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819
마탄의 사수 (819)
“언캐니…… 공포에 의한 떨림이라.”
공포의 정령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오래됐다.
블라우그룬조차 놀랄 정도였으며, 최상급 얼음의 정령이 직접적으로 언급할 정도다.
‘만약 이게 힌트라면…….’
두려울 게 없다.
게르다의 말은 맞을 것이고, 그렇다면 최소한 얼음의 정령이나 드래곤이 연관된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그 대상은 공포의 정령일 가능성이 높다.
“제가 처리해 보겠습니다.”
언캐니가 있는 데다 모든 암暗 속성 정령과 추가 친밀도가 있는 이하에게 있어, 그보다 쉬운 일은 없으리라.
* * *
이하는 퀘스트 창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걸었다.
정령과 관계된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바로 그게 미들 어스의 함정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은 계속 들었다.
‘어차피 퀘스트 수락했으니 이젠 땡이지만…… 쩝, 부디 내 예상이 맞아떨어지길.’
물론 그것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산기슭의 동굴이 제법 크게 보일 정도가 되었을 때, 이하는 블라우그룬에게 이번 퀘스트에 대해 물었다.
―공포의 정령 집단? 글쎄요, 그런 게 아직 대륙에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뭔가 깊은 지하에서 살면 드래곤들도 모르지 않았을까?
―으으음……. 과거의 제 마나도 결코 뛰어나다고 할 순 없습니다만, 적어도 제 마나에는 단 한 번도 걸린 적은 없고요. 그리고 제 사교성이 결코 좋은 편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만, 제가 아는 그 어떤 메탈 드래곤 일족도 공포의 정령 집단에 대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어요. 그리고 말씀드렸잖아요.
공포의 정령은 매우 희귀하다.
혹 공포의 정령이 정령계가 아닌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들, 그것이 ‘집단’일 리는 없다는 게 블라우그룬의 판단이었다.
―그럼 뭐가 있을까요? 얼음의 최상급 정령이 두려워할 정도의 상대가.
―저도 궁금하네요. 아! 그냥 이 쓸모없는 인간들 보호 안 하고 거기로 가면 안 돼요?
블라우그룬이 불평을 토로했으나 이하는 반대했다.
―안 돼, 안 돼. 거기서 뭐가 나올 줄 알고. 막 블레스드 미스릴이니, 예전에 그 엄청 비쌌던 거 있단 말예요. 핑크 다이아몬드 같은 거 나오면 어떡하려고! 가뜩이나 시티 가즈아 재정 상태도 별로라 한 푼이 아쉬우니까, 좀만 버텨 줘요.
―에휴, 알겠습니다.
블라우그룬의 귀여운 한숨 소리를 들으며 이하도 다소 아쉬웠다.
자이언트들과의 전쟁으로 너무 많은 돈을 써서 이렇게라도 한 푼, 두 푼 모아야만 하는 처지라니.
‘모자도 사야 하는데……. 저번에 경매장에 전설급 모자 뜬 거 봤는데!’
어쌔신 계열이 착용할 만한 복면!
민첩 상승은 물론 이동 속도 상승과 그림자 안에 숨을 시 발소리를 줄여 주는 특수 효과까지 붙은 아이템이 있었다.
현재 하피 모자가 없는 이하로서는 군침이 나올 정도의 아이템이었지만 돈이 없는 자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휘우우우우……!
블라우그룬과 대화를 나누다 어느새 도착한 동굴의 입구.
찬바람이 뿜어져 나오며 듣기 싫은 소음을 내었다.
“자…… 들어가자. 젤라퐁, 횃불 들어 줘.”
[묭!]젤라퐁의 손으로 불을 밝힌 채, 이하는 블랙 베스를 거머쥐었다.
허리춤에는 토온의 발톱 단검과 머스킷―피스톨 두 정이 덜렁거리며 근거리 위협에 대비하고 있었다.
‘어라? 지역 업적이 안 뜨네.’
누군가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아니, 그럴 리 없다.
‘여기를 오려면 스노우볼을 사용한 그 지점을 지나쳐야 해. 그랬으면 게르다가 나타나지도 않았겠지.’
퀘스트는 성공시켰다.
순수한 눈.
그 누구도 밟지 않은 곳이므로 게르다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반드시 무언가가 있을 걸로 추정되는 동굴에서 지역 업적이 뜨지 않는다?
‘높은 확률로 정령. 낮은 확률로 드래곤. 어쨌든 이곳,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몬스터 이외의 생명체가 있다.’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라 그 이상의 생명체가 있음을 나타내는 셈.
어두컴컴한 동굴 내부를 걷고 있었지만 이하에게 딱히 두려움은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 무엇이 있든 이하 자신이 한 방에 죽을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공간 이동이 막힌 것도 아니다.
방어와 도주가 보장된 모험이 모험인가? 거기에 〈꿰뚫어 보는 눈〉과 〈마나 투시〉까지!
철컥―!
이하는 노리쇠를 당겨 한 발을 장전하곤 걸음을 계속했다. 동굴은 산 내부를 향해 파여 있었지만 평평하지는 않았다.
게르다가 말했던 것처럼 ‘지하 깊은 곳’에 다다를 수 있게끔 특정 부분에서는 상당히 가파른 경사가 아래로 나 있거나, 아예 낭떠러지에 가까운 지형이 있을 정도였다.
‘얼마나 깊은 거지?’
그 모든 방해를 뛰어넘으며 이하는 아래로 내려갔다.
확실히 냉기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내려가기를 한 시간여가 지났을 무렵, 마침내 이하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상태 이상: 혹한(강화)에 저항했습니다.
상태 이상: 동상(강화)에 저항했습니다.
상태 이상: 빙결(강화)에 저항했습니다.
“만년설산에서 걸렸던 상태 이상들……? 말도― 아니, 그 정도라고?”
최상급 얼음의 정령이 질려 버릴 정도의 추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허나 그 페널티의 시작부터 만년설산급의 추위라고?
그럴 리가 없다.
만약 그랬다면 주변은 돌벽이 아니라 빙벽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년설산 때와 같은 수준의 상태 이상을 건다?
‘빙 속성 저항력이 90%가 아니었으면― 여기서 돌아가야 했을 거야.’
이하의 본능이 점차 위험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단순히 기분 나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니다. 위험하고, 살벌한 무언가가 있다.
‘급으로 따지자면…….’
최소 바토리급에 버금가는 무언가가.
“젤라퐁, 저쪽, 불 비춰 봐!”
[묭!]이하의 눈에 마침내 움직임이 잡힌 것도 그때였다. 젤라퐁은 황급히 횃불의 방향을 틀었다.
마나의 덩어리가 뭉그적거리며 움직이는 방향에, 이하는 빛을 비춰 확인했다.
인간의 형태와 유사했으나 약간 푸른빛이 감도는 그것은 뼈였다.
“……언데드? 스켈레톤?”
달그락거리는 뼈 소리가 이하의 귀에 들려왔다.
* * *
[묘―]“쉿. 젤라퐁, 불 꺼.”
젤라퐁은 즉각 동굴 벽에 횃불을 비벼 껐다.
빛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동굴 내부. 이하는 마나 투시를 통해 스켈레톤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조심스레 야간 투시경을 꺼내어 들었다.
잠시 찌잉―, 하는 느낌이 있은 후에야 스켈레톤의 외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준 높은 스켈레톤이다. 갑주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데다, 무기의 질도 좋아.’
언데드의 수준은 보통 어떤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가로 결정된다.
파우스트만 봐도 랭커 시절조차 뼈밖에 없는 스켈레톤이나, 신체의 상당 부분이 훼손된 좀비를 사용했었다.
최근 2차 전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뱀파이어가 되며 완전체의 좀비나, 구울 그리고 갑옷과 검을 사용하는 스켈레톤을 활용하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가?
‘파우스트의 소환수보다는 수준이 훨씬 높다고 봐야 하나?’
눈앞에 보이는 스켈레톤은 감히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했다.
‘저 정도면 최상급이라고 봐야겠지.’
유저가. 아니, 파우스트도 언젠가 저 정도를 소환하는 때가 오는 것일까? 그러면 꽤나 곤란해지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하였다.
이하는 야간 투시경으로 주변을 충분히 살핀 후 천천히 움직였다.
‘귀도 없는 녀석들이 소리에 민감하단 말이지.’
좀비를 비롯한 언데드들의 특성이기도 한 게 바로 소리에 대한 민감도!
아주 작은 소음만으로도 놈은 즉각 이하를 향해 달려들 것이다.
‘그나마 한 마리라 다행이긴 한데…….’
설마 저 스켈레톤이 최상급 얼음의 정령조차 오싹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말도 안 된다. 아무리 수준이 높다 한들 스켈레톤이 그럴 수는 없다.
‘고작 저 수준으로 최상급 얼음의 정령을 겁먹게 만들 수는 없지.’
블라우그룬을 통해 이미 들은 바도 있었다.
‘시작은 빛과 어둠의 정령이었다고 했지? 빛과 어둠의 정령은 기본 정령보다 ‘한 등급’씩 높게 쳐 줘야 한다고……. 만약 얼음의 정령도 그렇다고 본다면…….’
최상급 얼음의 정령 게르다는 물의 정령왕 엘라임과 동급이다?
이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수는 없다.
정령왕보다 강하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애당초 정령계라는 게 형성될 수가 없을 것이다.
‘최상급 물의 정령보다는 강하고, 정령왕보다는 아래. 그 정도 수준으로 보는 게 맞겠지?’
즉, 게르다는 적어도 최상급 정령들과의 싸움에서 결코 지는 법이 없을 것이며, 상황에 따라 2:1 이상의 전투도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 정도 강력한 정령이 스켈레톤 한 마리에 두려워할 리가 없는 것이다.
이하는 현재 상황을 새롭게 정리하며, 스켈레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마치 순찰을 도는 듯 경계하며, 뼈로 이루어진 몬스터는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길은 저쪽이고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타이밍은 13초가량. 시간이 부족하진 않겠는데.’
스켈레톤이 보지 않는 틈을 타 그의 후방에 있는 길로 들어갈 수 있다.
이하는 젤라퐁에게 움직임을 미리 명령해 놓고 기다렸다.
그리고 달그락거리는 뼈다귀가 돌아서는 순간.
‘가자!’
[묭!]슈와아아앗―!
젤라퐁의 촉수가 동굴 벽을 찌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카카캇?”
입체 기동이 실현될 때의 바람 소리 때문일까. 스켈레톤은 갑작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카카카칵……. 카캇.”
그러나 그뿐이었다.
이미 이하는 지나간 다음이었다.
비교적 수월하게 잠입하며 이하는 동굴 내부를 나아갔다.
‘나이스― 가 아니라, 젤라퐁! 스톱! 스톱! 천장에 붙어!’
이하는 마치 거미인간처럼 동굴의 천장에 찰싹 달라붙었다. 내부가 넓은 게 천만다행인 상황이었다.
달그락거리는 뼈 소리와 스윽, 스윽 끊어진 살점들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카카칵……카캇…….”
“게게게겟―”
“드기기기기…….”
동굴 천장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하는 눈을 깜빡거렸다.
‘이건 무슨―’
동굴 바닥을 걷고 있는 것은 수없이 많은 언데드였다.
어쩌면 아까 그 스켈레톤은 그저 ‘길을 잃은 자’였을 뿐인지도 모른다.
아래의 언데드들은 분명한 질서를 갖고 있었으며 심지어 대화를 나누는 듯 이해할 수 없는 소리들을 지껄이기도 했다.
‘언데드가? 언데드가 저런― 저런 모습을 한다는 건 들어 본 적도 없어!’
그러나 지금의 경악은 약과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이하가 달라붙어 있는 동굴의 천장은 물론, 주변으로 뻗은 길들은 모두 통로다.
지금까진 그저 동굴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을 바꾸자 명확하게 느껴진다.
바로 그 통로의 끝에서, 야간 투시경으로 보자면 환하게 비칠 정도로 눈을 부시게 만드는 빛이 있었다.
야간 투시경을 벗어도 보일 정도의 빛!
‘언데드들의 집단행동과…… 통로 끝의 빛 그리고 통로 곳곳에 붙어 있는 저것들은…….’
그 빛을 향해 뻗어 있는 통로의 좌우에 붙은 각종 문양과 양식 그리고 스켈레톤과 좀비 사이로 보이는 정체 모를 언데드 몬스터들은 또 무엇인가?
‘마을……? 도시? 성?’
이하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들은 이런 종류의 것이었다.
만약 이 통로의 끝으로 나간다면, 옅은 빛이 새어 나오는 저곳까지 간다면 무엇이 보일까?
기껏해야 묘지나 과거의 대규모 전쟁터에서 자연 발생하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아니라, 집단행동을 하는 대규모의 언데드 도시가 있다는 말인가!
‘아니, 만약 그런 게 있다면―’
그곳을 다스리는 자는 대체…… 누구?
이하는 마른침을 삼켰다.
예전 같으면 이곳에서 곧장 빠져나갔을 것이다.
언데드에게 걸리지 않고 통로를 뚫고 나가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천장으로 움직인다 한들, 젤라퐁의 촉수가 동굴 천장에 걸리는 소음은 나기 마련이고, 소리에 민감한 저들은 반드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녹아드는 숨결〉이 있다.
카모플라쥬와 달리, 1분에 1m 이동 제한 따위가 없는 완벽한 동화同化 스킬.
―블라우그룬 씨?
―네?
―언데드가 집단생활을― 무슨 코볼트나 고블린, 오크처럼 마을 단위를 이루고 산다는 말 들어 본 적 있어요?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언데드는 기본적으로 지능이 없잖아요. 듀라한 이상의 고위급 언데드는 개체 수가 많지 않으니 불가능하고요. 그래서 네크로맨서들이― 설마? 아니, 지금 어디세요? 제가 갈까요?
―아냐, 아냐. 우선 거기 있어요. 위급할 때 탈출하려면 블라우그룬 씨가 밖에 있는 게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