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479
마탄의 사수 외전 (128)
“크흠…… 데베베치, 너는 뭐 준비하고 있냐.”
“뭐,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다섯 개 중 하나라면― 그것밖에 없지.”
“그니까, 그게 뭐냐고 묻는 거다.”
“완전히 특출 난 하나가 있는데 당연히 ‘그거’지. 왜 자꾸 묻느냐는 말인데. 쩝, 이래서 눈치 없는 인간하고는 대화가 안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 자식이―?!”
레어에 도착하자마자 다투는 엔정과 데베베치를 보며 이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퀘스트의 최고 중대사는 단순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가 아니다.
[타인]이 무엇을 원하는가.선착순은 당연히 경쟁을 낳는다.
경쟁으로 누구든 이길 수 있다면 상관없을 것이다.
지금 데베베치가 보이는 자세처럼, 그저 자신이 가장 먼저 앞서 나가 퀘스트를 완료하고 스킬을 획득해 내면 된다.
‘쯔쯔, 엔정 저 녀석 하여튼…… 의외로 소심한 구석이 있네.’
그러나 엔정은 다르다.
적어도 〈제2 합특〉에서 단순 사격 실력 기준으로는 가장 떨어진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었으므로, 그는 데베베치나 카르카노가 어떤 스킬을 노리고 있는지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아니, 자신의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해야 하려나. 어쨌든 저 녀석 나름대로의 스킬 우선순위는 있을 테니까.’
정보 탐색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위한 데이터가 되어 준다.
그런 면에서 ‘마이 웨이’ 스타일의 데베베치나, 입을 꾹 닫고 있는 카르카노보다 엔정이 더 낫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카르카노가 입을 꾹 닫고 두 사람의 눈치를 보는 건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고, 이하는 이제 그 이유를 말해 줘야 했다.
“자, 너희끼리 티격태격하는 건 이따가 하고!”
“아, 변동 사항은 뭡니까? 혹시 스킬 획득 인원 제한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겠죠?”
데베베치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평소의 태도를 생각한다면 데베베치의 능동적인 모습은 사뭇 색다른 것이었다.
‘하긴, 자신이 얻어야 할 스킬을 또 다른 누군가가 가지고 있다면…… 그만큼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긴가.’
비장의 무기는 본인만 갖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하는 스킬 제작자이므로 당연히 갖고 있지만 그 외의 머스킷티어가 자신과 같은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리라.
“아, 획득 인원의 변함은 없다. 사실 변동 사항이라고 할 것도 없긴 해. 그냥― 키드랑 루거가 퀘스트를 받아 갔다는 거거든.”
이하는 데베베치의 경쟁심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러나 이하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자, 잠깐― 그런 얘기는 없었으면서 왜…….”
“왜?”
“왜― 때문에―죠?”
엔정은 인상을 쓰는 이하를 보며 느릿느릿 존댓말을 이어 붙였다.
데베베치도 역시 평소와 다른 초조함을 잠시 보였으나 그뿐.
그는 강하게 콧방귀를 내뿜으며 말했다.
하이하의 공식적인 발언으로 키드, 루거와 삼인방의 차이는 최소 한 달 이상의 정보와 실력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로 인해 얼마나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었는가.
“뭐, 오히려 잘됐다고 할 수도 있지. 이런 상황에서 이겨야 이기는 기분이 들 테니까. 아, 누구누구는 그런 기분을 모를 수도 있겠지만.”
괜스레 엔정을 툭툭 건드리는 것도 기분 나쁜 심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지만 정작 이하와 엔정은 그러한 감정까지 읽어 내지 못한 상태였다.
“너 이 자식, 저번 주부터 사람 속을 살살 긁고 아주 그냥…….”
즉, 엔정은 퀘스트를 부여 받았던 일주일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시비를 걸리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데베베치를 한 번 휙 째려본 후, 엔정은 이하에게 물었다.
“아니, 하이하―…… 단장! 이게 갑자기― 왜― 어떻게 된 일―이죠?”
여전히 어색한 말투였으나 그의 당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하는 카르카노를 바라보았다.
카르카노는 이하와 눈을 마주치다 결국 자백하고 말았다.
“그, 저기― 내가…… 내가 두 분에게 걸리는 바람에 그만 말해 버렸어. 미안.”
“뭐엇!? 너― 네놈! 사실상 스킬 두 개를 빼앗긴 거나 마찬가지잖아, 이 자식아! 바보 같은 게, 머저리 같은 게―.”
“미안, 미안.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고.”
엔정과 데베베치를 향해 고개까지 푹, 숙이는 그를, 이하는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삼인방이 레어에 도착했던 그 시점부터.
“미안하다고 끝날 일이야!? 너 때문에 나 혼자 어디 이상한 스킬 받으면 써먹지도 못하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설마 키드 님이랑 루거 님이 나를 관찰하고 쫓아오고 있었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 성스러운 그릴 내부까지 쫓아올 정도였단 말이야. 안 그래? 두 분이 마음먹고 미행하는 걸 우리가 아직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카르카노는 말했다.
엔정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대는 중이었다.
데베베치의 눈에선 더 이상 분노도 찾아볼 수 없었다.
키드/루거와 정당한 대결을 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불타오른다는 마음에 가까울 것이다.
“뭐, 나름대로 좋은 기회겠지. 다만 그 두 사람이 마음먹고 너를 미행하지는 않았겠지만.”
“으음, 그, 그랬을까? 그렇겠지?”
카르카노는 헤헤 웃으며 데베베치에게 답했다.
그들의 대화를 줄곧 듣고 또 반응을 보며 이하의 고뇌는 깊어져만 갔다.
‘으으음……. 벌써 그런 얘기를 들어서 그런 건가.’
카르카노는 레어에 도착하자마자 이하를 보았다.
그런데 이하 자신을 본 것인가. 아니면 어깨에 메고 있는 〈블랙 베스〉를 본 것인가.
게다가 지금의 대화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키드나 루거가 카르카노 자신을 관찰하고 쫓아온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있을까?
찔리는 게 없다면 우연히 마주쳤다고 말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 아닌가.
하물며 미행이라고 말을 한다?
‘젠장, 이상하게 생각하면 계속 이상하게 보인다더니―.’
카르카노 입장에서는 〈제2 합특〉보다 왕성하게 활동 중인 키드나 루거가 자신을 따라왔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길 수도 있다!
〈총사대〉와의 모의전을 키드, 루거가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 이야기에 대해 듣기 위해서라도 카르카노 자신을― 특히 그 시점에서 〈시티 가즈아〉에 있었던 자신을 확인하고 뒤를 밟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이렇게 보면 이렇게 보이고, 저렇게 보면 저렇게 보인다.
〈블랙 베스〉를 바라보는 카르카노의 눈빛이 전처럼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이하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일까.
“아! 그리고 두 사람이 전해 주라더라. 둘은 벌써 스킬을 골랐고, 서로 겹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크윽, 빌어먹을! 그럼 그게 무엇인지는―.”
“당연히 나한테는 말 안 해 줬지. 너희한테 말할 게 뻔히 보이니까.”
엔정은 현실에서 혈압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스킬을 선택했다는 말에 데베베치는 곧장 수정구를 들어 올렸다.
“뭐, 그럼 이야기는 끝난 건가요? 얼른 가 봤으면 하는데.”
“그, 그래. 급한 건 끝나긴 했는데― 아 참, 너희도 알겠지만! 요즘 〈국가전〉 때문에 분위기가 흉흉한 거 알지? 특히나 〈시티 가즈아〉는 말이야.”
이하의 말에 데베베치는 수정구의 사용을 보류하고 잠시 멈춰 섰다.
그들 개인의 성장과 별개로 미들 어스의 큰 흐름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당면한 국가전을 단순히 무시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그들이 〈제2 합특〉의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티 가즈아는 과거 미니스 소속의 도시였어. 그 즈음에 너희가 미들 어스를 시작했을지 안 했을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전쟁 보상으로 내가 받은 도시고, 당연히 입지적으로는 미니스의 주변 성, 도시들과 연접하고 있다. 말하자면―.”
“호구虎口인가.”
호랑이의 아가리 속에 있다.
매우 위험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엔정, 네가 그렇게 말하면 맞는 말도 열 받게 들리니까 조용해.”
그러나 히죽거리며 말하는 엔정의 표정을 보며 이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국가전〉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예상했던 사항이다.
시티 가즈아가 퓌비엘에서 손꼽히는 수익을 내는 것도 우로는 행군의 평원과 맞닿아 있고 좌로는 미니스의 도시들과 인접한, 사실상 퓌비엘과 미니스를 연결해 주는 가장 앞선 도시였기 때문이니까.
돈이 되는 도시라는 의미가 무엇인가.
“뭐, 아직까지 주변을 대놓고 포위하고 있진 않지만 전쟁 시작과 동시에 공격을 받는 첫 번째 타깃이 될 거야. 당연히 그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지만…… 하여튼 긴장의 끈 놓지 마.”
미니스는 시티 가즈아를 본보기 삼으려 들 것이다.
퓌비엘에 대한 선전 포고가 끝나고, 개전 즉시 공격할 대상은 당연히 이곳이 되어야만 한다.
시티 가즈아조차 침략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결국 퓌비엘 침공은 수포로 돌아갈 테니까.
“〈국가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가급적이면 그 전까지 스킬 획득을 목표로, 빠르고, 정확하게 준비들 해. 해산!”
진지한 이하의 발언에 카르카노, 엔정, 데베베치는 ‘해산’을 복명복창한 후, 제각각 수정구를 발동시켰다.
“쩝, 목표 세 개 중에 하나만 달성인가.”
첫 번째는 키드와 루거가 퀘스트를 시작했다는 점을 알리는 것. 아무런 문제도 없다.
두 번째는 카르카노의 진심을 파악하는 것. 이것에 대해선 사실상 아무런 소득도 없다.
연보랏빛과 함께 사라져 버린 그들의 잔영을 보며 이하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세 번째가 남았다.
―블라우그룬 씨, 잠깐 레어로 올래요? 블라우그룬 씨도 흥미를 가질 만한 주제가 있는데.
─────────────…….
이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블라우그룬이 〈출두〉 스킬을 사용해 이하의 곁에 도착했다.
“뭡니까, 하이하 님? 제가 흥미를 가질만한 일이라면―.”
“아, 들어 보면 바로 알 거예요. 크흠, 흠.”
이하는 눈을 빛내는 블라우그룬을 보며 피식 웃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블라우그룬을 부른 것은 어디까지나 참관인 겸 조언자의 목적이다.
이하가 진짜 대화하고자 하는 대상은 따로 있었다.
“로보!”
이하는 레어의 가디언을 불렀다.
[피수호자여, 나를 부른 것인가.]아무런 기척도 없이, 아무런 스킬 이펙트도 없이 가디언은 이하의 앞에 나타났다.
블라우그룬이 오히려 움찔거릴 정도로 자연스럽고 또한 갑작스러운 행동.
“네. 여쭤볼 게 있어서요.”
그러나 이하는 침착했다. 어떤 의미로는 당연한 것이었다.
[무엇이지.]이하는 로보의 특성을 사용해 보았으니까.
자신 또한 겪었던 일이므로 놀라지 않았던 것이며, 동시에 〈자신이 겪었던 일〉이면서도 그 발상을 떠올리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에게 화가 나는 일이었다.
“……영계에는 어떻게 가는 겁니까.”
[영계는 오직 나, 영령 늑대 군왕과 나의 영령 늑대만이 갈 수 있다.]“저도 다녀왔잖아요.”
이하 자신이 영계에 다녀온 적이 있다.
현실계와 완전히 다른 레이어Layer의 효과가 적용되는 그곳이었으므로, 이하는 사실상 삭제Delete 명령어와 같은 스킬인 《마탄》을 피할 수 있었다.
[그것은 피수호자가 나의 힘을 사용했기 때문이다.]“아, 다시 물어봐야겠군요.”
그러나 지금 이하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로보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서……. 영계에 가서 ‘죽은 사람’을 만나려면요. 어떻게 가는 거죠?”
현실계와 같은 장소에서 레이어만 바꾸는 게 아니다.
바뀐 레이어에도 분명히 데이터는 존재한다.
바로 그 데이터들을 확인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영령 늑대 군왕, 로보는 잠시 이하를 바라보다 그대로 눈을 감았다.
[대답할 수 없다.]“어, 어째서!? 그래도 로보는 제 가디언이잖아요!”
[나는 레어의 가디언, 이곳에서 레어와 피수호자를 보호하는 것 외 다른 의무는 없다.]로보의 모습이 차츰 옅어지기 시작했다.
“자, 잠깐! 로보! 그럼 다른 질문이라도―.”
[나는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피수호자라면…….]로보는 이하를 바라보았다.
이하는 그를 바라보려 했으나 그와 눈을 마주치진 못했다.
차츰 옅어지기 시작한 영령 늑대 군왕은 결국 모습을 숨겼다.
블라우그룬만이 눈이 휘둥그레져 이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