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995
마탄의 사수 (995)
카즈토르가 임신한 엘리자베스에게 사용했던 바로 그 방법.
스킬 형태로 습득된 것이 아닌 데다 연습을 해 볼 수도 없었으므로 자신할 수는 없었지만 메커니즘에 대해 이해했으니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한 번만 성공하면 자신의 고유 스킬로 생성되어 앞으로는 쭉 사용 가능할 거라는 게 치요의 생각이었다.
‘그러니 자미엘로서도 이번 잠식을 완성시켜야 해. 태아 시절의 마탄의 사수가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 그 스스로 인간 NPC들을 잡아먹는 방법을 익히기만 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분명히 가능할 것이다.
자신의 계산이 틀릴 리 없다.
그녀는 믿고 있었다. 다만 아무리 계산이 밑바탕 되었다 해도 조급함은 남아 있는 믿음이었다.
엘리자베스가 더욱 초췌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사망이라도 한다면? 브라운 일가에 대한 치요의 권력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카일은 부친에 대해선 모친만큼의 애정이 없어. 브라운을 뱀파이어로 만드는 건 무의미하지. 결국 엘리자베스가 죽으면……. 흐음, 브라운의 입을 통해 엘리자베스의 생명을 연장시킬 방안을 찾을 수 없을까? 하지만 놈이 말을 듣지 않으니.’
치요에게도 아직 그 정도의 설득은 힘든 편이었다.
브라운은 엘리자베스를 걱정하면서도 치요가 권하는 모든 방법에 대해 거절했다.
이고르가 목을 베어 버리려 한 적이 있을 정도로 그는 완강한 태도였다. 당연히 치요로서도 구슬리기 쉬운 캐릭터가 아니다.
‘와이프를 사랑해서 여기까지 왔다면 분명히 그녀를 살리기 위해 뭐든지 해야 할 텐데 말이지.’
그 시점부터 치요는 생각했다.
브라운은 왜 저런 행동을 할까.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건가?’
굳이 이곳까지 따라온 자가 저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그런 것인가?”
“무슨 일이지, 카즈토르?”
카즈토르는 갑작스레 두 팔을 벌리며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치요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언데드의 행동 패턴을 잠시 경계하며 물었다.
“알아냈습……. 자미엘의, 분신, 잔여물, 찌꺼기, 하핫.”
더 이상 마탄의 사수를 통제하려는 욕심 따위는 없다. 그러나 마탄을 평생 연구해 온 학자로서의 호기심과 성취감은 있었던 걸까.
카즈토르의 썩은 청회색 빛 얼굴이 히죽거리고 있었다.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기 쉽게 말해.”
치요가 물었다.
카즈토르는 자미엘을 통해 듣게 된 사실들을 말했다.
자미엘이 만들어지던 곳에서 함께 ‘태어난 것들’이 있으며, 그들이 마침내 눈을 떴음을.
“……또 하이하야!? 젠장! 파이로, 이고르! 당장 준비해!”
“무슨―.”
“이동한다! 더 안쪽으로!”
치요로선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바하무트에게 받은 두 가지의 저주 때문에, 그녀는 더더욱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업적: 영원한 메탈 드래곤의 원수(R-)〉
선대의 바하무트에 비하면 나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내가 부족할지언정 우리 일족이 우습게 보일 수는 없는 것이지. 나는 플래티넘 드래곤의 권한으로, 모든 메탈 드래곤 일족의 가장 큰 어른으로서 명한다.
[치요]의 존재가 사라질 때까지 해당 대상에게 영구 무제한적인 일족의 분노를 쏟아 낼 것을.온 미들 어스가 너를 비호할지라도, 우리는 너희를 쫓을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말살하리라.
보상: 스탯 포인트 50개
메탈 드래곤과의 친밀도 -100%
어덜트급 이상의 메탈 드래곤과 전투 시 모든 스탯 -20%
〈영원한 메탈 드래곤의 원수〉 업적의 첫 번째 등록자입니다.
업적의 세 번째 등록자까지 명예의 전당에 기록되며, 기존 효과의 200%가 추가로 적용됩니다.
효과: 스탯 포인트 100개
어덜트급 이상의 메탈 드래곤과 전투 시 모든 스탯 -40%
‘역겹기 짝이 없어! 스탯 150개가 다 무슨 소용이야!’
치요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나름 업적이랍시고 보상은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페널티는 상상조차 하기 싫을 지경이었다.
‘드래곤의 수장이라 당연히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경우 최악의 상대는 알렉산더야. 아니, 빌어먹을 꼬맹이 년도 있군.’
자신의 현재 위치가 위치인 이상, 메탈 드래곤들이 한꺼번에 달려들긴 어렵다.
그러나 유저들의 파트너 드래곤이라면 마주칠 일이 생길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된다면 무려 스탯의 60%를 감소시켜 버리는 에인션트 드래곤 베일리푸스와 어덜트 드래곤 아르젠마트는 그 존재만으로도 위협이 된다.
다른 유저들과의 전투 시, 드래곤들이 ‘끼어만 있어도’ 전투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에 처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이하나 라르크도, 어쩌면 알렉산더와 베일리푸스도 페널티를 가지고 있을지 몰라. 하지만 우리 쪽엔 컬러 드래곤이 없어. 언데드를 통해서도 먹힐지는 알 수 없으니, 제기랄!’
바하무트를 죽인 자신도 페널티를 받았지만 티아마트 쪽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티아마트는 사망 시 명확한 문구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봉인한 자들을 가만두지 않으리라’ 그 위력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자신의 페널티 이상이리라.
〈업적: 순수하게 이어지는 분노(R-)〉
축하합니다!
당신은 메탈 드래곤의 수장 [바하무트]를 처치하였습니다. 영원불멸의 존재로 추앙받는 드래곤들의 수장을 처치한 당신의 실력은 미들 어스 전역에 널리 퍼질 것입니다. 그러나 널리 퍼지는 게 언제나 좋은 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겠죠. 메탈 드래곤들은 그들의 왕을 죽인 자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들 중 새롭게 탄생하는 [바하무트]를 통해서 말이지요. 이제 당신은 메탈 드래곤과의 전투를 멈출 수 없습니다. 죽거나, 죽이거나. 플래티넘 드래곤 슬레이어로서 당신의 능력은 지금부터 시험받을 것입니다.
보상: 스탯 포인트 50개
버프―[용 살육자의 기운] 획득
메탈 드래곤과의 친밀도 -100%
디버프―[백금의 기운] 획득
〈순수하게 이어지는 분노〉 업적의 첫 번째 등록자입니다.
업적의 세 번째 등록자까지 명예의 전당에 기록되며, 기존 효과의 200%가 추가로 적용됩니다.
효과: 스탯 포인트 100개
‘〈용 살육자의 기운〉, 메탈 드래곤들을 약화시켜 주는 저딴 버프는 관심도 없어. 중요한 건 〈백금의 기운〉, 제거조차 불가능한 이 미친 디버프 때문에―’
[매일 1회 바하무트에 의한 좌표 공개]무려 두 개의 R-급 업적에도 치요가 미소조차 머금을 수 없는 이유였다.
단순한 위치 공개도 아닌 좌표의 공개!
공간 관련 스킬에 있어서 드래곤은 일반 유저들보다 뛰어나다. 다만 안타깝게도 유저들 중 그와 비등하다 할 만한 존재가 하나 있다.
세이지 혜인.
치요는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직 바하무트가 태어난 기미는 없다고 했어. 그러나 태어나기만 한다면…….’
그들은 자신의 위치를 즉각 파악할 것이다.
그리고 현시점에 그들이 몰려온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최대한 공간 이동이 통하지 않는 지점, 신대륙 동부 너머로 이동하는 게 그녀가 대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것 또한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적이 메탈 드래곤과 〈신성 연합〉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마왕의 조각들도 이쪽에 있어. 아직 우리와 마주치진 않았지만 레가 복수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로그아웃한 사이 카일이라도 노린다면 당할 가능성이 높아.’
전부 부활한 마왕의 조각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와중이지 않은가.
그녀는 미들 어스의 세력 구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힘이 있었고, 현재까지 자신의 세력의 총전력이 가장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비대칭 전력에 가까운 《마탄》의 존재를 제외한다면, 하루도 버티기 힘들 미약한 잡초가 바로 자신이다.
“괜찮아. 약점을 내가 알고만 있다면 보완할 수 있으니까.”
“뭐?”
“당신 할 일을 제대로 하라는 뜻입니다. 짜르 쪽과 연락은 끝났나요?”
“헹, 당연하지. 보충 세력도 오기로 했다. 전부 넘어올 거야.”
“아주 좋군요.”
보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이, 한시라도 더 빨리.
이고르가 원래 이끌고 다녔던 길드, 〈짜르〉.
그녀는 이고르를 꾀어내어 그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합류하게 만들었다.
짜르는 단순히 하나의 길드가 아니다. 크게 보면 러시아가 국가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러시아의 국책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이고르 키우기가 아닌가.
‘그들에게서 본격적인 자본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덩치를 키우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고르의 세력이 너무 커진다면?
아무리 〈뱀파이어 퀸〉이라지만 자신의 세력에서 자신이 몰리게 된다. 그녀는 그 사실 또한 파악하고 있었다.
―사스케! 가입 희망자들 분류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핫! 곧 끝납니다, 오카상!
―빨리 끝내세요. 시간이 없어, 빨리! 오토상에게 보고되는 걸 원친 않겠죠?
―무, 물론입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삼 일 주겠어요. 최대한 빨리 끝내.
그래서 자신만을 추종할 내부 세력을 만드는 것을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하이하의 글에도 불구하고 치요 측으로 넘어가길 원하는 유저들은 많았다.
“신대륙 동부라, 숨어 있긴 좋지만 앞으로의 활동을 생각하면 ‘그쪽’은 피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머나, 이고르 당신이 겁을 먹는 일도 다 있나?”
NPC들과 함께 발을 옮기려는 찰나, 이고르가 치요를 붙잡았다.
그녀는 이고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도 알고 있었기에 웃음으로 그를 도발했다.
“캭! 개소리! 내가 겁을 먹는 게 아니다! 다만 그쪽에는―.”
“나도 이고르의 말에는 찬성이다. 스킬조차 제대로 먹히지 않았던 그 몬스터들은……. 현재 우리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
파이로는 자신의 손에 불을 붙였다, 껐다 하며 치요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둘에 나까지 포함한다면 에인션트 드래곤도 거뜬히 잡을 텐데, 고작 그런 것들을 두려워한다고? 밤이 되면 당신들 둘이서도 에인션트 드래곤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잖아.”
“그것도 스킬이 통할 때의 얘기다. 무엇보다 그 숫자는…….”
파이로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그들이 신대륙 동부에서 겪은 일은 바하무트 처치에 대해 레와 협정을 벌이기 직전에 일어난 것이었다.
마왕의 조각들에게도 그저 그런 반응을 보인 이고르와 파이로가 두려워하는 것을 보며 치요는 잠시 생각했다.
“괜찮아요. 그것들과 싸울 일은 없으니까. 우선 가까운 곳에 뱀파이어들이 사용했던 성이 있으니 그곳에서 남은 것들을 집결시켜― 녀석들로 하여금 ‘그것’들을 탐지하면서 피해 갑시다.”
“정말로 가겠다는 건가, 만약 잘못되었다간 우리 모두―.”
“그런 것들이 있어야 놈들이 신대륙 동부를 향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잖아? 우리도 시간이 넉넉지 않다는 걸 명심해요. 신대륙 동부에서 최대한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치요는 파이로의 말을 끊으며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거부 의견조차 내놓을 수 없는 카즈토르와 NPC들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어둠이 짙은 숲으로 들어가며 마지막 한마디를 흘렸다.
“〈라퓨타〉를 향해 가는…… 아니, 〈라퓨타〉에서 무언가를 얻어 나오는 그들을 습격해야 하니까.”
또각, 또각, 또각.
그곳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으리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
치요는 그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많은 인물이 한꺼번에 움직일 수 없는 신대륙 동부의 특성상, 소수와 소수의 결전이 된다면 그것을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치요는 이하와의 승부처를 그즈음으로 보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그런 생각을 한 게 치요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