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866
마탄의 사수 (866)
―이전의 각인자는 죽었다고 했다.―
“글쎄, 그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으음, 깨어나기 전의 기억은 없는 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히 기억하는 거다. 크크…… 각인자는 죽었어.―
“아니! 하아, 블랙 너랑 말싸움해서 뭐 하겠냐. 하여튼 빠른 시일 내에 보게 될 거야.”
〈녹아드는 숨결〉을 해제한 상태였기에 이하는 블랙 베스와 대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킬을 해제한 이유는 간단했다.
붕붕붕붕───────……!
이하는 블랙 베스와의 대화 도중 들린 소음에 잠시 고개를 들어 보았다.
하우스하우스의 발―그것이 발인지 촉수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이 헬리콥터의 로터처럼 그의 머리 위에서 맹렬히 돌고 있었다.
‘하우스하우스를 만난 건 진짜 행운이었어.’
녹아드는 숨결 상태에서 그들을 만난 이하는 스킬을 해제,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하는 그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그들은 이하의 말을 알아들었다.
다행히 ‘목적지’는 명확했다.
삼총사의 텔레포트에 뜨는 루거와 키드의 위치가 이하에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하는 그들에게 부탁을 할 수는 있었고, 지금처럼 하우스하우스의 발―이건 손인지 발인지 역시 알 수 없었다―에 붙들려 이동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속도도 빠르고~ 무엇보다 ‘몬스터가 없는’ 안전지대로 움직이고 있으니 걱정할 거리도 없지. 아니, 몬스터가 피한다고 해야 하나.”
하우스하우스에 첫 탑승한 직후는 상당한 경계를 필요로 했다.
저고도 비행이었으므로, 지상에서 이하와 하우스하우스를 보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몬스터의 등장 시 자칫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하의 〈꿰뚫어 보는 눈〉과 〈독수리의 눈〉 이상으로 하우스하우스의 ‘방향 설정’은 절묘했다.
“신대륙 몬스터들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있기라도 하나? 어쩜 귀신같이 몬스터가 있는 곳만 이렇게 잘 다닐꼬.”
그것도 최소한의 회피 기동으로, 가능한 일직선의 움직임만을 보여 준다.
몇 번이나 몬스터들을 피하는 것까지 확인한 후에는 더 이상의 걱정도 없었다.
그저 하우스하우스의 발에 매달려 몬스터를 감상, 저격할 뿐.
〈눈을 뜬 전설의 블랙 베스(1차 강화―용암)〉
(거래 불가)
충전율: 36.52%
“으흐흐, 설렁설렁 여덟 마리 잡았는데 3.1% 정도 올랐다 이거지.”
평균적인 뱀파이어 한 개체 이상의 충전율!
이하가 하우스하우스에 대해 무한한 신뢰와 호감을 갖게 만든 일이었다.
다만 몬스터에 관한 업적이 뜨지 않아, 이하가 잡아 본 적이 없을 뿐 ‘앞선’ 자들이 처리하며 지나갔다는 것은 충분히 추측 가능했다.
‘그러던 와중에 꺼내 본 게 바로 엘리자베스에 관한 대화였는데…….’
동부 원정대는 얼마나 갔을까?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그들에 대해 생각하던 이하는 불현듯 블랙 베스에게 엘리자베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어 보았다.
적어도 이하 이전에 블랙 베스를 사용한 자이자, 이하가 블랙 베스를 ‘베스’라고 쉽게 부를 수 없는 이유, 그게 바로 엘리자베스 때문이지 않은가.
그 대답으로 돌아온 게 바로 ‘사망’이었다.
“엘리자베스가 죽었다…… 그럴 리가 없지. 분명히 살아 있는 걸 봤는데. 블랙! 그러니까, 네가 아는 시점에서 죽었다, 라는 것 정도지? 뭐, 멀리 떨어져 있는 엘리자베스의 생사를 느끼고 그런 말을 한 건 아니고?”
―현재 각인자의 상태라면 멀리 떨어져서도 느낄 수 있지만, 이전의 각인자는 상관하지 않는다.―
“오? 내 상태에 대해서는 알 수 있다고? 어떻게?”
블랙 베스와 연결되었다.
따위의 시스템 알림 창을 본 적 없기에 이하로서는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이하의 진지한 물음에 비해 블랙 베스는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기만 할 뿐이었다.
―크크크…… 알 수 있지. 각인자의 피야말로 내가 가장 많이 맛본 것이니까.―
농담일까. 진담일까.
이하는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체 이런 중2병 대사를 믿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게다가 뭐 이렇게 섬뜩하게 말을 해? 내 피 맛은 또 언제 봤다고…….”
이하는 시큰둥하게 중얼거리며 생각했다.
카즈토르의 추적이 예상보다 빨라 엘리자베스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물은 것이었다.
‘어쨌든 엘리자베스의 현 상태를 느낄 수 없다고 했으니 그건 아닌 것 같고. 으음…… 블랙 베스를 놓던 시점에서 그냥 ‘사망’이라고 판단하는 걸까.’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걸까.
부우부붕───────……!
“악! 뭐야? 하우스하우스 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이하의 집중력이 끊어졌다.
부드러운 비행으로 몬스터를 회피하던 때와 다르게, 격렬한 기동이라니? 그러나 굳이 물어보거나 답변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
빛은 아주 잠깐 반짝였으나 폭성은 꾸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보나마나 뻔하군. 저쪽! 저쪽으로 가 주세요!”
루거가 첫 발을 터뜨렸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 * *
이하는 당장 탄창을 꼽고 스코프를 열었다.
아스라이 들려오던 폭성으로 보자면 거리는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을 게 분명하다.
야간 투시경까지 장착하고 전방을 살폈지만 아직 눈에 들어오는 건 없었다.
알렉산더와 베일리푸스, 파우스트와 라바틀은 벌써 이하가 비행하는 저고도 이상으로 솟구치기 시작한 상태였으며, 키드와 브로우리스, 루거 또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찢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방향 자체는 저쪽이 맞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카즈토르를 찾은 건가?”
―썩어 버린 육신의 냄새 그리고 진한 피 냄새가 난다.―
“뭐?”
―썩어 사라져야 할 것들의 냄새라고 했다. 크크, 이건 또 새로운 맛이겠군.―
블랙 베스가 본질에 대한 힌트를 주었지만 현시점의 이하는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것이 리치 드래곤과 본 드래곤에 대한 묘사임을 알아차린 것은 그로부터 약 1시간 20여 분을 더 비행하여, 브로우리스와 세 마리의 어덜트 드래곤을 마주쳤을 때였다.
이하는 브로우리스를 부르지 않았다.
세 마리의 드래곤에게서 브레스와 브레스에 연계되는 마법을 회피하기 바쁜 그의 집중을 풀어 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것.
“후우우우…… 드래곤의 하트 위치는 몇 군데 제한이지. 블라우그룬 씨가 있었으면 확실하게 알았겠지만.”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실질적인 증명으로 그것을 나타내는 게 가장 중요했다.
“하아아아…… 적어도 가장 확률이 높은 곳이 여기니까. 우선은 첫 발이다, 블랙.”
―어서 쏘아라.―
“〈하얀 죽음〉.”
하얀 죽음을 사용합니다.
사용 총기와의 일체화를 시작합니다.
총기가 사용자를 거부했습니다.
사용 총기와의 일체화에 실패했습니다.
일체화는 변함이 없었다.
피로트-코크리 때도 이미 겪어 본 사실이었음에도 아쉬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깨어난 건 아니니까.”
아쉬움이 묻어나는 생각 속에서도 그의 호흡은 흔들리지 않았다. 목표를 저격하는 저격수의 총구에 흔들림은 없어야 한다.
하얀 죽음(제한)이 발사되었습니다.
────────────……!!!!
빠밤―!
업적 팡파르는 보너스 수준이었다.
하늘은 역시나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이었다.
“이게 뭐야? 7.3%가 올랐다고? 어, 그러고 보니 색깔이 뭔가 특이하긴 한데― 드래곤은 종족이 아니라, 아니지, 각기 다른 특성이 바로 ‘종족’ 그 자체라는 뜻?”
한 발의 탄환로 블랙 베스가 7.3%나 충전되었다.
머리는 믿을 수 없다, 라며 잠시 패닉에 빠졌지만 손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브로우리스에게 눈이 팔린 어덜트 드래곤들이 이하를알아차리는 시간보다, 이하가 재장전 후 격발한 시간이 더욱 짧을 정도로 말이다.
투콰아아아────────……!
계승한 속성은 [명중].
행동은 [속사].
파괴력은 [관통].
삼총사의 모든 것을 한 발에 담은 것처럼, 이하의 탄환은 또 하나의 어덜트 드래곤 하트를 파괴했다.
그것은 이하로서도 의문스러운 점이었다.
리치 드래곤과 본 드래곤은 일반 드래곤과 다르다.
하트를 단박에 파괴하기 위해 또 다른 하트를 탄환으로 썼던 그때가 아니다.
어덜트 드래곤급의 레이드를 유저들이 많이 뛰는 이유가 일반적인 공격으로도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수월한가?
바로 그 점이 이하로선 황당하게 느껴졌다.
“하, 한 발 쏘고 다탄두 탄 쏘려고 한 건데…… 왜…….”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보자면 이하 자신의 강함에 스스로가 놀랐다는 뜻!
“이렇게 세졌지?”
이하의 몸에서 백색의 빛이 터져 나오고 있을 때, 이미 블랙 베스의 충전율은 49.99%였다.
눈을 끔뻑거리는 이하와 달리, 블랙 베스의 노리쇠에선 빛이 빠르게 점멸 중이었다.
하, 하, 하, 하, 하.
* * *
“……그래서…… 두 마리를 잡았다?”
루거는 이하를 노려보았다.
이하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이 루팅한 것을 내밀었다. 서로 다른 색의 비늘 두 개가 이하의 손 위에서 반짝거렸다.
아무리 급하게 합류했다 하더라도 루팅은 필수!
그것은 삼총사 세 사람 모두에게 공통된 이야기였다.
“응. 아슬아슬했어. 딱 노린 곳에 하트가 있어 줬기에 망정이지, 진짜 어쩔 뻔했나 몰라. 하우스하우스가 빠르긴 하지만 은근히 겁이 많아서. 드래곤들이 달려들었으면 바로 도망갔을걸?”
“두 마리를 잡았다…… 고작 두 발의 탄환으로 말입니까.”
“어, 두 발 맞나? 아! 맞네. 그래요, 두 발.”
이하는 배시시 웃으며 답했고 키드는 이하와 마주치던 눈을 돌려 브로우리스를 바라보았다.
진짜 두 발이 맞냐.
그 공격을 봤냐.
하이하가 그렇게 강하냐.
키드의 눈빛에는 많은 물음이 담겨 있었으나 브로우리스는 스리슬쩍 그 눈을 회피했다.
세 명의 제자를 모두 아끼는 브로우리스로서는 누구 한 명이 특출 나게 강하거나 눈에 띄기를 원치 않게끔 설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시선을 피하는 행위 자체가 질문에 대한 답변이나 다름없었다.
키드는 다시금 이하를 바라보았다.
루거와 키드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그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지 못하는 이하로서는 그저 미소를 보이고 있었으나, 그 점이 두 사람을 더 열 받게 만들었다.
그러나 화를 내서 무엇 할까?
키드는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하긴, 내가 처음부터 노렸다면 한 발의 탄환도 필요 없었을 겁니다.”
“무슨 개소리지, 키드? 총도 안 쓰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하긴, 나도 마찬가지야. 〈아흐트―아흐트〉의 위력을 알았다면 드래곤들은 혀를 깨물고 자살을―”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며, 루거 당신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루거가 발끈하며 키드에게 물었지만 키드는 답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숨기는 사실이 최소 ‘한 가지’씩은 있다는 게 세 사람의 묘한 균형을 맞춰 주고 있었다.
“놀랍군, 하이하. 그대의…… 강함이 벌써 그런 경지에 이르렀다니.”
베일리푸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단, 그의 눈빛이 빠르게 블랙 베스를 훑는 모습은 이하도 알아챌 수 있었다.
이하는 우선 웃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하 군의 조력으로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겠어. 페르낭 님, 당장 출발 준비는 가능합니까.”
“아, 네! 물론입니다. 그러고 보니 웃고 떠들 시간은 없겠죠.”
“……그 탄피 때문인 거죠?”
이하도 자신의 얘기만 한 건 아니었다.
특히 하우스하우스를 브로우리스와 함께 타고(?) 오며,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었기에 현재 상황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음. 베일리푸스 님.”
“그렇다. 충분한 휴식을 권하고 싶지만, 모두 이 정도로 참아 주게. 〈매스 리커버―”
“베일리푸스, 나의 교우여.”
“음? 왜 그러나, 알렉산더.”
스킬을 시전하려는 베일리푸스에게 알렉산더가 말을 걸었다.
“파우스트의…… 사체를 본 적 있나.”
“사체? 아니, 아인족 네크로맨서의 사체는 본 적 없다.”
“그의 마나는?”
“마나? 느껴지지 않는군. 왜 그러지?”
베일리푸스의 답변에 알렉산더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분명 추락하는 파우스트를 보았고, 다른 유저들이 브로우리스를 돕자고 나설 때 파우스트의 사체부터 확인하려 했다.
“……놈의 사체가 없다. 드랍 한 아이템은 물론이고, 라바틀의 사체를 제외하면 그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죽지…… 않았다는 말씀이신가요?”
페르낭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 베일리푸스는 그럴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알렉산더, 나의 교우여. 라바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잿빛 인영을 분명 보지 않았는가.”
“바로 그게 문제다, 베일리푸스. 그가 마지막으로 사용한 스킬, 그것이 〈죽은 척Dead Pretence〉이라면…….”
그러나 알렉산더는 알 수 있었다.
추측에 불과한 상황이었으나, 불가능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네크로맨서는 스스로를 죽일 수 있는가.
뱀파이어화化된 그는 자신을 죽였으면서 동시에 죽지 않은 상태, 스스로를 언데드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