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680
680회. 참새와 대붕(大鵬)
법요종 종산 바하르 산.
파티샤 궁.
우샤스 킨샤사 군주의 발언에 고무됐던 존자와 제군 들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연적하의 영기를 취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의 휘하에 일곱 종문이 있는 것은 물론, 그의 무위도 인간을 초월한 까닭이다.
법요종의 종사 페라르바 존자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군주님, 하오나 연적하는 혼자서 혈주종을 멸할 정도로 무위가 뛰어납니다. 저희가 어떻게 그의 영기를 취할 수 있겠습니까?”
연적하를 잡아 달라는 소리다.
그런데 우샤스 킨샤사 군주가 의외의 대답을 했다.
“연적하의 영기를 취하면 신이 될 수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구나.”
“예? 거기에 뜻이 있었습니까?”
“일곱 종문의 존자들, 그중에 둘이 죽었으니 다섯이 남았겠구나. 그들이 그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연적 하를 따를 거라고 생각하느냐?”
“하오시면…….”
“일곱 존자들이 힘을 합쳐 연적하를 제압하라는 소리다. 한 손으로는 열 손을 당해 내지 못한다.”
광염종의 백은 존자가 슬쩍 끼어들었다.
“백번 지당하신 말씀이오나, 저희 존자들에게 그런 준비를 할 만한 시간이 있겠습니까? 조만간 연적하가 천지종을 이끌고 법요종에 들이닥칠 수도 있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연적하는 법요종에 오지 않을 것이다. 혹여 그가 온다 해도 걱정하지 마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가 직접 그를 잡아 너희 앞에 무릎 꿇릴 터이니.”
우샤스 킨샤사 군주의 약속에 백은 존자와 페라르바 존자의 안색이 환해졌다.
***
황천주.
철한성.
광염종 종산 금악산.
황천궁.
신시 초(오후 3시) 무렵, 연적하와 열 명의 천지종 노조들은 궁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빈 대전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연적하에게 검지산 노조가 말했다.
“대종사님, 금악산에 광염종의 제자라고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대종사님이 두려워 종산까지 비우고 달아난 것 같습니다.”
“내가 듣기로 종산에서의 싸움이 진짜라고 하던데. 이렇게 비우고 달아나기도 하나요?”
“저도 종산을 비우고 달아난 종문은 처음입니다. 혈주종에서의 일을 알고 지레 겁먹은 게 아니겠습니까?”
검지산 노조는 대종사를 추켜세우기 위해 한 소리지만, 정작 연적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씁쓰름한 얼굴로 서 있던 연적하가 빈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람을 풀어서 알아봐요. 광염종이 어디로 피했는지. 마신의 침공이 코앞에 닥쳤는데 숨으면 안 되지.”
연적하는 광염종이 필요했다.
혈주종이야 하는 짓이 인간 같지 않아서 죽였지만 광염종은 다르다.
광염종도 종문의 일원으로 구주를 지켜야 한다.
그래서 적당히 혼내고 끝내 주려 했더니 아예 달아나 버릴 줄이야.
“예.”
검지산 노조는 즉시 진인들 중에서 열 명을 추려내 하산시켰다.
선발된 진인들은 정복자의 얼굴로 씩씩하게 금악산을 내려갔다.
진인 신분에 괴랄하기로 소문난 광염종을 접수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산했던 진인들은 한 시진(2시간)쯤 지나 돌아왔다.
검지산 노조는 진인들의 의견을 취합한 후에 연적하를 찾아갔다.
“대종사님, 진인들이 모두 돌아왔습니다.”
“뭐래요?”
“사흘 전 서쪽 방면으로 이동하는 것을 본 사람들이 있답니다.”
“서쪽?”
“아무래도 법요종으로 달아난 것 같습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네요?”
“예, 지금 광염종이 의탁할 곳이라고는 법요종밖에 없으니까요.”
검지산 노조는 연적하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아무리 대종사가 강하다 해도 법요종과의 전쟁만큼은 피했으면 했다.
연적하 역시 쉽게 결정하지 않았다.
법요종의 우샤스 킨샤사 군주를 두려워 해서가 아니다.
어차피 천문 때문에라도 우샤스 킨샤사 군주와의 일전은 피할 수가 없다.
다만 종문 전쟁으로 전체 종문의 힘이 약해지는 게 신경이 쓰였다.
벌써 두 개 종문이 박살 나서 구주의 전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여기서 광염종과 법요종이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어서 좋을 게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돌아가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과 남궁연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지금이 오월 말이니 남궁연의 출산까지 다섯 달 남짓 남았다.
즉, 다섯 달 이내에 강호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리다.
그러려면 최대한 빨리 법요종을 점령해야 한다.
아홉 종문의 천문을 손에 넣는다 해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걸 연구할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세월 누구도 천문의 비밀을 풀지 못했지만 연적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머리를 쓰는 건 남궁연의 몫인 까닭이다.
자신은 천문의 주인이 되기만 하면 된다.
‘몰라. 난 갈 거야. 내가 언제부터 구주를 걱정했다고.’
광염종과 법요종의 일은, 굳이 말하자면 자업자득인 거다.
극렬하게 저항하면 큰 피해를 입을 테고, 아니면 팔 하나로 끝날 수도 있다.
마음을 정한 연적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검지산 노조가 조마조마한 얼굴로 연적하를 보았다.
“대종사님?”
“다들 모이라고 해요.”
“예? 예…….”
검지산 노조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고 싶었지만 명령이 우선인지라 밖으로 튀어 나갔다.
잠시 후 마흔다섯 명의 천지종 고수들이 궁으로 들어왔다.
검지산 노조가 뭐라고 했는지 노조와 진인 들 모두 잔뜩 긴장한 얼굴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적하는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광염종이 법요종으로 달아났다는 거 알죠? 우리가 여기서 그냥 돌아가면 사람들은 내가 법요종을 두려워해서 그런 줄로 알 거예요.”
노조와 진인 들은 숨을 멈추었다.
설마설마했는데 대종사는 정말 우샤스 킨샤사 군주와 싸우려는 것일까?
“법요종으로 가서 이참에 아홉 종문을 통합해야겠어요. 저녁 먹고 바로 출발할 테니까 준비들 하세요.”
“…….”
연적하의 말이 끝났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들 할 말이 많은 얼굴로 서로의 눈치를 보며 뭉기적거리기만 했다.
“왜요? 할 말 있어요?”
연적하의 물음에 천지종 고수를 대표해 검지산 노조가 나섰다.
“대종사님. 법요종은 두렵지 않으나 법요종의 뒤에…….”
“우샤스 킨샤사 군주가 있다고요? 알아요. 그래서요? 광염종이 죄를 짓고 달아나도 못 본 척해 주자?”
“대종사님께서 목수평 노조의 복수를 해 주시려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만. 그렇다 해도 우샤스 킨샤사 군주는 신입니다. 노조의 팔 하나 때문에 대종사님께서 신과 싸우다니요. 아니 될 말씀이십니다.”
“검 노조.”
“예.”
“나는 우샤스 킨샤사 군주가 무섭지 않은데, 검 노조는 무서운가 봐?”
“신이시니까요.”
“신이니까 무섭다?”
“예, 많이 무섭습니다. 그분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떨립니다.”
“그렇구나. 나는 안 무섭고?”
순간 검지산 노조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왜 안 무섭겠는가!
천지종의 종사인 추회 존자와 다섯 제군을 홀로 쳐 죽인 사람인데.
화들짝 놀란 검지산 노조가 허리를 꺾었다.
“요,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주제 넘은 소리를 했습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용서해 줄게. 하지만 두 번은 안 돼. 자꾸 그렇게 내가 하려는 일에 딴지를 걸려면 종산으로 돌아가. 서로 각자의 길을 가자고. 그러는 게 서로를 위해 좋잖아. 안 그래?”
검지산 노조는 자신이 갈림길에 서 있음을 알았다.
목숨 걸고 대종사를 따르느냐? 아니면 그의 눈 밖에 나서 한직을 전전하다 늙어 죽느냐?
그렇게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멍청한 놈!’
노조밖에 남지 않은 지금 대종사가 죽으면 천지종의 미래도 없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운명이라면 대종사와 함께 가는 게 백번 낫다.
“이후로는 대종사님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습니다! 종산으로 돌아가라는 말씀만은 거두어 주십시오!”
“뭐, 검 노조가 그러겠다면 그렇게 하자고.”
이윽고 연적하는 다른 노조와 진인 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이 말야, 그렇게 어정쩡하면 안 돼. 뭔가 하기로 했으면 자기의 전부를 걸어야지. 깨달음도 마찬가지야. 전부를 걸어야 뭐라도 얻어걸리는 거라고. 입맛대로 골라 먹을 사람은 종산으로 돌아가.”
천지종의 노조와 진인 들에게 은근히 짜증이 난 연적하는 녹림에서처럼 말을 놓았다.
장내에 잠시 침묵이 돌았다.
하지만 노조와 진인 들 역시 바보는 아니다.
종산으로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그들 모두 검지산 노조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종사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종산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은 거두어 주십시오!”
돌아가겠다는 노조와 진인이 나오지 않자 연적하도 화를 풀었다.
“지금 딱 말해 봐. 우샤스 킨샤사 군주가 무서워 내가 무서워?”
“대종사님이 더 무섭습니다!”
“우샤스 킨샤사와 내가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아?”
내친김에 연적하는 군주의 호칭도 빼 버렸다.
이미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한 천지종 고수들은 망설이지 않고 화답했다.
“대종사님이 이깁니다!”
“좋아! 저녁 먹고 출발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들 해.”
“예!”
우렁찬 대답과 함께 노조와 진인들이 우르르 황천궁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메누아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대종사님이 더 무섭습니다? 대종사님이 이깁니다? 좀도둑들의 회합을 보는 것 같구나.”
메누아의 말에 연적하는 속으로 흠칫 놀랐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왠지 자신의 출신을 알고 하는 말 같아서다.
“조, 좀도둑이라니? 신성한 종문의 모임을 두고 그게 무슨 소리야.”
“하는 짓이 딱 그렇지 않으냐?”
“원래 투지를 북돋우려면 윗사람이 이렇게 해 줘야 하는 거야. 너도 봤잖아. 처음에는 겁먹고 의기소침해 있던 사람들이 펄펄 날뛰는 거.”
“그래서, 너는 정말 우샤스 킨샤사를 상대할 자신이 있는 것이냐?”
“당연하지.”
“무엇을 근거로?”
“나의 강함?”
“풋! 혈주종에서 보여 준 검공을 믿고 그러는 거라면 아서라. 내가 반신급의 검공이라 말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우샤스 킨샤사는 신이다.”
“그래서, 내가 질 것 같냐?”
“그 검공이 네 밑천의 전부라면 반드시 진다.”
“음, 그래? 그럼 느긋하게 있으면 안 되겠네? 조금은 긴장이라는 걸 해 볼까?”
메누아가 황망한 얼굴로 연적하를 보았다.
인간인 그가 신과의 싸움을 앞두고 보이는 태평스러움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 머리가 나쁘다고 했었지? 알겠다.”
메누아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그의 언행을 머리 탓으로 돌렸다.
“뭐래? 그래도 남들만큼은 된다고 했거든? 심지어 잔머리는 뛰어난 편이고.”
연적하가 구구절절이 설명을 늘어 놓았지만 메누아는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은근 불쾌해진 연적하가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그쪽도 할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왜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것 같지?”
“참새가 대붕(大鵬)이 하는 일을 어찌 알겠느냐? 나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우샤스 킨샤사를 상대할 방법이나 잘 궁리해 두거라.”
“누가 참새고 누가 대붕인데?”
“과연! 그것까지 설명해 줘야 알아먹는 머리였구나. 네가 참새고, 내가 대붕이다.”
연적하가 기막힌 얼굴로 반박했다.
“이거 왜 이래? 내가 이래 봬도 곤화위붕(强化爲鴨, 물고기가 새로 변함)의 과정을 거친 사람이거든? 대붕은 그쪽이 아니라 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