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709
709회. 서로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회한 옥청 노조의 눈에 연적하 대종사가 검령을 다루는 법은 어딘지 이상했다.
그는, 평범한 검령도 으스대 만천하에 드러내는, 다른 종문 고수들과 달랐다.
마치 마지못해 꺼내는 것처럼 보였다.
대종사의 검령은 아주 잠깐 세상에 신위를 떨쳤다가 슬쩍 모습을 감추었다.
마치 누가 보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건 검령을 자랑하지 못해 안달난 다른 종문 고수들과는 다른 행동이었다.
“내가 검령을 잘 다루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나요?”
역설적이지만 대종사의 반문을 듣는 순간, 옥청 노조는 문제가 뭔지 알았다.
대종사는 검령을 잘 다루지 못한다고 생각해 사용하기를 꺼려 하는 것 같았다.
“아닙니다. 저는 단지 대종사님이 검령을 자주 사용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고만 말씀드렸습니다.”
“아, 그랬구나.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짧고 간단한 답이지만 옥청 노조는 그것이 그저 하는 말임을 알 수 있었다.
대종사의 똥 씹은 얼굴을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시다면 앞으로 자주 볼 수 있는 겁니까?”
“자주 봐서 뭐하게요?”
연적하는 다소 까칠하게 되받아쳤다.
예상치 못한 그의 반응에 깜짝 놀란 옥청 노조가 다급하게 변명했다.
“대종사님의 검령은 천고에 다시 없을 검령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그렇게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불쾌했다면 용서해 주십시오.”
옥청 노조가 납작하게 엎드리자 연적하는 자신이 지나쳤음을 알았다.
“아, 불쾌한 게 아니라. 소요종에서의 일이 떠올라 그랬던 거예요.”
“소요종에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안 좋은 일이라기보다는…….”
연적하가 말끝을 흐렸다.
문득 왕옥산(王屋山) 비경에서 돌아와 검령을 소개하던 날의 일이 떠올랐다.
태을 존자의 칠요검령이 구천검령을 향해 날아왔다.
꽈르르릉-!
천번지복(天朝地)의 폭발음과 함께 밤하늘에서 불꽃이 튀었다.
대폭발과 함께 칠요검령과 구천검령이 사라졌다.
모두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하늘을 볼 때, 붉은 검형이 유성처럼 떨어져 내렸다.
구천검령이었다.
깜짝 놀란 태을 존자가 검을 뽑아 머리 위로 휘둘렀다.
천산검영(天山劍影)을 참오하다 창안했다는 통천검강(通天劍罡)이 위로 솟구쳤다.
콰콰콰콰-.
소용돌이치며 올라간 수백 개의 진검강이 구천검령을 휘감았다.
그러나 통천검강은 구천검령을 당해 내지 못했다.
콰지지직-!
썩은 지푸라기처럼 가루가 된 통천검강의 파편들이 밤하늘에 흩날렸다.
이겼다고 생각했다.
그때 돌연 허공으로 날아오른 태을 존자가 검결지로 구천검령을 지그시 눌렀다.
순간 구천검령이 거짓말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태을 존자는 구천검령을 꾹 누른 상태로 표표히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야릇한 표정으로 말했다.
“연 진인, 아니 이젠 제군이라 불러야겠구려. 종문 역사상 그대보다 빠른 성취를 가진 제자는 없을 것이오.”
태을 존자의 검령은 이겼지만, 태을 존자에게는 패한 느낌이 들었다.
한순간이지만 분명히 구천검령을 통제할 수 없었다.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빼앗긴 느낌이랄까.
연적하는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 냈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구질구질한 기분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래서 검령을 잘 쓰지 않았던가 보다.
연적하는 옥청 노조와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깨달았다.
‘구천검령의 제어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에 사용을 자제했던 모양이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일 정도로 말이다.
연적하의 시선이 옥청 노조를 향했다.
심통의 스승이라고 하더니 자신에게 그걸 일깨워 주려 했나 보다.
뜻밖의 호의지만 싫지는 않았다.
“잠깐 얘기 좀 할까요?”
“예.”
옥청 노조는 자신의 뜻이 대종사에게 제대로 전해졌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대종사가 자신을 밀어내지 않았다는 것도
연적하는 천천히 백운호반에 난 작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옥청 노조는 묵묵히 그와 보조를 맞춰 걸었다.
“지난 가을에 왕옥산에서 검령을 얻고 소요종으로 돌아갔었거든요. 그때 태을 존자가 내 검령을 시험해 보겠다고 해서 싸운 적이 있어요.”
“아, 예.”
“어찌어찌하다가 내가 태을 존자의 검령을 부쉈거든요. 그런데 그 직후에 태을 존자가 내 검령을 검결지로 탁 멈춰 세우더라고요. 내가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검령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한순간이지만 그때 태을 존자에게 검령을 빼앗긴 느낌이 들었어요.”
“아!”
옥청 노조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검령의 통제권을 잃은 일이 대종사에게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 뒤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검령도 결국 신외지물(身外之物)이니 다른 사람에게 강탈당할 수 있겠다고. 그 뒤로는 마음이 편하지가 않더라고요.”
마음이 불편하니 자연히 겸령을 꺼내 쓸 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게 연적하가 검령의 사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였다.
“대종사님.”
“예?”
“저는 검령을 수련한 지 삼백 년쯤 됩니다. 어쩌면 검령에 대해 대종사님보다 더 많은 걸 알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검령과 사람은 심령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기는 단지 검령을 움직이는 수단에 불과하지요.”
“아! 그래요?”
“예, 그러니 제삼자가 검령을 강탈해 가는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검령은 온전히 그것과 합일한 사람의 것이니까요. 이화접목의 수법에 대해 아십니까?”
“물론이죠. 다른 사람의 기운을 이용하는 거잖아요.”
“맞습니다. 이화접목으로 갑(甲)의 팔로 을(乙)을 때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렇다고 해서 갑의 팔이 내 소유가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죠.”
“같은 이치입니다. 태을 존자가 잠시 잠깐 대종사님과 검령의 관계를 훼방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태을 존자에게는 굉장한 위험한 일입니다. 검령이 반격하면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대종사님과 검령의 연결 고리가 아직 약한 것을 알고 꼼수를 쓴 거지요.”
“꼼수라고요?”
“대종사님의 검령을 태을 존자가 제어한 것이 아니라, 아직 약한 연결 고리를 잠깐 흔들었던 겁니다. 만약 대종사님과 검령이 굳건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면 태을 존자는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둘의 연결 고리가 약하다는 걸 확신하지 못하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행동이지요.”
“허!”
연적하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날 태을 존자가 워낙 자연스럽게 행동해서 그의 능력이 출중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옥청 노조의 말을 들으니 크게 속은 기분이다.
그런 걸 모르고 검령의 제어권을 빼앗길까 봐 잘 꺼내지도 않았다니.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연적하에게 옥청 노조가 말했다.
“검령과의 연결 고리가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표현은 안 하지만 검령도 인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검령과 뜻이 통하면 검령은 더욱 강한 힘을 냅니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그 반대겠지요. 그러니 부부처럼 서로 맞춰 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 그런 건 생각지도 못했네요.”
연적하는 옥청 노조의 말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고 보니 비경에서 아홉 자루의 구천검령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다.
합일하고 난 뒤로 더 이상 말은 없었지만 근본이 바뀌지는 않았을 터.
구천검령과 자신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그 반대로 행동한 셈이다.
연적하의 표정이 밝아지자 옥청 노조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주제넘은 짓을 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혹여 기분이 상하셨다면 용서해 주십시오.”
“아이고! 아니에요. 큰 도움이 됐어요. 내가 아직 종문의 일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나중에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불러 주십시오. 제가 아는 것이라면 모두 말씀 올리겠습니다.”
“예, 꼭 그렇게 할게요.”
“더 하실 말씀이 없다면 노조들을 한 사람씩 대종사님에게 보낼까 합니다만.”
“그렇게 하세요.”
연적하가 허락하자 옥청 노조는 머리 숙여 인사한 후에 다른 노조들에게 돌아갔다.
그날 밤 연적하는 다른 노조들을 위해 세 개의 법기를 더 만들었다.
하루 동안에 무려 네 개의 법기를 만든 셈이다.
다른 종사들이 평생에 걸쳐 만들 법기를 만들었지만 연적하는 힘든 줄을 몰랐다.
내친김에 더 만들까도 생각했지만 딱히 주고 싶은 사람이 없어 그만두었다.
***
다음 날 아침.
진인들을 이끄는 노조들의 얼굴에서 빛이 났다.
제군이나 돼야 얻을 기회가 생기는 법기를 노조 신분에 받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법기만 받았어도 감사할 판인데, 구경만 했던 법기보다 성능이 월등하게 뛰어났다.
노조들마다 원하는 법기가 달랐다.
예컨대 명선 노조는 옥청 노조처럼 영패를 원했지만, 검학 노조는 단검을, 그리고 적공 노조는 화살촉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법기가 오뢰호령패(五雷號令牌), 화룡입밀검(火龍入密劍), 섬전무흔촉(閃電無痕)이다.
법기의 공능을 확인한 노조들은 진인들에게 더더욱 친절을 베풀었다.
대종사가 자신들에게 왜 그 귀한 법기를 만들어 줬는지 아는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본진에서 낙오된 상태임에도 낙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노조들은 마천의 군세에 쫓겨 달아나는 와중에도 절망하지 않았다.
네 명의 노조는 은연중에 대종사에게 희망을 가졌다.
겪어 보니 대종사는 자신들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었다.
하루에 네 개나 되는 법기를 만들 정도로 무궁한 영기에, 아홉 개나 되는 검령을 가졌다.
네 명의 노조들에게 대종사는 광명진천만큼이나 대단한 존재로 각인됐다.
그들은 은연중에 대종사를 광명진천과 같은 반열에 두기 시작했다.
모두가 백리하까지 가는 엿새 동안에 생긴 변화였다.
***
백리하.
사천포.
잘 나가던 진인들이 사천포에서 발목을 잡혔다.
포구에 배가 한척도 남아 있지 않아 도하를 할 방법이 없었다.
백리하는 강폭이 백 리(약 40킬로미터)나 된다.
노조들은 어검비행으로 날아가면 되지만 진인들에게 어검비행은 역부족이다.
일 리(一里. 약 400미터) 정도야 한 번쯤 시도해 볼 수 있다지만 백 리는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진인들은 배를 찾기 위해 백리하 강변을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상류와 하류 어디에도 배는 보이지 않았다.
그날 저녁, 다시 사천포로 모여든 진인들의 얼굴은 딱할 정도로 구겨져 있었다.
네 명의 노조가 텅 빈 선착장에서 검령을 수련하고 있는 연적하를 찾아갔다.
연적하에게 다가가던 노조들이 멈칫했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백리하 위를 형형색색의 검 아홉 자루가 조용히 날고 있었다.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비행하는 아홉 자루의 검은 소름 끼치게 아름다웠다.
옥청 노조의 입이 쩍 벌어졌다.
구천검령이라고 하던가.
검들이 어찌나 큰지 바다 같은 백리하가 평범한 강처럼 느껴진다.
대종사와 관계된 것들은 모두가 저렇게 상식을 초월한다.
득물(得物)의 경지에 오른 대종사, 대종사의 구천검령, 구주에서 가장 지혜롭다는 빙설화 제군, 그리고 대종사와 동향인 심통 진인까지.
부지불식간에 ‘대종사라면 천문(天門)을 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뜩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 명선 노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종사님.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순간 아홉 개의 검령이 스르륵 사라졌다.
검령이 사라진 백리하는 예의 그 압도적인 크기를 보란 듯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