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78)
078 역시 헬가의 아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아주 잠깐은 당황하고 절망했지만, 생각을 바꾸면 이 상황은 매우 좋은 것이다.
“타티아나, 남녀의 몸이라는 건 말이야….”
나는 조속히 성교육을 시작했다.
몸으로.
매우, 몸으로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스물하나까지, 남녀 몸의 차이부터 부부 심화 편까지, 시간을 들여 정중하게 가르쳤다.
그것은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내가 너무 귀여웠어요.
“그게 이런 거였다니… 말도 안 돼. 스승님이 가르친 거 하고는 전혀 다르잖아요.”
타티아나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얼굴과 손은 물론 몸 전체가 빨갛다.
할 거 못 할 거 다 했는데 아직까지 부끄러운 모양이다.
나는 비스듬히 누워 한쪽 팔로 머리를 괴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타티아나는 손으로 얼굴을 덮은 채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몸을 좌우로 마구 흔든다.
뭐 하는 걸까.
어쨌든 작은 다람쥐가 푸르르 떠는 것 같아 귀엽다.
귀여워서 죽는다.
‘너무 행복해도 사람은 죽을 수 있겠구나.’
행복이 너무 지나쳐 심장에 과부하가 걸렸다.
석탄으로 달리는 기차 화통처럼 푹푹 이상한 김을 뿜는 것 같다.
뜨거워진 심장을 느끼면서 행복을 곱씹다, 나는 너무 귀여운 아내에게 물었다.
“몸은 괜찮아?”
아내야, 아내.
후후후후후.
나도 모르게 이상한 웃음소리가 입에서 넘쳤다.
“… 네.”
기어들어가는 것처럼 작은 목소리로 타티아나가 대답한다.
좌우로 마구 흔들리던 그녀의 몸이 잠잠해졌다.
이제 와서 그렇게 몸부림치는 게 부끄러워진 것 같아.
왜 이렇게 귀엽니, 내 아내는.
아내.
후후후후후.
타티아나의 머리카락이 땀으로 젖은 이마에 붙어 있다.
그걸 떼어주려고 막 손을 뻗을 때였다.
창문 쪽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톡, 톡, 톡, 톡.
“….”
뭐지.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타티아나가 손가락 사이로 눈을 빼꼼 내놓고 중얼거렸다.
“뭐죠?”
톡, 톡, 톡, 톡, 톡, 톡.
잠시 그렇게 나던 소리가 강해졌다.
딱딱딱, 따따따따따딱, 딱딱딱딱딱딱.
간격도 좁아졌다.
마치 화가 난 것 같다.
“… 저기 어쩌면… 혹시.”
타티아나가 시트로 몸을 감고 앉아 고개를 갸우뚱했다.
“렐라… 일까요?”
“….”
아니, 그건 좀 아니지.
렐라와 어미가 매일 밤 여관으로 찾아오는 건 맞다.
매일 밤 창문으로 드나드는 것도 사실이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매일 밤 덧창을 조금 열어 놓기도 했다.
오늘도 조금 열어 놓고 나왔다.
우리가 없어도 들어가서 쉴 수 있도록.
하지만 그건 저쪽의 허름한 여관이다.
이 녀석들도 양심이 있다면 그쪽으로 갔겠지.
“….”
아니, 새라서 양심이 없나.
그래서 오늘도 우리를 찾아왔나.
어쩌면 허름한 여관에 우리가 없는 걸 깨닫고 화가 난 걸까.
왜 자기들한테 말도 없이 숙소를 옮겼냐고.
잠시 생각하는 사이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딱따구리 나무 쪼는 것처럼 거세고 빨라졌다.
이거, 렐라구나. 렐라다.
“하아.”
무시하면 안 될까.
오늘은 우리 부부의 첫날밤인데.
하지만 소리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침내 덧창 너머로 새소리도 작게 들리기 시작했다.
삐빗! 삐비빗! 삐비비비비비비!
“시끄러워, 이놈아.”
나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렸다.
“라, 라, 라, 라파 씨! 바지! 바지요!”
타티아나가 당황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 때문에 시트가 흘러내리자, 우왓, 소리 내며 한 손으로 시트를 잡아 올렸다.
여전히 다른 손으로는 눈을 가리고 있었다.
나는 작게 웃으며 창문으로 향했다.
타티아나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제 나한테 수치심은 없다.
이미 볼 거 다 본 사이에 뭐가 부끄러워.
오히려 그녀가 이렇게 부끄러워해 주면 더 보여주고 싶어.
봐라! 하하하!
나무 덧창을 열자 렐라가 총알처럼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삐빗!”
화가 많이 났는지 나한테 달려들어 어깨에 오르더니 딱따구리처럼 부리로 쪼기 시작했다.
“아파, 이놈아.”
살짝 잡자 날개를 퍼덕이며 머리를 위로 치켜들었다.
짧은 목을 애써 늘이는 모습이, 아무래도 자랑하는 것 같다.
어쩌면 칠갑 늑대를 잡았다고 말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그거 내가 잡았지만.
창을 막 닫으려고 하자, 어디에 붙어 있었는지 불사조가 슬그머니 나타나 머리를 안으로 들이밀었다.
아무래도 오늘 역시 이놈들과 함께 자야 할 것 같다.
“….”
하아아아아아아.
긴 한숨이 흘렀다.
그냥 내쫓고 싶지만, 렐라는 창문을 열어줄 때까지 계속 두드린다.
내보낼 수 없어.
내 어깨가 축 늘어졌다.
렐라가 머리 위에 올라가 화내며 쪼는 걸 보고 타티아나가 웃기 시작했다.
부끄러워 눈도 못 마주치더니 이제 괜찮은가.
렐라가 아주 조금은 우리 사이에 도움이 된 모양이다.
하지만 이제 좋겠다 생각해서 2회전을 시도하자, 타티아나가 거절했다.
렐라가 보고 있으니까 안 된대.
“….”
저것들, 이번 기회에 야생으로 돌려보내?
그런 생각을 하며 렐라와 불사조를 쳐다보는데, 타티아나가 문득 중얼거렸다.
“아, 그러고 보니 얘네는 언제 털갈이할까요? 스승님이 그러셨는데 새는 털갈이를 한대요.”
후후후, 웃으며 타티아나가 불사조를 보았다.
“그러면 우리는 부자가 되겠죠? 빨리 털갈이했으면 좋겠어요.”
좋아, 이 녀석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건 포기하자.
*
‘이제 하나 남았다.’
발테르 공작은 긴 숨을 내쉬며 마차에 올랐다.
오랫동안 끌어오던 타가의 원한을 오늘 또 하나 끝냈다.
남은 가문은 한 곳뿐.
오랫동안 마음에 얹혀 있던 돌무더기가 간신히 치워진 느낌이었다.
‘그 남은 한 개가 가장 문제지만.’
의자 깊숙이 앉자,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마다 새해 연회나 여러 가문의 야회에서 당주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설득해, 물밑에서는 실무자들이 보상 조건을 조율해왔다.
원래는 헬가를 향한 원한이 그들이나 공작가나 다를 바 없었다.
과거의 그 사건은 헬가로 인한 재난이었고, 피해는 오히려 공작가가 더 컸다.
다른 가문은 여러 딸 중 하나를 잃었을 뿐이지만, 공작가는 후계자를 납치당했으니까.
같은 입장이었기 때문에 다른 가문에서는 오히려 공작가에 동정적이었다.
당연히 피해 보상을 할 필요도 없었다.
원한은 모두 헬가에 있었다.
단순히 클라우스가 돌아오는 거라면 이렇게 조율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완전히 다른 입장이 되어버린 건 라파라는 손자가 생겼기 때문에.
정령의 피가 라파를 통해 이어졌다는 사실을 짐작한 시점부터 이십여 년, 공작은 끈질기게 다른 가문을 설득해왔다.
공작가의 후계자는 예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클라우스다.
그를 잃으면 공작가가 흔들린다고, 어쩔 수 없이 헬가를 가문에 맞이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득했다.
단시일이 아닌 이십 년 넘는 기간의 노력은 결국 하나하나 서서히 결실을 맺었다.
타가에 보상과 좋은 조건을 내밀었던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기간이 짧았다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
조급해지는 마음을 가다듬고 인내를 채찍질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그리고 어느 가문도 물밑의 일이 마무리되면 마지막에는 공작 자신이 직접 그 가문을 찾아갔다.
상대가 백작이라도, 심지어 남작이라도 상관없이 직접 발을 옮겼다.
공작이 직접 가문을 찾는다는 마지막 단계가 없었다면 여전히 남의 눈을 의식해 수긍하지 않는 가문이 있었을지 모른다.
귀족에게는 실익만큼 체면도 중요한 요소니까.
‘그것도 이제 다 끝났어.’
이십 년 넘게 끌어왔지만, 이제 모두 끝나고 단 하나의 가문만 남았다.
클라우스의 정부인이었던 마도구사의 가문만이.
‘후우.’
그들의 면면을 떠올리자 저절로 한숨이 샜다.
그들의 당주는 영지를 갖지 않는 궁정 백작이다.
하지만 멸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마도구사 가문이다.
죽은 클라우스의 부인도 마도구사였다.
상당한 재녀로, 어릴 때부터 마도구 개발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좋은 인연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며느리 얼굴을 떠올리고, 공작은 작게 한숨을 흘렸다.
마법사와 마도구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공작 자신처럼 힘이 크면 모를까, 대부분의 마법사는 마도구를 사용하고, 마도구사는 마법사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대부분의 마도구사는 마법사가 될 정도의 능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클라우스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도구도 쓸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딸려 있는 정령을 이용하지 못할 뿐, 아들은 그 자체가 정령이니까.
그래서 굳이 그 가문과 인연을 맺었다.
클라우스에게 힘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당연히 공작가의 이익을 위한 연결이지만, 클라우스의 처지도 고려했던….
하지만 그건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지금은 안다.
보통의 여자였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애인의 존재가, 마도구사로 자란 며느리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공작가만 인정받는 특유의 신분도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다른 가문과 달리 공작가는 당주나 그 후계자의 애인도 가문의 연감에 이름이 실린다.
그 자식도 혈통에 문제가 없다면 마찬가지였다.
작위 계승권도 주어진다.
정령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보라색 눈동자를 띤 아이는 정부인이나 애인 등 모체의 신분에 의해 태어나는 것이 아니니까.
당연히 왕가가 발행하는 귀족연감에도 애인과 그 자식의 이름이 올라간다.
왕가와 공작가는 정령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혼인을 거듭해왔고, 그 혈통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건 왕가에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안 그러면 그 핏줄을 왕족으로 만들 수 없다.
지금은 보라색 눈동자로 태어나는 아이가 너무 적어 왕가에서 혼인보다 직접적인 신체를 원하게 되었지만, 원래 왕가와 공작가는 한 몸처럼 가까운 관계였다.
하지만 그 특수성을 가까이에서 접한 며느리는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이상해져 갔다.
그것을 알게 된 건 그녀가 죽은 뒤.
며느리와 함께 공작가에 왔던 마도구사가 떠난 다음, 그러고도 한참 뒤였다.
불쑥 불쑥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전혀 알지 못하던 사실이 튀어나온다.
증거가 되기에도, 추론하기에도 많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미쳤던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의 수준이 되는 일이 드물게 발견되었다.
‘클라우스는 알고 있었던 걸까.’
자기 부인이 미쳐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니, 그건 아니겠지.’
며느리와 마도구사는 자신들의 흔적을 잘 지웠다.
집 안 구석구석에 신경을 배분하는 집사들이 아니었다면, 며느리가 이상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클라우스가 알았을 리는 없다.
며느리도 사람들 앞에서는 정상인 것처럼 행동했으니까.
‘어쨌든 그 가문은 까다로워.’
며느리는 단순한 딸이 아니었다.
마도구사 가문 안에서는 상당한 재능을 지닌 마도구사.
거기에 시집올 때 같이 왔던 남성도 그 가문에서는 상당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헬가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가장 공들여 설득해도 먹히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는데.’
그들의 가문을 적으로 돌리면 그 뒤가 괴롭다.
다른 마도구사도 얼마든지 있지만 실력이라는 면에서는 그들을 따라잡을 곳이 별로 없다.
마도구사와 생산해내는 마도구의 숫자도 마찬가지.
만일을 위해 다른 곳과도 연결을 맺고 있지만 그 가문을 놓치는 건 좋은 방향이 아니다.
‘역시 시간이 걸려도 마지막까지 그들을 설득해야 해.’
생각에 잠겨 있는데,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마차 창을 내다보니 공작가의 연락병이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이곳은 왕도에서 며칠 거리로, 다른 귀족의 영지다.
이곳까지 급히 달려올 정도의 일이 대체 무엇일까.
‘혹시 라파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심장이 벌컥거려 가만있을 수 없다.
공작은 연락병이 가까이 오기 전에 마차에서 내렸다.
연락병은 마지막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와, 곡예하는 것처럼 바닥으로 내려섰다.
“무슨 일이냐!”
공작이 묻자, 품에서 편지를 꺼내 공손히 내밀었다.
“시급히 이걸 전달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라파의 곁에 보낸 사무관의 보고서였다.
그는 매일 한 장씩 라파의 근황을 적어 보낸다.
지금까지는 평범한 일상이 적혀 있을 뿐 큰일은 없었다.
공작이 없을 때는 집사장이 내용을 확인하는데, 이쪽으로 서신이 온 걸 보면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초조한 마음으로 봉인을 뜯고 내용을 펼쳐 읽던 공작의 눈이 커졌다.
“… 맙소사.”
자기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라파가… 결혼했다고?’
어제 받은 보고서에도 그럴 것 같은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한데 갑자기.
아니, 보고서에도 분명 갑자기라고 적혀 있구나.
공작의 시선이 편지의 말미를 향했다.
[… 도련님께서는 클라우스 님도 많이 닮으셨습니다만, 역시 모친의 피도 이어진 게 확실해 보입니다. 성격이 모친만큼이나 매우 급하신…]확실히.
공작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결단하면 그대로 옮기는 행동력은 헬가를 닮았을 것이다.
잠시 멍해 있는데, 다시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번에도 공작가 연락병이었다.
어쩌면 사무관이 보고서를 연달아 보내면서 서둘러 달라고 당부했던 것일까.
그랬다면 중간에 보고서를 배달한 연락병들이 밤을 새워가며 말을 달렸을 것이다.
새로 온 보고서를 읽은 공작은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
보고서가 구겨졌지만 거기에도 신경이 가지 않을 만큼 마음이 고양되었다.
‘첫날밤을 벌써 지냈다고?’
보고서에는 밤이 되기 전에 이미 거사를 치렀다고 적혀 있었다.
그걸 확인하자마자 보고서를 작성해 보낸다고.
어떻게 확인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사무관은 유능한 사람이다.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했겠지.
‘… 정말 손이 빠르구나.’
역시 헬가의 아들이다.
‘일 년이 안 돼 증손을 볼지도.’
너무 흥분해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렇게 되면 그 마도구사 가문은 포기하고 곧바로 라파와 타티아나를 맞이해야 한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안전한 장소를 마련해야….’
공작은 호위대장을 불러 말을 준비하게 했다.
느긋하게 마차를 타고 다닐 때가 아니다.
한시라도 서둘러 공작가로 돌아가 타티아나의 일도 제대로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연락이 가능하다면 클라우스에게도 전해야 한다.
‘맙소사… 아기가….’
아직 임신했다는 징후도 없는데 마음이 서둘러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
공작은 터지는 웃음을 억지로 삼키며 더욱 말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