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33
33화 : [제11장] 화산풍운 2
화산파 화음현 지부로 사용되는 곳은 일명 화산장원(華山莊園)이라 불리는 오래된 장원이었다.
변두리에 있긴 하지만 장원의 규모는 매우 컸다.
원주인은 화산파 속가제자 출신의 상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백 년이 지나 자세한 사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튼 화음현 지부는 지부장인 송천기 장로를 중심으로 백여 명의 화산파 무사들이 상시 주둔하고 있었다.
이들 지부 무사들의 임무는 공식적으로는 화음현의 질서 관리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화산파를 지키는 일차 수비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적이 화산파를 노리려면 이곳 화음현부터 접수해야 하므로 전략적 요충지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화음현 지부는 항상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강도가 어제를 기점으로 극에 달했다.
바로 우천위가 귀령노인의 목을 가져온 이후부터였다.
보고를 위해 송천기가 우천위와 함께 본산에 올라간 이후의 경계 역시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 있었다.
자체 소집령을 발동해 화음현에 있던 화산파 무사들을 모두 지부로 불러들였다.
화음현에는 화산파 무사들의 본가가 상당수 있었기에 휴가 기간 집에서 지내고 있는 무사들도 적지 않았다.
언제 마교의 보복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그들까지 모두 불러들인 것이었다.
이러한 경계 태세 강화는 본산에 올라간 송천기가 지원 병력을 데리고 올 때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다.
기존 백 명의 무사만으로 안심할 수 없으므로 추가로 백 명의 무사를 데려올 계획이었다.
안 그랬다면 보고를 위해 송천기까지 본산으로 올라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송천기가 지부로 돌아오는 예정 시간은 오늘 정오 정도.
그때까지만 별 탈이 없으면 긴급 소집한 무사들도 다시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터였다.
악소소 역시 화음현에서 소집된 무사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연습제자 신분이기에 앞서 장문인의 여식으로 정식무사 신분 역시 가지고 있었다.
긴급 상황임을 깨달은 그녀가 즉각 소집에 응한 것은 물론이었다.
이러한 화산장원에 비명이 난무하고 불길이 솟구친 것은 새벽 무렵이었다.
인근에 살던 마을 사람들이 두려움에 몸을 떨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게 공포의 새벽이 지나고 조용해지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화산장원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산장원 전체가 불에 타 잿더미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 잿더미 속에 화산파 지부 무사들의 시체가 뒤엉켜있었다.
뒤늦게 긴급 소집령에 응해 화산장원으로 온 화산파 무사 십여 명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장원 내 생존자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마을 사람들의 수는 불어나 있었다.
그 사람들 중에는 조금 전 도착한 백리사초 일행도 있었다.
정확하게 말해 백리사초와 임설, 그리고 초웅, 초덕, 소씨부인, 초화영 이렇게 여섯 명이었다.
예정대로 통행증을 발급받기 위해 아침 일찍 이곳 지부로 온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참화에 백리사초 역시 대경실색한 표정이었다.
잿더미로 변한 화산장원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당연히 악소소의 안위였다.
송천기를 제외한 다른 지부 무사들을 그는 잘 몰랐다.
유일하게 아는 사람은 화산객잔 주위에 은신해있던 지부 무사 네 명이었다. 그들은 지금도 객잔 주위에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는 화산객잔을 당분간 화산파의 비상 거점으로 지정했기 때문으로, 그들은 악소소가 본산으로 올라간 이후에도 그대로 객잔에 남아 정탐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소소!”
백리사초가 악소소의 이름을 부르며 생존자 수색과 함께 시체들을 수습하고 있는 화산파 무사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초웅 역시 마찬가지였다.
악소소가 이곳에 없었다 해도 지금 수색 인원이 부족한 상태라 정식무사들을 도와야 했다.
이는 연습제자들의 의무이기도 했다.
‘제발······ 소소가 무사해야 할 텐데······.’
백리사초가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지며 본격적인 수색에 들어갔다.
마침 마을 청년들 몇 명이 시신 수습에 가담해 일손을 덜어주었다.
하기야 그동안 인근에 있는 화산파 지부 무사들 덕분에 흑도들의 횡포로부터 자유로웠던 그들이었다.
그런 은혜를 받은 그들이라 시신 수습하는 일까지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백리사초는 그러한 환경의 변화에 상관없이 오직 악소소만 찾았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기를 바랐다.
하기야 악소소의 경우 그녀의 신분 때문에 적이 죽이지 않고 납치해갈 가능성이 더 컸다.
오늘 지부를 공격한 세력은 마교 또는 마교의 사주를 받은 곳일 터.
백리사초는 흉수를 마교와 흑천방 정도로 예상했다.
금전방의 경우는 그 무력에 있어 이렇게 압도적으로 지부 무사들을 도륙할 수준은 되지 못했다.
물론 최근 금전방도 거금을 들여 무공이 강한 낭인무사 백여 명을 식객으로 들였다는 소문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수준 역시 화산파 지부 무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못한 정도라는 게 대체적 평가였다.
다만 흑천방의 식객 같은 경우는 달랐다.
무공 수준이 절정 급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만약 그들이 움직였다면 송천기 장로가 없는 이곳 지부 무사들이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이었다.
악소소의 시신이 계속 보이지 않자, 백리사초가 그녀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품으며 흉수에 대한 추리에 들어갔다.
‘놈들이 지부를 공격한 것은 귀령노인의 죽음에 대한 복수의 성격일 것이다. 설이 말에 의하면 자신을 쫓던 혈랑대 무사는 수십 명에 달했다고 했다. 반면 설이와 내가 처치한 혈랑대 무사는 다섯 명. 어쩌면 남은 혈랑대 무사들의 짓일 수도 있겠구나.’
백리사초가 눈을 빛내며 계속 수색을 했다.
하지만 화음현 지부 무사 백여 명의 시신이 대부분 발견되었음에도 악소소는 찾을 수 없었다.
백리사초는 아직 안심을 못 하는지 계속 수색을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오 무렵이 되자 송천기 장로를 위시한 화산파 지원 무사 백여 명이 화산장원에 도착했다.
지부가 쑥대밭이 된 것을 본 송천기가 분노한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일단 생존자 수색이 먼저였다.
지부 건물이 모두 불에 타 무너졌기 때문에 그 잔해 속에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 못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지부 무사 전원의 시신을 찾게 되자 더 이상의 수색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종료되었다.
건물 잔해 역시 대부분 치워졌고, 백리사초 또한 악소소의 시신이 없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소소 아가씨의 시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지부를 공격한 놈들이 아가씨를 인질로 잡아간 것 같습니다.”
지원 무사들을 이끌고 온 화산파 무사의 말이었다.
그는 화산파의 전투 부대 중 한 곳인 화산동대(華山銅隊)의 대주였다.
이름은 강수(康收)라고 했다.
참고로 화산파의 공식적인 전투 부대는 크게 세 개로 나뉘며, 각각 화산동대, 화산은대(華山銀隊), 화산금대(華山金隊)라고 했다.
그 전투력은 금대가 가장 강하며 그다음은 은대, 동대 순이었다.
각 전투 부대의 무사 수는 각각 삼백여 명 정도였다.
특히 무력이 가장 강한 화산금대의 경우 전 병력이 무저곡 방어에 투입되어 있었다.
화산은대와 동대 무사들은 본산 방어 임무를 수행 중인데, 송천기가 이번에 지원무사로 데려온 것은 바로 동대 무사 중 일부였다.
그래도 그 인원이 백여 명이나 되어 기존 지부 무사들과 합치면 충분히 화음현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이 화산파 지휘부의 판단이었다.
한데 그러한 계획이 무색하게 기존 지부 무사들이 몰살을 당한 것이었다.
죽은 귀령노인의 복수일 거라는 생각을 다들 했지만, 이 정도로 신속하고 대량 학살일 줄은 미처 몰랐다는 표정들이었다.
“으음, 아무래도 소소 아가씨께서 놈들에게 납치된 것 같군.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나.”
송천기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눈을 빛냈다.
그는 지금 울분을 참기 힘든 듯 양쪽 뺨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기야 지부 무사들은 그가 아끼던 수하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하루아침에 떼죽음을 당했으니 그의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흉수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송천기의 물음에 강수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마교 쪽인 것 같습니다. 흑천방의 세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우리와 직접적인 충돌도 없었고, 이 정도 무공을 지닌 고수들도 극소수일 겁니다. 일단 시신들을 검사해보면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대로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당장 소소 아가씨가 붙잡혀갔는데 구하러 가야 하지 않겠나?”
송천기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죽은 무사들의 복수는 당연하지만, 지금 급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악소소를 구출하는 것이었다.
특히 악소소는 어린 나이기는 하지만 미모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여자였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구출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백리사초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시신들 상태를 보면 지극히 단순한 수법에 당해 어떤 무공인지 파악할 수 없게 되어있다. 문제는 소소의 행방인데 어떻게 단서를 찾지?’
백리사초가 자신이 아는 무공 중에 추적술을 떠올렸다.
하지만 당장 적합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임설이 다가왔다.
“뭔가 알아내셨나요?”
“아, 아니. 혹시 너는 알아낸 것이 있느냐?”
백리사초가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설에게 말을 편하게 한 것은 주위 이목도 있지만, 그전에 임설 스스로 그렇게 대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여동생과 같은 나이라 백리사초는 흔쾌히 수락했다.
임설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제가 보기에 한 사람의 짓인 것 같아요.”
“고작 한 사람이 백여 명을 죽였다고?”
“네. 아까 시신을 보니 그 수법이 거의 같았어요. 물론 여러 곳을 골고루 공격해 알아보기 힘들게 했지만, 그 살기가 똑같았어요.”
“살기?”
“네. 사람이 죽어도 그 살기는 시신에 남는 법이지요. 물론 하루 이상은 가지 않지만 말이에요. 제 생각에 귀령노인을 능가하는 고수가 손을 쓴 것 같아요.”
“그게 누구지?”
“그건 저도 몰라요. 그래도 추측해본다면 마교 좌사나 원로원 고수가 아닌가 해요.”
“사초 네가 데리고 온 아이냐?”
송천기가 임설의 말을 들었는지 백리사초와 임설이 있는 곳으로 왔다.
“네. 임설화라고 하지요. 고향에서 알고 지내던 친한 동생입니다. 본파 본산에서 일하고 싶다고 찾아왔기에 소소에게 부탁해 통행증을 발부받으려고 데려왔습니다.”
“통행증은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지금 한 말에 어떤 근거가 있느냐? 한 사람이 지부 무사들을 모두 죽였다고?”
“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좋다. 나 역시 설화 네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다만 한 가지만 묻자. 소소 아가씨도 놈이 데려갔다고 생각하느냐?”
“네. 애초 놈의 목표가 화산파 장문인의 따님이라고 생각해요. 귀령노인의 복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요.”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만약 너의 말이 사실이라면 마교 놈들의 목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제 생각에는 이번 기회에 화산파를 멸문시키고 화산 일대를 완전히 장악하는 게 아닐까 해요. 천마대장경이 무저곡에 있다는 소문을 저도 들었어요. 그것은 확실한 명분이 되지요. 요컨대 놈들은 비급을 핑계로 화산파를 멸문시키고 그 자리에 마교 분타를 세워 무림 정복의 교두보로 삼으려 할 거예요.”
“으음······.”
송천기를 비롯하여 백리사초, 초웅 등 화산파 무인들이 안색을 굳혔다.
다들 시신 수습을 끝내고 지시를 받기 위해 송천기에게 몰려들고 있었다.
그래서 임설의 말에 집중했었다. 하지만 조그만 여자아이의 말이라고 가볍게 치부하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 심각했다.
하기야 화산파가 멸문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니 어찌 놀랍고 두렵지 않겠는가.
송천기가 말했다.
“임설화라고 했느냐? 너의 견해가 당돌하지만 놀랍구나. 일단 통행증을 써줄 테니 본산으로 올라가 있도록 해라. 나머지 무사들은 들어라. 시신 수습을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사방으로 퍼져 소소 아가씨를 찾는 데 주력한다. 한시가 급하다. 지금 바로 출동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화산파 무사들이 일제히 대답과 함께 사방으로 퍼졌다.
화산장원을 중심으로 추적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천라지망과 같은 수법이었다.
백리사초가 초웅에게 말했다.
“웅이 너는 가족들을 데리고 본산으로 올라가도록 해. 설화 너도 따라가.”
“사초 오라버니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나는 소소를 찾아야지.”
“네. 하지만 조심하세요. 흉수의 무공은 귀령노인을 훨씬 능가하니까. 게다가 사초 오라버니는 지금 무리를 해선 안 되는 몸 상태예요. 그 사실을 저보다 더 잘 아시죠?”
“알고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럼, 나중에 본산에서 보자.”
백리사초가 신형을 돌려 화산장원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