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702
마탄의 사수 외전 (351)
타아아앙────────……!
“드디어― 맛이 간 건가!? 지금 이 상황이 즐겁다고?”
엔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허겁지겁 방아쇠를 당겼다.
보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만들 정도로 안정감이 없는 사격이었으나 적어도 그의 탄환은 목적물에 정확히 적중했다.
“끼이이이이익―!”
웬만한 독수리만큼 큰 날개지만 그것이 잠자리의 날개 재질이라면 공포와 혐오는 몇 배나 커진다.
더군다나 몸통은 개구리처럼 미끈한 점액질로 덮여 있고 실제로 개구리 또는 카멜레온 등의 동물처럼 끈적한 혓바닥을 통해 근거리는 물론 중거리 견제까지 가능한 늪지대의 몬스터를 상대하며 ‘즐겁다’라고 말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 엔정, 너는 안 즐거워?”
“추정 레벨 299 필드 보스 즉사에 이미 실패했고― 한 마리, 한 마리의 레벨이 285로 추정되는 가디언들이 열댓 마리가 튀어나온 상황이 즐거우면 미친놈이지!”
평균 285레벨의 몬스터의 즉사 포인트는 개구리의 몸과 잠자리의 날개가 연결된 등 부위, 그곳을 뚫고 들어가 연결부에 위치한 심장을 파괴하거나, 미끌거리고 둥근 머리부의 점액질을 뚫고 그대로 뇌를 파괴하는 것, 두 개뿐이다.
당연히 ‘등’에 위치한 즉사 포인트는 정면에서 노리기 어려우며 머리는 그 피부를 뚫기가 어려워 노리기 힘든 것!
타다앙─────────……!
엔정은 고함을 치며 다시금 방아쇠를 당겼다.
그와 동시에 또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며 엔정과 같은 타깃에 탄환을 적중시켰다.
“뭐, 그보다는 정확한 각으로 피격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일종의 도탄 현상이 일어나는 거지만.”
잿빛으로 변한 ‘프로그플라이’에게서 시선을 거두면서도 물 흐르듯 다음 탄환을 장전, 또 다른 ‘프로그플라이’를 향해 겨누는 건 데베베치였다.
엔정은 ‘훈수’하는 데베베치를 향해 발끈하여 한마디를 내뱉었으나 데베베치는 언제나 실력으로 자신의 ‘잘난 척’을 증명하곤 하지 않았던가.
“우, 웃기고 있네! 내가 한 발 박아 놔서 HP가 적으니 죽은 거지! 무슨 도탄 타령을―.”
타아아앙────────……!
“뭐라고? 잘 못 들었는데.”
그는 이번에도 단 한 번의 총성을 낸 것만으로 프로그플라이 한 마리를 잿빛으로 만들어 추락시켜 내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몸통과 날개의 연결부가 아니라, 머리에서부터 잿빛으로 변한 액체가 줄줄 흐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데베베치가 ‘어디’를 노리고 쏘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핫, 그렇지. 지금의 우리 실력이라면 가능하다니까, 엔정! 머리통이 안 되면 다른 곳으로 쏴도 되는 거잖아!? !”
카르카노는 그 모습을 보며 즐겁다는 듯 탄환 한 발을 휘게 하여 날아갔다.
의 세 사람을 향해 볼을 부풀리며 혀를 총알처럼 쏘아 내려던 프로그플라이의 등 부분이 퍼석, 하며 박살 난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당연한 일이었다.
“크흠, 그거야 당연히― 당연히 할 수 있지만― 내가 굳이 그러지 않는 건―.”
슈와아아아───────ㄱ!
“!”
엔정은 헛기침을 하다 말고 황급히 스킬을 사용했다.
데베베치의 좌상단에서 갑작스레 쏘아진 프로그플라이의 혀는 엔정의 를 뚫지 못하고 회수되었다.
“그러지 않았던 건 이렇게 방어 스킬을 써 주기 위함이라는 건가? 하핫, .”
타아아앙────────……!
카르카노는 아직 결계 안에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말하며 다시금 방아쇠를 당겼다.
한 발의 탄환이 다시 휘어 들어가 프로그플라이의 등 연결부를 파괴했다.
“그래, 이 자식들아! 아니, 애초에 카르카노 너! 왜 여기로 오자고 한 거야? 의 실마리가 있다고 해서 따라오라고 해 놓고 쓸데없이 사냥이나 하고―.”
“뭐, 그 의문에 대해서만큼은 나도 엔정과 같은 생각이긴 해. 이게 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경험치는 잘 오르고 있지만…….”
를 해제시키고 나오면서도 두 사람은 동시에 탄환을 쏘았다.
결계 안에서 짜기라도 한 듯 한 마리의 몬스터를 향해 역시나 두 발의 탄환이 같이 날아간다는 게 카르카노로서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건, 푸핫! 말했잖아! 우선 우리의 실력을 더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그나저나 언제 그렇게 합이 잘 맞게 된 거야?”
“합이 맞긴 개뿔이나!”
“단순히 실력을 기를 거였으면 사람들과 모의전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혹을 붙이고 다니면서 생존 능력을 키우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지.”
“이 자식이 증말―.”
────, ────, ────!
세 사람은 또다시 탄환을 내뱉었다.
늪지대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이곳의 필드 보스, 기간틱 프로그플라이는 황당하다는 듯 세 명의 인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가디언 격 몬스터인 프로그플라이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는 아니다.
15~20m 거리의 중거리 견제에 더하여, 접근만 한다면 독이 묻은 발톱으로 하늘에서부터 빠르게 쇄도하는 개체가 열다섯이나 된다면 비슷한 레벨의 1개 파티, 레벨이 부족하다면 2개 파티 이상은 있어야만 겨우 상대가 가능한 수준.
다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애당초 늪에서부터 구 소속의 세 사람까지의 거리가 530m였다는 점일 뿐이다.
중거리 견제나마 겨우 공격을 시도한 개체가 고작 하나밖에 없다는 게, 이미 세 사람의 실력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증명하는 부분이었다.
“꾸르르르르르륵……..”
기간틱 프로그플라이의 볼이 부풀었다.
필드 보스치고는 너무나 처량한 울음소리가 늪지대에 울려 퍼졌다.
* * *
“후아아……. 필드 보스는 과연 다르긴 하네.”
“누구누구가 를 너무 빨리 써 가지고 말이지. 원래 필드 보스 즉사에 실패하면 쓰기로 한 거 아니었던가 싶은데.”
“내가 안 썼으면 너는 죽었어, 인마! 감사의 절을 백 번쯤 해도 모자란데 어디서 불평을…….”
“널 공격하려던 프로그플라이 세 기를 로 잡아 준 건 누구인지 기억이 안 나는 건가?”
데베베치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엔정은 다시금 그를 향해 윽박을 지르려다 말고 결국 한숨만 토해 내야 했다.
“다들 파밍 안 해? 프로그플라이의 날개는 분배하기로 했지만! 이거 피부 점액질은 알아서 챙겨 가는 거다? 내 빈 병은 너네 안 빌려줄 거야!”
가디언 몬스터는 쉽게 사냥했지만 필드 보스와의 전투는 결코 녹록지 않았고, 거의 20여 분의 혈투 끝에 가까스로 여유를 얻게 된 게 아니었던가.
데베베치와 티격태격하는 것도 조금 전까지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행위로, 엔정은 ‘안도감’을 느끼기 위해 평소와 같은 일종의 ‘루틴’을 한 것이건만.
“……저렇게 곧장 파밍하러― 그것도 점액질 한 병에 얼마 하지도 않는 걸 챙기러 가는 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얼마 안 하다니! 2병에 5실버는 받을 수 있는데. 이거 20병만 챙겨 가도 예전 내 하루 일당보다 많단 말이야.”
엔정은 곁에 있던 데베베치에게나 들릴 법한 작은 목소리로 말한 것이었으나 카르카노는 다 들린다는 듯 큰 소리로 답했다.
“50실버― 크흠…… 흠.”
100실버가 1골드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
유동적이긴 하지만 1골드가 대략 한화 10만 원에서 12만 원 사이라고 본다면 50실버는 그 절반 수준.
그것이 과거 카르카노의 하루 노동 가치보다 크다, 라는 말에는 엔정도, 데베베치도 무어라 쉽게 농담을 붙이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뭐, 사람마다 사정은 다른 거니까……. 누구누구처럼 부모님 돈으로 게임 하는 인간은 알 수 없겠지.”
“그건 네 얘기잖아, 데베베치.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연금은 그쪽에서도 많이 나올 테니까.”
데베베치와 엔정으로서는 별달리 겪어 본 적이 없는 금전적인 문제.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엔정은 새삼 카르카노가 필드 보스 사냥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 지금의 상황이 좋다는 게 그걸 두고 한 말이었냐?”
“이것도 당연히 있지. 아니, 크지. 게임만 해도 돈이 들어오니까 얼마나 좋아!? 미들 어스 접속기 처음 살 때까지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니, 스승님께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까지도 계정비만 겨우겨우 충당하고 있었지만 말이지. 이제는 이런 걸로도 먹고 살 수 있다고! 좋지 않을 리가 있나!”
“으음……”
몬스터들을 눈앞에 둔 위기 상황에서도 그가 즐길 수 있었던 건, 이곳의 위험보다 더욱 큰 현실에서의 위기를 많이 견뎌 냈기 때문일까.
‘확실히 파티 사냥보다는 우리 셋만 다니는 게 효율적이긴 하겠지. 와의 훈련이나 모의전보다 이렇게 몬스터 사냥을 해야만 ‘현금’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고…… 집이 가난하다면 아무래도 그런 문제에 더 신경 쓰기 마련인가.’
엔정은 복잡한 감정을 담은 눈으로 카르카노를 바라보았다.
데베베치의 시선도 카르카노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조금 달랐다
“그래서……. 뭐, 의 힌트는 결국 어디서 찾을 수 있다는 거지? [영계]에 다녀온 경험을 우리에게도 공유해 준 건 좋았지만…….”
머스킷티어 직업으로서 이곳까지 올 일은 그리 흔치 않다.
영계에 다녀온 이후 카르카노는 엔정, 데베베치와 함께 의 훈련을 받으면서도 그 자신이 전대의 《마탄의 사수》, 카일에게 배운 노하우 또한 공유해 주었다.
세 사람의 이번 파티 사냥은 그 노하우를 실전에서 적용하는 한편, 그가 영계에서 얻었다는 또 하나의 단서, 세 사람의 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던 게 아닌가.
“그, 그건…… 이제부터 좀 나아가다 보면. 또 알게 될 것― 같은데?”
“응? 그 자신감 없는 멘트는 뭐지?”
정작 돌아온 카르카노의 답변은, 물어보았던 데베베치는 물론 감상적인 기분에 빠져 있던 엔정마저도 정신이 확 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니까 일단은! 뭐, 이렇게 하자는 거지.”
카르카노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기간틱 프로그플라이의 점액질이 들어 있는 병들을 갈무리했다.
데베베치와 엔정의 눈빛이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아무 대책도 없이― 아니, 돈을 벌려고 여기까지 우리를 데리고 온 건…….”
“이런 제기랄, 조금 전까지 생겼던 동정심까지 싹 다 증발해 버리는 소리를―. 설마 진짜야? 부단장님이 이번에 스킬 하나 전수해 주기로 한 기회도 버리고 우선 널 따라온 건데 거짓말이면 넌―.”
“누, 누가 거짓말이래?”
카르카노는 황급히 손을 저으며 늪 너머를 가리켰다.
“일단 이쪽 방향으로 좀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될 거라는―.”
────────────……!!!!
“―읏!?”
“뭐, 뭐야?”
철컥―!
그 순간, 늪 너머의 지점에서 빛의 점멸이 있었다.
곧장 반격 태세부터 준비하던 데베베치였으나 그는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빛이 사라지기 무섭게 그 자리에서 나타난 건 검보라색의 기운들. 주변의 공간을 왜곡시키기 시작한 검보랏빛 마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 사람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망의 미래] 입구?”
“비공인 입구가 생성된 건가?”
비공인 [절망의 미래] 입구를 바라보던 엔정과 데베베치 시선은 다시금 카르카노를 향하기 시작했다.
“설마 네가 말한 게…….”
“들어가자는 건 아니겠지. ‘효율’을 중시하는 네가 그런 선택을 할 리는 없을 테니까.”
“그, 그건― 으음…… 하핫!”
카르카노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늪의 반대편에서부터 다수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으니까.
“여기까지 누가……?”
“뭐, 그렇게 유명한 사냥터는 아니라지만― 사람의 발길이 아예 없는 곳도 아니긴 한데.”
“쉿.”
구의 세 사람은 어느새 똘똘 뭉쳐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러나 그들이 걱정했던 바와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있습니다! 비공인 입구 추가 발견!”
“이, 이런― 정말로…… 파괴 공작을 준비하라! 이것까지 파괴한 후 에즈웬으로 복귀한다!”
늪지대에서도 눈을 부시게 만드는 갑주들의 행렬과 그들의 아이템 곳곳에 새겨진 에즈웬 교국의 문양은 그들이 교국 소속의 팔라딘이라는 것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꽤 지쳐 보이지만―.”
“팔라딘은 확실하군. 싸우지 않아도 되겠어.”
“하지만 걸리면 귀찮으니까 일단 빠져나가자고?”
엔정과 데베베치의 말이 끝나기도 전, 카르카노는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이야기를 끝까지 못 들은 것 같은데.”
“우, 우선! 가 보면 된다니까. 가자, 가!”
데베베치가 끝까지 ‘태클’을 걸어 보지만 카르카노는 아랑곳 않았다.
그는 잠시 뒤를 돌아 팔라딘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구 소속의 유저들은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캐슬 데일의 내성 집무실, 이하를 비롯한 뭇 유저들이 조금 전까지 [미래인]에 대한 격렬한 이야기를 막 마치던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