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004)
〈 1004화 〉귀족 김캇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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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들이 편지를 보내?”
편지를 보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카린의 가문 놈들이었다.
내가 이 새끼들이랑 마주친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에는 전혀 없었다. 편지를 주고받을만한 사이도 전혀 아니었고 말이다. 아무래도 카린이 명성을 날리기 시작하니까 어떻게 우리 집 주소를 알아낸 모양이었다.
그래서 편지를 보낸 것이겠지.
감히 무단 정보 수집을 하다니.
“흠.”
베스타트 가문.
카린은 명가 베스타트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첩의 자식이었으며, 그랬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살아왔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어머님은 아홉 번째 첩이었고, 심지어 전투 중에 사로잡은 미르케샤 포로였다고 했다.
취급이 좋을 리가 없다.
카린의 부친 되는 사람에게는 부인은 물론이고 첩도 굉장히 많았으며, 자식 역시 한 트럭을 넘어서 두 트럭 세 트럭은 있다고 했으니까.
아무튼 그런 식으로 무시를 당하면서 살아온 카린은 왕국 기사단에 입대했지만, 거기에서도 야만족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 물론 그때도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강요되는 인사상 불이익을 참다못해 관두고 용병이 되었다.
그래서 카린은 자신의 가문도 왕국 기사단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가능만 하다면 때려죽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은 그냥 무시하면서 살아가는 중이다.
그런 카린에게 이딴 편지를 보내다니.
이건 두 배로 용서할 수가 없군.
“카린.”
나는 바로 집으로 들어가서 카린을 불렀다. 그녀는 씻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나시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는 상태였다. 터질듯한 가슴 때문에 흰 나시에서 유두가 비쳐 보인다. 탄탄한 허벅지도 참 매력적이지.
침이 흐를 정도다.
“오, 왔냐.”
목에 수건을 건 그녀가 인사했다.
“이거.”
“응?”
ㅡ촤르륵.
바로 표창처럼 편지를 날리자 그것을 민첩하게 잡아챈 카린이 편지를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뭐냐?”
“보는 대로.”
“뭐 때문이지?”
“몰라. 아직 안 읽어 봤어.”
편지는 아직 읽지 않은 상태였다.
누가 봐도 카린한테 온 것이었으니까.
“누나? 같이 읽을까? 아니면 먼저 볼래?”
“…뭐 별거라고. 같이 봐.”
카린이 소파 위에 풀썩 앉았고, 나도 그 옆에 가서 앉았다. 우리의 말소리를 들은 것인지 다른 그녀들 역시 한 명씩 다가와서는 관심을 보였다.
“카린? 뭐가 왔나요?”
“가문에서 편지 왔다는데.”
“어머, 세상에.”
카린의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가장 격하게 반응한 것은 위니아였다. 둘의 가정 사정은 비슷하니까.
“언니 가문에서 편지 왔어?”
“이거 봐.”
“존나 뭔 염치로 보냈대?”
그러게 말이다.
“…요즘 명성이 생긴 탓에 온 게로구나.”
“그렇겠지. 대왕한테 상 받을 때 가문 이름 나왔으니까. 뭐가 됐든 베스타트 가문에 긍정적인 영향이 가게 됐으니 나한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
리샤의 말에 카린은 마치 남 일처럼 대답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이 새끼들이 뭔 얘기를 하려고.”
그리 말한 카린이 편지를 찢고는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우리들 역시 그녀의 양옆과 뒤에 자리를 잡은 채 함께 그것을 보았다.
「사랑하는 나의 딸아.」
“어미, 뭐야 이거 이 씨발럼.”
나는 첫 줄을 읽자마자 감탄했다.
“애미 좆부랄 쉐끼 이거. 나 뭐 잘못 읽은 거 아니지?”
“대체 무슨…”
“웃겨, 진짜.”
“상식 이하에요!!!”
다른 그녀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우리는 카린의 사정을 전부 알고 있었기에 저 첫 문장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모욕인지 다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딸아? 이게 뭔 말도 안 되는 개소리냐. 뒤지기 싫으면 지랄은 여기까지만 해야 하는데.
이건 카린이 명성을 날리고 있으니 어떻게 이용해 보려고 보낸 편지였다.
“…”
그런데 카린은 고요했다. 한치의 표정 변화 없이, 그저 가늘 게 뜬 눈으로 편지를 읽어 내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
“…”
“…”
그 모습에 우리들 역시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 누나 지금 존나 빡쳤다… 나는 그것을 아주 제대로 느낄 수가 있었다. 평소에 카린이 자기 가문에 보이는 적의는 몹시 날카로운 것이었으니까. 나는 지금 그녀의 기분을 알고 있다.
ㅡ…
한동안의 침묵.
그런 두려운 분위기 속에 나도 편지를 읽었다.
내용인즉슨 이러했다.
베스타트 후작은 이번에 발키리전으로 대왕이 포상 행사를 주최하게 되었을 때 자신의 가문 이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게 뭔 일인지 알아본 모양이었다.
그래서 집 나갔던 자신의 옛 딸이 큰 공을 세우고 금의환향하여 수도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낸바, 딸의 귀환을 몹시 환영하며 그 팔라딘 사위와 함께 가문으로 와서 긴밀하게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씨발 도대체 먼 소리야.”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사람이 씨발 뻔뻔해도 정도가 있지 가문에서 없는 사람 취급하다가 공을 세우니 사랑하는 딸이라면서 부르려고 하다니. 이런 개 씨발럼들은 그냥 줫나게 두들겨 패줘야만 한다.
애초에 사위?
이거는 그냥 카린을 구실로 나한테 연줄을 대고 싶다, 그래서 놋쇠성천사회에 연줄을 대고 싶다. 뭐 이런 것으로밖에 판단이 되질 않는다.
이건 존나 처맞아야지.
“카린?”
“…”
카린은 진심으로 빡이 친듯했다.
ㅡ꽈악.
조용히 편지를 내려다보던 그녀가 주먹을 쥐어 편지를 구겼다.
ㅡ스르륵.
그러자 가루가 된 편지의 잔해가 그녀의 주먹 사이에서 흘러내렸다. 말 그대로 편지를 가루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어쩐지 그것은 베스타트 후작의 미래를 시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조만간 뼛가루로 화해 흩어질 것이라는 그런 미래를.
설마 진짜 그렇게 만들지는 않겠지만 카린한테 이따위 편지를 보낸 대가 정도는 무조건 치르게 될 것이었다. 아니. 치러야 한다. 모른 척 하고 지냈으면 여태까지 그래 왔듯이 카린은 언제까지고 딱히 큰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그것을 깨어버렸다.
“…그래, 사랑하는 딸을 보고 싶다는 말이지.”
“누나?”
카린이 불길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럼 봐야지.”
그리 중얼거리던 카린이 스트레칭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참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이 누나는 자기 가문에 폭력을 터트릴 권리가 있으니까. 나는 그것을 응원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랜만에 본가 좀 구경하러 가볼까.”
아무튼 카린은 얼어붙은 공간을 뒤로한 채 자연스럽게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계단을 올라가고 나서야 시간 동결이 해제되었다.
“캇트님…! 카린님이 몹시 화가 난 것 같아요!!! 너무 무서워요!!! 저희 어떡해요!!!”
힐데가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번만큼은 결코 호들갑이라고 할 수 없었다.
“시팔 나도 그래.”
“존나 어떡해. 카린 언니 개빡친 것 같은데.”
“어쩌긴. 누나 하고 싶다는 대로 하게 해 줘야지.”
“역시 그렇지?”
“그래. 카린한테는 당연히 그런 권리가 있어.”
연락 안 할 거면 영원히 하질 말던가 이런 타이밍에 했다는 것은 존나 처맞고 싶으니까 부디 와달라고 의뢰를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역시 인간은 너무 간사하네요. 옛날에는 업신여기다가 공을 세웠다고 사랑하는 딸 취급이라니… 상대측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을 못 하는 걸까요?”
고개를 갸웃한 아리가 인간종족을 까면서 의문을 표했다.
“원래. 인간은 옛날 일을 잘 잊는 종족이지.”
“잊어도 해가 안되는 쪽으로 행동하는 게 현명할 텐데요.”
“사람이 원래 딱히 현명한 건 아니야.”
사람이 현명한 종족이었으면 전쟁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튼 카린… 많이 화나 보였어요. 정말, 왜 지금 와서 이딴 것을 처보냈는지 원. 아주 그냥 카린 닮아서 좆같은 가문인가 봐요.”
은근슬쩍 카린을 디스한 리즈티나였으나, 그 얼굴에는 걱정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러… 아니. 리즈 언니? 갑자기 카린 언니 욕하기야?”
“이게 뭐 욕인가요. 그냥 표현이지.”
뭐가 됐든.
“캇트. 어서. 카린을 위로해 줘야해. 캇트의 소중한 부인이잖아?”
“말 안 해도 알고 있다고, 클라우디.”
올라가 보자.
* * *
레이든 베스타트 후작.
카린의 부친으로서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전사라고 한다. 젊을 때는 미르케샤 쪽과 전쟁을 하면서 획득한 전쟁포로를 판매하는 것으로 큰 수입을 올린 것을 기반으로 하여 지금의 `명가` 베스타트 가문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여성편력이 상당히 난잡한 편이라서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말도 있다.
근데 명가라고 불릴 만큼 상당한 힘을 축적해 놓은 귀족이라서 함부로 깝을 쳐도 될 만 한 사람은 아니기에 그의 여성편력은 언제나 무시된다는 모양이었다. 근데 뭐 워낙 자식들과 사생아가 많아서 `명가`라고 은근히 조롱당하는 느낌도 있고 그런다.
아무튼 베스타트 후작은 영주가 아니다.
수도에서 좀 떨어진 곳에 큰 장원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거기는 아마 친족 단위로 관리를 하는 것 같고, 수도에서 하는 일은 자기 소유의 부동산 관리와 사업체 운영인 모양이다.
“전형적인 수도 귀족이지. 영주는 아닌데 존나 살만한 그런 귀족. 적어도 누나가 알기로는 그런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는 거고.”
카린의 정보는 오래되었다.
“아무튼. 누나 많이 화났어?”
“안 빡칠 수가 있겠니? 이래 봬도 누나는 지금 존나게 화가 난 상태란다.”
팔짱을 낀 그녀가 서랍장 위에 앉은 채 눈을 감았다.
딱 봐도 존나게 화가 난 상태.
나는 이 마음을 아주 잘 안다.
“거 씨발럼들이 주제도 모르고 편지를 보낸 거지. 일단 첫 줄이 문제야. 사랑하는 딸아? 그냥 죽여달라고 광고하는 건가? 존나 어처구니가 없어.”
그리 말하자.
“내 말이.”
카린이 내 말에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편지면 모르겠는데 첫 줄에 박아두니까 존나 빡치잖아.”
“완전 씹새끼들이지.”
나는 그녀의 말에 욕을 첨가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실제로 말이 안 된다, 이건.
“그때 그런 취급을 해놓고 대왕한테 포상 좀 받았다고 바로 알아내서 편지를 보내?”
“개씨발럼들.”
“죽여야 돼.”
“존나 두들겨 패야지. 누나. 이건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 돼.”
“바로 그거다. 내 얼굴 보고 싶다는 데 우리도 낯짝 좀 보러 가자고.”
“가면 씨발.”
“뭔 말하는 지 구경좀 하다가 좆같은 말 꺼내면 줘 터트리고 와야지.”
애초에 그쪽이 명가라고 해서 우리들을 당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베스타트 후작이 제법 강하다고는 하지만 왕국기사단 중견 수준일 뿐이고, 그 정도면 내가 한 손으로도 가지고 놀 수 있다.
옛날 정보긴 하지만.
근데 좀 의문이 생긴다.
“근데 왜 불렀지? 단순히 대왕한테 포상받은 것 때문에 부르는 건 말이 안 되는데. 얼굴에 철판을 깔아도 자기가 어떻게 취급했는지는 기억하지 않나?”
아무리 대가리가 빠가라도 좋은 꼴 못 볼 것이라는 것은 잘 알 텐데 말이다. 구태여 편지로 사랑하니 뭐니 점수 따려고 쓴 게 이해가 안 된다.
“흠.”
내 물음에 카린이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애새끼들이 워낙 많아서 단순히 까먹었다거나. 우리 팔라딘한테 연줄을 대고 싶어서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거나. 아니면 그런 걸 빼고도 부를 이유가 있다거나.”
그런 가설을 내놓았다.
무슨 이유일까.
“어지간하면 없을 텐데. 자식들 존나 많다매? 그럼 그쪽 애새끼들이 반길 리가 없잖아.”
재산 같은 거로 괜히 시비나 털릴 텐데 말이다. 귀족 가문의 후계들은 형제자매들을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애새끼들이 많으면 당장 가문 계승을 누가 받을지에 대해서도 싸움이 일어날 거고, 유산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도 그런데… 뭐, 궁금하긴 하네. 뭐 때문에 부르는 건지.”
“아무튼 가보자고.”
“불렀으면 가야지.”
“근데 언제?”
편지는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조만간 정식으로 초대한다는데. 뭐, 그때까지 한 번 기다려 봐야지.”
“그래.”
정식으로 초대한다면야.
“아무튼 누나. 너무 좆같아 하지 말고. 그쪽에 신경 쓸 이유 딱히 없잖아? 안 그래? 그런 거에 마음 써봤자 좆같기만 하지.”
“야, 야. 괜찮아. 빡치는 거지 마음 불편한 건 아니니까. 왜. 누나 마음 상했을까 봐 걱정돼서 그러냐?”
“내가 항상 생각하는 게 그런 거지.”
“존나 귀엽다니까.”
기분이 좀 풀린 것인지 카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베스타트 후작 이 씨발럼.
조만한 손을 좀 봐줘야겠다.
아무튼 카린이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정식으로 초대장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