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er is too good at sailing RAW novel - Chapter 271
270화 귀향 (3)
“정말…… 성공했단 말인가?”
문루는 얼이 빠진 채 중얼거렸다.
동창의 요원들은 물론, 조정의 석학들조차도 강해인의 정신 나간 항해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 멀리 회회도 상인으로부터 소식이 들려왔다.
정말로 항해에 성공해서 구라파에 도착했다고.
모두가 놀랐다.
하지만 그 놀라움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어느 순간 그에 대한 소식이 끊어졌기에.
이는 지중해의 주요 항구인 알렉산드리아가 파괴되면서 맘루크 술탄국이 함구령을 내렸기 때문이지만, 그런 상세한 사정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다.
살아있다면 소식이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
이렇게 판단이 섰지만, 그래도 기다렸다.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까.
소식이 끊긴 지 몇 달이 지나자, 확신이 든 동창은 움직였다.
이제는 무르익은 과실인 대만국을 통째로 삼키기 위해.
“호호호호.”
문루는 웃었다.
웃으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보니 이미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대만국에 추가로 세금을 걷는 건 자비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루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바꿨다.
체면이니 뭐니 하는 것은 고고한 사대부들이나 따지는 거고.
“없던 일로 하지요. 약속한 통조림과 화살은 최대한 빨리 마련하기를 바라요.”
그렇게 말하고는 문루는 자신이 타고 왔던 보선으로 향했다.
“그냥 가십니까?”
빠르게 감정을 추스른 허신애가 물었다.
“니예. 제가 대만국왕을 만났다가는 서로 감정이 상할 수 있으니까요. 그건 황제 폐하와 대명에 그리 좋지 않은 일이 되겠지요.”
그렇게 말하고는 문루는 검은 손가락을 흔들었다.
손바닥이나 손등은 하얀데, 손가락만은 탁한 검정이라 기괴하고 불길하게 느껴진다.
저 모습은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손가락을 볼 때마다 ‘갑작스레 피를 토하며 죽은 관리’ 이야기가 떠오르니까.
“왕비 마마께서 현명하게 처신하시기를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문루는 그대로 배를 타고 떠나버렸다.
참 신기한 일이다.
문루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말투와는 달리, 현재 명나라에서는 공포 그 자체인 존재다.
동창의 제독인 정화는 그나마 대화라도 되지만, 문루에게 찍히면 변명할 새도 없이 골로 간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그런 문루가 스스로 피하다니.
대체 상공에게서 뭘 본 것일까.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은 그저…….
사무치게 보고 싶었다.
***
단 한 번의 기항도 없이 리스본에서 대만에 도달하는 기염을 토했다.
거리는 대략 3만km.
지구의 둘레가 대충 4만km인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거리를 주파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너무 오래 걸리긴 하더라.
전생에는 20에서 25노트의 속력을 내는 컨테이너선을 타고, 수에즈 운하를 넘나들었으니 당연히 크게 차이나긴 하지만.
“…….”
“…….”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는 말에 선원들은 모두 갑판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대만을 바라보았다.
장거리 항해로 단련된 우리 선원들조차 이 정도로 힘들어하다니.
확실히 배의 속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겠다.
“다들 고생했다.”
평소라면 환호했을 이들도 이번에는 조용했다.
백 마디 말보다 간절함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가 고향인 선원들의 경우 자신들의 고향을 쭉 지나쳤을 때의 표정이란.
“대만에 도착하면 장기 휴가를 줄 테니 푹 쉬면 된다.”
“…….”
“대답이 없네. 우리 저~ 남쪽에 있다는 거대한 미지의 섬을 탐험하고 갈까?”
“와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선원들은 곧바로 엄청나게 환호했다.
탐험하자는 뜻이 아니라, 환호해 줄 테니까 항해는 이제 그만이라는 의미다.
짜식들이 말이야.
엄살은 아주 그냥.
많이 힘든 건 맞지.
그래도 원 역사에서 초기 개척 선원에 비하면 꿀 빤 것도 사실이다.
목적지를 정확하게 알아서 돌아갈 일도 없어.
괴혈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시달릴 일도 없어.
그렇다고 선상에서 대우가 나쁘길 해.
……선상 대우?
“너희 설마 식사가 힘들었니?”
“…….”
“미안하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
“아닙니다!”
귀향길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정비한 항구는 잉글랜드의 브리스톨.
당연히 식량도 여기에서 보충했다.
잉글랜드식 쉽 비스킷과 잉글랜드 식 육포를 보충했지.
생으로 먹었다간 치아가 박살 날 것 같아서 바닷물에 오래 담가서 불려 먹기도 했을 정도다.
이런 음식을 두 달 넘게 먹었으니 당연히 힘들 법도 하겠지.
“근데 돈을 아끼려고 했던 건 아니고. 그게 보통이야. 어쩌겠어. 다른 음식은 오래 가질 않는다는데.”
갈 때는 통조림 까먹으면서 갔으니 더욱 대비되기도 하겠다.
유럽으로 갈 때 척박했고, 귀향길에 풍족했다면 오히려 찬양이 가득했을 텐데 말이다.
이래서 조삼모사라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
“아무튼, 다들 지친 것 같으니 말은 짧게 하겠다. 그동안 수고했고, 도착하면 푹 쉬어라. 내 스타일 알지? 성과금은 기대해도 좋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현재 시각, 대충 오후 6시 반.
태양이 거의 다 저문 시점이다.
그런데 이 시간에 보선 한 척이 타이중 항구를 스르륵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럴 수도 있긴 한데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졌다.
보선은 원정대가 사용하는 배.
분명 저쪽도 우리를 봤을 거란 말이지.
근데 왜 인사도 안 하고 도망치듯 나가는 거지?
그것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당연한 말이지만 낮 항해보다 밤 항해가 훨씬 위험하다.
어지간히 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이 시간에 출항할 일은 거의 없다.
“……속력을 최대한으로 높여라.”
이소군의 말이 옳았다.
현재 우리 세력에 가장 위협적인 세력이라 하면 당연히 영락제의 명나라다.
특히 우리가 잘 나가면 잘 나갈수록 더욱 견제할 것이라는 점이 치명적이다.
따라서 지난 1년간의 변화를 한시라도 빨리 알아낼 필요가 있다.
“별일 없었으면 좋겠네.”
그럴 일은 없겠지만.
***
태양이 지고, 달이 떴음에도 타이중 항구는 대낮처럼 불이 켜졌다.
당연히 늘 이런 것은 아니다.
아마도 내가 오는 것을 발견하고 항구의 책임자가 불을 켜도록 명령한 모양이다.
덕분에 배는 안전하게 항구에 들어갔다.
자동차 운전에 있어 주차는 가장 기본이지만 의외로 상당히 어려운 것이듯, 배 역시도 기항이 가장 어렵다.
방향을 쉽게 틀기도 어렵고, 끊임없이 움직이니까.
사고 역시도 이때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항구에서 선박의 입출항을 인도하는 도선사가 괜히 많은 돈을 받는 게 아니다.
아무튼.
다행히 우리는 아무 일 없이 기항에 성공할 수 있었다.
1년 사이 항구가 많이 넓어졌네.
배에서 내리자 순간 몸이 굳어지는 걸 느꼈다.
눈앞에 그리워 마지않은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오셨습니까. 전하.”
허신애는 담담하게 인사를 건넸다.
“다녀왔어.”
나 역시도 담담하게 인사를 받았다.
허신애가 다가왔다.
1년 사이에 키가 조금 커졌네.
아직도 성장기인가.
“……야윈 듯 보입니다. 그간 식사를 잘하시지 못했습니까?”
허신애가 손을 뻗어 내 뺨을 어루만졌다.
살짝 놀랐다.
손이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웠기 때문에.
항구에서 연락을 받고 급하게 마중 나온 줄 알았건만.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밖에 나와 있었던 모양이다.
“잘 먹었어. 다만 돌아올 때 가져온 음식이 별로 맛이 없더라.”
맛이 있나, 없나를 떠나서 이걸 먹을 수 있나를 따져야 할 정도로 매우 딱딱했다.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솔직히 사람 먹을 만한 건 아니었다.
원 역사에서 대항해시대 때는 대체 어떻게 이런 걸 먹고 1년 항해를 한 건지 모르겠다.
본격적으로 항해를 떠나기 전 통조림을 개발한 건 신의 한 수였다.
“……대보선의 황금 장식이 몇 군데 떨어져 나갔군요. 폭풍을 만났습니까? 아니면 전투가 있었습니까?”
“전투가 있었어. 들어봤지? 인도 너머에 있는 맘루크 술탄국이라고.”
“예. 들어보았지요. 가끔은 그쪽 상인이 여기까지 오기도 하고요. 다시는 들이댈 수 없도록 이빨을 철저하게 뽑아야겠습니다.”
동의한다.
내가 콘스탄티노플에 머물 때까지 답을 가져오라고 했건만, 당연히 맘루크 술탄국은 그러지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중해와는 달리 인도양에서는 그들을 지원해줄 세력도 없는데 말이다.
“날씨가 쌀쌀하네. 회포는 나중에 풀고 왕궁으로 돌아가자.”
“예. 전하.”
기항하기 전까지만 해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계산이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 편인 사람이 함께 해주고 있으니까.
***
전생에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대체 왜 결혼을 하고, 왜 아이를 가져야 하는가.
결혼과 출산이 대체 무슨 장점이 있지?
의무는 훤히 보일 정도로 늘어나는데, 그에 반해 장점은 딱히 보이지 않았으니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성장하는 지름길이라고.
계속 버텨내고 이겨내다 보면 어느 순간 이전의 나보다 훨씬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꼭 위대하게 살아야 하나.
내 한 몸 간수하기도 힘든데, 안 위대해도 좋으니 그냥 살면 안 되나.
어른들의 말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저 매우 궁금했을 뿐이다.
‘결혼하면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저에게 결혼을 권유하는 당신은, 결혼해서 행복하셨습니까.’
내가 운이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아마 직업적인 특성 탓도 있을 것이다.
항해사다 보니 오랫동안 육지를 떠나야 하고, 오랫동안 육지를 떠나 생활하다 보면 가족과의 관계는 멀어지기 쉬우니까.
비정기적 기러기 생활이라고 할까.
아무튼.
결국, 답을 알아내지 못한 채 내 삶은 끝이 났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한 번의 삶이 더 부여되었다.
나는 전생에 모르고 살아왔던 그 부분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결혼하면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결혼해서 행복하셨습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나를 보며, 조선의 어르신들은 허허롭게 웃으시더니 가서 공부나 하라고 했다.
대과에 급제하고 관리가 된 이후에 또 물어보고 싶었는데, 첩을 두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라는 둥 헛소리를 하는 걸 보고 포기했다.
그렇게 내 질문은 영원히 해답을 알아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전혀 예상외의 분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상업이었다.
예를 들어 내가 좋은 술과 고기를 사 먹었다.
돈을 쓴 결과 얻은 것이라고는 늘어진 뱃살과 안 좋아진 건강뿐이다.
따라서 나는 매우 멍청한 선택을 한 셈이다.
건강을 해칠 방법이라면 널리고 널렸는데, 굳이 돈을 줘가면서 그 짓을 했다는 뜻이 되니까.
탄산음료나 담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이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가.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만족감 때문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의무는 두 배 이상 늘어나고, 권리는 절반 이하로 깎인다.
아이라도 태어나는 날에는 삶은 더욱 가시밭길로 변한다.
한없이 어리석기 그지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 편’이라는 존재는 만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안정감을 주고.
의무는 두 배 늘어났지만, 이를 같이 들어주기에 딱히 무겁다고 느껴지지 않았으며.
권리는 반으로 줄었지만, 배우자의 권리도 함께 누릴 수 있기에 오히려 더 커진 것 같은 만족감을 준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태어났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행복함을 느꼈다.
물론 내가 그만큼 좋은 배우자와 결혼했기에 느낄 수 있는 행운이다.
나는.
이 행운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대가를 치러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