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명월도가 왼팔을 번쩍 들었다.
“모두 저놈을 쳐라!”
그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쉭!
어둠을 뚫고 화살이 번개처럼 날아왔다.
천휘는 손을 뻗어 화살을 잡았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해일처럼 몰려들었다.
고개를 드니 하늘 위로 솟구쳐 올라가는 화살의 비가 보였다. 그것들은 곡선을 그리며 천휘에게 내리꽂혔다.
파바바박!
수십 대의 화살이 내리꽂혔다.
명월도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졌다.
하나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화살이 꽂힌 그곳에는 이미 천휘의 모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그때 바로 옆에서 살기를 느낀 명월도는 삐거덕거리며 목을 틀었다.
“어, 언제…….”
어느새 천휘는 그의 가까이에 있었다.
“이게 끝은 아니지?”
명월도가 슬쩍 턱을 들었다.
그러자 위협적인 소리와 함께 기나긴 무언가가 쏘아져 왔다.
홱!
천휘는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뺨을 스치고 지나간 무언가는 둔탁한 충돌음을 내며 땅에 박혔다.
천휘는 그것을 보며 눈을 빛냈다.
‘월도(月刀)?’
땅에 꽂힌 월도는 긴 자루와 반달과 같은 외날이 인상적이었다.
강호에서 보기 힘든 무기에 시선이 끌리자 명월도가 뒤로 뛰었다.
“어딜 가려고?”
천휘가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순간.
번쩍!
다섯의 청광이 공간을 갈랐다.
잔백잔혈조!
명월도를 눈 돌아가게 만들었던 조법이 다시 한 번 세상에 드러났다.
곧이어 놀란 그가 황급히 뒤로 빼며 잔백잔혈조의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허공을 가르던 잔백잔혈조는 명월도가 서 있던 자리에 틀어박혔다.
놀라운 기세와 달리 조용한 침묵.
하지만 곧 땅이 흔들리더니 ‘쾅’ 하는 폭음이 들리며 흙이 솟구쳤다.
명월도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렸다.
‘저걸 맞았다가는…….’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소문 그대로였다.
잔백잔혈조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력이 뛰어나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바로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잔백잔혈조의 무서움이라 할 수 있었다.
겉보다 속을 파괴하는 내가중수법.
침투경(浸透勁)의 극치!
사혈황은 이 잔백잔혈조와 혈강기(血罡氣) 단 두 가지의 무공만으로 천하를 발아래에 두었다.
명월도가 주먹을 쥐었다.
‘……여기서 저놈의 잔백잔혈조까지 뺏을 수만 있다면.’
그의 눈이 천휘를 꿰뚫었다.
이미 공포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떠오른 것은 욕망.
일월문의 목적을 천천히 떠올리니 지금 앞에 있는 이는 천하에 다시는 없을 보석과도 같았다.
현재 사흑련은 내부가 시끄러웠다.
백귀성의 멸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흑련주는 반응이 전혀 없으니 내부에서 지독한 싸움이 벌어질 만했다.
그래서 일월문주는 무영신투의 비동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를 급하게 보냈다.
거기다 자신이 당했다고 하니 증원까지 보내지 않았던가.
그것도 사대호법인 사흉의 혼돈을.
‘혼돈과 청일단이면 가능해.’
그의 눈이 반월처럼 휘어졌다.
혼돈은 일월문에서 문주를 제외하고 가장 강한 네 명 중 한 명.
일각에서는 최근에 천무지경에 올랐다는 소문도 들리는 인물이었다.
거기에다 버리는 패인 황일단과 격이 다른 청일단이 모두 있었다.
그리고 혹시 몰라서 데려온 버리는 패, 취혼심법을 익힌 수하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제 시간만 들이면…….’
명월도가 입꼬리를 비틀 무렵.
‘생각보다 약하네.’
한편 천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바라봤다.
혈강기가 아닌 매화신공으로 펼쳐서일까. 잔백잔혈조는 강호서열에 적힌 위명과 다르게 너무도 약했다.
‘차라리 암향비동에 있던 걸 펼치는 게 낫겠는걸.’
천휘가 비교를 하는 사이.
타다닷!
열 명의 청일단원들이 사방에서 나타남과 동시에 천휘를 압박했다.
스윽―
천휘가 우수를 다시 들었다.
매화신공의 내공이 흘러나오고 푸른 강기가 손가락에 어리더니.
서걱! 서걱!
다섯의 청광이 달려들던 이들을 무참히 베어 내고.
푸슉!
하늘을 향해서 피 분수가 솟구쳤다.
눈 깜빡할 시간도 없이 한순간에 다섯이 절명하며 쓰러졌지만.
탓!
살아남은 다섯 명은 동료가 당했음에도 달려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더욱 거칠게 달려들며 병장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마치 그것만이 전부라는 것처럼.
* * *
“……믿기질 않는군.”
월도를 던졌던 사내는 공터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절정고수인 청일단의 합공에도 상대는 밀리기는커녕 오히려 압도하고 있으니 놀라웠다.
“청일단이 겨우 한 명에게 이리 농락을 당할 줄이야.”
절로 감탄이 나오는 실력이었다.
그에 반해.
‘저쪽은 쭉정이들이군.’
그의 시선이 옆에서 방어진을 구축하는 후기지수들을 향했다. 압도적인 무위를 선보이는 이와 달리 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팔대세가랑은 관계가 없는 놈인가.’
후기지수들과 동행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다.
‘그러면 정체가 대체 뭐지.’
그의 시선이 천휘를 꿰뚫었다.
천라지망을 펼치는 내내 세세히 훑어봤지만, 도저히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무공으로 알아보기에는 그가 선보이는 무공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기운으로 파악하느냐.
그것도 불가능했다.
‘사기나 마기는 없는 것 같지만, 사용하는 무공과 손속은 아무리 봐도 사파의 것이 확실한데…….’
그때 청일단원들이 상대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진형을 바꿨다.
‘음? 그걸 펼치려는 건가?’
음양(陰陽)을 중심으로 나뉘는 구궁팔괘(九宮八卦)의 변화.
아홉으로 나뉜 청일단은 각자의 내공을 끌어 올리며 천천히 돌았다.
‘겨우 한 명을 상대로 청일단이 청일개염진(淸日開炎陣)을 펼치는 것은 난생처음 보는군.’
사내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청일개염진이라고 하면 일월문에서 손에 꼽히는 합격진이었다.
‘확실히 죽일 생각이로군.’
사내가 응시할 무렵.
화아악!
이윽고 청일개염진을 완성한 청일단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며 천휘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날카로운 기세의 흐름.
그 흐름은 청일단을 중심으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단단한 기세는 그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파앗!
그 힘을 받은 청일단원들의 공격이 앞의 어린놈을 찢어발기려던 찰나.
그그그극―
청일개염진에 균열이 일었다.
아니 청일단과 천휘 사이에 있는 공간이 점차 일그러지고 있었다.
“……!”
사내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청일개염진과 맞서고 있는 천휘에게서 익숙한 기세가 풍겨 왔다.
“저것은……!”
사내가 경악을 감추지 못할 때.
‘그러면 이제 파훼해 볼까.’
천휘가 내공을 끌어 올렸다.
천라지망의 파훼 방법은 단순했다.
그들에게 공포심을 심어 주는 것.
만약 천라지망을 펼치는 자들이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아무리 촘촘하게 만들어진 그물이라도 구멍이 생기면 그건 아무것도 잡지 못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그럼 그게 좋겠어.’
순간 무언가를 떠올린 천휘의 입술이 가로로 쭉 찢어졌다.
“……!”
순간 청일단원들이 굳었다.
목숨을 잃을 것이 자명한 상황임에도 절대로 멈추지 않았던 그들이 얼음처럼 완전히 얼어붙었다.
입술 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미소.
그것을 마주한 순간, 잊고 있던 본능에서 올라오는 지독한 공포심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들의 시야로 양손을 들어 올리고 있는 천휘가 보였다.
소매 속에서 나타난 새하얀 손.
그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본 청일단원들은 긴장감을 삼키지 못했다.
장법? 수법? 지법? 조법?
무슨 공격을 할지 경계할 무렵.
스윽―
천휘는 양손을 가슴께까지 들어 마치 무언가를 든 것처럼 모았다.
마치 손안에 동그란 구가 있는 것만 같은 괴이한 손짓.
그 이상한 손짓을 청일단원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바라봤다.
휘이이―
급작스러운 변화가 벌어졌다.
활짝 펼쳐진 양 손바닥 사이로 거대한 와류가 생성되기 시작하더니.
그그극!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뒤엎어진 흙과 바위들은 물론이고 쓰러진 나무와 일월문도들까지도!
“으, 으윽!”
일월문도들이 끌려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강렬하게 그들을 끌어당겼고.
콰직!
흙과 바위 나무와 한데 얽히며 짓이겨지기 시작했다.
“끄, 끄아악!”
“사, 살려…….”
고통에 몸부림치던 이가 눈물을 흘리며 손을 뻗어 봤지만, 빨아들이는 속도는 더욱더 가속화되었다.
우두둑!
뼈와 살이 뭉개지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형태가 하나로 뭉쳤다.
“저, 저것은!”
멀찍이서 보던 명월도가 경악했다.
천하에서 이런 와류를 생성하는 괴이한 무공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지금은 죽어서 없는.
한때 일월문주와 함께 사파제일인을 겨루던 이.
백사신의 독문무공이자 절기!
“구천압뢰(九泉狎牢)!”
점점 응축되던 와류가 이제는 하나의 공간까지 절단시켜 가고.
이윽고 천휘는 내공을 터트렸다.
파앙!
그러자 천휘에게 끌어당겨지던 자객들의 몸이 처참하게 짓이겨지더니 곧 한 줌의 핏물로 변했다.
“…….”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천휘는 발목까지 차오른 핏물을 가볍게 수상비로 밟으며 눈을 빛냈다.
“또 도망가려고?”
뒤돌아서 도망치려는 명월도에게 천휘의 검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헉!”
급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명월도가 거도로 막아 내려고 들어 올렸지만.
푹!
그 행동이 무색하게 섬광처럼 쏘아진 검 끝이 그의 목을 관통했다.
추혼검!
무공 명 그대로 추혼검은 명월도의 혼을 쫓아서 그 명을 거두었다.
“……!”
아직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른 채 두 눈을 부릅뜬 명월도를 응시하던 천휘는 목에 꽂혀 있던 검을 뽑았다.
절명한 그가 쓰러진 순간.
탓!
하늘에서 한 남자가 착지했다.
수염을 정갈하게 기른 사내는 외모보다 행색이 더욱 눈에 띄었다.
왼쪽은 흑, 오른쪽은 백.
의복의 색이 좌우, 딱 절반으로 나누어져 있는 기묘한 차림새였다.
“한심한 놈 같으니.”
땅에 꽂힌 월도의 옆에 선 사내는 죽은 명월도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쿵!
왼발을 내려찍었다.
그 순간 땅에 꽂힌 월도가 빠져나와 공중에 뜨며 그의 손에 잡혔다.
자연스럽게 월도를 쥔 사내는 현란하게 반 바퀴 회전시키더니 천휘를 향해서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후우웅!
바람을 가르며 휘둘러진 월도에 천휘는 왼 손바닥을 펼쳤다.
쩌엉!
도저히 손과 도가 부딪혔다고는 믿을 수 없는 금속음이 퍼지자 사내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
사내는 월도를 다시 땅에 꽂으며 파지했던 손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반탄강기?’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격돌의 순간, 전해진 충격이 자루를 파지한 손에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이것 봐라?’
사내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아무리 제대로 휘두르지 않았다지만 오 할의 공력이 담긴 흑월도(黑月刀)를 정면으로 맞받아치다니.’
그의 눈동자가 천휘를 담았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표정과 그를 뒷받침하는 강렬한 기세와 무위.
거기다 백사신의 무공까지.
보통 평범한 놈이 아니었다.
그때 천휘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설마 혼돈은 아니겠지?”
사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본좌에 대해 알고 있었나?”
“쩝. 진짜 혼돈이었어?”
천휘는 실망감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뗐다.
“사흉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이런 어중이떠중이라니, 실망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