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7)
37화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이른 아침.
아주 당당한 인터뷰를 시작으로, 뉴스가 시작됐다.
어제 오후 홍대입구역 필드에서 하이테크 회장의 딸인 하이람에 대한 암살 기도가 있었다.
근처에 있던 사냥꾼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중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략 그런 이야기들과 함께, 관련 영상들이 송출됐다.
“세상에. 저런 일도 있구나.”
“던전 범죄라고, 필드나 던전에서 종종 있는 일이야.”
“서준이 너도 요즘 혼자 돌아다니잖아. 조심해.”
“알았어. 은혜 너도 조심해.”
은혜는 화면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범인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는 모양이었다.
이 사건은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특히, 너무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을 고용했다는 것이 그랬다.
‘의도한 것 같은데.’
수사 결과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이람이 몸에 걸친 비싼 장비를 노린 밑바닥 사냥꾼들의 범죄로 판명된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하이람의 동선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도 그렇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까지 묘하게 체계적인 경향이 있었다.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마치 계획된 범죄인 것 같았다.
‘필드 클리어도 된 상태였고, 사냥꾼도 마침 없었다. 말이 안 되는데.’
내가 곰곰이 고민에 빠진 사이.
뉴스에서는 모자이크된 누군가의 영상을 내보냈다.
-그녀를 도운 것은 같은 필드에 있던 사냥꾼 A 씨로…….
내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혹시 범죄자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짙은 모자이크로 뒤덮여 얼굴은커녕 몸도 알아보기 어려웠다.
당연히 나를 눈앞에 둔 은혜도 못 알아본 눈치였다.
하지만.
“으응?”
설아가 밥을 먹다 말고 눈을 게슴츠레 떴다.
고개를 옆으로 갸우뚱 기울이며 자세히 화면을 살폈다.
그러다가, 눈을 깜빡이며 나와 화면을 번갈아 봤다.
“저거, 아빤데!”
“응?”
“아빠다! 그쵸?”
분명 모자이크로 뒤덮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아는 나를 알아봤다.
그야 무기가 긴 장대인 것처럼 얼핏 보이긴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알아본 걸까.
구태여 큰 사건에 연루됐다는 걸 밝히고 싶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빠 아닌데?”
“이상하다! 아빠랑 똑같았는데!”
“이설아, 브로콜리 먹기 싫어서 그러죠?”
은혜는 억울한 기색이 역력한 설아의 입에 브로콜리를 쏙 넣었다.
설아는 조금 인상을 쓰면서도 입에 들어온 브로콜리를 오물오물 씹었다.
아이인 만큼 편식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설아는 편식이 적은 편이었다.
그렇게 먹기 싫어하는 한약이나 브로콜리 같은 것도 어떻게든 먹긴 한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돌렸다.
“흐잉. 아닌데. 진짠데.”
“설아. 얼른 밥 먹으세요.”
“네에…….”
다행히 은혜는 설아의 착각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나는 한숨을 돌리고, 주머니에서 진동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하이람이었다.
* * *
“어머. 이서준 환자님. 아니, 이제는 이서준 씨라고 불러야 하나?”
“안녕하세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병원 접수처.
나는 우연히도 안내를 맡은 직원은 나를 보자마자 알아봤다.
이 병원은 내가 크리튼 불에게 당했을 당시 신세를 진 병원이었다.
‘몇 번 왔으니까.’
같이 병실을 쓰던 환자들과 약속한 게 있어서, 설아와 함께 몇 번 방문하기도 했다.
그게 인상이 깊었든지, 아니면 설아가 귀여워서 기억에 남았든지 했을 것이다.
직원은 거북이처럼 고개를 쭉 빼고 내 허리 아래를 살폈다.
“저, 설아는 같이 안 왔나 봐요?”
“네. 오늘은 혼잡니다.”
“아아. 설아 주려고 사탕도 준비했는데.”
직원은 눈에 띄게 실망한 눈치였다.
이 병원에는 유난히 설아의 팬이 많았다.
이 직원도 그중 하나인 것 같았다.
“그러면, 병문안인가요?”
“네. 하이람 씨 만나러 왔습니다.”
“하이람 씨요? 아. 그럼 온다는 사람이 서준 씨셨구나.”
미리 언질을 받은 듯, 직원은 내게 하이람이 있는 개인 병실로 안내했다.
나는 직원의 말에 따라 이동해, 하이람의 개인 병실 앞에 도착했다.
‘우와.’
병실 앞의 경계는 삼엄하다 못해 철저한 수준이었다.
경호원들이 조를 짜 복도를 걸어 다니고 있었고, 문 앞에도 여럿이 대기 중이었다.
정면에 있던 경호원 하나가 내 얼굴과 서류를 대조하더니, 내게 다가왔다.
“이서준 씨 되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확인 좀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따로 신체검사까지 받았다.
무기는 챙겨 오지 않았기에, 위험이 될 수 있는 물품 몇 개만 반납하는 선에서 끝났다.
철저한 검사를 다 끝마친 후에야, 나는 개인 병실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서준 씨가 찾아오셨습니다.”
“들여보내.”
병실 침대에는 하이람이 비스듬히 기대앉아 있었다.
환자복 차림의 하이람은 의외로 평범하게 보였다.
어딘가 모르게 색기가 감돌긴 했지만 말이다.
“어제 보고 또 보네. 지나가던 헌터님.”
“그러게요. 어떻게, 살 만합니까?”
“진통제 받으니까 좀 낫네. 앉아.”
나는 병원 침대 옆에 배치된 보호자 자리에 앉았다.
하이람은 나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백마 탄 왕자님일 줄 알았더니, 애 딸린 유부남일 줄은 몰랐네.”
“애는 딸렸지만, 유부남은 아닙니다. 아, 좋아하는 여자는 있어요.”
“너 지금 설마 선 긋는 거야? 나한테?”
“그쪽도 이상한 짓 하면 죽여 버린다고 선 그으시길래.”
하이람은 피식 웃으며 나를 살폈다.
퍽 마음에 든 눈치였다.
“따박 따박 말대답하는 건 마음에 드네. 찾아보니까, 어리더라?”
“세 살밖에 차이 안 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내 나이도 알아봤어?”
“쳐 보니까 나오던데요.”
“뭐. 됐어.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하이람은 한숨을 내쉬다가, 인상을 확 찡그렸다.
복부를 잡았는데, 정확히 칼에 찔린 부분이었다.
“칼침은 처음 맞아 봤는데 좆같네. 이거.”
“말 되게 예쁘게 하십니다.”
“왜. 재벌 2세는 교양 있을 줄 알았니?”
“솔직한 편이 좋죠.”
하이람은 한동안 배를 잡은 채 있다가, 조금 나아진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태블릿을 잡아 들었다.
“어쨌든 간에 내 목숨을 구해 줬으니까, 사례는 하는 게 도리 같아서.”
“사례요?”
“그래. 섭섭지 않게 꽂아 줄 테니까, 계좌 불러.”
솔직히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여기서 계좌 번호를 부르면, 정말 섭섭지 않은 액수의 돈이 들어올 것이다.
당연히 그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상당하다.
영약이나 장비를 구매할 수도 있을 거고, 투자해도 괜찮다.
하지만.
“아뇨. 괜찮습니다.”
내가 바란 건 이게 아니었다.
하이람은 내가 잘못 들었나, 하는 얼굴로 나를 살폈다.
내심 잘못되진 않을까 걱정됐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것처럼.
“정말로? 이 정돈데?”
하이람은 내게 태블릿을 보였다.
0이 둘, 넷, 여섯, 여덟.
그 앞으로 숫자가 하나.
침이 절로 넘어가는 액수였다.
하지만.
‘여기서 돈을 받으면.’
하이람과의 연은 거기서 끝이었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부담 가질 거 없어. 뭐 큰돈도 아니고.”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정말 그런 건데요.”
“더 줘도?”
“괜찮습니다.”
저게 큰돈이 아니라고 하는 하이람도 기가 찼지만.
나도 내 입으로 뱉은 말이 기가 찰 노릇이었다.
마음은 당장 받으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하이람은 한참 나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봤다.
“너. 내 생각보다 재밌는 애구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이서준. 미전조 균열을 마주친 민간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는, 이번 기수의 슈퍼 루키.”
하이람은 태연하게 내 정보를 읊었다.
낯간지러운 별명까지 그대로 읽을 필요는 없었는데.
여기까지는 알아내려면 알아낼 수 있는 정보였다.
그러나, 그 뒤는 조금 얘기가 달랐다.
“한국대? 좋은 대학교 나왔네. 거기서 사귄 여자, 유은혜가 낳은 딸이 이설아고?”
“잠깐. 뒷조사를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불편한데요.”
“괜찮아. 아무리 그래도 생명의 은인 가족을 건드리겠니?”
“그럼 왜 한 건가요?”
“가만히 있어도 굴러 들어와, 네 프로필 정도는.”
하이람은 심드렁하게 태블릿을 내려놨다.
그리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알았어. 사례는 못 주더라도, 내 나름대로 선물 정도는 줄 수 있겠지?”
“선물요?”
“거기 가방 열어 봐.”
예상치 못한 전개에, 나는 하이람이 가리킨 방향을 살폈다.
깔끔한 슈트 케이스가 바로 옆에 준비되어 있었다.
열어 보니, 안쪽에 들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웨네버 슈트. 아직 대량생산 공정에 들어가지도 않은 비매품이야.”
하이람이 홍대입구역 필드에서 입고 있었던 예의 슈트였다.
현시점에서는 최신형 슈트로, 다른 방어구에 비해 성능이 상당하다.
하이람 같은 경우에는 마나를 제때 흘려 넣지 못해 부상을 입었지만, 마나 부여만 제대로 한다면 웬만한 갑옷보다 튼튼한 물건이었다.
“가져.”
“이거, 얼마나 합니까?”
“대량생산한다는 가정하에, 한 벌에 1억 정도? 그건 맞춤 제작이라 돈 좀 더 들었어.”
“받을 수 없습니다.”
“이건 사례가 아니라 선물이야. 왜. 마음에 안 들어? 너 갑옷파니?”
“그건 아닙니다만.”
내 눈에는 아무리 좋게 쳐줘도 구형 슈트로 보일 뿐이었다.
15년이라는 간격이 있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도 당연했지만.
그래도 현시점으로 볼 때는 아주 만족스러운 선물이었다.
“언제든지 입고 있을 수 있도록 가볍고 신축성 좋은 소재로 만들어진 슈트야.”
하이람은 간단하게 웨네버 슈트를 설명했다.
가볍고 질긴 던전제 소재로 만들어져, 마나 순환율을 끌어올리는 건 물론, 단열과 방한 기능까지 있어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고 한다.
세부적인 스펙은 처음 들어 봤다.
‘Whenever의 발음을 바꿔서 웨네버인가. 이 회사는 작명 센스가 참 독특하단 말이야.’
직관적이어서 마음에 들었지만, 회사 이름처럼 다분히 난센스가 느껴졌다.
슈트는 내 몸 치수와 맞는 것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나는 못 이기는 척 슈트 케이스를 잡아 들었다.
“선물 감사합니다.”
“받아 주니 황송할 따름이네.”
“근데 이거 잘 뚫리는 거 아닙니까?”
“……그건 기습당해서 그런 거거든. 마나 부여도 안 했는데, 이 정도에서 그친 게 어디야.”
“하긴, 그렇네요.”
웨네버 슈트는 뜻밖의 수확이었다.
방어구가 아니라 연줄을 얻을 셈이었는데.
이 정도 슈트라면 한 단계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었다.
“아 참. 너 솔로지?”
“좋아하는 여자가 있지만, 이뤄지진 못하고 있긴 하죠. 네, 솔로입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길드 없이 활동하고 있잖아.”
“그렇긴 한데요. 왜요?”
“좋은 일 하나 있는데, 해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