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54)
# 80장 천마재림 (4) #
-콰콰콰콰콰쾅!
성을 가득 메우는 푸른색 강기들.
하늘에서 빗발처럼 내려치는 이기어탄검강의 위력은 가히 재앙에 가까웠다.
정도 무림맹, 창천회, 사파 연맹, 극도육무문을 비롯해 심지어 천여운의 수하들인 마교인들조차도 전율과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의 힘이었다.
“끄아아아악!”
“이, 이게 무슨 인간의 힘이란 말인가!”
“살려줘어어어!”
상대적으로 가장 약한 사파의 수적들은 난리가 났다.
내려치는 강기의 빛줄기가 내려칠 때마다 반수가 날아가질 않나, 심지어는 몸 전체가 소멸되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산개해랏! 산개해!”
수적들을 이끄는 황하패주 갈모잠을 비롯한 십칠채주들이 외쳤으나 소용없었다.
같은 강기라도 생사경의 고수가 발산하는 탄검강은 위력 자체가 달랐다.
“초, 총두목! 도망쳐야 합니다! 저, 저놈은 괴…”
-쾅!
갈모잠에게 도주를 권고하던 십칠채주들 중 한 명인 육호채의 채주 방원의 머리통이 강기의 덩어리를 맞고 사라졌다.
-푸슉!
분수처럼 솟구치는 핏물에 갈모잠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건 정말로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힘이었다.
“헛?”
-파치치칙!
“크헉!”
자신에게도 내리치는 이기어탄검강을 도강을 일으켜 다급히 쳐냈지만, 도병을 잡은 두 손이 부러질 것처럼 아팠다.
‘무, 무슨 강기의 위력이?’
통상의 것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었다.
초절정의 고수의 머리통을 한 방에 소멸시켜 버릴 위력이니, 그럴 만도 했다.
갈모잠은 진심으로 두려워졌다.
생사경의 고수라고 해도 삼대 세력의 고수들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라는 추측은 막연한 착각에 불과했다.
‘….저 괴물은 혼자서도 이곳에 있는 자들을 전부 몰살시킬 수 있었어.’
다른 자들이라면 모를까.
마교주 천여운의 힘은 그것이 가능해보였다.
이 진성에서 벌어지는 재앙과도 같은 학살이 그 증거였다.
쉴 새 없이 퍼붓는 강기의 빛줄기에 화경 이상의 고수급을 제외하고는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고 있었다.
‘우, 우리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괴물을 건드린 것인가.’
-파치치칙!
“크흑! 이,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창천회의 천주 남궁경 역시 자신을 노리는 강기를 쳐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완숙한 화경에 이른 그조차 십성 공력의 검강을 펼쳐야 겨우 막아낼 수 있을 만큼 전율적인 위력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슈슈슈슈슉! 콰콰콰콰쾅!
“산개해랏! 가까이 붙으면 당한다!”
“미친! 강기가 쫓아오는데 무슨 수로 피한단 말이얏!”
“끄아아아악!”
한 번에 이백여 강기가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정확하게 적들에게 쏟아져 내렸다.
마치 이백 명의 고수들이 한 사람씩 전담한 것 마냥 말이다.
‘말 그대로 이기어검술과 탄강기가 하나가 된 기술이다. 머릿속이 어떻게 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 많은 수를 통제한단 말인가?’
상식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 상식을 뛰어넘게 만들어주는 것이 나노의 연산 능력이었다.
미래 기술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나노의 연산능력을 바탕으로 한 멀티 록 온 시스템과 판넬 시스템의 결합은 이기어탄검강을 재앙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큭, 그나마 시술자들의 통각을 없앤 것이 다행이구나.’
통각을 제거하여 고통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시술자들이었기에 어떠한 부상을 입어도 개의치 않고 움직일 수 있다.
-쾅!
실제로 강기에 팔 다리가 잘려나갔는데도 움직이는 속도에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나노. 전부 머리를 노려라.’
[알겠습니다. 타깃들의 세부 범위를 헤드샷(headshot)으로 지정합니다.]강기의 빛줄기들은 정확하게 그들의 머리를 노려왔다.
아무리 고통을 느끼지 않는 적들이라고 해도 머리가 날아가는데, 불사신(不死身)도 아니고 움직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쾅! 쾅! 쾅!
머리를 잃은 시술자들의 몸이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갔다.
“머, 머리만 노리다니!”
천주 남궁경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느새 절반 이상이 차가운 주검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변화가 생겨났다.
공포나 두려움에 대한 감정을 통제한 시술자들이 주변의 동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자, 점차 우왕좌왕하며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이럴 수가…..시술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인가?’
애초에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인지능력이나 생각 자체를 제거한 것은 아니었다.
뻔히 개죽음을 당하는 것을 아는 데도 대항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당황해 하는 그의 앞으로 허봉이 걸어왔다.
득의양양한 얼굴을 보아서 교주 천여운의 전율적인 신위에 자부심을 느낀 모양이었다.
“저희의 승부도 마무리 지어야죠!”
-챙!
“지, 지금 그럴 상황이!”
-파치치치칙!
남궁경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강기를 쳐냈다.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이기어탄검강에 성내가 초토화되고 그 역시도 이것을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를 개의치 않는지 허봉이 공격해왔다.
이런 상황에도 끈질기게 노리는 그에게 화가 난 남궁경이 제왕검결의 검초 중에서 가장 살초에 가까운 검정검연(劍定劍演)을 펼쳤다.
-촤촤촤촤촤촥!
그때,
-오싹!
초식을 펼치는 남궁경의 머리로 푸른빛 강기가 내리쳤다.
화들짝 놀란 남궁경이 변초를 써서 이를 막아냈는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허봉의 환영검술의 절초가 그를 덮쳐왔다.
“이 비겁한!”
-채채채채챙! 촤촥!
당연히 변초를 쓰면서 초식이 뒤엉켰으니, 공격을 제대로 막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순식간에 환영검법에 남궁경의 왼팔 하나가 날아갔다.
“끄아아아아아악!”
무림에 처음 등장하는 무명에다가 한 수 아래의 실력자인 허봉에게 어처구니없이 당한 남궁경은 강한 치욕감으로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한편 극도육무문의 수장인 도공문주 이욱은 천공섬광의 초식이 시전 된 이래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본 좌가 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거지?’
어도술과 기공을 극으로 익힌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성 위에서 쏟아지는 이기어탄검강의 빛줄기들은 놀랍게도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정확하게 적들만을 노렸고 이제는 머리통만을 노렸다.
-쾅! 쾅! 쾅!
“크아아아악!”
“크헉!”
역혈대라신공을 펼친 고수들이라고 해도 머리가 소멸되면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창천회의 시술자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초절정의 고수들로 구성된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은 역혈대라신공으로 내공이 폭증하여, 일시적으로 화경에 버금가는 무위를 지니게 된다는 점이었다.
-파치치칙!
“산개해서 막아랏!”
그들은 하늘에서 내려치는 강기들을 힘겹게 막아내며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다른 적들이 없었다면 피해가 최소화 되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이기어탄검강에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을 인지한 정도 무림맹 측과 마교인들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해왔다.
“교주님을 도와서 적들을 제거하랏!”
“와아아아아아아!!!”
사기가 오른 그들로 인해 강기의 빛줄기가 내려치는 성내는 아까 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혼전으로 이어졌다.
진한 피비린내로 사방이 요동을 쳤다.
‘이대로 가면 전멸할 지도 모른다. 이미 대계는 실패했다. 더 이상의 희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후퇴해야 하나.’
진성 대계의 책임자인 도공문주 이욱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이라도 진성을 벗어나면 적어도 최소한의 전력이라도 보존할 수 있다.
그러던 차였다.
“끄으으윽! 대체 언제까지?”
“무, 무슨 내공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고!”
‘!!!’
아비규환 속에 들려오는 일부 비명소리에 문득 이욱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마교주의 인간을 벗어난 능력에 놀라서 절대로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그였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사경의 고수라고 해도 인간인 이상 내공에 한계가 있다.’
자신조차도 열두 자루로 이기어도강을 펼치려면 짧게는 일 각에서 길게는 이 각의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한계였다.
지금 천여운은 그 열 배에 가까운 숫자에 더욱 내공소모가 심한 이기어탄검강을 펼치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쾅!
한 성의 내부가 초토화될 정도로 말이다.
벌써 반 각이 지나고 있으니, 슬슬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다.
‘조금만….조금만 더 버티면 저 인간을 벗어난 괴물의 목숨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지금이 아니면 저자를 죽일 기회가 쉽게 생길까?’
유일한 반전의 기회.
그것이 퇴각을 하려던 마음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다른 문주들의 동의가 필요해.’
마침 무쌍검 왕전과 더불어 명왕 마라겸을 상대하느라, 매순간이 절체절명인 도염문주와 도광문주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전음을 보내왔다.
[도공문주 이대로 가다간 전부 전멸하오. 문책을 당하더라도 남은 전력을 수습해서 퇴각하는 것만이 살 길이오.] […….저 괴물은 우리의 선을 벗어났소.]어차피 대계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판단한 그들이었다.
[아직 방법이 하나 있소.] [방법?]이에 도공문주 이욱이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다른 상위 문주 두 명에게 자신의 마지막 계획을 전음으로 전달했다.
희생을 전제로 하여 무모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일리는 있었다.
[이번에 실패하면 그 분의 분노가 문책으로 끝낼 것 같소?] [흐음…..]확실히 이 정도 기술이라면 아무리 생사경의 고수라고 해도 내공이 바닥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중한 도염문주 노도경은 탐탁지 않아했지만 호전적인 도광문주 자운강이 동의해주었다.
‘좋아!’
이에 일말의 전의가 샘솟은 도공문주 이욱이 외쳤다.
“버텨라!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충!!!”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극도육무문의 살아남은 문도들의 사기를 북돋게 했다.
지휘자의 역할이란 그랬다.
절망 속에서도 사기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콰콰콰콰콰쾅!
그렇게 일 각이 다 되어갈 무렵,
살육에 가까울 만큼 초토화되고 있던 진성 내부에 변화가 생겨났다.
하늘 위에서 별처럼 반짝이며 강기를 내뿜던 병장기들이 그 힘을 잃은 것처럼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투투투투툭! 챙그랑! 챙그랑!
무기들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단 한 가지였다.
‘드디어!’
무한할 것 같던 마교주 천여운의 내공이 드디어 다한 것이다.
도공문주 이욱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성내에 살아남은 무림인들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허공에 떠있던 마교주 천여운에게로 향했다.
-슈우우욱!
허공에 떠있을 만한 내공도 남아있지 않는지 천여운의 신형이 밑으로 떨어졌다.
바로 그때였다.
-팟! 팟! 팟!
“앗!”
마교인들이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교주님!”
“위, 위험합니다!”
허공에서 떨어지는 천여운을 향해 어느새 세 명의 인영이 쇄도한 것이었다.
그들은 바로 극도육무문의 세 상위 문주들이었다.
오직 천여운의 내공이 전부 소진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들은 병장기가 떨어지는 순간에 상대하던 적수들을 버리고서 곧장 허공으로 날아오른 것이다.
‘허어! 이 순간을 노렸단 말인가?’
불리한 상황에도 퇴각을 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던 맹주 이목이었다.
갑자기 절초를 펼치며 자신을 뿌리치길래, 전력을 다하려는가 보다 싶었는데 그 목적은 뜻밖에도 마교주였다.
‘스스로 무적이라고 방심했겠지!’
‘이 순간을 기다렸다!’
‘마교주 그대는 반드시 이곳에서 죽어야 하오!’
상위 세 문주들은 각자가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절기를 펼쳤다.
내공이 다한 이 순간만이 천여운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촤촤촤촤촤촤촤!
전의가 절정에 달한 그들의 도에 패도적인 기세가 일어났다.
‘엇?’
그런데 셋 중에 유일하게 천여운의 정면을 노리던 도염문주 노도경의 눈동자에 비치는 의아한 모습.
당연히 당황해할 줄 알았던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웃어?’
뭔가 이상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일 텐데 대체 왜 웃는 것일까?
불길함을 감지한 노도경이 다른 둘에게 조심하라고 경고를 하려고 하는데, 천여운이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내공이 다하는 순간에 합공하면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나?”
‘아니. 이 자가 그걸 어떻게?’
세 사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때 당황해 하는 그들의 앞에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흉흉한 기운이 천여운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솨아아아아아아!
바로 그 순간 천여운의 왼손에 한기가 뿜어져 나오는 흑빙도(黑氷刀)와 오른손에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흑염검(黑炎劍)이 형성되었다.
경악한 세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무형검!!!”
대부분의 내공을 소진했다고 믿은 천여운의 손에서 펼쳐진 것은 생사경의 고수만이 펼칠 수 있다는 전설의 무형검(無形劍)이었다.
‘아뿔싸, 우리를 속였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