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회귀한 이후로, 나는 줄곧 냉정함을 유지해 왔다.
당황했을지언정 감정에 휩쓸려서 일을 그르친 적은 거의 없었다.
한순간의 감정에 휩쓸린 행동이 얼마나 큰 업보로 되돌아오는지,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건 참기 어려웠다.
머리에 총이 겨눠져 있든, 어떻든 간에.
저놈의 입을 틀어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서준 씨!”
어수선하게 웅성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뚜렷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잡아 막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오승훈이었다.
“진정하세요. 저게 저놈의 노림수입니다.”
“저 새끼가 지금.”
“압니다. 아는데, 이러면 설아만 불리해져요.”
박수찬은 나를 도발하듯 비웃고 있었다.
오승훈을 뿌리치고 박수찬을 때려서 패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오승훈의 말을 듣자 냉수를 머리에 들이부은 듯 흥분이 가라앉았다.
나는 책임질 게 많은 사람이니, 감정에 휩쓸려서 멋대로 행동할 수는 없다.
‘후우. 진정하자.’
가까스로 분을 억누르고 생각했다.
여기서 내가 박수찬을 팬다면, 그건 박수찬에게 증거가 된다.
진실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흥분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즉, 박수찬의 말이 맞노라고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여러모로 꼬투리 잡히기 좋은 상황.
이미 흥분한 건 보였겠지만,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후우.”
“진정하셨습니까?”
“네. 놔주셔도 괜찮습니다.”
여기서 나는 박수찬을 공격할 빌미가 없다.
하이테크 실종 사건의 주범이라고 해도, 던전화 이후에 일어난 일.
즉, 박수찬은 전과자도 아니며, 범죄를 저질렀다는 걸 증명할 방법도 없었다.
더불어 대통령과 연까지 닿아 있는 와중에 함부로 몰아갈 수도 없다.
차분하게 반박해야 한다.
‘머리 식혀. 이서준.’
무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오승훈의 말마따나, 감정을 동요시키는 게 상대방의 노림수다.
울화병이 나서 죽을 것 같아도, 참는다.
억울하고 답답하지만 참아야 한다.
“어린아이를 두고 보스, 그것도 아자누스와 같은 월드 보스라고요?”
나는 낮고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어쨌든 설아가 내 딸이라는 건 박수찬을 통해 밝혀졌으니까.
아마 내 의견까지 들어 보려는 거겠지.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
“게다가 어린애잖아.”
“친자라면, 저번 불카누스 사건 같은 것도 아닐 테고.”
의견이 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마법을 쓴다고 하지만, 사람, 그것도 어린아이가 월드 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인 만큼, 여론은 내 편을 들어 주고 있었다.
박수찬은 차분하게 반박했다.
“마법을 사용하는 어린아이가, 세상에 존재합니까?”
“설아는.”
설아가 마법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더 숨길 수 없을 것 같았다.
너무 뚜렷한 확증이 나왔다.
하지만 나도 설아를 보호할 만큼의 세력과 힘을 갖춘 상태.
여기서 괜히 거짓말을 했다간, 박수찬이 준비해 온 다른 수에 말려들 수 있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했다.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개인 시스템이 생겼을 때부터요.”
어린아이가 사냥꾼 자격을 가지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던전화된 마당에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었다.
차라리 인정한다면 다른 식으로 몰아갈 수도 없을 것이다.
“그것뿐입니다. 그런데 월드 보스라니, 비약 아닙니까?”
논리적인 반박이었다.
설아가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월드 보스라니,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저런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없었습니다. 실종된 대마법사도 저렇게는 못 할 겁니다.”
“우리 애가 좀 천부적입니다. 세간에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요.”
설아의 존재를 끝까지 숨길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 힘은 드러나지 않기엔 너무 강대했다.
그래도 설아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진 숨기고 싶었는데.
이놈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박수찬은 아직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설아가 강대한 마법을 쓴다는 건 사실이고, 그 증거도 확실하지만.’
월드 보스라는 건 증거도 없었고, 애초에 진실도 아니었다.
그러나 박수찬은 여유로웠다.
“여러분들도 아직, 이설아가 월드 보스라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박수찬은 대표들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설아가 마법을 쓴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했다.
아마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나, 전략적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역시 월드 보스라는 데에는 근거가 부족했다.
대통령, 김민성은 박수찬의 편인 것 같았지만 말이다.
“개인적인 적의 때문에, 저를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모함하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그래서, 제가 그 근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박수찬은 양팔을 벌렸다.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표 중 사냥꾼들은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스킬?’
이건 분명 스킬이었다.
하지만 공격 특유의 찌르는 듯한 느낌은 없었다.
박수찬이 말을 이어 나갔다.
“제 직업은 선지자. 지금부터 여러분께, 미래의 일부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 * *
하이람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도시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온도는 극단적으로 낮았고, 얼음과 눈이 건물을 집어삼킨 상태였다.
하이람은 낯선 이와 마주하고 있었다.
감정이 없는 듯한 눈동자에, 차가운 분위기를 가진 여자였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어째선지 하이람은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이설아?”
이서준의 딸, 이설아.
이야기만 전해 들었을 뿐,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니, 처음이 아니다.
분명 하이람은 이설아를 본 적 있다.
하지만 기시감 정도에서 그쳤을 뿐, 제대로 된 기억을 할 수 없었다.
‘이거 죽겠는데.’
하이람은 특별히 감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하나 있었다.
눈앞의 이설아는, 손가락 하나 까딱이는 것으로 자신의 목숨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도망칠 수도 없고, 이길 수도 없는 상대다.
‘얘기 듣던 거랑은 너무 다른 거 아니냐고.’
이서준을 원망하기도 해 봤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저것은 종말이었고, 막을 수 없는 절망이었다.
가만히 눈을 마주치고 있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린다.
검성 앞에서도 기 한 번 죽은 적 없었는데.
‘그렇다고.’
가만히 죽기만 기다리는 건, 하이람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 * *
사람들은 모두 멈췄다.
마치 최면 상태에 빠진 듯,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오승훈과 하이람, 고희연마저도 스킬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나와 박수찬만은 멀쩡했다.
“박수찬.”
“이렇게 차분하게 대화하는 건 처음이네요. 반갑습니다. 이서준 씨.”
“무슨 꿍꿍이야?”
“꿍꿍이라니요?”
“에르제베트를 납치한 것도 모자라서, 설아한테 누명까지 씌워?”
나는 화를 삭이고 있었다.
자칫하면 박수찬을 죽일 것 같았다.
오승훈의 말마따나, 박수찬에게 놀아나는 꼴이 될 뿐이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었다.
“이런 짓을 해서 너한테 무슨 득이 있지?”
“제게는 아무런 득도 없습니다. 저는 애초에 제 사리사욕을 위해서 움직이지 않아요.”
저 대답을 들으니 울분이 치솟았다.
아무런 득도 없다면 도대체 왜.
겨우 막은 일을 다 그르친단 말인가.
이러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한 거야?”
“말씀드렸다시피 보고 있을 겁니다. 미래를요.”
“거짓말하지 마. 너한테 그런 능력은 없잖아.”
“이런. 들켰나요?”
나는 간파를 통해 박수찬의 개인 시스템을 확인하고 있었다.
놈의 직업이 선지자라는 건 사실이었지만, 미래를 보여 주는 능력 따윈 없었다.
이름 : 박수찬
직업 : 선지자
직업 스킬 : 선동(탁월)
고유 스킬 : 기억 공유(보통)
※저주에 걸려 있습니다.(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사용한 스킬은, 아마 미래를 보여 준 게 아니라 기억을 공유한 것이리라.
문제는 직업 스킬을 사용했을 경운데.
‘얼마나 쓴 건데 벌써 숙련도가 탁월이야?’
숙련도는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개인 시스템이 생기고 6개월밖에 안 지났을 텐데.
그만큼 저 스킬을 자주 활용했다는 얘기다.
“이서준 씨. 그거 아십니까?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는 법입니다.”
박수찬은 태연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그가 말한 일어나야 할 일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설아의 불행.
그중에서도, 아마 네 번째 불행으로 예측되는.
‘마녀사냥.’
설아는 전과 달리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사람을 해치지도 않았고, 전과 달리 날카로운 상태도 아니다.
그렇기에 사냥당할 이유가 없었는데.
박수찬은 그것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경위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분께서 바라고 계시기에 행할 뿐. 아, 이제 됐겠네요.”
박수찬은 짝, 손뼉을 쳤다.
그러자 사람들의 의식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눈을 부릅뜬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공포에 질려 풀썩 주저앉거나, 현실을 분간하기 위해 제 몸을 더듬는 사람도 있었다.
“아, 씨발. 머리야.”
“하이람 씨. 괜찮으십니까?”
“안 괜찮아. 토할 것 같아.”
“뭘 본 겁니까?”
내 질문에, 하이람은 인상을 찡그렸다.
진정하려는 듯 크게 심호흡한 뒤, 말했다.
“죽는 거.”
“네?”
“내가 죽는 걸 봤어.”
그때였다.
박수찬이 돌연 책상 위로 올라가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박수찬의 목소리와 하이람의 목소리가 겹쳤다.
“여러분! 모두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설아가 앞으로 어떤 만행을 저지르는지요!”
“저 새끼가 보여 준 게 진짠지 환상인지는 모르겠는데, 미칠 정도로 현실감 있었거든.”
“이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래가 오지 않기 위해서, 저는 이설아를 사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 개지랄에 넘어가는 사람, 분명히 있어.”
박수찬을 공격하면, 인정하는 꼴이 된다.
공격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선동당할 것이다.
이건 애초에 박수찬이 준비해 놓은 판에 걸려든 것이다.
“만약 이서준 대표 대리인이 이설아를 넘긴다면, 무력을 사용하진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시. 저희 수서에서 나서겠습니다.”
박수찬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선택지 없는 질문을 던졌다.
“자. 이서준 씨.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이설아를 넘겨주시지 않겠습니까?”
나는 대답했다.
“내가 미쳤냐? 꺼져.”
그리고, 퀘스트가 시작됐다.
[고유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설아의 네 번째 불행이 시작됐습니다.]이설아의 다섯 가지 불행을 막으십시오. (2/5) (실패) -네 번째 불행 : 마녀사냥으로부터 이설아를 지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