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저건?”
소피아 람비두는 경악했다.
당장 몰려오는 괴물들을 상대하고, 부상자를 수습하는 것도 벅찬 상황.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저릿해지는 느낌.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저건 못해도 월드 보스급이다.
‘후퇴해야 하나?’
이서준과 검성, 강대호로 이루어진 별동대가 왕에게 이동한 상태.
적어도 그들이 복귀하기 전까지는 던전 밖을 빠져나가선 안 됐다.
소피아 람비두가 고민에 빠진 사이, 얼음으로 이루어진 용이 투명한 날개를 펼쳤다.
주변 온도가 확 낮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일대가 겨울이 된 듯, 눈발이 흩날렸다.
“저런 괴물이 왜 갑자기.”
“후퇴해야 할 것 같습니다!”
투구 덮개를 연 알렉시스 조르바가 소리쳤다.
소피아 람비두도 동감하는 바였다.
얼음용, 프레아는 공중에서 가만히 체류하며 길드 연합 쪽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 후방에 있는 자신의 주인, 이설아를 보고 있었다.
소환수는 주인의 의지를 읽고 움직일 수 있다.
설아는 왕을 가리켰다.
화답하듯, 프레아가 울었다.
우우우우웅!
고래 울음소리처럼 높은 소리였다.
투명한 날개를 한껏 펼친 프레아가 괴물들의 왕을 향해 날아갔다.
아가리가 쩍 벌어지며, 푸르고 하얀 냉기가 목 안쪽으로 모여들었다.
콰가가가가가!
보통 드래곤과 다른, 냉기의 숨결.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왕이 팔을 들어 머리를 보호했다.
왕의 팔 일부가 얼어붙었다.
시야가 가려진 틈을 타, 프레아는 왕의 팔에 내려앉았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괴물과 괴물의 격돌.
왕이 균형을 잃고 주춤 물러섰다.
그것만으로도 지진이 난 듯 땅이 뒤흔들렸다.
소피아 람비두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봤다.
어떻게 된 건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얼음용은 괴물들의 왕과 적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적의 적은 아군이다.
“몰아붙이세요!”
지금 빠르게 괴물의 수를 줄여 놔야 했다.
후퇴하는 것보다, 마지막 힘을 끌어모은다.
진지를 구축하는 건 이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알렉시스 조르바는 투구의 덮개를 다시 덮었다.
“싸워라!”
“흐아아아아!”
잠시 주춤하던 길드 연합이 다시 맹공을 시작했다.
* * *
나는 떨어졌다.
하염없이 떨어졌다.
새삼스럽게 왕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식도가 이토록 긴 괴물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공중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
불과 몇 초였지만, 실제로 떨어진 건 높이는 수백 미터 이상일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져야 끝에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떨어지면 좋은 결말을 맞이하긴 어려울 것이다.
착지할 타이밍도 모르는데, 떨어지는 높이도 높이였으니까.
‘속도를 줄여야 한다.’
나는 용의 최후를 휘둘렀다.
옆에 보이는 벽, 식도에 창을 박아 넣었다.
콱! 콰드드드득!
아무리 강한 괴물이라도 속은 똑같은 생물의 것이라는 걸까.
창은 생각보다 쉽게 박혔고, 식도는 물렀다.
창은 살점을 찢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속도가 조금 줄어들긴 했다.
“크윽!”
반동이 강했다.
어떻게든 잡고 버텼다.
이내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 무렵.
거짓말처럼 몸이 공중에서 멈췄다.
‘됐나?’
체내에 마나가 풍부한 걸까.
마나라이트에 불이 들어왔다.
아래를 밝혀 봤지만, 끝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한참 남은 것 같았다.
‘계속 떨어져 봐야겠네.’
창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떨어진다.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대로 되는 건 없었다.
쿠구구!
위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들고 마나라이트를 위로 돌렸다.
머리 위에서, 괴물들의 사체가 떨어지고 있었다.
“……미친.”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넓은 식도를 다 채울 정도의 괴물 사체.
저거에 휩쓸리는 순간 압사다.
적어도 그렇게 죽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빌어먹을!”
나는 그대로 창을 뽑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휘오오오오!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빨랐지만, 감속할 수는 없었다.
저거에 깔려 죽느니 도박을 걸어 보는 편이 나았다.
이내 나는 무언가에 닿았다.
첨벙!
뜨겁고 비린내 나며, 조금 끈적한 액체.
피였다.
쾅! 꼬르르륵.
이어서 머리 위로 떨어진 사체 더미도 핏속으로 떨어졌다.
나는 핏속으로 잠기는 사체들을 피해 무작정 헤엄쳤다.
그리고 가까스로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쿨럭, 켁.”
온몸에서 피 냄새가 진동했다.
불쾌할 정도로 습하고 뜨거우며, 어두웠다.
시큰하고 비릿한 악취가 진동하는 늪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았다.
팔을 들어 마나라이트의 빛으로 주변을 밝혔다.
죽은 괴물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으.’
괴물들의 무덤 같은 모습이었다.
식도를 넘어왔으니, 위치 추측은 어렵지 않았다.
나는 지금 놈의 위 속에 있었다.
“대호 형! 검성 어르신!”
동굴에서 소리친 것처럼 목소리가 울렸다.
워낙 어두운 탓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에는, 둘 다 무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우선 합류하는 걸 목표로 두기로 했다.
그때였다.
철퍽!
무언가 핏속에서 튀어나왔다.
나는 마나라이트를 돌렸고, 경악했다.
그것은 사람으로 보이는 형상이었다.
시체처럼 피 위로 둥둥 떠 있는 것은, 분명 강대호였다.
“대호 형!”
나는 강대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핏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때, 강대호가 고개를 들었다.
“푸하!”
“……어?”
“퉤! 요. 동생.”
피를 뱉곤 한 손을 슬쩍 들어 인사한다.
강대호는 아주 멀쩡해 보였다.
“죽은 거 아니었어요?”
“죽긴 왜 죽어.”
“근데 왜 그렇게 시체처럼 올라와요?”
“아, 그거? 몸에서 힘을 쭉 빼야 올라갈 수 있거든.”
몸에 힘을 빼면 뜨기야 한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냥 수영하면 되지. 굳이.”
“내가 또 다른 운동은 다 잘하는데, 수영은 자신이 없어서. 좀 건져 주라.”
“대호 형이 못하는 운동도 있었어요?”
“나도 사람인데. 당연하지.”
“형은 사람 아닌 줄 알았는데.”
“그럼 내가 뭐냐?”
“뭐 있잖아요. 신인류 그런 건 줄 알았죠.”
나는 결국 핏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강대호는 무슨 물에 뜬 부표처럼 둥둥 뜬 채 내게 끌려왔다.
“물에 뜰 수는 있으면서 수영은 못해요?”
“내 말 좀 들어 봐. 물에 뜨려면 몸에 힘을 빼야 하잖아?”
“그렇죠.”
“근데 헤엄치려면 몸에 힘을 줘야 하잖아?”
“네?”
“그럼 가라앉는단 말이야.”
요컨대, 강대호는 세미 맥주병이었다.
물에 뜰 수는 있지만 수영은 못한다.
참 이상한 사람이다 싶었다.
“그보다, 검성 어르신은 못 보셨어요?”
“볼 겨를이 없었는데, 그 할아버지라면 살지 않았을까?”
“제 생각도 그렇긴 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검성이다.
절대 죽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검성은 금방 모습을 드러냈다.
“둘 다 용케 안 죽었구나.”
“어르신. 무사하십니까?”
“그래. 허리가 조금 아프긴 하지만 말일세.”
수염이 피로 젖은 검성은 허리를 툭툭 쳤다.
곧은 허리는 멀쩡하게만 보였다.
“자. 그럼 이제 어쩐담.”
“방법은 둘이에요. 코어를 찾든지, 여기서 내상을 입히든지.”
“내상이라. 확실히 속이 아프면 방법이 없긴 하지.”
“저희 공격력이라면 유효타를 넣을 수 있을 겁니다.”
강대호, 검성, 그리고 나까지.
전력으로 한 번 공격하면, 위력적인 측면에선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식도를 찔렀을 때, 내부인 만큼 외부에 비해 한참 무르다는 것도 확인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심장이 있는 방향을 찾아 공격하는 거겠군.”
“맞습니다. 심장부에는 코어가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런데, 이 큰 곳에서 심장을 어떻게 찾아?”
“내장이 큰 만큼 심장도 클 겁니다.”
“한데, 이상하군.”
검성은 인상을 찡그렸다.
강대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가라앉고 있는 것 같은데.”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군요.”
우리는 사체 더미 위에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체 더미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벽 쪽을 보니, 사체가 꿀렁거리며 빨려 들어가 흡수되고 있었다.
‘끝없는 탐욕.’
왕은 괴물들을 먹는 것으로 힘을 회복한다.
단순히 음식물을 먹듯 소화시키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우리도 빨려 들어갈 판이었다.
“움직여야겠는데.”
“그러죠.”
우리가 이동하려는 순간.
강대호가 검지를 입술에 대고 말했다.
“무슨 소리 안 들려?”
“소리요?”
말을 멈췄다.
꾸르륵거리며 흡수되는 소리 사이로.
언뜻 철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철컥, 철컥.
나는 검성과 눈을 마주쳤다.
일단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사체 더미를 밟고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의외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괴물이군. 살아 있는 건가.”
“엄밀히 말하면,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죠.”
리빙 아머(Living Armor).
튜토리얼 타워의 1층에서 봤던 예의 괴물이었다.
무기를 든 갑옷들은 우리를 보고 자세를 취했다.
전투 의사는 있는 것 같았다.
“흡수되지 않은 건가?”
“아니. 뭔가 지키는 듯한…….”
“일단 베고 생각하세.”
검성은 검을 뽑아 들었다.
그 말이 맞았다.
무언가 지키고 있다면,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먼저 뛰어나간 것은 강대호였다.
부웅!
전과 몸놀림이 달랐다.
한결 빠르고, 강하며, 거칠다.
회귀 전의 권왕이 얼핏 보이는 것 같았다.
강대호의 주먹은 리빙 아머 한 마리의 갑옷 정중앙을 때렸다.
꽝!
리빙 아머의 갑옷은 매우 단단하다.
그렇기에 기본적인 공략법은, 관절을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압도적인 위력 앞에서는 통용되지 않았다.
크게 우그러진 리빙 아머는 그대로 핏속으로 떨어졌다.
서걱!
검성도 움직였다.
검 한 자루가 번개처럼 갑옷을 베어 냈다.
깔끔한 절단면이 드러나며, 리빙 아머가 일도양단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희연이 저걸 보고 베기를 연습했던 것 같다.
‘내가 나설 필요도 없겠는데.’
무력이 강한 인물만 추려온 보람이 있었다.
나는 잔류하는 용의 숨결을 통해 금속으로 이루어진 갑옷을 무르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순식간에 리빙 아머 한 무리가 쓸려 나갔다.
“후.”
“자네, 정말 놀라울 정도로 강해졌군.”
“과찬이십니다.”
검성은 옅은 웃음을 보였다.
성장한 것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우리는 리빙 아머 무리를 넘어, 그것이 지키고 있던 것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유난히 많은 수의 괴물 사체가 모여 있었다.
“뭐지?”
“사체가 이쪽으로 쓸려오는 것 같은데요.”
“주의하세.”
검성은 검을 든 채 이동했다.
강대호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어둠을 거두며 이동한 끝에, 우리는 무언가와 마주칠 수 있었다.
눈을 부릅뜬 검성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사람?”
그곳에는, 사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