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47
47화 : [제16장] 종남마적 1
슈우욱. 슈욱.
종남마적들의 공격은 신속하고 매서웠다.
상대가 어린 소년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리사초와 초웅 두 사람 모두 말을 타고 있고 검까지 차고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지 병장기를 차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경각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백리사초와 초웅 두 사람 모두 물러설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결정적인 것은 두 사람이 비록 연습제자이긴 하나 화산파 소속이라는 점이었다.
화산파와 대등한 전력을 자랑하는 종남파에게 터전을 빼앗긴 그들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요소였다.
공격을 가장 먼저 맞닥뜨린 사람은 바로 초웅이었다.
그는 백리사초보다 좀 더 앞으로 나와 있었다. 철퇴를 든 대한 한 명이 초웅이 타고 있던 말의 다리를 공격한 것이었다.
초웅이 깜짝 놀라며 말 위에서 뛰어내린 후 대한의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했다.
그 속도는 자신이 생각해도 깜짝 놀랄 정도로 빨랐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대한의 턱이 돌아갔다.
철퇴까지 땅에 떨어지자 초웅이 철퇴를 주워들어 무차별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턱을 맞고 쓰러졌던 대한이 일어서다가 철퇴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즉사했다.
초웅이 흠칫한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놀랄 사이도 없이 마적들의 공격이 연이어 들어왔다.
사방에서 파고드는 병장기들.
초웅이 당황하며 미친 듯 철퇴를 휘두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때였다.
가볍게 마적 두 명의 목을 벤 백리사초가 곁에 다가와 마적 세 명의 목을 다시 벴다.
“으윽!”
“크윽!”
여전히 말을 타고 있는 백리사초의 검술은 평이하면서도 비범했다.
삼재검법을 펼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각 초식을 통합하지 않고 변초까지 포함해 완벽하게 연환된 초식을 펼치고 있었다.
상대가 비록 무공을 익힌 마적이라고는 하나 최근 상대한 적보다는 수준이 낮았다. 그래서 삼재검법의 기본초식들을 시험해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 검초들 역시 이미 무형검의 논리가 반영되어 그 위력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마치 검무를 추듯이 무명검이 호선을 그리며 마적들 사이를 지나갔다. 그때마다 두 세 명씩 목이 날아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남은 마적들 전부가 백리사초에게 달려들었다.
실력 차가 나는 적을 상대해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합공이 최선이었다.
백리사초가 삼재천 초식을 펼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변초까지 통합한 초식이었다. 마적들이 몰려있는 바람에 일검에 십여 명의 마적들의 몸이 두 동강 났다.
이제 남은 마적은 조장 한 사람뿐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어서 말해라. 네놈들의 본채가 어디냐?”
백리사초가 준엄하게 물었다.
이왕 마적들을 소탕하려면 발본색원해야 뒤탈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장은 대답할 생각이 없는 듯 소매 안에 감춰두었던 독가루를 뿌렸다.
백리사초가 흠칫하며 옆에 있던 초웅을 흡입 장력으로 끌어당긴 후 뒤로 밀어냈다.
동시에 삼재장을 날렸다. 독가루가 흩어짐과 동시에 조장이 가슴에 장력을 얻어맞고 삼장이나 날려가 나무에 부딪힌 후 즉사했다.
마적 조장이 또 다른 독을 하독하기 위해 소매를 흔들기 직전이었다.
백리사초는 만독불침의 몸이라 걱정이 없었지만 초웅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주위에 부녀자들도 있었다.
잘못하면 큰일이 날 수 있었다.
놈들의 본거지를 알아내지 못한 백리사초가 아쉬워했다.
“웅아. 괜찮아?”
“나는 괜찮아. 그보다 이분들을 어떻게 하지?”
초웅이 부녀자들을 가리켰다.
“일단 밧줄부터 풀어야겠군.”
백리사초가 무명검을 한번 휘두르자 단단해 보였던 밧줄이 모두 끊어졌다.
그제야 부녀자들이 실감이 나는 듯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화산파 일원으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아까 이놈들 말대로예요. 저희는 인근에 사는 양민들인데 마적 놈들이 갑자기 쳐들어와서 젊은 사람들을 죽이고 저희를 잡아갔지요. 어서 집으로 데려다주세요.”
“알겠습니다. 저희가 모셔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부녀자들과 함께 찾아간 곳은 산골 마을로 선인촌(善人村)이라 했다.
백여 호가 넘는 곳이라 제법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백리사초와 초웅은 이런 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을 당연히 처음 알았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마을 곳곳이 불에 타 폐허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백리사초와 초웅이 구해준 부녀자들의 말대로 마을의 젊은이들이 마적들에게 살해되어 지금 한참 시신 수습 중이었다.
시신 수습은 노인들과 마적들이 떠난 후 비로소 마을에 돌아온 젊은이들이 힘을 합쳐서 하고 있었다.
시신 수습에 여념에 없던 그들은 마적들에게 붙잡혀 간 부녀자를 구출하는 일은 손도 못 대고 있었다.
다만 마을에 뒤늦게 돌아온 젊은이 몇 명이 지원 요청을 하러 인근 도시인 상주 무림맹 지부로 간 게 전부였다.
하지만 아무리 무림맹 지부라고 해도 그 지원 병력이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마적의 경우 일단 원칙적으로 관부에서 처리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었다.
마적 떼는 녹림칠십이채와 같은 강호 집단에 소속되지도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무림맹에서도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무림인 개별적으로 마적을 소탕하는 데 참여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선인촌같이 표적이 되기 쉬운 산골 마을에서는 무림인들을 초빙해 마을에 거주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인촌 역시 어렵사리 낭인무사 몇 명을 거주하게 해 그 위험에 대비했는데, 오늘 있을 무곡대회 참가를 위해 그들이 떠난 틈을 타 마적 떼들이 공격을 가해온 것이었다.
아무튼 삽시간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마적 떼에게 잡혀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일을 당할 것 같았던 부녀자들이 살아서 돌아오자 그 가족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선인촌 촌장이 마을 사람들을 대표해 백리사초와 초웅에게 감사를 표했다.
“화산파 고수분들께서 도움을 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역시 명문정파답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느새 마을 광장에 모인 양민들이 백리사초와 초웅에게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의 나이가 어려 보였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병장기를 차고 말을 타고 있어서 그런지 그러한 점은 크게 표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화산파 소속이라는 것은 구출된 부녀자 중 한 명이 마을 사람들에게 말한 내용이었다.
그녀는 올해 십오 세로 바로 촌장의 하나뿐인 손녀였다. 이름은 천소옥(天小玉)이라 했다.
물론 그녀도 백리사초와 초웅이 연습제자라는 말을 들었지만, 두 사람의 무공을 보고 연습제자라는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특히 백리사초의 무공은 말로만 듣던 검선과도 같아 자신이 잘 못 들었으리라 생각했다.
백리사초와 초웅 역시 굳이 연습제자임을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사후 처리였다.
일정상 이대로 떠나야 하지만 말도 지쳤고 해서 하룻밤 묵고 가기로 했다.
내일 아침까지 무림맹 상주 지부에서 지원 병력이 올지 모르겠으나 최소한 그때까지 머물기로 한 것이었다.
이는 종남마적의 본거지를 아직 파악하지 못해 패거리들이 다시 공격해올 가능성도 다분했기 때문이었다.
백리사초는 오히려 그들이 전부 오기를 내심 바라는 면도 있었다.
“하룻밤 묵고 가신다니 저희야말로 대환영입니다. 그냥 가신다고 하셨으면 마을 사람 모두가 무릎을 꿇고 대협들에게 빌었을 겁니다. 제발 내일 지원 병력이 올 때까지만이라도 우리 마을에 머물러 주십시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촌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백리사초와 초웅이 당황하며 말에서 내려와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알겠습니다. 내일 점심때까지 기다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때까지는 지원 병력이 올 겁니다. 소옥아. 네가 이분 대협들을 우리 집으로 안내해드려라.”
“네. 할아버님. 두 분은 저를 따라오십시오.”
“감사합니다.”
백리사초와 초웅이 천소옥의 안내를 받아 촌장 집으로 갔다.
마을에서 가장 큰 집인 촌장 집은 다행히 불에 타지 않았다. 마적들이 이곳에 잠시 머물렀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촌장 집에는 촌장과 천소옥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천소옥의 부모는 어릴 때 역병으로 죽어 집에 다른 가족은 없었다.
그 때문에 이번 마적 떼의 습격으로 희생된 자는 없는 셈이었다.
물론 이는 천소옥이 무사했기 때문이었다.
백리사초와 초웅이 묵게 된 곳은 후원에 있는 객방으로, 그 앞에는 정원이 있었고 그들이 찾고자 했던 우물도 있었다.
원래 상인 출신이었던 촌장은 집안에 재물도 풍부했다.
그는 다른 마을이 마적 떼 습격을 자주 당하는 것을 보고 그 재물 대부분을 은밀한 곳에 숨겨두었다.
그 때문에 이번에 빼앗긴 재물은 얼마 되지 않았다.
백리사초는 천소옥의 이야기를 듣고 마적 떼가 두 패로 나뉘어 마을을 공격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중 한 패거리는 재물을 빼앗아 먼저 본채로 돌아갔다. 나머지는 마을 곳곳을 수색해 인물이 반반한 부녀자들을 강제로 끌고 갔는데, 바로 그들을 백리사초와 초웅이 구한 것이었다.
‘다른 패거리가 있었다면 이곳을 재공격할 가능성이 더욱더 커지게 되겠군. 본채 병력과 함께 온다면 그 병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을 사람들을 모두 보호하지 못할 수가 있다. 이왕이면 우리 측에서도 지원 병력이 도착한 후 싸움이 벌어지면 좋겠구나.’
백리사초가 초웅과 함께 천소옥이 차려준 밥을 먹으며 눈을 빛냈다.
전쟁터와 같은 마을 상황이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숨겨둔 음식 같은 것을 잔뜩 가져다주었다.
이는 백리사초와 초웅이 그들의 목숨줄과도 같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초. 이러다 너무 늦게 악양에 도착하는 게 아닐까? 원래 계획으로는 식수와 건량을 마련한 다음 밤에 다시 출발하는 것이었잖아?”
“내일 점심때까지 머무른다고 약속했으니 지켜야지. 나야 하루빨리 고향 집으로 가보고 싶지만, 그렇다고 우리 도움을 절실히 바라는 이분들을 모른 척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그나마 어머님이 고비를 넘기셨다고 하니 상태가 나빠지면 혜아가 다시 악양 지부에 연락해 의원을 청하겠지. 사실 걱정은 아버님인데 이미 실종이 되셨으니 하루 이틀 정도 늦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잘 생각했다. 나도 아까 마을 사람들을 보니까 부모님과 화영이 생각나더라. 사초 네 아버님도 이 상황을 아신다면 끝까지 마을 사람들을 돕고 오라고 하실 거야.”
“그렇긴 하지만 아버님 상황을 알 수가 없으니 안심은 안 돼. 아무튼 내일 점심때 이후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으면 반드시 출발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해.”
“그래. 그때까지 지원 병력이 없으면 마을 사람들 전체가 다른 곳으로 피난하러 가든지 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