”
“남아 있던 자들 말이다.”
죽은 짜천마를 따르던 자들이다.
“거두시렵니까?”
“맞아. 그들의 눈을 가리던 자가 사라졌으니,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천마수신위의 충성을 받지 못할 정도로 허접한 천마도 아니잖나.”
“물론입니다! 그들도 기꺼이 따를 것입니다!”
일현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너무도 진지한 대답에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천마라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진 느낌이랄까.
‘집에 돌아가서도 이 버릇 못 버리면 큰일 나겠는데…….’
가뜩이나 실시간으로 흑역사를 갱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부분이 남아 있어 계속해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무시하고 있었다.
지금은 이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저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이 위화감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일현을 비롯해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알렸다.
“간밤에 천산산맥을 도는 중 혈교의 것들과 부딪쳤다. 아마도 놈들과 손을 잡고 있는 것은 순천파의 썩은 무리겠지.”
위대한 천마의 성전을 어지럽히는 오물들.
내 앞에 부복 중이던 일현의 기세가 변했다.
내 말에 귀를 기울이던 이화와 종 노를 비롯한 모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특히 이경천의 표정은 무척이나 심각할 정도다.
“사나흘 정도는 경과를 지켜보며 진행할 생각이었지만, 혈교의 존재가 있음을 알게 된 이상 방도를 바꿔야겠지.”
“쓸어버리시렵니까?”
흑완마군이 불쑥 나서며 물었다.
혈교의 존재 탓인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숨이 거칠어진 것이 꽤나 흥분한 모습이다.
먹이를 앞에 둔 곰이 주인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혐의가 드러난다면 순천파고 철마혈족이고 모조리 찢어 죽일 것이다. 위대한 혈맥에 오물 덩어리가 묻는 꼴은 용납할 수 없어.”
“크하!”
나는 기꺼이 곰에게 먹이를 허락했다.
다시 한번 내 정상적인 사고가 ‘도랏?’이라고 경고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무시했다.
‘괜찮아. 문제없어. 난 천마다. 난 천마다. 난 천마다.’
뭔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착각일 거다.
“종 노.”
“명하십시오.”
“순천파에 몸담고 있는 마존들을 설득해주세요. 나를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오늘 보여줄 생각입니다.”
입천신마존과의 담판.
대무장의 개장.
하나하나에 목숨을 걸었다.
‘니들도 내려와야지.’
언제까지 위에서 지켜만 보게 둘 생각은 없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 보일 모습이 중요하다.
지금까지가 순한 맛이었다면, 이제부턴 제대로 독한 맛을 보여줄 것이다.
***
대무장으로 향하면서 전날과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어제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었다면, 지금은 환호와 열기가 전해져 왔다.
형태가 없는 무언가가 어깨 위에 태연히 올라타고 있는 느낌이다.
그 모든 것을 짊어진 채 대무장 위로 올라섰다.
어제와 다른 수준의 주목이 쏟아졌다.
‘피부가 따끔거리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다가 이불을 걷어찰 소리를 뻔뻔하게 해야 한다.
“나는 천마다!”
내공을 실어 외친 소리가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지형적 구조 때문인지 내공이 실린 말은 생각 이상으로 힘차게 주변으로 뻗어나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우우우!”
한쪽에서는 환호가, 다른 쪽에서는 야유가 흘러나왔다.
“부정하는 자가 있다면 올라와라!”
내 선포가 끝나기 무섭게 한 사내가 대무장 위로 올라섰다.
보는 순간 거구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큰 체격이다.
옷을 입고 있음에도 철갑을 두른 듯한 근육이 선명하게 보이는 자다.
그런 몸을 하고 있음에도 절정에 오른 경신법으로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인다.
보는 순간 알 수 있다.
가벼우면서도 무겁다.
빠르면서도 단단하다.
강하다!
어제 부딪쳤던 마장급들과는 격이 다른 마인.
“꽤 주목을 받는구나, 꼬마.”
“꼬마가 아니라, 천마다.”
“하하하하!”
경쾌한 웃음으로 농담처럼 받아넘긴다.
“재능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 그 나이에 그 무위. 지금처럼 서두르지 않고 십 년만 조용히 힘을 길렀다면 내가 이처럼 웃진 못했을 거다.”
내가 너무 성급했다고 평가한다.
“천재단명(天才短命)이라. 재능이 있는 자는 단명하기 쉽지. 재능만 믿고 세상을 쉽게 보거든. 꼬마, 너처럼.”
이자는 오로지 나를 부정하기 위해 나섰다.
아직은 어리다. 자격을 갖출 수도 있지만, 너무 서둘렀다.
언뜻 들으면 쉬이 수긍할 만한 말이다.
교묘하게 나를 깎아내린다.
천마가 될 수도 있었지만, 재능을 과신하여 일을 그르치는 철부지로 치부한다.
보기와 다르게 머리를 굴린다.
‘아니면 이리 행동하라 지시를 받았던가.’
“이름.”
“평천마왕이다.”
“평천이라…….”
어제 올라온 놈들과는 격이 다르다 싶더니 마왕급이었다.
한데, 그 별호가 재미있다.
평천마왕. 제천대성 손오공과 의형제를 맺었다는 칠대성의 하나. 우마왕의 또 다른 별호다.
“뿔은 안 보이는데?”
“……음?”
“못 알아들었으면 됐어.”
문득 천상에서 그 돌원숭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배꼽이 빠져라 웃었을까, 아니면 주제도 모르는 게 그 별호를 가져다 썼냐며 화를 낼까?
나중에 달마 사부에게 꼭 물어봐야겠다.
“주둥이질 끝났으면 와라. 수작질을 기다려주기도 귀찮다.”
“……하아?”
선수는 양보한다.
고수가 하수에게 하는 전형적인 말이다.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토해내며 평천마왕이 기운을 끌어올렸다.
“자만심이 네 명을 재촉하는구나.”
콰앙!
분노한 기색을 뿜어내며 평천마왕이 몸을 날렸다.
‘빨라.’
땅을 박차고 몸을 날리는 속도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랐다.
하지만 내겐 다행이다.
‘보여 줄 필요가 있어.’
아직 내가 어리다는 선입견.
그래 봐야 마장급을 상대한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
오늘 벗겨내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질기고 단단한 것들이다.
‘내가 천마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힘을 과시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극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한 한 수.
그저 손을 들어 올릴 뿐.
그 안에 담긴 것은 궁극의 신공절학이지만, 외부로 보여지는 것만큼은 오만하다는 평을 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태연하게.
‘오행신력…… 기동…….’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평천마왕을 향해 들어 올린 손.
그 손과 이어져 있는 팔, 어깨 그리고 몸과 다리로 다섯 신력이 자리를 잡는다.
土 굳건한 땅의 힘이 담아 받치고
木 뻗어 오르는 나무의 힘을 키운다
火 뜨거운 불의 힘이 격렬하게 일어나니
金 담금질 되는 쇠의 기운이 형태를 갖추며
水 물이 모든 것을 섞어 조화롭게 한다
인지를 뛰어넘는 힘이 몸 곳곳에 자리를 잡으며 쇄도해 오는 힘을 향해 단단한 방벽을 세웠다.
그 벽 위로 평천마왕의 분노가 부딪쳐온다.
콰아아아앙!
힘의 역장으로 인해 굴절됐던 공기가 접혔다가 펴진다.
땅이 들썩이고 풍압이 사방을 휩쓴다.
천마수신위들과 흑완마군이 애써 만든 대무장 바닥이 산산조각 나며 흩날렸다.
강대한 압력이 밀고 들어온다.
‘할 수 있어!’
충격이 전신을 휩쓸며 차례로 걸러졌다.
오행신력이, 달마사부의 중토신공과 소림의 연금강이, 장삼풍 사부의 유(柔)가 충격을 걷어냈고, 천마무겁수가 날뛰는 잔재를 집어삼켰다.
사부님을 통해 쌓아 올린 역사가 마왕의 힘을 정면에서 받아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그저 절대자가 태연히 한 손만으로 이 강대한 일격을 받아낸 것처럼 보일 거다.
“이, 이런 일이?!”
직접 손을 맞댄 당사자인 평천마왕 역시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내가 딱 보고 싶던 그 모습.
“내가 서둘렀다는 건 인정하지.”
압도했다.
적어도 보이는 모습만은 그렇다.
“허나, 오늘 죽는 건 네놈인 것 같군.”
이번엔 내 차례다.
투웅!
단단하게 받아낸 솥뚜껑 같은 주먹으로 녹림에서 펼쳤던 완성된 천라무결의 힘을 흘려 넣는다.
내외로 완성된 굳건함도 뚫어버리는 최악의 내가중수법.
“크, 쿠억!”
내공이 파훼 되고 있다는 걸 느낀 평천마왕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몸을 물리는 순간.
내 손에서 피처럼 붉은 강선이 흘러나왔다.
천마 사부의 절기 혈라강선(血羅罡線).
실처럼 가늘게 뽑힌 강기가 평천마왕을 휘어 감았다.
대인살상으로 악명이 높은 혈라강선에는 한 가지 장점이 더 있다.
바로 화려하다는 것이다!
“이깟 것!!”
평천마왕은 몸을 휘감은 혈라강선을 끊어내려고 온몸에 힘을 주었다.
우악스럽게 부풀어 오르는 평천마왕의 몸은 마치 이야기 속 괴물처럼 커져갔다.
옭아매고 있는 강사 따위는 가볍게 끊어낼 것 같은 모습이다.
‘못 할걸.’
하지만 불가능하다.
‘단전을 다쳤잖아?’
천라무결의 수는 평천마왕의 내부를 흔들어놓음과 동시에 단전을 노렸다.
단전에 타격을 입었으니 제대로 힘을 뽑아내지 못할 거다.
무의미한 과시는 그저 나를 더욱 돋보이게 할 뿐이다.
생각보다 힘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평천마왕의 얼굴에 다급함이 서렸지만, 이미 늦었다.
서걱!
가볍게 당겨진 손가락의 움직임에, 휘감은 강사가 평천마왕의 목을 잘라냈다.
툭! 데구르르…….
목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
나는 주먹을 움켜쥐며 손을 뒤로 당겼다.
서걱! 콰지지지직! 콰직!
토막 난 평천마왕의 거대한 몸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충격적인 광경에 야유도 환호도 없다.
적막이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나는 대무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귀빈석을 오연히 노려보았다.
“다음.”
***
“평천마왕이 저리 손쉽게…….”
경악에 휩싸인 사람들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평천마왕은 내외의 공부가 경지에 다다라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면 강기마저도 맨몸으로 받아내는 강자다.
혈라강선에 휘감겼다곤 해도 힘으로 끊어낼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결과는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제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게지요. 아마 첫수의 교환에서 저…… 천마가 뭔가 손을 썼던 것 같소만…….”
“허허! 제 장점은 살리고, 상대의 장점은 죽인다……. 능숙하군요.”
“뭐, 상대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실력이지요.”
천마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다.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을 저마다 다른 의미로 품으며 눈을 반짝였다.
그런 가운데.
“……천마 녀석, 하룻밤 사이에 더 강해졌다고?”
입천신마존이 깊은 흥미를 품으며 연청운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