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468
마탄의 사수 외전 (117)
타다앙─────────……!
두 사람의 총성이 연이어 울렸다.
조로는 잇소리와 함께 재빨리 노리쇠를 잡아당기고 다시금 겨누었으나, 때마침 엔정은 굴곡의 사이로 들어갔다.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군.”
아파치는 엔정의 움직임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조로는 다소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아파치를 보았다.
“적의 움직임에 감탄할 때가 아닐 텐데.”
“하지만 대단한 건 대단한 거 아닌가. 이 상황에서, 너는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나.”
“……확실히 미친 움직임이긴 하지. 이 섹터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좌우로 회피 기동을― 아니, 그건 회피 기동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우왕좌왕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어떤 뚜렷한 목적성을 가진 갈 지之자 보행이 아니다.
한 발을 토해 내기 무섭게 등을 돌리곤 문자 그대로 부리나케 달리고 있었다.
‘그래, 그건 회피 기동이 아니야……. 차라리―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한 모습에 가까웠다.’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달리다 넘어지는 아이를 보는 느낌.
그러나 그 넘어지려 휘청거리는 순간에 아파치와 자신의 탄환을 피했다.
오직 ‘운’으로만 가능한 일인가? 그럴 수 있는 건가?
철컥.
아파치도 한 발을 장전했다.
조로도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리기 무섭게 다시금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세 발자국 만에 그들도 시스템 메시지를 보았다.
엔정이 어째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는가.
상태 이상: 통신 방해(강화)가 생성된 지역입니다.
해당 지역을 벗어나기 전까지 귓속말을 포함한 모든 그룹 채팅이 금지됩니다.
“……과연.”
“놈의 속도로 보아 통신 불가 지역이라는 걸 알릴 수는 없었을 터.”
“하지만 최근 통신 기록이 있다면― 어쨌든 그 대상자가 이 부근을 통신 불가 지역으로 추정하는 건 할 수 있겠지.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아파치. 저놈이 갑자기 서두른 이유는―.”
“미지의 적을 이곳에서 조우할 계획이 아니었다는 의미지.”
아파치는 조용히 답했다. 조로는 씨익 웃었다.
앞서가는 적=엔정이 미지의 적=데베베치와 합류하는 게 아파치와 조로에게 있어선 가장 거슬리는 상황이었다.
하물며 뒤에서 또 다른 적=카르카노가 따라오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않았던가.
따라서 그들은 합류 전에 엔정을 처리하리라 마음먹고 추적의 속도를 높인 것이었건만!
―당소 찰리, 알파에게 알린다. 현 지점 엑스레이리마XL 5825 1500 지점, 엑스레이킬로XK 섹터 진입 이후 잠시 후퇴한 상황으로, 엑스레이킬로 진입과 함께 통신 불가 지역임을 확인.
―당소 알파, 확인.
―통신 불가 구역 범위에 대해 확신 불가하나, ‘지역’ 단위 방해인 것을 고려, 목표 섹터 엑스레이킬로에 미지의 적 미존재 추정.
미지의 적은 이곳에 없을 확률이 높다.
만약 엑스레이킬로XK 섹터 전역이 통신 불가 구역이라면, 진작부터 도망쳐 왔던 적이 미지의 적과 줄곧 통신을 주고받진 못했을 것이다.
혹 엑스레이리마XL인근에서 대기하다가 자신들이 추적하던 적이 오기 직전에 통신 불가 구역으로 넘어갔다? 그런 상상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으나, 조로는 달랐다.
‘가능성이 낮아. 이곳이 진작부터 귓속말이나 그룹 채팅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해도, 굳이 우리를 여기까지 유인할 이유가 없다.’
진작 북상하여 합류 후, 2:2로 시간을 끌며 교착 상태를 만든 다음 〈총사대〉를 추적해 내려오는 적과 함께 북/남으로 포위하는 구도를 만드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미지의 적은…….
―브라보 하나의 사망 판정과 미지의 적의 연계 가능성 고려 바란다, 이상.
김 반장의 추측대로 샹하이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샹하이는 그곳에서 1:2 또는 1:3의 교전을 벌이다 한 사람을 죽이고, 죽은 것이다.
모의전 개시 5일 차 오후, 마침내 〈총사대〉는 데베베치의 위치를 특정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겁먹을 게 없다.
지금껏 추적해 온 적은 통신 불가 구역으로 들어가 겨우겨우 〈은신〉하고 있을 터.
귓속말도 불가능한 곳에서 아군 두 명이 어서 이곳까지 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확률이 높다.
―또한 본 편제 찰리는 이곳에서 부비 트랩 설치 이후, 명일 오전 0600 엑스레이킬로XK 섹터 진입, 찰리 하나, 둘로 재편하여 추적 수색 예정. 추적의 효율을 위해 암구호 설정 예정으로, 결정 이후 통보하겠음, 이상.
조로는 순식간에 계획을 짜서 보고했다.
아파치는 벌써 가방을 뒤적거리며 유용한 아이템을 꺼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이것 이상의 작전이 없다는 걸 완벽히 공유하고 있었으므로 가능한 일이었다.
―당소 알파, 작전 내용 확인. 명일 출발 전 암구호 전달 바람, 이상.
김 반장의 허가가 떨어지기 무섭게 아파치와 조로는 곧장 좌/우로 찢어졌다.
역시 〈부비 트랩〉에 관한 설명을 굳이 나누지 않아도 같은 생각이었으므로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평소 함정으로 사용하기 위한 1개의 세트 구성물을 2개, 3개로 나누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어차피 데미지가 1이라도 들어가면 판정이 나온다. 사망이 아니라 경상, 중상만 떠도 상관없어.’
중요한 건 최대한 넓은 구역에 설치해야 하고, 최대한 넓은 범위에 피해를 줄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강력하고 우렁찬 ‘음향’ 효과가 필요하다는 점.
통신 불가 구역으로 들어가 분산 추적을 할 자신과 아파치를 위해서라도, 누군가가 이 트랩에 걸렸다는 걸 눈치챌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소리가 나야 한다.
―근데 암구호는 어떤 걸로 하지?
―……문어에 블론디, 답어에 샹하이.
―으, 그건 너무― 재미없지 않아? 차라리 문어에 블론디, 답어에 금발은 너무해. 어때?
―모의전이 끝난 이후 블론디에게 말해 주도록 하지.
조로는 평소처럼 묵직한 목소리로 일러 주겠다는 아파치를 보며 낄낄거렸다.
모의전 5일째의 저녁이 되어 가고 있다.
그들이 접속한 지 이미 현실의 시간으로도 하루가 꼬박 흘렀다는 뜻이다.
―설치 끝나는 대로 번갈아 가며 로그아웃하자.
―음.
밤까지 부비 트랩의 설치를 마치고, 새벽을 이용하여 교대 로그아웃-로그인. 그리고 다시금 해가 떠 모의전 6일째가 되었을 때, 그들은 출발할 것이다.
엔정을 죽이기 위하여.
* * *
“하아, 하아, 하아.”
엔정은 가방에서 천 쪼가리 하나를 꺼내어 총구에 대강 걸쳐 얹고는 그대로 스윽, 올려 보았다.
만약 적이 즉각 반응한다면 이것을 ‘머리’라 생각하고 쏘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었겠으나 아무리 멀리서 보더라도 이것을 머리로 착각할 수 없는 퀄리티였다.
‘안 쏘는군. 없는 건가? 아니, 없다. 없다는 느낌이 들어.’
물론 엔정에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끝끝내 그가 믿는 건 자신의 육감뿐.
다행이라면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을 때 탄환이 그의 머리를 타격하지 않은 것이리라.
‘쫓아오지 않는 건가?’
눈과 이마 정도만 내밀어도 위험하다.
이번 모의전에 참가한 〈총사대〉의 누구라도 600~700m 거리에서 인간 머리의 절반 크기 타깃은 모두 맞출 수 있으니까.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엔정은 꼼꼼하게 주변을 살폈다.
적어도 움직이는 실루엣은 없었다.
잠시 언덕 아래로 내려와 눈을 비비길 몇 번, 그는 다시금 머리를 빼꼼 내어 보았다. 역시나 눈에 보이는 건 없었다.
‘쫓아오지 않는다? 어째서…….’
두 번의 피격을 당할 뻔한 이후, 엔정은 곧장 〈은신〉을 사용했었다.
아직 노을도 지기 전의 시간이었지만 그들이 본격적으로 쫓아온다면 해가 지기 전에 따라잡힐 거라는 걸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해가 저문 시간에도 그들은 오지 않았다.
물론 오후 남짓부터 포복으로 이동하긴 했지만 속도를 냈다간 〈은신〉이 풀릴까 우려되어 얼마 움직이지도 못하지 않았던가.
즉, 엔정은 조로와 아파치에게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카르카노! 데베베치!
엔정은 그 사실을 알려 줄까 싶어 귓속말을 해 보았으나 당연히 통할 리는 없었다.
‘후우, 후우, 젠장. 이상하게 모의전 내내 나만 개고생 하는 것 같단 말이지.’
그는 지도를 꺼내어 보았다.
벌써 달이 뜨기 시작한 데다 숲이 아니어서 지도를 보기에도 충분한 광량이었다.
‘현재 내 위치는……. 젠장, 아까 쫓아오던 그 자식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한 다음에 귓속말이 통하는 지역까지 나가야 할 텐데.’
북쪽으로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다. 저들의 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서쪽으로 쭉 빠져나갈까.
하지만 자신을 쫓는 적은 둘이다.
총 다섯 명 중 두 명이 사망 판정을 받은 것까지 엔정도 알고 있다.
결국 자신을 쫓는 적 외의 한 명이 남아 있다는 게 아닌가.
‘만약 그자가― 이쪽이 저놈들의 시작 지점이었다고 치고, 그곳에서 계속 동쪽으로 이동했다면―.’
자신이 있는 지역까지는 일직선이 된다.
즉, 서쪽으로 도망치다 적과 마주칠 확률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제길, 그래. 어차피 놈들을 확인하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우선―.’
엔정은 언덕 위로 고개를 내밀지 않은 채, 적들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장소의 방향을 보았다.
당연히 당장은 보이는 게 없었다. 하지만…….
‘〈열정과 냉정을 보는 눈〉.’
스킬을 쓰면 다르다.
카르카노는 〈눈〉과 〈은신〉만큼은 반드시 아껴 두다 결정적일 때 쓰라고 했으나, 자신이 죽어 버리면 그게 다 무슨 상관인가.
찌이이이잉……!
“음?”
그리고 곧 엔정은 눈을 비벼야 했다.
어째서 적들이 ‘아직도’ 저곳에 있는 거지?
게다가 줄곧 붙어 다녔던 것 같은데, 어째서 지금은 최소 200m 이상 거리를 두며 떨어져 있는 거지?
‘뭘 하는 거야?’
오리걸음과 같은 자세로 꾸물거리며 걸어 다닌다?
엔정의 〈눈〉으로는 확대 배율의 한계가 있어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저곳에서 ‘무언가’를 준비 중이라는 건 짐작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순간, 엔정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저들은 〈총사대〉다.
그리고 준비할 만한 점이라면…….
‘아니, 그리고 위치. 위치부터 확인해야 한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이 여기라고 본다면―.’
엔정은 다시금 지도를 펼쳐 보았다.
나침반도 있다. 방향 설정에 어려운 점은 없다.
그는 몸을 기대고 있던 언덕에서 스윽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에 주저함은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이 모든 일은 이하를 비롯한 본부의 인원들이 확인하는 중이었다.
“부비 트랩 설치도 배웠다고요? 그것도 화약으로 만드는? 사실상 IED잖아?”
“네. 부단장님께서 알려 주셨습니다.”
“호오, 하긴 반장님은 다 알고 계시긴 하겠지만―.”
이론상 이해하는 것과 실전에서 사용할 정도로 습득하는 건 다른 이야기다.
이하 자신이 그럴싸한 클레이모어를 만들어 써먹은 적도 많고, 지금도 조잡한 수류탄 유사 폭탄이 있다지만, 그것도 단순한 건 아니지 않은가.
인계철선에 대한 이해부터 화약과 뇌관, 도화선에 대한 공부도 필수다.
어설프게 설치하면 폭발하지 않고, 무리하면 설치자 본인이 다치는 게 바로 부비 트랩이 아닌가.
“적어도 부단장님과 함께 온 저희 네 명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졸린 목소리로 블론디가 말했다.
이하는 자못 놀랐으나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총사대〉가 할 수 있으면 우리 애들도 할 수 있겠지. 어차피 저 녀석들도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니까. 던져 주고 외우라고 하면 뭐, 삼 일 정도면 되려나?’
카르카노, 엔정, 데베베치가 들으면 기절할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낼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더 이상은 이하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하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기, 하이하 님.”
“네?”
“그럼― 이분은…… 왜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 거죠?”
샹하이가 물었다.
아파치와 조로의 움직임은 홀로그램 지도로 봐도 ‘부비 트랩 설치’임이 명확했다.
게다가 이곳이 〈통신 불가 구역〉이라는 건, 이미 홀로그램 지도에도 표기되어 있다.
그 지도의 경계선에서 아파치와 조로가 정확하게 걸쳐 있다는 건 〈총사대〉 인원들을 뿌듯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까.
지도로 봐도 움직임이 읽히는 자가 있는 반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자도 있었다.
샹하이가 가리킨 표식을 보며 이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게 궁금해요.”
그 표식은 매우 빠른 속도로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네?”
“……짚이는 점이 하나 있지만 설마…….”
그러나 어리석은 자에 대한 한숨이 아니었다.
이하는 묘하게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모의전 5일째의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6일째의 동틀 녘이 될 즈음엔, 밤사이 아파치와 조로, 샹하이와 블론디 그리고 데베베치가 모두 로그아웃-로그인을 거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