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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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거든.
박서담이 큐카드를 넘기며 멤버들에게 질문했다.
“내 여동생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멤버는?”
“아, 이건 이미 답이 나왔죠.”
이안이 이주혁을 가리켰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이주혁이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이안을 지목했다.
“주혁이 형이 성격이 진짜 좋아요. 닮고 싶은 형이에요.”
“역시 리더지.”
김주영이 말하자 양옆의 김 현과 박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태웅이 마이크를 들었다.
“굳이 여동생까지 안 가고 내가 여자였으면 주혁이 형이랑 사귀었다.”
“아 그건 좀….”
“왜요 형, 내가 싫어요?”
이주혁이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거절하자 조태웅이 정색하며 그를 쳐다봤다,
“이건 주혁이 형 의견도 들어 봐야 한다.”
“왜? 여러분 저 괜찮죠?”
조태웅이 객석 가까이 다가가자 팬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그 환호성을 받고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반응이 생각보다 재밌어서 조태웅은 이미 그룹 내 몰이 멤이 된 지 오래였다.
“다음 질문 갈게요.”
박서담이 큐카드를 넘겼다.
“올해 팬들과 해 보고 싶은 게 있나요? 저는 팬미팅 해 보고 싶어요.”
“맞아 우리 공식도 받았잖아요!”
“저는 콘서트요!”
“팬분들한테 역조공!”
멤버들이 의욕적으로 말을 하자 서로 말이 겹쳐서 누가 뭘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실시간 Y앱에서는 비글들이라며 귀엽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이후 앨범 작업에 대한 질문 시간이 끝나고,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영상이 나오는 사이에 아위는 의상을 갈아입었다.
이번에도 강렬한 비트에 퍼포먼스가 강한 곡과 안무를 받아 왔다. 안무 대형의 그림을 위해 바닥에 쓰러지듯 확 누워 버리는 동작과 상체를 뒤로 휙 넘겨 코어 힘만으로 몸을 돌리며 올라가는 고난도의 동작이었다.
‘빨리 유명해져야지.’
곡이 끝나고 이안이 이어 마이크에 숨소리가 들어가지 않도록 헥헥 거리면서 다짐했다. 소속 가수가 유명해지면 소속사 내 입지가 높아지면서 저절로 발언권이 세지는 법이다.
‘유명해져서 이런 안무 다 빼 버릴 거야.’
고난도의 동작은 이안과 메인 댄서의 몫이었다. 이안과 마찬가지로 헥헥대고 있는 김주영과 김 현, 셋이서 서로 눈빛 교환을 했다.
‘다음 활동에서도 이런 거 시키면 우리 파업하자.’
서로의 생각을 읽은 셋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쇼케이스가 끝나고 본격적인 음방 활동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드디어 다른 그룹과 합동 사녹이 아닌, 삼백 명 팬석을 확보한 단독 사녹으로 진행되었다.
“와 저기 뭐예요?”
건너편 광장에 사람들이 빼곡히 줄을 서 있었다.
“마이디어 아니야?”
“그런가 봐.”
마이디어는 사녹만 천 명이 넘게 들어간다. 괜히 단독 삼백 명 들어갔다고 좋아했던 게 처량해졌다.
“저기 팬매도 피곤하겠다.”
저 많은 사람을 붙잡고 앨범 인증에 신분증 검사에 일일이 번호까지 매겨 줘야 하고 지각했는데 중간에 끼어드는 사람도 잡아서 뒤로 보내야 한다.
[저기 팬매랑 팬이랑 싸운다. 꿀잼.]진이 팝콘 통을 흔들어 보이자 이안이 한숨을 쉬었다.
이번 컴백에는 아위가 1위 후보에 오르게 된다. 후보에 들었다는 기쁨도 잠시, 멤버들은 1위를 할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들과 붙는 그룹은 감히 순위를 매기자면 현 대한민국 1위 보이그룹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마이디어였기 때문이다.
“이번 주 1위는… 마이디어입니다! 축하합니다!”
당연히 1위는 마이디어, 2위는 아위가 차지했다. 그래 봤자 점수에서 어마어마한 격차가 벌어져서 거의 마이디어의 독주라 생각해도 무방했다.
“와 그래도 2위 했다, 우리.”
“다음에는 할 수 있겠지?”
멤버들은 아쉬운 감정을 숨기고 박수를 쳤다.
이안은 익숙한 듯 소감을 말하고 앵콜을 부르기 시작하는 마이디어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다음엔 꼭 1위 해야지.’
기대도 안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괜히 아쉽긴 했다. 이안은 몸을 돌려 멤버들과 함께 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 * *
활동기에는 새벽 일찍부터 나와 음방을 돌고 조금의 휴식 도 없이 팬사인회가 있다. 평균 수면시간 3시간.
이 일정을 4주 내내 계속해야 한다. 심지어 일요일에는 팬사인회가 두 번 연달아 있다.
이안과 멤버들은 대기실에서 쪽잠을 잤다.
[너네 팬싸컷 올랐어. 다들 30장 넘게 샀대.]‘진짜?’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다면 아위의 상승세에 팬사인회 컷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래 봤자 음반 판매량은 돈이 안 돼.]물론 기뻐하는 이안을 가만 볼 진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안은 사실 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았다.
팬싸컷은 팬 수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하는 지표나 마찬가지다. 전보다 20장이나 넘게 올랐다는 것은 엄청난 반등이었다.
“안녕하세요. 누나! 또 오셨네요.”
“안녕, 오랜만이야. 컴백 축하해.”
이제는 거의 빠짐없이 출석하는 장민희를 바라보며 이안이 환하게 웃었다. 이안은 앨범에 사인을 해 주면서 무의식적으로 장민희에게 물었다.
“누나는 저희를 왜 좋아하게 됐어요? 역시 그때 대학로 버스킹이 너무 좋아서?”
“거기서부터이긴 했어.”
“아, 근데 이거 물어보면 곤란하시려나?”
이안이 자신의 무의식을 탓하고 다른 화제로 넘어가려 할 때였다. 장민희는 많은 의미가 함축된 듯 낮게 중얼거렸다.
“사실 널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거든.”
“네?”
“아무것도 아니야.”
어? 그거 설마 난가?
이안이 고개를 들어 장민희를 바라봤다. 그의 뒤에서 팬매니저가 “옆으로 넘어가실게요.”라며 말했다.
“다음에 또 올게.”
장민희가 희미하게 웃으며 옆으로 넘어갔다.
‘뭐지….’
기분이 이상했다.
그녀가 이안의 사소한 습관이나 버릇에서 김용민의 흔적을 찾았던 게 아닐까?
그것도 모르고 그녀가 김용민을 끝까지 기억하고 좋아해 줄 것을 바랬던 예전이 생각나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 * *
장민희는 MI엔터의 연습생 김용민을 우연히 보게 된 뒤로 덕통사고를 당했다.
김용민이 방출되어 다른 회사로 갔다는 것을 안 뒤로도 계속 그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보이그룹 ‘다이아몬드’ 그들의 첫인상은 그룹 이름도 구리고 컨셉도 구려서 곧 망하겠다고 생각했던, 소속사도 변변찮은 그룹이었다.
그리고 김용민은 특출나게 잘생기지 않았음에도 실력이 그렇게 완벽하지 않았음에도 그냥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대포를 사자…!’
결국 오랜 입덕부정기 끝에 그녀는 카메라를 사고 그들의 스케줄을 따라다녔다.
점점 올출을 하게 되면서 자신을 알아보는 멤버들에 우월감을 가지기도 했다.
‘저를 그때부터 좋아했다고요?’
특히 김용민이 황송한 듯 자신을 바라보는 표정을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과 동시에 ‘그래 내 가수 자존심은 내가 채워줘야지’ 하는 생각도 했었다.
‘슬슬 생일 광고 넣어야 하는데.’
‘조공은 얼마나 넣지?’
‘행사 따라가려면 연차를 얼마나 써야 하나?’
김용민에게 유사 연애의 감정을 가졌던 게 아니었다. 그와 함께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싶었다.
그가 아이돌로서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그리고 그 길을 나와 다른 팬들이 해냈다는 성취감과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너는 왜 그래?’
‘얘가 실력은 좋아지긴 하는데… 운도 실력이라는데 얘는 왜 이렇게 안 풀릴까?’
‘왜 저런 프로그램에 나가?’
그리고 덕질이 점점 깊어지면서 가수에게 과몰입을 하게 된다. 그에 따라 순수한 팬심으로 시작한 덕질 생활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녀는 못난 김용민을 까면서 어휴 그래도 얘는 나 아니면 홈마도 없겠지 생각하며 스케줄을 따라다녔다.
‘다이아몬드’ 민준 속도위반 결혼에 그룹 컴백 무산된다.
‘다이아몬드 용민’ 곡 컨셉 안무 모두 참여했던 앨범이었는데ㅍ 아쉬운 컴백 무산.
팬들은 가수의 반짝반짝한 모습을 좋아한다. 하지만 김용민은 그렇지 못했다.
그가 아쉽게 주피터라는 한류 그룹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그리고 사고 치는 멤버와 같이 데뷔했을 때, 손대는 것마다 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민희는 이 모든 게 허탈해졌다. 불행한 아이돌을 좋아하면 팬들도 지친다.
장민희는 괜히 김용민 말고 다른 연예인의 행사를 따라가 보기도 했고, 다른 신인 그룹의 쇼케이스에 가 보기도 했다. 하지만 김용민만큼 좋아하게 된 사람은 없었다.
‘다이아몬드’ 사실상 해체 수순 밟는다.
‘다이아몬드’ 소속사 도산에 일부 멤버 잠적해….
그리고 그녀는 괜히 가수에 이입해서 자신을 망치고 있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닫게 된다. 그가 성공하길 바라서 오히려 자기 입맛대로 그를 생각하고 혼자 바꾸려 들었다는 걸.
‘그래도 어디서 뭐 하는지는 팬카페에 알려 주고 가지… 아니다. 이제 놓아줘야겠다.’
연인 사이도 아니고, 가수와 팬 사이에서 놓아줄 생각을 하는 게 어이가 없겠지만 적어도 장민희만은 그를 붙들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처음 그를 덕질했던 초심으로 돌아갔다. 이제 그가 성공하지 않아도, 그냥 어디서든 행복하길 빌었다. 그러면서도 김용민의 기억에도 자신이 특별한 팬이었음을 기억하길 바랐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가 남편과 대학로를 찾았을 때였다.
“저기 사람 많다. 우리도 구경 갈까?”
우연히 본 아이돌 연습생의 공연에 장민희가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신인들 특유의 에너지가 좋았다.
‘용민이도 춤은 못 췄었지….’
특히 맨 왼쪽 제일 잘생긴 남자는 춤을 따라가는 데 급급해서 눈썹이 팔자 눈썹이 되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전혀 차원이 다른 얼굴임에도 그녀가 아는 누군가와 닮아 있었다.
“와… 노래 잘하네.”
“응. 이거 내가 좋아하는 노래야.”
춤을 추는 시간이 끝나고 연습생들이 마이크를 들어 노래를 불렀다. 장민희가 멍하니 이안의 노래를 감상했다.
‘용민이도 저 노래 좋아했었는데.’
결국 뒷정리를 돕던 이안에게 다가가 언제 데뷔하냐고 물었다. 아위, 12월… 12월이라고?
그녀는 결국 이안이 단역으로 출연한 드라마까지 챙겨보게 되면서 아위의 데뷔 쇼케이스는 물론 팬사인회까지 가 보게 된다.
‘에이 다시 입덕은 아니지 이 나이에….’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입덕은 절대 안 할 거야 다짐했다. 이미 본인이 입덕부정기인 것을 한번 겪었음에도 망각하게 된 것이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장민희가 괜히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그 순간, 아위의 컴백 티저가 뜨게 된다.
‘내 취향이 사실 지독한 얼빠였나?’
컴백 티저 알람을 눌러 보게 된 장민희가 한 생각이었다. 결국 그녀는 결심한 듯 안방으로 들어갔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장민희가 서랍 속 대포 카메라를 꺼내 드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괜히 과몰입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 그녀는 완전히 입덕했다.
* * *
모든 멤버의 사인을 받은 그녀가 제 자리로 들어가 앉아 다시 셔터를 눌렀다.
그녀는 김용민을 덕질했을 때처럼 하드하게 덕질할 생각은 없었다. 소소하게 찍덕 생활이나 하며 덕질 생활을 즐길 생각이었다.
‘오늘 프리 뷰 잘 나오네.’
현장 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리면서 장민희가 히히 웃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진의 화면으로 지켜보던 이안도 피식 웃었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면 전생의 인연 중에 저 누나가 있지 않았을까?’
[그럴지도 모르지.]그렇게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인연이었다. 이안은 죄책감을 떨쳐 냈다.
대신 이번에는 성공한 가수를 좋아하게 만들어 줘야지. 그렇게 마음먹으면서 기분 좋게 웃었다.
전방에서 붉은 십자 표식이 폭발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최이안 레전드 팬싸 날이라며 두고두고 회자될 인생 사진이 나왔다.
그렇게 아위가 바쁘게 컴백 활동을 이어 가는 동안 이안이 주연을 맡은 ‘당신의 소리를 듣고 싶어’가 방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