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533)
〈 1533화 〉 검머외전 – 이계의 마신
`시골 갈 꺼야 안 갈 꺼야!!! 이놈 새끼들이 좋은 말로 할 때 아빠 말 안 들어!!! 그 요상한 것들에 빠지더니 다 배렸네, 배렸어!!! 게임만 할 줄 알지 시골 생각은 하지도 않어!!! 여보!!! 몽댕이 어디 갔어, 몽댕이!!! 빨리 몽댕이 꺼내!!!`
문득 기억의 저편에서 광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으아아아아악!`
`아아악!`
`오아아아아아악! 사람살려!!!`
진짜 이상한 이유로 많이 맞곤 했었지.
도시로 이사간 뒤로 명절은 우리 남매에게 있어서 지옥 같은 날이었다. 막히는 고속도로. 시골까지 내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시간. 아니. 도로 사정에 따라 그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썩은 담배 냄새에 절어 있는 아빠의 낡은 차는 극단적인 멀미를 유발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다. 담배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놓은 방향제에서 뿜어져 나온 냄새가 오히려 묘한 시너지를 일으켰고, 그것은 어지럼증을 유발했다.
우리 삼 남매는 계속해서 검은 봉다리에 구토를 하며 시골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 무료한 공간에서 고통을 감내했다.
근데 명절뿐만이 아니야… 제사하는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제사에 무조건 참가해야 한다는 원칙주의자였으니까. 그래서 할아버지 대 배분의 친척들이 한 명씩 돌아가실 때마다 그런 고통의 제삿날이 늘어만 갔다. 한꺼번에 제사를 하면 좋았겠지만 원칙주의자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어린 나는… 먼저 돌아가신 할배들이. 귀여운 손자인 우리들까지 하늘나라로 데려가려 한다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제발 그만 좀 돌아가세요. 손자들 다 죽습니다.
`근태 요놈 새끼는 장남이 되어서 명절 되기 전에 미리미리 내려갈 준비를 해야지, 뭐?! 안 가?! 이번엔 집에서 공부하고 싶어?! 1년에 몇 번 보지도 않는 친척 보기가 그렇게 싫어!!! 어렸을 때부터 요상한 것들만 좋아하더니 애가 아주 그냥 예의가 없어졌어, 예의가!!! 아빠가 집에서 게임하려는 거 모를 줄 알아?! 게임중독자야, 중독자!! 저놈의 컴퓨터를 버려야 하는데!!!`
아버지는 그 우악스러운 손길로 나와 동생들을 잡아 쥐고는 그 작은 차에 강제적으로 욱여넣었다.
“와 시발.”
비인간적인 회상.
이게 떠올리려고 하니까 또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 나는 머릿속 추억 앨범을 정리해볼 겸,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최대한 떠올려 보았다.
`근태 너 아빠꺼 리니지 다 키워놨어?`
`지금 두 시간 이십 분 정도 해놨어요.`
나는 컴퓨터를 마음대로 쓸 수가 없었다. 컴퓨터를 쓰기 위해선 아버지의 리니지 캐릭터를 3시간 동안 키워놔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리니지를 플레이하곤 했었다.
물론 다 키웠다고 해서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통은 1시간 제한이었다. 아버지는 아이가 하루에 게임을 1시간 이상 하면 커서 반드시 게임중독자가 된다는 기괴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고, 게임중독자가 된 자신의 자식이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다 돌연사하는 꼴은 절대로 볼 수 없다는 원칙을 지닌 원칙주의자였다.
그런데 대체 왜 리니지를 키우게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리니지 3시간 하면 게임중독자 3배 아닌가? 어째서 리니지만 괜찮은 것이지? 물론 이것에 대해서 물을 수는 없었다. 그런 거 물어보면 때리더라.
`…그래? 그럼 그만하고 게임 한 시간 해.`
근데 이 유독 이게 기억에 남는다.
“게임 한 시간 하고 컴퓨터 꺼.”
그날따라 기분이 좋았는지 리니지를 두 시간 이십 분만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시켜준 것이다.
“고생했다.”
“…”
뭔가 자신이 굉장히 자애롭고 아버지다운 일을 했다는 듯한 그 표정. 그 터무니없는 표정과 상황을 잊을 수가 없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때의 아버지는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금 자기 자식한테 게임중독자 핑계를 대면서 컴퓨터 하루 한 시간만 허락해주는 것도 모자라, 자기 자식을 생체 작업장 취급한 남자가 지을 표정이 결코 아니었단 말이다.
하지만 원래 미친놈이 한번 잘해주면 기억에 남는다더니. 딱 그짝이었다.
이 기억은 아주 선명하게 남아있다.
“…”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같이 낚시도 자주 가곤 했었지. 물론 난 가기 싫었지만 가기 싫다고 하면 화를 냈기 때문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근태 매운탕 끓여줄까?`
근데 거기서 먹은 매운탕은… 맛있었지.
`요놈 새끼가 어른이 먼저 들지도 않았는데 먼저 손을 대!!!”
근데 한입 맛보고 나서 또 맞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죄명은 아버지보다 먼저 국물 맛을 봤다는 이유였다. 먹을 거에는 정말 쪼잔했던 남자였던 것이다.
치킨을 두 마리 시키면 진짜 일말의 주저 없이 다리를 네 개 잡아 들고는 자기 접시에 위에 올려놓는 사람이었지.
“근태랑 근수랑 근미. 아빠가 먹을걸로 욕심부리라고 가르쳤어? 그렇게 접시에 안 올려놓으면 치킨이 도망가? 남매끼리 나눠 먹을 줄 몰라?”
그런 주제에 우리가 접시에 치킨을 두 조각 이상 올려놓으면 먹을 걸로 욕심을 부린다면서 화를 내곤 했었다.
ㅡ스멀스멀.
옛 기억들이 빠른 속도로 부상한다.
`근태 요놈 새끼가 또 고독을 만들었구나!!! 감히 이 아비를 저주하려고 해!!!!! 상자 어딨어, 상자!!! 벌레 상자 이리 내!!!!!!!`
패닉에 빠진 아버지.
`아니! 그냥 바퀴벌레 밖에서 들어온 거라고! 뭔 또 고독이야!`
단순히 집에서 바퀴벌레가 나왔을 뿐이지만, 그는 내가 고독을 만들었다고 확신을 하면서 고함을 쳐댔다. 일종의 PTSD였던 것이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잡아!!! 근태 빨리 잡아!!! 저기! 저기 도망치잖아! 잡아! 잡으라고!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악!!!`
벌레를 정말 무서워했지. 바퀴벌레만 보면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아버지는 장수풍뎅이와 바퀴벌레를 구분하지 못했다.
`빨리!!! 빨리 잡으라고오오오!!! 여보!!!!! 근태가 요놈 새끼가 또 고독 만들었어!!!`
근데 사실 집에 출현한 바퀴벌레는 현관 밖 계단에서 돌아다니던 것을 일부러 잡아와서 집안에 방치했던 것이었고, 아버지는 호들갑을 떨면서 쿵쿵쿵 집안을 질주했다. 사실 고독을 만들 생각도 하기는 했었다.
`할튼간 요놈 새끼 이거 아빠가 계속 지켜보고 있어… 청소 똑바로 해. 근태 니가 맨날 방에서 게임만 하니까 바퀴벌레 따위가 들어오는 거 아니냐. 공부도 안 하고 맨날 게임만 하고 있으니 집안 꼴이 엉망이야. 엉망.`
당최 알 수가 없는 말. 오히려 게임은 리니지 때문에 한 게 더 많았고, 집에서 게임을 많이 한다는 것과 바퀴벌레가 들어오는 것에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냉장고에 홍삼 다 떨어졌다 근태야!!!!`
그리고 냉장고에 홍삼이 떨어질 때마다 분노를 표출하곤 했었지.
`근태야!!! 근태야!!! 냉장고에 홍삼 다 떨어졌다니까!!! 요놈 새끼 지 아빠가 말하는데 일어날 생각도 안 하고!!!`
`오늘 일요일이야…`
`아빠는 일요일에도 출근해!!! 니놈새끼들 먹여 살리려고!!! 홍삼 주문해 놔라!`
`알았어…`
구라 안치고 아빠한테 홍삼을 백만 원어치는 넘게 먹였을 것이다.
`남매는 닮는다더니 이딴 거나 사오고!!!! 너 누가 저주가면 사래!!! 이딴 귀신가면 사서 누구 저주하려고!!! 어!! 근태한테 배웠어?!`
`아아아악!`
`근태 어딨어! 근태 불러와!!!`
내 여동생 김근미는 만화 블리치에 나오는 호로가면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뚜들겨 맞았다. 그 가면이 귀신들의 가면이었고, 저주의 용도로 쓰인다고 굳게 믿은 탓이었다.
`선풍기 꺼! 죽고 싶어서 그래?!`
`누가!!! 문지방 밟으래!!! 조심하라고 했지!!!`
`머리! 머리! 또 북쪽에 두고 자빠졌어! 여보! 애들 단속하라고 했지!`
미신도 많이 신봉했다. 아버지의 세계관에서 선풍기를 틀고 잔 사람은 죽고, 문지방을 밟으면 부정을 타며, 머리를 북쪽에 두고 자면 불길했다. 그를 둘러싼 세상은 위험했다. 위험한 것 투성이였다.
어쩌면 그가 괴팍해진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위험한 세상에서 가족을 지켜야 했으니까. 하지만 으레 이런 이야기가 모두 그렇듯이, 결국 가장 위험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버지였던 것이다.
“…어질어질하군.”
더는 버틸 수가 없어서 추억앨범을 닫았다. 열어봐선 안 될 책을 열어본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저랬던 아버지는… 지금 뭘 하면서 살고 있을까?
옛날엔 그런 생각 많이 했었는데 말이다.
“캇트? 괜찮아?”
클라우디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아. 잠깐 옛날 생각을 좀… 괜찮아. 힐데야. 방금 생각해봤는데 비밀을 지킬만한 사람이 아니다. 아마 광인처럼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닐걸. 조용히 있을 리가 없어.”
“대, 대체 무슨 생각을 하셨길래 갑자기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단언을…”
“기억을 좀 뒤져봤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단정을 하나요?”
리즈가 의문스럽다는 듯이 물었으나, 팩트다.
“어. 확실해. 난 잘 알아. 이상한 사람을 넘어선 이상한 사람이었거든.”
“펴, 평범한 게 아니었나요?”
“어. 이상한 사람이야. 내 아버지는.”
그 말에 그녀들이 잠시 입을 닫았다.
그러고는.
“아.”
뭔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음, 뭐. 확실히 우리 남편 하는 짓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 같긴 해.”
“평범하진… 않겠네요.”
“본 성녀의 생각도 그러하다. 잠시 예측을 해보니… 이해가 가는군.”
“깜둥이를 만든 사람이 정상일 리는 없어. 언니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아니. 마치 내가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데.”
“캇트 당신은 굳이 따지자면 이상한 사람이 맞죠.”
“뭐라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들어봐! 내가 이상한 사람일 수가 없어! 그러면 내 아빠는 무슨 초월적으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난 어디 가서 이상하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으, 으음… 그래도 캇트님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예측이 안 가는데요…”
“저, 저는 성도님의 아버지신 만큼 훌륭하신 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그럴 것입니다.”
힐데와 엘리제가 곤혹스러워하면서 말했다.
“이상함에 훌륭함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면 맞는 말이다.”
아무튼 그냥 말로 하는 건 잘 안될 것 같은데.
이거 힘으로 제압하는 수밖에 없나?
“그럼 큰일이에요, 캇트님. 뭔가 마법적인 방법으로 기억을 조작하거나 정신을 조종하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을 것 같아요. 대화가 안 통한다면 현실적으로 잘 풀어가는 건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까.”
기억 조작이나 정신 조종.
아무리 그래도 가족들한테 그딴 방법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흠.”
고민이 깊어져만 가는군.