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99
899화 해치웠다?
전속력으로 자리를 벗어난 엽현은 곧 만유서원에 도착했다.
부문종이 아닌 만유서원으로 온 까닭은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 만유서원에 진입한 순간, 그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서원의 상공에서 이름 모를 중년인이 장문수와 대치 중이었던 것이다.
엽현은 직감적으로 중년인이 서영족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편 엽현이 돌아온 것을 본 장문수 역시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았다.
이때의 만유서원은 엽현을 지켜주기가 다소 벅찬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중년인을 흘끔 바라본 엽현이 장문수를 향해 헤헤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깐 책이나 보려고 들렀어.”
“…죽기 싫어서 도망쳐 왔다는 얘기를 왜 둘러서 하느냐?”
“…….”
이때 중년인이 엽현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제 발로 이리 도망쳐 올 줄은 몰랐군.”
“하하, 실망했나?”
“후후……. 조금?”
바로 이때, 고금을 등에 멘 남자와 다른 서영족의 강자들이 도착했다.
그러자 만유서원 측 강자들 역시 장내에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양과 질에서 서영족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직 많은 수의 만유서원 무인들이 복귀하지 않은 탓이었다.
이때 공중의 중년인이 장문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장 소저, 오늘 우리의 목표는 오직 엽현 하나뿐이오. 만약 그대가 여기서 물러난다면 우리도 그를 죽이고 난 후, 미련 없이 이곳을 떠나겠소. 어떻소?”
이에 장문수가 비웃으며 대답했다.
“원승(元勝), 엽현을 죽이고 나면 다음은 우리 만유서원을 치려 할 것이 분명한데, 왜 그런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거지? 나를 멍청이로 아는 건가?”
이때 근처에 있던 엽현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잘한다, 장문수! 그런 거짓말쟁이는 혀를 뽑은 다음 똥물에 튀겨 버려야 해! 잘하고 있어!”
“…너는 좀 닥치고 있으면 안 될까?”
장문수가 매섭게 노려보자 엽현은 황급히 입을 막았다. 엽현은 그녀가 기분 나쁠 때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만유서원에서 자신을 받아주지 않으면 더 이상 갈 곳도 없지 않은가.
이때 중년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장 소저가 이미 엽현을 보호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으니 더 이상 긴말하지 않겠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년인 뒤 편에 서 있던 네 명의 백의 노인들이 각자 의미를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곧, 만유서원 상공이 어두워지더니, 하늘에 돌연 일곱 개의 성신이 출현했다.
진법!?
엽현의 안색이 잿빛으로 변했다.
서영족의 진법이 얼마나 악랄한지는 자신이 더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뭔가 떠올랐다.
[연천, 혹시 진법과 관련된 도칙도 있어?] [물론이다. 팔층에 있던 아이가 진법에 정통했었지. 서원에 설치된 진법의 절반은 모두 그녀가 만든 것이다.] [지금 어디 있어?] [그걸 내가 알겠느냐?] […….]바로 이때, 일곱 개의 성신에서 일곱 개의 찬란한 성광(星光)이 뿜어져 나왔다. 이 빛들이 아직 땅에 닿기 전, 강대한 위압이 만유서원 전체를 뒤덮었다.
순간 엽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금 이 진법은 얼마 전에 자신이 겪은 것보다 더 강한 것이 아닌가!
엽현이 황급히 장문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 그녀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출진(出陣)!”
쾅-!
순간 서원 깊은 곳으로부터 황금색으로 번뜩이는 책 한 권이 솟구쳤다. 이윽고 책이 펼쳐지고, 책으로부터 황금색 글자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하늘을 가득 수놓았다.
찰나의 순간, 이 글자들이 한데 모이더니 황금색의 두꺼운 방패가 되어 만유서원 상공에 놓였다.
이때, 성광이 떨어졌다.
콰콰콰쾅…….
성광이 떨어질 때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방패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균열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심해지자 아래쪽에 있던 만유서원 강자들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진법이 깨진다니!
바로 이때였다.
“주천비!”
장문수의 외침에 엽현은 주저 없이 그녀를 향해 주천비를 날려 보냈다. 그녀가 주천비를 잡은 순간, 황금 방패가 부서지며 일곱 개의 성광이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어(御)!”
장문수가 머리 위로 주천비를 크게 휘두르자, 이번에는 거대한 검은 방패가 공중에 생성됐다.
콰콰콰쾅…….
마찬가지로 굉음을 발생시키며 방패 위를 사정없이 두들기는 성광들.
이 엄청난 위력에 검은 방패 역시 순식간에 갈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 검은 방패 표면에서 돌연 일곱 개의 찬란한 성광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순식간에 성공에 진입한 성광들은 결국 성공에 걸려 있던 일곱 개의 성신과 충돌했다.
콰콰쾅…….
성신들은 큰 충격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파괴되지는 않았다.
이때 장문수가 돌연 하늘 위로 솟구쳤다. 순간 그녀의 손 안에 한 줄기 뇌창(雷槍)이 응집됐다.
“저 여자를 막아!”
원승이 소리친 순간, 이미 고금을 멘 남자는 장문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남자가 재빨리 고금을 무릎에 놓고 탄하자, 기이한 힘이 마치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장문수를 향해 날아갔다.
그의 정면, 장문수가 히죽거리며 들고 있던 뇌창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쾅-!
그녀를 향해 날아오던 힘은 그대로 소멸했고, 남자 역시 멀찌감치 튕겨져 날아갔다. 이때 장문수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성공 중의 성신을 향해 출수하려는 순간, 그보다 먼저 성신에서 일곱 개의 성광을 뿜어냈다.
장문수를 향해 날아드는 일곱 개의 성광!
이를 본 장문수가 황급히 뇌창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콰쾅-!
성광에 정통으로 직격 당한 장문수는 그대로 지면으로 추락했다.
정신을 차린 장문수가 재빨리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때, 성공 속의 성신들이 돌연 하나로 뭉치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하나의 빛나는 검을 응집해냈다.
성신검(星辰劍)!
이 검이 장내에 출현한 순간, 성공 전체가 흔들렸다. 동시에 만유서원 주변의 공간이 다소 투명하게 변했다.
공간이 성신검의 힘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를 본 장문수가 입술을 질근 씹으며 출수하려 하는 순간, 엽현의 전음이 들려 왔다.
[가만있어, 오빠가 처리해줄게!]“…….”
성신검을 본 순간,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흘렸다.
검에 담긴 기운이 대단히 강할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정순한 성신지력(星辰之力)을 함유하고 있던 것이다.
저걸 내가 흡수할 수만 있다면…….
결심이 선 엽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한 줄기 빛이 되어 성신검을 향해 날아가는 엽현.
이를 본 원승의 표정이 순간 사색이 되었다.
“안 돼! 놈은 검을 흡수할 수 있다! 빨리 진법을 해체해!”
그 말을 들은 백의 노인들이 황급히 진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채 주문을 완성하기 전, 성신검은 이미 엽현의 정수리를 파고들고 있었다.
쾅-!
강대한 기운이 엽현의 체내로부터 터져 나오면서 성공 사방이 온통 들끓기 시작했다.
이를 본 원승의 표정이 순간 크게 일그러졌다.
검을 흡수하다니, 저게 무슨 해괴한 짓거리란 말인가?
저게 과연 사람인가 괴물인가!
한편, 원승 외에도 크게 당황한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장문수였다.
장문수의 표정 역시 해괴해지긴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 그 검의 위력은 그녀라 해도 받아 낼 자신이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런데 그런 성신검을 단숨에 집어 삼킨다?
미친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장문수는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한편, 성신검을 흡수한 엽현은 해일처럼 들이닥치는 기운에 마치 몸이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성신검이 함유한 기운이 대단했던 것이다.
결국 참지 못한 엽현이 아래쪽의 장문수를 향해 소리쳤다.
“엄호해!”
빠르게 지면으로 내려온 엽현은 황급히 가부좌를 틀고 용암처럼 꿈틀대는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비록 전투 중이긴 했지만, 일단 몸이 터져 나가는 것은 막아야 했다.
이를 본 원승이 소리쳤다.
“절대로 놈이 기운을 흡수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돼!”
말을 마친 원승이 곧장 엽현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엽현 곁에 선 장문수가 무표정한 얼굴로 뇌창을 휘둘렀다.
쾅-!
뇌창에 가격당한 원승이 그대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러나 이때, 원승 뒤에 서 있던 네 명의 노인이 어느새 장문수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노인들을 발견한 장문수가 표정을 포악하게 일그러뜨렸다.
“재수 없는 늙은이들! 또 너희로구나!”
이 네 명의 노인들은 서영족의 진법사들이었다. 지금까지 발동된 진법들은 바로 이 네 노인들로부터 만들어진 것이었다.
네 백의 노인들은 장문수가 무슨 말을 하건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구결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내 장문수의 주변을 뚫고 붉은 쇠사슬들이 튀어 나왔다. 이 쇠사슬들은 순식간에 서로 얽히더니, 그녀의 주변으로 하나의 감옥을 만들어냈다.
“죽인다!”
장문수가 악에 받친 표정으로 뇌창을 휘둘렀다.
쾅-!
뇌광이 사방으로 튀면서 붉은 쇠사슬들이 격하게 흔들렸지만, 결국은 파괴되진 않았다.
장문수가 표독스런 눈빛을 흘리며 다시 한번 뇌창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쾅-!
재차 공간 전체가 크게 출렁였지만, 쇠사슬은 여전히 그녀의 주변을 에워싼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장문수가 아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장문수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점점 쇠사슬에도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이를 본 진법사 중 하나가 원승을 향해 소리쳤다.
“먼저 엽현을 죽이시오!”
엽현!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원승과 고금의 남자가 엽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자 만유서원의 강자들 역시 일제히 출수했다. 그 중 임소서는 고금 남자의 앞을 막아섰다. 임소서가 들고 있던 고서를 펼치며 구결을 외우자, 강력한 기운이 고서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를 보자 고금 남자 역시 빠르게 고금의 현을 튕기기 시작했다.
콰콰쾅…….
한편, 혼란스러운 틈을 타 원승은 엽현에게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이미 만유서원의 강자들 중에서는 그를 막을 자가 없었다.
원승이 막 엽현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데!
엽현의 미간 사이에서 작은 탑 하나가 튀어 나왔다.
갑작스레 정면으로 날아오는 검은 탑.
놀란 원승이 황급히 팔을 교차해 얼굴을 보호했다.
쾅-!
순식간에 수십 장 밖으로 밀려난 원승.
팔 전체를 타고 전해지는 저릿함에 원승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원승이 계옥탑을 노려보며 주저하고 있을 때 진법사의 외침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멍하니 있을 시간 없소! 우리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원승이 돌연 허공의 한편을 향해 소리쳤다.
“저 탑을 맡으시오!”
음성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내에 무명옷을 입은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이 계옥탑을 향해 일권을 뻗자, 계옥탑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편, 계옥탑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원승은 재차 엽현에게로 신형을 날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그의 앞을 막는 자가 없었다.
해치웠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원승.
바로 이때!
엽현이 두 눈을 번쩍 뜸과 동시에 천주검이 번뜩였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