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58
57. 살라스마의 어둠 5
아자딘은 등을 입구 쪽으로 대고 있어서 절묘하게 포위를 회피하고 있었다. 삼면에서 포위하고 있긴 해도 퇴로는 확실히 확보하고 있다. 아자딘도 웨어 랫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비웃었다.
“이 경우 상급자인 네가 모범을 보여야지 커벤. 네가 덤벼봐.”
“큭!”
커벤도 접근을 꺼렸다. 아자딘에게 던져질 때 부러진 팔과 발목이 웨어 랫의 재생력으로도 완전히 붙지 않고 있었다.
사실 그가 이 웨어 랫들 사이에서는 상급의 존재라 살아 있는 거지 보통 웨어 랫이었다면 아자딘의 청일송 한 방에 죽었으리라.
“키익!”
보다 못한 웨어 랫 하나가 옆에 있던 동료를 밀어 아자딘에게 보냈다. 아자딘의 검이 번뜩이며 이번에도 웨어 랫의 목을 썰어 버렸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아자딘의 손에 들린 검이 부러졌다. 안의 연철 부분은 아직 끊어지지 않아서 버티고 있지만 칼이 90도로 꺾여 버린 것이다.
“좋아! 지금이다!”
“캬악!”
그 틈을 타서 다른 웨어 랫이 아자딘에게 뛰어들었다. 동료를 희생시키며 적의 빈틈을 만들어내는 냉혹한 선택! 웨어 랫들은 이러한 선택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다. 감히 인간들은 흉내 낼 수 없는 그들만의 지혜라고.
하지만 성공해야 지혜지 실패하면 추잡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아자딘은 우선 뛰어드는 웨어 랫의 목을 향해 관수를 날렸다.
-푹!
아자딘의 관수가 단번에 상대의 목뼈를 부러뜨린다. 경추가 부러지며 의식을 잃은 웨어 랫의 몸이 뻣뻣하게 굳자 아자딘은 그 몸을 받아서 다른 웨어 랫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크윽….”
“컥!”
“말도 안 돼! 우리는 사냥하는 자다! 메제리의 축복으로 우리가 약탈하는 쪽이 되었을 텐데….”
“웃기고 있군.”
아자딘은 자신들의 공격이 무산되어 불신의 눈을 뜨고 있는 웨어 랫의 몸통에 발차기를 날렸다. 아자딘의 부츠 끝이 웨어 랫의 간장으로 빨려 들어가듯 꽂혔다.
그대로 지면에서 붕 떠서 두 걸음 정도 뒷걸음질 친 웨어 랫의 눈, 코, 입, 귀로부터 피가 뿜어져 나왔다.
“끄아아악!”
간장을 터뜨려 버리는 호쾌한 발차기에 웨어 랫이 고통스러워했다. 서럽게도 그들의 재생력이 고통받는 시간을 더 길게 만들었다.
간장 같은 주요 장기를 완전히 손상 없는 모습으로 재생할 만큼 재생력이 뛰어나진 않는데 어설프게 살려두어서 고통받는 시간만 더 길어지는 것이다.
웨어 랫들은 자신들이 포위공격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차적으로 자신들을 각개격파해 버리는 아자딘의 반응 속도에 놀라고 있었다.
차원이 다르다. 앞과 좌우, 삼면에서 포위했다고 해서 그들이 유리한 게 아니다. 오히려 아자딘에게 계속 당하기만 할 뿐.
‘뭐야 이놈?’
‘커벤이 늘 말하던 놈이 맞나?’
커벤은 자신이 메제리에 투신한 것을 전령일족의 잘못이라고 비난해왔었다.
일족 중 가장 덜떨어진 녀석이 그저 장로들끼리의 정치질 때문에 전령이 되었다. 그래서 자신처럼 코라사르 보부상에서 일만 묵묵히 수행하던 이가 전령이 되지 못한다. 이건 분명 조직이 잘못되었다.
이렇게 항상 불평불만을 했었다. 그런데 아자딘의 실력을 보니 커벤과 비교가 안 되는 게 아닌가?
웨어 랫들이 당황한 틈을 타서 아자딘은 바닥에 떨어뜨린 지팡이를 집어 들고 뒤로 후퇴해 건물 출구로 빠져나갔다.
“아, 안 돼! 쫓아가!”
커벤은 아자딘이 뭘 하려는지 깨닫고 당황해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그러나 다들 반신반의했다.
“저긴 바깥입니다.”
“나가면 다른 인간들에게….”
이미 웨어 랫으로 변신했는데 대낮에 거리 한복판으로 뛰쳐나가면 목격자들이 생긴다. 그래서 다들 아자딘이 건물 밖으로 나가는 걸 방치하고 말았는데 그게 실수였다.
아자딘은 건물 밖으로 나가서 거리를 벌리자마자 허리에 차고 있던 월각궁을 풀어 두 다리로 끼우고 탄궁용 활줄을 걸었다. 그리고 강가라서 넘쳐나는 돌멩이들을 탄궁에 끼워 쏘기 시작했다.
-쐐액!
무서운 속도로 돌이 날아와 건물 입구를 지나 안쪽에 있던 웨어 랫을 강타했다.
“크악!”
“이, 이 새끼가!”
그런데 돌이 날아오는 간격이 장난 아니게 짧다. 직접 보지 않으면 무슨 대규모 군대가 계속 투석을 퍼붓는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
*********
아자딘이 문밖에서 혼자서 돌을 줍는 족족 탄궁으로 쏘아댄다. 그런데 돌처럼 부정형인 물체가 죄다 문짝 안으로 빨려 들어가 건물 안 웨어 랫들을 공격한다.
“문에서 피해! 제길! 저 자식이!”
커벤이 당황할 때 이번엔 아자딘이 옷 속에 손을 넣어 숨겨 가지고 있던 화살들을 꺼냈다. 아자딘은 그 화살촉을 부러뜨리곤 활시위에 걸었다. 그것은 커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저놈이 뭐 하려고 그러지?’
그때 아자딘이 촉 없는 화살로 이선궁, 아니 삼선궁을 펼쳤다. 세 발의 화살이 연달아서 스치듯 건물 외벽 너와에 명중하니….
너와가 불타기 시작했다. 나무 화살대와 너와의 마찰이 계속되어 마찰열로 불이 붙은 것이었다.
아무리 건조한 상황이라고 해도, 아무리 이선궁을 터득한 전령일족이라고 해도 완전히 같은 포인트에 화살을 계속해서 명중시키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착화’였다.
그것도 직격하면 오히려 불이 안 붙기에 최대한 마찰시키면서 적중해야 하는데… 사람이 이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건물에 불이 붙기 시작하자 다들 당황했다. 내내 가물었던 탓에 더욱 빠르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야! 여기에 다른 인간이 있다는 걸 알고 하는 짓이냐?”
보다 못한 커벤이 그렇게 소리쳤다. 아자딘은 그 말을 듣고서야 어깨를 으쓱했다.
“아 그래? 내가 실례했군. 불 꺼라. 방해하지 않겠다.”
“큭!”
“아니면 안에서 쥐 구이가 되든가. 밖을 보니까 난민들이 쥐를 구워 먹던데. 그러고 보니 너희들 재밌는 얘기를 하더라? 뭐? 메제리의 축복으로 사냥하는 쪽이 되었다고? 쥐새끼 주제에? 뭐 웨어 울프나 웨어 타이거 같은 거로 변하면 또 몰라. 볼품없잖아? 솔직히.”
“…아, 아니!”
“우리가 뭐 원해서 웨어 랫이 된 줄 알아? 우리도 웨어 타이거 멋지다고….”
“야, 하지 마!”
메제리의 축복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 웨어 랫이 나오자 그들도 흠칫 놀랐다.
어쨌건 건조한 목조건물에 불이 번지고 있는 건 심각한 문제였다.
“제길! 정말 공격 안 하는 거겠지?”
커벤은 부하들에게 명령해 불을 끄도록 했다. 가물어서 바짝 마른 너와가 순식간에 불타 버리고 그 불씨가 계속 건물 안으로 떨어져 번지고 있지만 웨어 랫들이 작정하고 끄기 시작하자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들은 화염에 타기 시작하는 너와를 걷어내 치우는 것으로 불을 잡았다.
“휴우. 꺼졌다.”
“그런데… 녀석은 어디 갔지?”
만약 화재를 진압할 때 아자딘이 공격해왔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자딘은 정말 화재 진압 시에 웨어 랫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건 좋은데… 보이질 않는다.
“서, 설마?”
“안에 이미 들어갔나?”
웨어 랫들이 당황해서 안쪽 입구를 확인할 때였다.
“흠. 그럼 이제 불은 다 껐지? 다시 시작할까?”
어느새 그들 뒤에 와 있던 아자딘이 중얼거렸다.
“윽!”
“이 자식?”
아자딘 손에는 할버드의 머리가 들려 있었다. 자루에서 분리된 할버드의 파이크 부분을 잡고 톤파처럼 쥐고 있는 것이었다.
“흡!”
아자딘이 그것을 휘두르자 웨어 랫의 턱이 부서진다.
웨어 랫들이 손톱을 세워 아자딘을 할퀴려 했다. 일단 긁히기만 해도 사람 생살을 찢고 독과 세균으로 감염되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흉악한 발톱이다. 재수 없으면 메제리의 축복을 받아 웨어 랫으로 감염당할 수도 있는 끔찍한 손톱공격.
하지만 아자딘이 할버드 머리를 휘두르니 손가락째로 뭉텅 잘려 나간다.
“키익!”
성기사로 변장했던 웨어 랫이 검을 빼 들고 아자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자딘은 할버드 머리로 간단히 칼날을 받아내고 미끄러뜨린 뒤 간격을 좁히며 발차기를 차넣었다. 이번에도 간장 차기였다.
“컥!”
웨어 랫이 휘청거리는 사이 아자딘은 그의 검을 빼앗아 다른 웨어 랫들에게 휘둘렀다. 웨어 랫들의 팔다리가 날아가고 목이 잘리는 참극이 펼쳐졌다.
‘너, 너무 강해! 뭐지? 이게 아자딘이라고? 108령 따위가 아니잖아?’
절대로 하위 전령의 실력이 아니다. 그 일신의 무력만으로는 오히려 최상급 전령들이라고 할 수 있다. 커벤은 아자딘이 웨어 랫들을 추풍낙엽처럼 쓸어 버리는 걸 보며 기겁했다.
“크윽. 자, 잠깐! 아자딘!”
“왜? 유언이라도 남기려고?”
“나, 나는 도망가겠다. 놔줘!”
“내가 네 말을 들어줘야 할 이유가 있냐? 쿠르트 신의 권속이 되었으면 내가 널 살려둘 이유가 없다는 것쯤은 알 텐데?”
“으윽… 어린 시절의 정이라는 게 있잖아?”
아자딘은 순간 실소했다.
‘이놈이 돌았나? 어린 시절의 정이라니?’
하지만 아자딘의 비웃음을 커벤은 달리 해석한 모양이었다.
“우린 같은 동네에서 같이 한솥밥을 먹던 사이 아니냐! 같이 훈련받고! 동향 친구라고 할 수 있지! 응?”
“날 괴롭혔던 건 생각 안 하냐?”
“그, 그건 어릴 때 장난이 좀 심했던 거고. 그리고 알잖아? 다들 널 괴롭히는데 뭐라도 하지 않으면 나도 괴롭힘당하는 거! 살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 그건 이해해줘야지!”
“그래서 살기 위해서 어쩌다 보니 웨어 랫이 되셨다?”
“지역장 놈이야! 그놈이 날 사람들 실종되는 걸 조사하라고 보냈는데 거기서 웨어 랫들에게 습격당해서 나도 웨어 랫이 된 거라고. 내가 원해서 된 게 아니야. 그러니 도망치게 해줘! 응?”
“하아.”
아자딘은 자기중심적인 소리만 해대는 커벤에게 당황했다. 원래 재수 없는 녀석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웨어 랫이 되고 나서는 더더욱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웨어 랫으로 변신하고 난 뒤에는 인간 상태일 때보다 지능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아자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도망가라.”
“오, 정말이지? 고마워. 흐흐.”
“그런데 그전에 정보를 내놔. 안에 혹시 노르트 남작 부인이 있나? 어제 실종되었을 텐데.”
“아아, 그 귀족 여자? 물론 있지.”
“그 여자를 잡아다 뭘 하려는 거지?”
“이 근처에 신왕진서 사본이 있는 건 알았는데… 현현하질 않았어. 신왕진서 사본이라는 게 마도서 주제에 스스로 방어하는 기능도 있어서 그냥은 우리 손에 안 떨어지거든. 그래서 사람들을 괴롭히고 학대하면 신왕진서 사본이 현현한다고 해서 그 작업을 수행하는 중이었지. 마침 귀족들이 필요하기도 했고. 야에가스 신족의 피가 흐르는 인간들은 제물로 아주 좋거든.”
역시 왕의 마도서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부름과 갈망에 응하는 것인가?
“고급 정보지? 쿠르트 신족의 고위 마법사들이나 알고 있는 정보라고. 그럼 난 간다.”
커벤은 아자딘에게 뒷걸음치다 거리가 벌어지자 달려서 도망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