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일월문에 찾아온다고?”
“죽으려고 환장했군.”
“보통 놈은 아니라 들었지만 우리보다 미친놈일 줄은 몰랐군.”
반월당원들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응? 나에 대해서 들었다고?”
천휘가 가볍게 손을 풀었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이들의 목적은 저기 있는 후기지수들이 아니라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러면 역시 일월문이 맞잖아.”
“그렇다면 어쩔 생각이지?”
“어쩌기는, 죽일 건데.”
“푸하하핫!”
“이 상황을 믿지 못하고 머리가 돌았나 보군.”
반월당원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그래, 한번 죽여 봐라.”
“그전에 네가 죽겠지만.”
그들의 몸에서 살기가 폭사했다.
동시에 지독한 사기가 피어오르더니 텅 빈 폐가를 완전히 잠식했다.
쩌저적―
그 충격에 지붕이 균열이 갔다.
아슬아슬하게 버텨 왔던 지붕이 흔들리자 빗물이 안으로 쏟아졌다.
“아, 비 피하려고 했는데.”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던 천휘는 가볍게 땅을 박차서 폐가를 나왔다.
그 순간.
촤악!
폐가 밖에서 대기하던 반월당원들의 검이 사방에서 그어졌다.
“알아서 나오는구나!”
천휘가 허리를 틀어 검을 피하자.
“늦었다!”
지붕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다른 반월당원이 뛰어내리며 검을 찔러 넣었다.
푸슈슉!
그 순간 하늘 높이 피 분수가 솟구치며 떨어져 내리는 비와 섞였다.
“……!”
반월당원들이 숨을 삼켰다.
달려들었던 반월당원이 도리어 당했는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
어느새 천휘는 백련검을 우수에 쥔 채로 가느다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잠시 뒤 반월당원이었던 시체가 빗물이 고인 땅에 떨어지고.
스윽―
천휘가 비에 젖은 머리를 쓸었다.
믿기 힘든 광경에 반월당원들의 두 발이 땅에 뿌리내린 것처럼 그대로 굳어 있을 때, 천휘가 입을 달싹였다.
“늦은 건 너희 같은데.”
싸늘한 비웃음을 마주한 반월당원들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이놈이!”
“어디 물러설 줄 알고!”
천휘의 놀라운 검격을 보고서도 반월당원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 투지를 불태웠다.
‘오호, 신교 애들 같은데?’
천휘의 눈꼬리가 휘어졌다.
죽든 말든 달려드는 그들의 모습은 신교의 교도들과 닮아 있었다.
‘물론 무위는 한참 모자라지만.’
가만히 그들을 보고 있으니.
촤아악!
반월당원들이 쥔 수많은 병장기들이 폭우를 뚫고 짓쳐들어왔다.
‘한 번에 처리할 만한 것이…….’
천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걸 쓰면 되겠어.’
마침 딱 맞는 무공이 있었다.
스윽―
천휘가 좌수를 들었다.
햇빛을 보지 않은 듯 새하얀 손바닥에서 새까만 그림자가 피어났다.
그 순간 비가 멈췄다.
아니 그의 손에 세상이 멈췄다.
그 속에 움직이는 것은 단 하나.
천휘의 손에서 피어난 새까만 그림자만이 사선으로 천천히 그어졌다.
이윽고 그림자가 그들을 관통하자.
쏴아아―
멈췄던 시간이 다시 움직였다.
까앙! 까앙!
짓쳐 들던 병장기들은 채 닿기도 전에 그림자와 맞닿자 나뭇가지처럼 뚝 잘려 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병장기들의 주인.
반월당원들 또한 자신의 병장기처럼 처참하게 찢기며 피를 토했다.
“커헉!”
“컥!”
이제는 잊혀진 수백 년 전의 무공이자 사로이대절기 중 이 위를 차지했던 귀천결(歸天結)에 담긴 수법.
흑영참살(黑影慘殺)을 펼친 천휘는 무덤덤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다.
“마음에 드는데.”
흑월당원들은 동료들이 죽었음에도 겁에 질려 있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천휘는 광소를 짓는 이들을 보면서 똑같은 미소를 머금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도망쳤으면 귀찮게 일일이 찾아 죽여야 했는데 알아서 와 주지 않는가.
“도망치지 않고 말이지.”
반월당원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고작 네놈을 상대로 도망을 칠 것…… 컥!”
하지만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어느새 그의 목에 긴 혈선이 그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긴 혈선이 점점 진해진다 싶더니 곧 목이 옆으로 휘청거리고.
푸슈슉!
수급이 떨어지며 피가 솟구쳤다.
천휘는 휘둘렀던 검을 가볍게 털어 내며 입을 달싹였다.
“귀찮으니까 한 번에 와.”
“……죽여 주마.”
놀랍도록 무서운 검공을 보았음에도 반월당원들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천휘를 향해서 이를 드러내며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달려들 것처럼 살기를 내뿜었다.
나무 위에서 반월당원이 떨어지며 손에 든 장도를 크게 휘둘렀다.
쐐애액!
그와 동시에 검광이 번뜩였다.
사파십대검법 중 하나인 추혼검(錐魂劍)이 수백 년 만에 발휘되며 반월당원의 복부를 꼬챙이처럼 꿰었다.
“커헉!”
장도를 놓친 반월당원을 보던 천휘가 꽂혀있는 검을 뽑으려고 하자.
꽈악!
복부가 뚫린 반월당원이 검신을 꽉 잡으면서 두 눈을 날카롭게 떴다.
거기에 이어서 가래침을 뱉었다.
“퉷!”
천휘는 피가 섞인 가래침을 고개를 틀어 피하면서 입꼬리를 비틀었다.
“마지막 발악이야?”
“나…… 혼자 죽을 것…… 같으냐.”
그 순간 반월당원의 가슴팍이 뚫리며 날카로운 검이 짓쳐들어왔다.
“고작 생각한 것이 이거였어?”
천휘는 휙 피한 뒤 믿을 수 없단 얼굴로 두 눈을 부릅뜬 그를 봤다.
“너무 뻔한데.”
“어, 어떻게…… 그 기습을…….”
“기척이 느껴지는데 당연하지.”
천휘는 눈가를 파르르 떠는 반월당원은 천휘를 노려보다가 눈동자에 머물던 빛을 서서히 잃어갔다.
고개를 떨구는 것과 동시에 검신을 쥐던 손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무심한 눈으로 서서히 죽어 가는 반월당원을 쳐다보며 검을 뽑았다.
스르륵 쓰러지는 시체.
어느새 빗물과 섞인 피는 사방에서 흐드러져 점점 번져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방금 전 기습을 했었던 반월당원과 눈을 맞췄다.
“그런데 개개인 실력은 괜찮은데, 합공이나 그런 건 없나 봐?”
천휘의 말에 반월당원이 움찔했다.
그 말대로 반월당에는 합공이 존재하지 않았다.
합공은커녕 자기가 죽든 말든 싸우는 미친놈들만 모여 있으니.
힘을 합칠 리가 없었다.
천휘의 추혼검이 다시 쏘아졌다.
추혼검은 무공 명 그대로 반월당원의 혼을 쫓으며 옆구리를 관통했다.
“커헉!”
천휘는 핏발선 눈으로 옆구리를 감싸는 반월당원을 보며 속닥였다.
“이곳에 명월도도 왔지?”
천휘의 물음에 그는 동공이 풀리더니 안색이 파리해졌다.
극성의 섭혼마령술에 빠진 그는 이지를 상실했는지 흰자위만 보였다.
“와, 왔습…… 니다.”
“어디 있지?”
천휘가 그를 보며 물어봤지만.
“끄륵―”
들려온 것은 피 끓는 소리였다.
“극한의 섭혼마령술은 무리였나?”
심령을 제압하는 극성의 섭혼마령술은 이미 숨이 끊겨져 가던 그의 명줄을 더더욱 빠르게 앞당겨 버렸다.
“뭐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았으니.”
천휘가 남은 이들을 훑었다.
최소 이십을 넘는 인원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
겁이 없던 반월당원들이 움찔했다.
아무리 지독한 손속을 보아도 고수를 보아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들의 이성이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되찾고 있었다.
취혼심법(取魂心法)을 익힌 뒤부터는 전혀 느낄 수 없던 감정.
두려움과 공포를!
천휘는 미미하게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하는 그들을 보며 입을 뗐다.
“안 와?”
* * *
“우리가 누군지 알고 있소?”
제갈승호가 그들을 보며 물었지만.
“누구기는 적이지.”
돌아온 것은 비웃음이었다.
그러나 제갈승호는 그들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입을 달싹였다.
“나는 제갈세가의 제갈승호요. 그리고 이 분들은 하북팽가의…….”
“시끄럽군.”
반월당원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래서 너희들이 팔대세가의 자제들이니 우리보고 꼬리를 말고 도망가라는 것이냐?”
제갈승호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정녕 전쟁을 불사할 생각이오?”
“크하하핫!”
“제갈세가 놈들은 머리가 똑똑하다더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군.”
그 말에 반월당원들이 하나같이 광소를 터트리며 안광을 빛냈다.
“왜 전쟁이 일어난다 생각하지?”
“무슨 말을…….”
“너희들이 여기서 죽은 것을 누가 알 것이라 생각하냐?”
“그, 그 말은 살인멸구를…….”
제갈승호가 뒷걸음질 쳤다.
“이제야 머리가 돌아가는구나.”
반월당원이 씩 웃으며 움직였다.
“어디 신기제갈이라 불리는 똑똑한 놈의 피 맛이나 좀 보자꾸나.”
제갈승호는 순간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왜 나만 이 꼴이야!’
지금 그는 너무도 억울했다.
자신이 용봉지회에 참석하고 싶어서 참석했는가?
원래 참가했어야 할 형님이 최근 깨달음을 얻었다고 폐관수련에 들어가 버려서 어쩔 수 없이 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반월당의 습격에 목숨을 잃게 생겼다니!
억울해도 너무 억울해서 가슴이 답답해 터질 지경이었다.
‘재능이 없는 게 죄냐고!’
제갈승호가 성토했다.
형님의 무재는 얼마나 뛰어난지 할아버님께서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그리고 동생은 세 살 때부터 혼자서 기관진식을 만들더니, 이제는 가문에서도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에 반해 자신은 어떤가.
무재도 평범 기관진식은 펼칠 수야 있겠지만 재능이 있지는 않았다.
제갈승호는 섭선을 꽉 쥐었다.
그리고 소천성공(小天星功)을 빌어서 섭선에 희미한 선기를 감쌌다.
‘에라이! 죽어!’
쉭―
적엽비화(摘葉飛花)!
제갈세가의 비도술을 섭선으로 펼친 제갈승호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보지도 않고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왼발을 크게 내디뎠다.
쿵!
묵직한 천근추가 펼쳐지는 순간 그는 오른 주먹을 힘차게 내뻗었다.
천성붕권(天星崩拳).
제갈승호가 유일하게 자신 있어 하는 권법은 달려들던 반월당원의 복부에 틀어박히면서 그를 뒤로 날려 보냈다.
하지만.
휘리릭―
날아가던 반월당원은 한 바퀴 돌더니 착지한 뒤 입가의 피를 닦았다.
“제갈세가의 천성붕권인가? 매가리가 하나도 없군.”
제갈승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무리 봐도 큰 타격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아버님께 대천성신공(大天星神功)을 배우고 싶다고 떼써 볼걸!’
제갈승호가 다시 주먹을 쥐었다.
후회하면 뭐 하는가.
지금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것을.
“오시게.”
제갈승호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자 반월당원이 웃음을 내비쳤다.
“그러지.”
제갈승호가 얼굴을 구겼다.
‘안 와도 돼!’
하지만 차마 말로 내뱉지 못했다.
지금 옆에서 다른 후기지수들은 이미 혈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죽지만 않으면 돼!’
제갈승호와 반월당원이 부딪혔다.
한편 다른 후기지수들의 상황도 그렇게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쁜 편이었다.
반월당원의 무위가 뛰어난 것도 있었지만.
인원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젠장!”
힘겹게 반월당원을 쓰러트린 모용상이 입술을 깨물었다. 어느새 다른 반월당원이 도를 치켜들면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빨리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는 모용세가의 가전무공섬광분운검(閃光分雲劍)을 펼쳤다.
푹!
그의 검에서 푸른 검기가 피어오르더니 뾰족한 가시처럼 쏘아졌다.
하지만.
“고작 그거인가?”
반월당원이 피식 웃으며 섬광분운검을 흘렸다. 그리고는 모용상의 허점을 집요하게 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의 합을 나누었을까.
계속 압박하는 반월단원의 도에 모용상이 결국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큭!”
모용상이 베인 허리를 감쌌다.
“젠장!”
절로 욕지기가 나왔다.
이번이 벌써 몇 번의 생채기인가.
이미 무복은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그 사이로 흐른 피는 부서진 천장 사이로 쏟아지는 폭우로도 모두 씻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헉, 헉.”
팽철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조금씩 뒤로 가고 있었고 양세령과 황보소현은 서 있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들이 도망치듯 뒤로 점점 물러날 무렵, 드디어 그들의 막다른 곳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당황했다.
“시체?”
“반월당원?”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시체의 산 위.
한 남자가 고고하게 앉아 있었다.
“이제야 왔네.”
천휘는 뒤로 물러선 후기지수들을 쫓아온 반월당원을 보며 입을 뗐다.
“기다리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